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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스앤룩스 Vol.1

녹스앤룩스 편집부, 2012년 3월


한별 (newshbx2@gmail.com)



 장르문학이 아니라 장르문화를 다루겠다는 말에 창간 전부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격월간지 [녹스앤룩스(NOX&LUX)]가 2월 말 창간되었다. 그리고 거의 의무적으로 찾아서 구매했다. “‘장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것 치고 뭐 잘 굴러가는 걸 본 적이 있었어야지” 하는 태도는 사실 위기감에 더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잠깐 다른 일하고 딴 생각 하고 있으면 관심 있는 것들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말이다. 어째서 취미생활에서 위기감을 느껴야 하는 처지가 되었는지 한탄하면서 책을 들었는데, 이 책, 표지에 ‘통합 장르잡지’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다. 여러모로 인상적인 표지라 서점에서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가볍게 볼 생각이었는데 새벽까지 앉은 자리에서 내리 읽어버렸다. 읽는 내내 머릿속에 무언가 퐁퐁거리면서 두개골 안을 튕겨 다니고 있는 것을 느꼈다. 자꾸 떠올라서 제멋대로 노닐고 있는 발상들을 가만히 관찰한 결과, 이것들을 잡아다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정리하는 차원에서 뒤늦게 밝히는데, 본 글은 기본적으로 [녹스앤룩스] 창간호 감상으로, 잡지라는 틀을 감상의 기준으로 삼았다. 즉 잡지 전체의 통일성, 성격, 구성 등이 판단 기준으로 적용되었다. 이하의 내용은 [녹스앤룩스]의 목차 순으로 작성되었으며, 각 기사를 인식하는 1차 기준 역시 목차다. 요컨대 실제 기사에 표기된 제목과 목차의 표기된 제목이 다를 경우 목차를 따랐다는 의미이다. 이 정도로 해두고, 본격적인 감상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녹스(Nox)
: 장르소설, 장르비평, 문학

 ‘녹스’, ‘&’, ‘룩스’ 세 파트로 나뉘어 있는 <녹스앤룩스>의 첫 번째 부분으로, 장르소설과 장르비평, 그리고 문학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부분이다. 문학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이는 부분으로, 해당 아티클로이드로는 이지적인 캐릭터 '서문현서'에 해당한다. 아티클로이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으니 그때 설정하도록 하겠다.

-New Wave : 장르소설의 현좌표 (For Fandom)
 '통합 장르잡지'를 표방하고 있다면 창간호에서 한 번쯤 다뤄야 하는 사안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기사라는 위치는 매우 적합하다. 해당 주제를 그대로 확장시켜 커버스토리로 삼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녹스앤룩스>를 볼 정도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이 있는 문제가 아닐까. 다만 그동안 척박하기 그지없는 장르문학 판에 꿋꿋하게 고개를 디밀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ㅇㅇ 그렇지'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당연한 내용을 기사화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For Fandom’이라는 시그널은 정합하지 않다. <녹스앤룩스>는 각 기사에 ‘Fandom’, ‘Popular’, ‘Mania’라는 시그널을 붙여 기사의 대상을 표기하는데, 이 경우 그리 잘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

-Classic Inside : <샌드맨> 즐겁게 읽는 법 (For Mania)
 닐 게이먼의 대표작인 <샌드맨>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글이다. 샌드맨 라이브러리 공략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각 권이 어떤 풍의 작품인지 설명하면서도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이드의 역할에 충실하다. 기사의 깊이에 비해 분량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데, 분량을 늘렸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샌드맨 라이브러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설명하긴 하는데 왜 대단한지 수긍하기가 어려운 이유도 짧은 분량에 있다고 생각한다.

-NOX LIBRIS : 드래곤과 지네 (For Mania)
 이 기사는 정말로 마니아를 위한 기사다. 마니아가 아니면 관심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관심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없으면 따라갈 수 없고, 따라간 끝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지식 습득을 통한 만족감이라는 점에서 정말, 굉장히 훌륭한 마니아를 위한 기사다. '상징적, 신화적으로 드래곤과 지네가 비슷한 이미지와 역할을 수행한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뭐 어쨌다고?'란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 기사의 목적이 지식과 정보 제공인 것 같으니 이 물음은 의미가 없겠다. 기사가 축적된다면 의미 있는 DB가 되리라 생각한다. 마니아들한테는 흥미 만점인 기사가 아닐까?

