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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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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븐

쓰하라 야스미, 엘릭시르

다양한 장르가 혼종된 단편집이지만 일본의 정서를 담은 기담풍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성운상 후보 및 SF매거진이 선정한 베스트SF 일본단편부문 1위를 차지한 '오색 배'의 경우도 태평양 전쟁과 요괴 쿠단을 소재로 한 시간여행물로 일본 작가만이 가능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솔직히 추천하기 애매한 책이지만 이 단편만이라도 읽어보기를 권함. (pilz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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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의 일상

편석준, 레드우드

왜 SF 쪽에서만 유독 ‘최초’, ‘이전에 없었다’는 홍보문구를 쓰는 걸까? 이는 장르의 역사가 짧다는 사실과 작가 및 편집자도 장르에 대해 무지함을 반증하는 게 아닐까. 작가 서문에서 자기 책 같은 장르 자체가 없었다고 자랑하지만 미안하게도 이런 류의 소설은 차고 넘친다. 심지어 수록작 대부분은 미래 기술을 소개하는 신문 기사의 앞부분에 붙는 ‘서울 ㅇㅇ동에 사는 김ㅇㅇ(30)씨는……’ 운운하며 시작하는 창작 일화 수준을 넘지 못한다. 독창적인 발상도 엽편의 미덕도 찾기 힘들다. 『솔라리스』를 영화가 아니라 소설로 언급한 것이 유일무이한 성과(?)일지도. (pilz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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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 평등하다

아인 랜드, 리드잇포워드

...정말 극단적인 생각을 가졌던 작가이다. 하지만 자기 철학을 소설에 녹여 내부적으로 완벽했던 훌륭한 작가였다. 어렸을 적 이영도 작가가 자기 소설에 철학을 잘 녹였다고 생각했는데... 아인랜드가 한 수 위였다. 생각이 극단적으로 흐르다 못해 미친 경지에 올랐지만... 그래도 한 때 세상을 감염시켜 움직였던 축이었다.(수퍼크래시. 출판사 이숲 참조) 이 소설은 주장에 가깝기 때문에 밋밋하다. 하지만 요점을 잘 찍어냈다. 요점(사회주의와 전체주의 적대)에 대한 집착이 철학으로 승화됐으니 오죽할까. 좌파든 우파든 절정에 이르면 전체주의가 된다. 나찌가 원래 좌파였다는 걸 아시는 지... 생각의 강요는 폭력이다. 올바른 걸 주장한다는 사람들이 평등과 올바름을 폭력적으로 강요한다.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고, 스펠링도 어려운 서구 언어들을 많이 외웠다고 생각하기에... 우파는 좌파를 철없는 이상주의자로 보지만 좌파는 우파를 공존할 수 없는 절대 악으로 여긴다. 그러기에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마녀사냥이 놀랍지 않다. 가정, 학교, 사회에 자유를 집어넣어 해체시키고, 올바르고 깨어있는 이론으로 권위를 집중시킨다. 그래서 눈앞의 사람보다 이상주의 이론을 중시하기에 사람이 조금만 어긋나도 칼같이 잘라버린다. (이는 과거 운동권 사회주의 엘리트들의 행동양식이었다) 전체주의는 확대되어 상업주의와도 맥을 같이 한다. 힙스터를 찬양하지만 고독한 아웃사이더는 정형화/소비화 됐고, 덕질이라 불리던 마이너한 개인취향은 디즈니나 마블 같은 블록버스터를 무작정 쫓아하며 개성을 주장한다. 여기서 온전한 ‘나’를 주장할 수 있을까? 평등을 강요하며 개인을 말살하는 디스토피아에 작가는 자아의 가치를 주장한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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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달린 뱀

콜린 팔코너, 문학동네

누구나 자신의 무의식 밑바닥에 자리 잡은, 자리 잡게 만든 작품이 있다. 내 마음의 원조라고 해야 하나, 여기서 태어났다 라는 표현을 써야 하나. 거대한 제국의 몰락. 타락을 유발하는 팜므파탈. 자수성가자이자 뒤틀린 반영웅 주인공. 돌아갈 길을 불태우는 극단적인 선택. 비장미 넘치는 클라이맥스와 원초적인 카타르시스. 비극으로 끝나는 장대한 서사시. 초등학교 시절, 서울 북 페스티벌에서 책을 사가지고 오던 길이 선명하다. 그리고 처음 책을 보고 눈물 흘렸던 날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이제야 다시 꺼내보니 감회가 새롭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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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위즈덤 하우스

