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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내용
안녕하세요. 4월 우수독자 단편 선정단 날개와 김이환입니다. A와 B는 계속 바뀝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왔습니다. 봄은 예쁜 벚꽃이 피고 햇살이 따뜻해지면서 마음 설레게 만드는 계절이기하고 개학이나 중간고사를 비롯해 이사와 결혼도 많아지고 약속도 늘어나는 이래저래 바쁜 시기이기도 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모두들 건필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달에는 여섯 편의 글이 독자단편 게시판에 등록되었습니다.
 
3월 16일부터 4월 15일 자정까지 올라온 총 6편의 글을 심사하였고, eartison님의 <켄타우로스>를 가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콜 미 코미 - 리메랄

 

A : 전복된 발상이 인상적인 글입니다. 컴퓨터에서 영체가 생성되어 화자로 쓰인 작품입니다. 화자는 자기 주인을 ‘반려 인간’이라고 칭하며 반려동물처럼 표현을 하고, 종일 컴퓨터 전원을 끄지 않는 ‘김종수’라는 주인에 대한 원망을 늘어놓습니다. 이렇게 사물이 화자가 되는 상상은 독자에게 이질감을 주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글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화자의 입담만으로 이끌어 가는데, 그것이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재미를 주지는 못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초반에는 신선한 발상에 흥미를 느끼지만, 중반을 지나갈수록 계속 같은 내용으로 같은 방식으로 투덜대는 화자의 목소리가 독자들에게 초반 신선함을 잊게 하고 지루해하게 만들지 않나 싶습니다. 막판으로 갈수록 화자가 컴퓨터 영체가 아니라도, 그냥 보통 회사 직원이 불만을 내내 늘어놓는 소설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하는 물음이 떠오릅니다. 서사라고 해봤자, 전원이 꺼지게 되는 일밖에 없고 엔딩이 큰 인상을 주지도 않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문장이 거칠어지고 상황 전달이 흐트러지며, 화자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특이한 발상을 했다면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호감을 전달하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할 테고, 두 번째로는 그 발상만이 가져오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B : 짧고 엽기적인 소설입니다. 컴퓨터를 화자로 삼아 무서운 사건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의 말투가 독특한데, 재미있기도 하지만 몇몇 표현은 어떤 표현은 너무 낯설어서 잘 모르겠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를 모르던 컴퓨터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언어를 습득한다면 정말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짧은 이야기는 마지막의 인상적인 반전을 향해 달려가며, 반전은 그만큼 엽기적이고 흥미롭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반전이 알듯 모를 듯 모호하게 묘사된 점이 짧은 글의 충격적인 반전으로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지금은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누가 코미를 껐는지 그리고 왜 껐는지 정황은 추측은 가능합니다만 이 점을 앞에 복선으로 더 심어놓고 결말에서 더 선명하게 묘사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록된 이야기 - 진영

 

A : 신화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체적으로 우화로 볼 수 있는 글입니다. 어둠 속에 있던 신이 빛이 있으라고 명명한 뒤에, 빛과 어둠이 섞이면서 세상에 처음으로 색을 가지게 합니다. 신은 그 색들을 분리하면서 빛을 낯이라 칭하고 어두움을 밤이라고 칭합니다. 마지막 날에는 인간을 창조하며 자기가 만들어낸 세상을 보고 보기 좋았더라며 감탄했다고 합니다. 약간 성경을 인용하거나 패러디한 부분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오히려 아예 독특한 신화를 만드는 게 이 글에 더 매력을 부여할 것 같습니다. 내용은 인간들이 밤이 왜 있는지 의문을 가지며 밤과 낮을 분리하기 위해서 다투고 마침내 분리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다가 낮만이 있는 세계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면서 신이 다시 밤을 가져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됩니다. 이것은 마치 밤낮없이 일만 시키는 한국 사회를 연상시키는 우화로 기능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이야기를 읽는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일방적으로 밤과 낮을 가르고 낮만의 세계를 조명하는데, 밤만의 세계도 같이 비쳐준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은근슬쩍 밤을 가져오고 끝내버리는데, 이 점은 독자에게 허무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 결말이 가장 아쉬운 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B : <기록된 이야기>는 신화를 흉내 내고 있습니다. 태초에 신이 있고 빛을 창조해 낮과 밤이 교차됩니다. 몇몇 어리석은 인간들이 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는 혼란으로 이어집니다. 대중은 우매합니다. 전쟁이 일어나도 모르고 그림자만 봐도 의심을 버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반복되는데, 이를 상징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신에 가까운 존재일수록 현명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어리석음을 강조하는 것이 글의 목적이지만 한편으로 너무 평면적으로 흘러가는 글이 아닌가 합니다. 밤에 잠을 못 자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이유를 스스로 깨닫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인간들의 모습 같은 것이 그 예라 하겠습니다. 신은 인간을 위해서 노력하지만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는 점을 알리는 설정이기는 한데 다소 쉬운 아이디어에만 의존한 설명 같습니다.