-Golden Apple : 근대소설과 장르픽션 (For Mania)
 <거울> 필진이자 자유기고자인 유로스님의 글이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온 독자라면 여기서 처음으로 저자가 확실한 글을 읽게 된다.
본 기사에서는 장르'문학'이 아닌 장르'픽션'이라는 어휘를 사용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본 기사는 먼저 장르픽션이 무엇인가를 정리한 뒤 장르픽션이 처한 현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짧은 분량 안에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장르 픽션이 지속적으로 창작이 가능한 시장규모를 유지하려면 장르가 끊임없이 새로운 독자(특히 10대 독자)에게 다가설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면서 동시에 기존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장르 고전의 재해석도 이루어져야 하며, 다른 장르와의 연계로 외연을 넓히고 발전해가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소설'이 아닌 '픽션'으로 범위를 넓힌다면, 장르 픽션은 문화로써 풍부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바로 이 부분에서 장르'문학'과 장르'픽션'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며, 녹스앤룩스의 '통합 장르잡지'라는 성격과도 연결고리가 생겨난다.  

-NOX VISION : 영생
 잡지 연재가 처음이라는 정도경 작가의 연재소설로, 일러스트는 명님이 맡았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카페, 혹은 카페 주인과 카페에 찾아온 손님의 이야기로,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열심히 말 더듬는 카페 주인의 은근한 매력이 읽는 맛을 돋운다. 연재 중인 작품에 코멘트를 다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므로 여기에서는 별도의 언급을 피하도록 한다. 기회가 된다면 작품이 완결 된 다음에, 다시 한 번 성실한 리뷰로거로 돌아가 감상문을 작성할 의향은 있다. 꽤 많이.
 덧붙여서. 왜 이 작품에 NOX VISION이라는 태그가 붙어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Culture Scope : 온라인 게임 중독 (For Popular)
 구성작가 아쥬레님의 깨알 같은 게임 중독 치료법이 수록되어 있다. 게임 업계에 입문한다든가, 장비가 날아갈 때까지 열심히 강화를 한다든가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연재소설의 여운을 깔끔하게 날려버리고 다음 기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청량감 있는 기사라 낄낄거리며 읽었지만, 게임 중독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타이밍이 나쁘지 않나 싶다. 타이밍을 충분히 계산할 수 있는 입장이었으니 더더욱 신경 쓰이고. 저자의 태도 근저에 게임 중독 문제에 대한 확고한 태도가 보였다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Treble X Trouble
 '장난으로 마감 5분 전에 그리는 만화라고 가제를 붙였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버린 만화'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왜 녹스 파트에 들어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일종의 고교생용 참고서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머리 식히기 페이지 정도의 역할인 것 같은데, 파트 구분이 굉장히 모호하다. 애매함 부분에서는 최고점을 주고 싶다. 정말 궁금한 건 이 만화가 2호에도 실릴까 하는 것. 잡지 전체의 흐름에 있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Cyber-Pulp : 전자책의 미래 (For Fandom)
 1인 전자책 출판사인 '페가나 북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1인 장르 출판사가 장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전자책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다룬 기사다. 페가나 북스의 pilza2 대표는 "소설, 특히 장르소설은 상업적 이유로 출간되지 못하는 고전 작품이 많이 있고 (…) 장르소설의 역사와 계보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작품을 소개하는 데에 있어 전자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장르문학 시장에서 전자책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말한다. 그 외에도 전자책 사업, 1인 출판사에 대한 pilza2 대표의 경험과 생각, 비전 등이 정리되어 있는 좋은 기사이니 전자책, 1인 출판사, 혹은 페가나 북스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덧붙여서 잠깐 다른 소리. 본 기사는 목차에는 녹스 파트로 되어 있지만, 실제 페이지를 보면 & 파트로 인쇄되어 있다. 실제로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여기서는 위에서 밝힌 대로 목차를 따른다. 잡지 전체를 세 파트로 나누면서 파트 혼동 오류가 생길 수 있는 건 나름대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And)
:미디어믹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Media Day : 그래픽노블 (For Popular)
 그래픽노블(graphic novel)이 어떻게 생겨난 용어이며, 어떤 류의 작품 군을 이르는가에 대해 기본적이고도 충실한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에서 이 새롭다면 새로운 장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취미의 확장 면에서도 유용하다. 중간중간에 들어가 있는 단면 광고, '[샌드맨] 즐겁게 읽는 법' 기사 등, 이번 호에서는 그래픽노블에 상당히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Genre Guidance : 고대그리스 연극 (For Popular)
 나우, 은여울, 서문현서 세 아티클로이드가 대화창에서 대화하는 것 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는, 고대그리스 연극에 대해 설명하는 가이드다. 가볍게 읽을 수 있게 만들었고, 실제로도 가볍게 읽히는 건 장점이다. 어떤 면에서는 학습만화를 보는 것 같을 정도다. 그래서 그런가, 휘휘휘휙 넘기게 되기 때문에 막상 다 넘기고 나면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그런 면 때문에 더욱 더, 대화창 밖에 '*'로 표시되어 있는 각주가 튄다. 필요하다고는 생각되지만 쉽게 넘기기에는 방해되고, 아무튼 가득률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어떻게 해서 대화창 안으로 끌어안을 수는 없었던 걸까?