외모와 상황에 상관없이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는가? 그랬어요. 전부를 다 걸어서 후회해요. 하지만 사랑하지 않았으면 난 존재하지 않았다. 당신을 알기 전까지 난 아무 것도 아니었다. (유이립)

논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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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푼도 잃지 않았는가

로저 코먼, 열린책들

영화판 양판소 제작 현장 리얼 다큐멘터리. 과거 비디오가 보급되자 일본은 영화시장이 침몰하고 한국은 에로영화에만 치중했다. 미국 역시 시장변화로 같은 상황이었다. 상업적 판로가 바뀌자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치열한 모색과 B급 시장 생존기. 지금 현재 한국영화에 정치/권력 타락 영화가 범람하는 건 시류를 반영해서 정의감 때문이 아니라 소비자의 욕구에 맞기 때문에 상업적 계산아래 잘 짜여진 판이다. 과거 조폭영화가 잠깐 흥했다가 소멸했듯이 현재 영화들도 후대에도 각광 받을지 의문이다. 현재 소설판도 마찬가지다. 웹소설이 흥하자 상업적 성공이 전부인 것처럼 가치관이 변해버린 작가들과 명예와 존경을 얻기 위해 궤도를 수정하는 작가도 있다. 하지만 비디오 시장이 아무리 흥했어도 영화는 결국 자신의 성질을 진화시켜 가치를 지켜냈다. 웹툰은 초기에 순수하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변질되어 작가주의를 지키기 힘든 환경이다. 팔리는 매출효자 성인물에만 집중한다. 작가들은 고유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도 우선은 성인물을 먼저 제작해 생계를 대비하고 이름을 알려야 한다. 그래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지금 현재 한국 콘텐츠 제작 현장이 겪고 있는 진통을 먼저/적극적으로 지나간 기록이다. 저열해지는 상업판 속을 적극적/저돌적으로 돌진해서 자신만의 흐름을 만들어낸 신화가 됐다. 개인적으로 웹소설 시장도 결국 거품이 꺼지고 어느 정도 안정되면 하향선을 그릴 거라 생각한다. 자기 글을 팔겠다는 수만 명의 작가를 받아줄 시장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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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로마사

이익선, 알프레드

단순한 그림은 표현력이 풍부하고, 자기 스타일이 있다. 색감 사용 능력은 효율적이어서 연출력을 돋보인다. 컷씬의 연출도 유명작가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저자 스스로 무명작가라 칭했는데 그가 무명인 이유는 그의 잘못이나 결함 때문은 아니라 세상이 미처 못 알아봤기 때문이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재탕정도로 생각했는데 독보적인 만화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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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비밀

가와카미 노부오, 을유문화사

저자는 지브리 스튜디오와 함께하면서 창작과 콘텐츠에 대한 비밀을 재확인했다. 창작자들이 몸으로, 손으로, 체득한 암묵지를 형식지로 현명하게 풀어냈다. 소설, 영화, 드라마 같은 콘텐츠는 삶을 모방하는 형식이 있다. 이는 인간의 탐구와 도전정신을 고취시킨다. 그러기에 일시적인 욕구만 자극하는 성인물은 좋아할 수는 있어도 오래 지지할 수는 없다. 콘텐츠 창작은 객관적인 정보를 주관적인 정보로 변환시키는 과정인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매우 흥미롭고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로그라인, 소설의 주제 혹은 메시지라 부르는 문장은 본질적으로 창작자의 주관을 내포하고 지향한다. 사람의 뇌는 익숙한 모형과 형식을 쫓아가기에, 이에 밀접한 스토리 분야는 이미 거의 모든 형태의 레퍼런스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지브리 스튜디오는 tv재방송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스토리 보다 표현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간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맹신하는 세계에서 살았던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생각해보니 내가 다시 보는 창작물들은 스토리를 다 알기에 흥미가 떨어졌다. 다시 보는 이유는 표현의 정서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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