세상의 생일

어슐러 K. 르 귄, 시공사

섹스 이야기가 이렇게 많으면서도 이렇게 야하지 않은 작품집은 찾기 힘들지도. 르 귄답게 외계행성 문화인류학 사례집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pilza2)

복수는 나의 것

최영희 외, 탐

SF 어워드 우수상을 둘이나 배출한 국내 최고(?)의 SF 단편집. 읽어본 결과…. 한 편은 SF라는 기준에서 아마추어의 습작 수준이고 한 편은 엄밀한 기준에서 SF가 맞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 과연 이들에게 우수상을 줘서 SF의 외연이 넓어졌을까? 라는 의문은 덤. 왜 부끄러움은 독자의 몫인가. (pilza2)

골든 선

피어스 브라운, 황금가지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은 3부작 중 2부작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 《제국의 역습》, 『노인의 전쟁』 시리즈 『유령여단』이 그러했던 것처럼. 『골든 선』은 전작 『레드 라이징』으로부터 더 어둡게 꼬이며 깊어졌다. 어떻게 보면 모든 시리즈들 공식 같다. 1부는 세계관을 보여주며 직선적으로 가고, 2부는 세계관을 깊이 들어가며 꼬이고…. (유이립)

스테이션 일레븐

에밀리 세이트존 맨델, 북로드

이 소설의 ‘생존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라는 주제는 기존에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만들어질 아포칼립스 영화, 소설을 모두 관통하는 강렬한 메시지이다. 아포칼립스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올해 읽은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다. (유이립)

레드 로자

케이트 에번스, 산처럼

그녀의 노력으로 후대 유권자들은 여성, 신분, 빈부에 상관없이 모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 냉철한 사회주의 이론가였지만 사적인 편지에는 시적인 이미지의 감성이 넘쳐 났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코르셋은 거부했지만, 파리에서 돌아온 후 최신 유행이라며 브래지어를 자랑했던 장면이다. (유이립)

글렌 굴드 : 그래픽 평전

상드린 르벨, 푸른지식

사람은 자신의 내부 방향과 이상향, 정신세계, 표현력을 일치시켜 놓고 꾸준히 지향해야 한다. 삶과 일을 일치시켰기에 기인이라는 평에 휩쓸렸으나 그는 세상에 유례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연주를 남겼다. 지금 그의 음반에 들리는 페달 소리와 콧소리는 신화적인 존재의 자취로 존경받지만 당시에는 천덕꾸러기였다. (유이립)

슈독 :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필나이트, 사회평론

나이키가 어떻게 설립되고 발전했는가? 기업가 정신이라 무엇인가? 나이키가 상징하는 모든 가치를 한데 묶는 역사 기록이다. 나이키는 러닝화를 숭배하는 소수 컬트 집단으로 시작됐는데, 소소하고 스케일이 크지 않지만 영향력이 꾸준히 퍼져 나갔던 초창기 행보가 현재 출판사 에픽로그 성장과 겹치는 게 있다. (유이립)

성룡 :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

성룡, 주묵, 쌤앤파커스

비극의 이소룡, 희극의 성룡, 불멸의 이소룡, 필멸의 성룡. 이소룡 평전을 읽어보면 이소룡이 자기 내부 세계를 구축하며 폐쇄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성룡은 적극적으로 외부 세계로 뛰어든다. 그 과정에서 사기 당하고 무시당하고, 위치가 잡힌 후 겪지 않을 모욕까지 사서 당하지만 그래도 성룡은 외부와 소통하길 멈추지 않는다. 이소룡과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으냐는 질문에… 잠시 침묵 후 미소를 띠며 ‘제가 져 줘야죠.’ 그가 외부와 고생스런 소통 끝에 얻은 훌륭한 연륜이다. 성룡은 이미 무협 영화가 내리막길이고 로맨스와 코미디가 판치는 영화판에서 장르 영화에 천착하며 자신만의 ‘유일한 표현력’을 고심하고 찾아냈다. 그랬기에 그는 홍콩영화계에서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유이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