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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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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사회

문윤성, 아작

50년도 전에 쓰인 소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도록 현대적이고 세련되다. 세계가 대충 망한 뒤 여성들이 남성을 화성으로 쫓아내고 유토피아를 구축한다는 로그라인은 21세기에 출판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듯 하다. 이야기 자체도 좋은 SF 모험 소설이다. 하지만, 1900년대 중반에서 동면되어 건너온 유일한 남성 한 명이 수천 만이 넘는 여성 사회를 단편 문학 하나로 계몽시키고 화합의 새 사회를 연다는 후반부는 지극히 지지부진하고 고루하다… (심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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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핌퍼넬

에마 오르치, 21세기북스

가면괴도물의 원조랄까. 프랑스 대혁명 공포정치 시기에 단두대에 올라야 하는 프랑스 귀족들을 신출귀몰한 변장과 기지로 빼내는 자의 이름이 스칼렛 핌퍼넬이다. 하지만 책의 대부분 분량은 유럽 최고의 미모와 두뇌를 가졌다는… 심지어 아르망 생쥐스트의 누이로 나오는 마그리트 블레이크니 부인 시점에서 전개된다. 주인공이 괴도니까 그의 시점대로 진행되면 재미가 없을 수 있겠단 생각도 들고, 독자가 여자는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괴도물의 원조라고 해서 집었는데 로맨스의 원조이기도 한 것 같다. 빅토르 위고만큼은 아니지만 19세기 소설인가 그렇기 때문에 배경 묘사나 심리 묘사가 장황한데 못 읽을 정도는 아니고 구수한 맛이 있다. (p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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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RM 걸작선 ④ 갈등하는 마음

조지 R.R. 마틴, 은행나무

작가 본인이 밝혔듯 장르를 나누기 애매한 중단편이 주로 실렸다. 개인적으로 걸작선을 총평하자면 2-1-4-3 순서로 마음에 든다. 역자 후기를 읽으니 김상훈이 이전에 기획하던 마틴 단편선에 넣기 위해 고른 7편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pilz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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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창조자의 율법

제임스 호건, 폴라북스

과학과 이성, 그리고 무엇보다 회의주의가 승리를 거두는 더없이 호건다운 과학소설. 고전적인 클리셰와 이성에 대한 믿음, 외계인과의 화합이라는 낙관적인 비전까지 모두 담겨 있어 20세기 후반 SF의 모범답안을 보는 느낌. 속편도 있다는데(잠벤도르프가 생명창조자의 정체를 탐구하는 내용이라고) 출간을 기대해도 될까? (pilz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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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신이 아니야

듀나, 창비

뒤늦게 듀나 작가의 작품을 읽고 왜 그가 칭송받는지 깨달았다. 경제적이고 절제미가 풀풀 풍기는 문장, 완벽에 극히 근접한 연작 구성, 조금도 거리낌 없이 부드럽게 진행되는 세계의 확장… 이런, 너무 대단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심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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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집행관

김보영, 폴라북스

삶과 죽음, 한 인격의 다면성, 세계를 관통하는 의지에 대한 이야기. 운명과 의지에 대한 끈질긴 추적, 아니, 이렇게 끈질기게 추적하는 캐릭터를 만든 점에는 다시 읽어도 경탄하게 된다.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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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문학동네

"사랑이 될 수 없다면 공포의 근원이 되겠다"는 괴물. 괴물은 분명 '악한 존재'다.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들을 그저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살해했고, 그 행동은 옳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끔찍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음을 인지하고 슬퍼한다. 그는 선량함이 무엇인지 온전하게 이해하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이서영)

논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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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최영기, 21세기북스

아치는 힘의 하중을 벡터의 평행사변형의 원리처럼 나누어 기둥에 전달하고 기둥을 통해 대지로 전달한다. 아치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무게를 지탱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외각의 합은 오일러수*360도이므로 다각형에서 외각의 합은 360도이고 볼록다면체에서 외각의 합은 720도이다. 이는 불변량이다. 몬티홀 문제 같은 잘 알려진 에피소드를 포함하면서 서울대 수학교수답게 '거리공간론의 기초' 같은 깊이있는 내용을 포함하여 점점 뒷장으로 갈수록 수학적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갈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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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가부장

시드라 레비 스톤, 사우

왜 가부장제는 어머니에게서 딸로 또는 언니로부터 여동생으로 이어지는가. 가부장제로 상처받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생존자들이 어째서 자신의 후대들에게 제도에 충돌하지 말고 수긍해서 살아가도록 만드는가. 어째서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들이 명예남성이 되어 같은 여성을 경멸하거나 자신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가. 내면화된 의식이 얼마나 깨기 어려운 것인지 절감하게 된다. (갈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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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신소영, 놀

40대 프리랜서 방송작가의 비혼에 관한 글들.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이가 없다고 해서 일반적인 보통의 삶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이상하고 특이하게 취급되는 사회란 피곤하다. 잘 다루어지지 않지만 다른 사람의 삶을 편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 역시 피곤한 일이다. 너는 무슨 걱정이 있겠니. 그 말이 왜 끔찍한지 사람들은 모른다. 내가 겪지 않은 삶 역시 힘들 수 있다는 걸 이해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갈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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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 장르의 형성