 

 

 

남들과 조금 달랐던 어떤 소녀의 이야기 - 나즈

 

A :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로 우화의 성격을 띠는 글입니다. 고아가 된 소녀가 하늘에 커지게 만들어달라고 기도를 하고 이것이 이루어집니다. 소녀는 혼자서도 마음대로 뛰놀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어른들이 소녀를 감시합니다. 소녀는 마을을 떠나 숲으로 들어가 동물들과 삽니다. 여기서 소녀는 바다로 가려다가 한 새의 제안으로 도시로 갑니다. 도시에서 몸의 크기 때문에 건물을 부수고 사람들을 다치게 한 뒤 미안하다며 목적지인 바다에 도착합니다. 글은 갑자기 바다 속에서 소녀가 울지 않고 상처입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지 물으며 끝납니다. 남들과 다른 돌연변이, 소수자들을 은유하는 우화로 읽을 수 있는 글이지만, 인과 관계가 지나치게 적고, 사건들이 동화보다도 단조롭고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일종의 떠오른 발상만 늘어놓은 느낌으로, 구체적 서술 없이 평이한 이미지들만 읽힙니다. 엔딩은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좀더 플롯을 보강하고, 독특한 이야기와 색다른 이미지들을 전달해보려고 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B : 마치 동화처럼 서술하고 있고 소재도 동화적이지만 동화라기보다는 동화를 패러디한 씁쓸한 이야기입니다. 부모 없이 외로운 소녀는 키가 커지길 바라는데 키가 커져도 소녀의 소원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멈추지 않고 자라는 키가 여러 가지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힘없는 자를 괴롭히면 결국 그 고통이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교훈 같기도 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수록 자신이 더 초라해 보이는 인간의 심리를 묘사하는 것도 같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만 한편으로는 간단한 아이디어만이 조립되어 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아이디어는 그만큼 착안해내기도 구성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글은 익숙한 동화, 신화들이 단순하게 재조립되어만 있습니다. 간단한 아이디어로 시작해 그 안에서만 머문 것 같습니다.

 

 

 

유령선 - Cpt.kirk

 

A : 우연히 티켓을 주워서 연합 최대의 우주 여객선 ‘아키반’에 타게 된 ‘캐시’가 주인공 시점인 글입니다. 우연히 여객선에 탄다는 것은 어떤 서사가 펼쳐질지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런데 그 뒤로는 소설이 중심을 잡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소설은 크게 인물 중심과 플롯 중심으로 나눌 수 있을 텐데, 이 소설은 어느 쪽으로도 가지 않고 양쪽 다 약한 느낌이 있습니다. 인물을 살리려고 했다면, 캐릭터성을 강조해서 ‘캐시’가 어떤 인간이지, 무엇을 갈망하는지,(그냥 체념 속에 살아가는 가난한 여자라는 진부하고 단순한 1차적 발상의 인물은 매력적이거나 새로운 인물이 되기는 아무래도 어렵겠지요.) 욕망을 부여하고 독자나 소설 속 인물들이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갖게 할 캐릭터성이 살아나야 했는데, ‘캐시’는 약간 색채가 옅은 인물이라는 느낌입니다. ‘마크’는 더 그렇습니다. 입체적이지 않고 단면적이며 어떻게 보면 굉장히 도구적 인물이고, 애정을 느끼기 힘든 장치적인 느낌입니다. 그냥 지나가다 우연히 만난 부자 남자A 이기 때문에 아쉬웠습니다. 인물이 살지 않기 때문에 소설 전체의 매력이 덜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주인공인 ‘캐시’의 매력을 확장시켰다면 이 소설의 비극적인 플롯이 더 와 닿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캐시가 첫 여행이 끝 여행이며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도 독자의 감흥이 안타깝거나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플롯 중심으로 소설을 구성했다면, 초반에 갑자기 나타난 우주선을 뜬금없다고 느껴지지 않게 앞에 암시와 복선을 활용해서 조짐을 보여주고 독자가 어느 정도 여러 가지 예측을 할 때, 자연스럽게 뒤의 서사를 보여주면서 앞과 뒤를 연결시켜 독자가 구조적 안정감을 느끼고, 소설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혹은 재난이 닥친 우주선을 첫 장면으로 보여주고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역추적하는 플롯도 가능하겠지요. 3인칭을 활용해서 몇몇 다른 의미심장한 장면을 껴놓을 수도 있을 테고요.) 어떻게 인류가 파국을 맞게 되는지 한 사람의 눈으로 본다고 해도 전체적인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 비출 수 있는 방식으로 플롯을 짰다면 소설이 SF 재난물의 한 형태를 이루었을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B : 도입부는 인상적입니다. 잘생긴 남자가 흘린 표를 주운 여자는 우주선에 탑승합니다. 그리고 모험이 시작될 듯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별다른 굴곡도 반전도 없이 직선으로만 진행됩니다. 표를 흘리는 잘생긴 남자, 그리고 나타난 또 다른 남자 마크, 대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행성들 등 어느 것도 글의 후반에서 다시 언급되지 않고 사라질 뿐입니다. 느닷없이 등장한 외계인이 이야기를 마무리 짓죠. 이런 구성은 단편 소설보다는 장편 소설 도입부에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글이 더 진행되어 앞에서 언급된 요소들이 나중에 회수되어야 하겠죠. 그리고 소설 속 단어 중 '네가티브' 드라이브와 '음' 에너지같이 통일되어 있지 않은 표기는 통일해서 사용하는 편이 자연스러울 듯합니다.