-New Project : 아티클로이드 제작과정
 드디어 아티클로이드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된 것 같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기도 한 아티클로이드는 [녹스앤룩스]의 특징이자 마스코트이기도 한데, 그 아티클로이드를 어떻게 만들었는가, 제작 과정 및 제작 목적을 다룬 기사다
 ……만, 일반 독자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내용에 대해서 궁금해 할까는 의심스럽다. ‘OS걸’이나 ‘보컬로이드’ 등을 제작과정에서 참고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OS걸이나 보컬로이드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소비하지, 그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그 정보를 소비는 경우는 그리 없지 않은가? 아티클로이드를 만들어낸 편집부에게는 제작과정이 중요한 화두고 새로운 도전이었겠지만 그 내용을 기사로 만들 정도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만약 아티클로이드 제작과정 및 비화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치더라도 그것은 아티클로이드가 이른바 ‘궤도에 오른 뒤’가 알맞은 시기일 것이다.
 아티클로이드에 대해서 추가로 언급하자면. “그림과 캐릭터에도 기사와 똑같은 무게를 주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사의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아티클로이드 기획은 상당히 재미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독자가 아티클로이드에 어떤 이미지를 부여하게 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그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될 테니까. 그렇게 되면 많은 것을 매번 설명할 필요가 없어지니 효율적이면서도 합리적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이미지'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아티클로이드가 제대로 잘 활용되고 있는가? 하는 이야기는 아직 하고 싶지 않다. 조금 더 두고 보고 싶은 마음이다.

-Collaboration : 사심 많은 고양이
 나 같은 소수파를 제외한 집사(=고양이 주인)라면 꺄아꺄아 거리면서 볼 수 있을 법한 만화다. '인간은 고양이를 이길 수 없다'는 결론으로 끝나는데, 현대사회에서 인간을 길들인 것은 개와 고양이를 대표로 하는 애완동물들이니까. 그나저나 이 기사에 왜 콜라보레이션이라는 태그를 달았는지 모르겠다. 작화가와 스토리작가가 다른 경우인가? 필요한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모르겠다.

-Graphicnovel : Alice Next Door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재해석한, 조금은 어둡고, 약간은 디스토피아적이고, 다소 스팀펑크적이고, 상당히 재미있는 그래픽노블이다. 녹이 슨 것 같은 색감이나 파이프와 배관이 널려있는 배경이 매력적이다. 원작에 등장하는 중요 소재들을 기발하게, 하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게 재설정한 것도 흥미롭다. 현재 판형에 최적화되어 있는 듯 글자 크기나 컷 배분도 잘 되어 있다. 뒤에 수록되어 있는 ‘A.N.D. 소사전’도 모르고 넘어가기 쉬운 설정이나 부분들을 잘 정리해 놓아서 좋다.


룩스(Lux)
: 라이트노벨, 대중문화, 한국신화

-Trand News : 노블엔진 1년사 (For Fandom)
 본지에서는 라이트‘노벨’이라고 되어있지만 같은 novel을 그래픽‘노블’에서만 ‘노블’이라고 읽는 것도 이상하므로 본 감상에서는 [녹스앤룩스] 본지에서 발췌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라이트‘노블’로 표현을 통일하도록 한다.
 국산 라이트노블 레이블인 노블엔진의 1년을 정리해 준다는 제목을 보고 한 기대는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을 뻔했다. 국내작과 일본작을 동시에 출간하는 라인업, 특수한 형태의 공모전, 온라인게임 미디어믹스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하다보니까 사전정보가 없이는 따라가기가 힘들었던 탓이다. 특수한 형태의 공모전에 기사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애당초 1년은 정리하기에 다소 짧은 시간인 것인지, 많은 것이 생략되어서 연결고리 없이 덩어리 덩어리만 보이는 느낌이다. 노블엔진 편집자가 추천하는 작품이라고 해봤자 노블엔진의 라인업이 그렇게 다종다양한 것도 아니고.