이지용, 커뮤니케이션북스

한국에서 SF 장르가 수입되고 독자적인 인식을 형성하고 팬덤과 작가군이 생겨나고 변화한 흐름을 탄탄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책이다. 일목요연하고 알기 쉽게 제목 그대로의 것을 얻을 수 있다. 거울 이야기도 잠깐 나온다. 2016년에 나온 책인데 여기 나온 현상과 지금의 현상이 많이 달라서, 그동안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p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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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필립 마티작, 매경출판

고대의 로마 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재구성한 독특한 기획의 미시사 서적. 꾸준히 잔잔한 재미를 유지하는데, 나 같이 고대 로마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애착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즐거운 경험을 줄 것이다. (심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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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까치

과학사를 이론의 연속이 아니라 인간의 호기심과 의문이 뻗어간 자연의 영역들로 나누어서, 그 사실들을 연구한 인간들의 개인적인 특성이나 실수나 과오 등까지 덧붙여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이론이나 사실에 대해서는 잘 정리가 안 되긴 하는데, 과학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과학적 사고란 게 어떤 것인지부터 우리가 사는 지구가, 인간의 몸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그 지구가 얼마나 위험한지까지 골고루 느낄 수 있었다. 빌 브라이슨이 그렇게 요절복통이라던데, 이 책은 그 정도는 아니고 적당히 위트 있는 선인 것 같다. (p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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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태도

에릭 메이젤, 심플라이프

작법서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태도'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쓰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작가라는 새로운 종족이 되도록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에 대해서 쓴 책이다. 해야 할 일과 과제 목록이 각 장마다 달려 있는 면에서는 실용적인 참고서라고 할 수 있지만, 다루는 내용은 내밀한 것을 건드린다. 글을 다루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 되지만 작가로 사는 것, 전업작가가 아니라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면 한번쯤 꼭 읽어볼 만한 이야기들이다. (p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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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아이돌론

사이토 미나코, 한겨레출판

일본 문단에 대한 날카로운 펀치가 작렬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저자, 이런 공격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여기서 소개한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다 번역된 것도 아니고 번역되었어도 개인적으로 읽은 글이 몇 없어서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pilz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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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의 모험은 끝나지 않아!

미카미 엔, 쿠라타 히데유키, 북스피어

책 오타쿠 둘이서 나누는 책과 소설에 대한 대담집. 반쯤 잡담이다보니 깊이 있는 논의까지는 가지 못하지만 여러 장르소설에 대한 잡학수준의 정보는 얻어진다. (pilz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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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미래

알랭 드 보통 외, 모던 아카이브

최고의 지성이란 평을 받는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레드웰 스티븐 핑거 매트 리들리 네 사람이 인간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인간은 앞으로 번영을 누릴 것인가 아니면 불행에 직면할 것인가. 격한 토론 안에서도 이성을 유지하며 각자의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도 생각하게 된다. (갈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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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저항

이라영, 교유서가

'응원전' 정치로 정서적 내전을 치르고 있는 지금, 특히 더 읽어볼만한 책. 몇몇 챕터는 조심스럽게 에둘러간다는 인상을 주긴 하지만,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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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워크

메리 그레이, 시다스 수리, 한즈미디어

긱 이코노미에선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 이코노미 뒤편에 있는 유령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 모든 노동과 연관된 사회적 기술 발전이 그렇듯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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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공상하지 않는다

복도훈, 은행나무

한국 SF에 대해서 평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온 복도훈 평론가의 SF 평론집. 문윤성의 <완전사회>부터 듀나, 김보영, 박문영에 이르기까지 통시적으로 다뤘다. 특히 듀나와 복거일을 비교해서 다룬 '정치적 무의식'에 관한 평문은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종말기상관측소라는 허구의 소설적 형식을 취해야 했을까는 모르겠다…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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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민중사

클리퍼드 코너, 사이언스북스

영국민중사나 미국민중사가 데모하는 얘기여서, 데모하는 얘기일 줄 알고 샀는데 장사하고 생존하는 얘기였다. 과학사의 발견이 몇몇 '영웅'들이 아니라, 그 영웅들 옆에서 기구를 만들고 발견을 하는, 생존을 위해 발명을 해 낸 평범한 사람들의 손에서 이뤄졌다는 관점을 제시하는 역사책.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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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조지 오웰, 민음사

독서모임 때문에 다시 읽었는데, 어릴 적에는 트로츠키 처돌이라서 11장 읽느라 나머질 대충 읽었단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전쟁하러 가서 차 찾아대고, 야전병원에서 음식 맛있다고 경악하는 영국맨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물론 정치적 교훈을 빠뜨려선 안 되겠지만. (이서영)

댓글 4
  • No Profile
    pena 19.10.16 23:14 댓글

    요번 달에도 뽐뿌뽐뿌... (착실히 서점 보관함을 채우며....)

  • 아이 19.10.18 17:56 댓글

    읽고 싶은 책들이 정말 많네요. 저 위에 있는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만 빼고요. 정말이지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 책 소개 감사합니다.(__)

  • 아이님께
    No Profile
    갈원경 19.10.22 13:53 댓글

    필진 인터뷰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한달에 한 권 이상은 꼭 과학책이나 수학책을 읽으려고 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앞부분은 안 어렵고 재미있어요, 정말이에요...

  • No Profile
    赤魚 19.10.18 23:39 댓글

    문단아이돌론 눈에 띄네요. 도서관에서 잠시 훑어봤는데 흥미진진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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