-Label Travel : 노블엔진
 레이블을 탐방하는 코너라는데, 앞의 기사와 함께 노블엔진을 다루고 있다. 덕분인지 탓인지, 얼마 되지 않는 분량 안에서도 겹치는 내용이 나온다. 트렌드 뉴스가 녹스앤룩스 편집부의 입으로 노블엔진을 서술하고 있다면, 레이블 트레블은 노블엔진 편집부의 말을 옮겨오고 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런 차이 때문인지 더더욱 앞의 기사와 함께 하나로 묶여 읽힌다. 읽는 흐름으로 생각하면 썩 나쁘지 않지만, 기사 각각의 독립성을 생각하면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보다도. 레이블 탐방이라고 하면 각 출판사의 장르/비장르소설 임프린트도 포함되는 걸까?

-Character : 저승차사 (For Popular)
 이야기 형식으로 저승차사에 대해 보여주는 글이다. 가벼운 분위기로 작성된 이야기를 편한 마음으로 읽다가 좌우에 붙어있는 주석으로 상세한 정보를 보충하면 되는 것 같다. 장르 가이드에서도 했던 말이지만, 주석이 많으면 보기 불편한 게 문제다. 편집부가 고민 끝에 내린 결과는 글의 분위기를 가볍게 하고 주석을 다는 방식인 모양이다. 워낙 이야기 읽기가 편해서 이것도 썩 나쁘지 않다. 사극을 보다 중간중간 내레이션으로 설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아무튼 이 파트는 이야기가 중심인데, 그 이야기가 상당히 유치하다. 이거야말로 학습만화 텍스트 같아 보일 정도로.

-Pulp Never Die : <픽윅 페이퍼스> (For Popular)
 아밀님의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 읽기> 칼럼의 첫 편이다. 소설이 완결된 책 한 권으로 출간되는 것이 아닌, 현행 만화나 라이트노블처럼 분책 출판의 형태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려주는 글이다. 그 시작이 찰스 디킨스라는 게 상당히 재미있다. 디킨스의 예를 들어 빅토리아 시대상을 설명해주는 솜씨는 다음 편도 기대하게끔 만든다. 재미있으니까. 그런데 왜 목차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 읽기>가 아니라 Pulp Never Die라는 태그가 들어가는 것일까?

-Interview : 아크 / 이도경 (For Popular)
 시드노벨 기획팀장인 이도경님의 인터뷰 기사다. 이도경님 개인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이러쿵저러쿵 해도 국내 최초의 라이트노블 레이블인 시드노벨의 기획팀장으로서 할 말이 많았을 텐데도 기사 분량이 고작 3쪽 밖에 안 된다는 건 아쉽다. 인터뷰 질문에서도 깊이가 느껴지지 않아서 당연하게 할 수 있는 말을 당연하게 시켰다는 느낌이다.

-LUX TALE : 사념과 향로와 연옥의 창
 이한재님(글)/철이님(그림)의 라이트노블이다. 잡지 분량을 토대로 추측하건데, 실 분량은 단편소설 한 편 분량으로 보인다. 이한재님은 예전에 웹상에서 진행했던 라이트노블 공모전 대상 수상작가인 걸로 기억한다. 당시 수상작과 다른 작품이고,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결론적으로는 '비슷하다'고 하고 싶다. 분위기가 많이 가벼워지기는 했지만 인물 간의 구도와 주요 소재가 바뀌지 않았다. 서양적 배경에서 동양적 배경으로 바뀌었다고 분위기가 바뀌지 않았다는 건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다.
 알 사람만 알 만한 이야기는 이정도로 해두고. 누군가한테 이 글을 설명하라고 하면 귀신 잡는 소년이 요괴와 함께 귀신 잡는 이야기, 라고 정리할 것 같다. 문장이 독특하거나 나쁜 것은 아니고, 라이트노블의 보편적인 인물구도에, ‘~와 ~의 ~’라는 식의 라이트노블/판타지에서 많이 보이는 제목, 그리고 흠잡을 곳 없는 이른바 ‘이능력배틀물’이라는 점까지, 2010~2011년 사이에 발견되는 라이트노블의 전형성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모나지 않은 1화라면 2화가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살짝 아쉽다.


덧붙여서

 각 기사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고, 잡지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자 한다. 총론에 가까운 이야기가 감상 첫머리가 아니라 말미에 위치한 이유는 이하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녹스앤룩스]의 내용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보량이 극단적으로 적은 표지
 솔직히 말하자면 서점에서 [녹스앤룩스]를 발견하고 집어 드는 순간 흠칫했다. 내가 남들에게 어떤 책을 읽는지 숨기는 사람도 아니고 남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는 사람도 아니긴 하지만, 책을 집어 드는 순간 '아 이건 어디 다니면서 읽기는 어렵겠구나'는 직감을 느꼈다. 솔직히 수상쩍지 않은가. 잡지 사이보다 만화책 사이에 섞여들어 있는 게 더 자연스럽다.
 더불어 이 수상한 표지에 잡지의 제목과 호수, 바코드와 ISBN 밖에 표시되어 있지 않다, 덕분에 사전정보가 없는 사람은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잡지인지 전혀!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표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이 극단적으로 적다. 최소한 이번 호에 어떤 기사가 실려 있는지, 어떤 기사에 힘을 줬는지, 강조하고 싶은 건 뭔지, 혹은 잠재적 독자층을 실구매로 연결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정보가 필요하다.

-녹스, &, 룩스로 나뉘어 있는 카테고리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것 같은 편집 방식
 잡지를 펼쳤는데 첫 페이지에 '이 책을 읽는 방법'이 나온다는 건 사실 생각하기 힘들다. 왜 잡지를 읽는데 읽는 방법씩이나 숙지해야 한단 말인가? 본지의 표현대로 환영인사라고만은 보기 힘들다. 그렇다기보다는 편집부가 '이렇게 읽어야 합니다' 혹은 '이렇게 읽지 않으면 어쩌지?' 라고 생각해 넣은 페이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애당초 그런 세세한 카테고리 구분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녹스, &, 룩스 구분이 없어도 각각의 콘텐츠가 어떤 성격인지 오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각 콘텐츠를 세 개의 파트로 억지로 나누다 보니 룩스 파트에 라이트노벨과 대중문화, 그리고 한국신화가 같이 들어가는 것처럼 구분이 모호해진 것이 아닐까? 저 셋 중에서 한국신화는 명백하게 어울리지 못하고 튄다. 만약 한국신화와 관련된 기사가 이야기 형태의 기사라 룩스 파트에 포함된다면 녹스에 속해있는 장르소설도 룩스에 들어가는 게 맞지 않을까? 녹스 리브리스, 장르 가이드, 펄프 네버 다이, 레이블 트레블 등 기획 기사도 많은 상태에서 다시 세 파트로 나누다보니 난잡하기까지 하다. 지금의 상태는 직관적이지 못하고, 그 이유는 [녹스앤룩스]라는 타이틀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지나칠 정도로 가벼워 잡담/농담에 가까운 기사
 <온라인 게임 중독>과 <Treble X Trouble>의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전자는 농담, 후자는 잡담에 해당한다. 농담은 상쾌하고 잡담은 긴장을 풀어준다. 하지만 <녹스앤룩스>에 그런 상쾌함이나 긴장해소가 필요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필자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온라인 게임 중독>은 예민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너무 가볍게 접근했고, <Treble X Trouble>은 아직도 ‘내가 이걸 왜 봐야 하나’ 싶은 생각 밖에 안 든다.

-세련된 본지에 비해 굉장히 손길을 덜 탄 것 같은 후기 페이지.
 후기? 사실 없어도 그만이다. 그래서 뭐라 하기도 그렇긴 하지만, 아무튼 실려 있다. 그런데 잘 실려 있지 못하다. 본지에 비해서 굉장하다 싶을 정도로 손이 안 간 게 눈에 확 들어와서 놀랐을 정도다. 각 잡고 거창하게 뭔가 늘어놓는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이것보다 보기 좋게 만들 수는 있었을 텐데. 아쉽고 아쉽고 아쉽고 아쉽다.

-태그
 여기서 태그는 'New Wave : 장르소설의 현좌표'에서 'New Wave'를 칭하는데, 정식 명칭은 뭔지 모르겠으니 편의상 ‘태그’라 칭하기로 하자. 위에서도 몇 번인가 언급했는데, 일부 태그가 와 닿지 않는다. 이유야 있겠다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태그나 부제 같이 콘텐츠의 내용을 압축해서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정보량이 부족한 것을 넘어 혼란의 여지까지 있다. 쉽게 보고자 만든 태그가 오히려 독자를 혼란시킨다면 문제 아니겠는가.


마무리

 아쉬움과 나쁜 소리가 만연한 감상이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고 또 기대하고 있다. 빤한 소리고 흔한 말이기도 하지만 역시 관심이 없으면 나쁜 소리조차 하지 않으니까.
 충분히 떠들었으니 쓸데없이 이 이상 떠들지는 않도록 하겠다. 좋은 책 만들어주신 분들과 긴 글 읽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한다. 그럼.
댓글 2
  • No Profile
    toonism 12.04.02 18:50 댓글 수정 삭제
    글 중간중간에 사라진 단어들이 있네요. 아마도 꺽쇠 사이에 영문이 있었던 것 같은데...
  • No Profile
    mirror 12.04.05 13:00 댓글 수정 삭제
    수정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