 

 

 

줘도 못 먹고 떠먹여 줘도 못 먹는 남자 - 유이립

 

A : 원고지 146매나 되는 상당한 분량의 단편입니다. 이런 분량일수록 이야기가 중심을 잘 잡은 상태로 독자를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독자들이 낯설어할 만한 특이한 세계관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독자를 끌어당기기보다는 밀어내고 있고,(세계관이 흥미롭거나 매력적이지도 않은 느낌입니다.) 인물 역시 독자가 호감을 살만한 인물이라기보다는, 독자가 비호감을 느낄만한 인물을 중심인물로 설정하여 전체적으로 이야기에 집중하기가 힘든 글처럼 느껴졌습니다. 일단, 이 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아니라 다른 가상의 세계입니다. 이런 다른 세계를 독자에게 전달하려면 여러 장치가 필요합니다. 작가는 주로 대화로 풀려고 하고 있는데, 이 점이 낯선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또한, 갈등이 발생하고 설명하는 것도 모두 마지막에 장광설, 긴 대사로만 풀고 있는데, 사실 소설에서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자 진부한 방식은 대화로 뭔가를 설명하는 것일 듯합니다. 그보다는 묘사와 행동을 통해 독자가 자연스럽게 유추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게 노련하고 또한 매력적인 소설들의 방식인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낯선 세계관을 말로 전달만 하다가 끝난 느낌이라, 독자가 제대로 된 이야기를 읽었다기보다는 이런 세계관에서 이런 갈등이 있다면 어떻겠느냐는 작가의 발상이 아직 이야기로 체화되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소설이 발상이나 설정이 앞서게 되면 플롯이나 인물이 죽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의 경우에도 세계관이나 설정을 중점에 두느라, 인물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독자가 감정이입을 할 여지를 주게 만드는 것을 조금 간과한 것 같습니다. 대화로 설명되는 갈등도 인상적이거나 빠져 들만한 요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인물의 욕망을 더 실체가 잡히게 그렸다면(구체성이 살아나게 - 특정 사람을 원한다는 식이거나, 가족이나 주변 상황을 핍진성 있게 그리거나) 자연스럽게 주인공도 생명력을 얻고, 공감대를 형성할 여지가 있었을 것 같고, 그로 인한 갈등 역시 더욱 흥미롭고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 『클로니클』이 떠오르는 면면이 있었는데, ‘클로니클’에서 세 친구가 잘 형성된 만큼, 마지막의 대립과 갈등이 어떤 힘과 매력을 가지는지를 살펴보면, 이 소설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2010 한글에서 맞춤법 검사를 하셨다지만, 아직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글의 가독성이 떨어지고 읽기에 집중하기가 더 힘든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건 기본적인 맞춤법을 일단 숙지하시는 것이겠지만, 검사기를 사용한다면 우리말 배움터( http://urimal.cs.pusan.ac.kr )에 있는 맞춤법 검사기를 추천합니다. 한글의 기본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나고 자세한 안내가 나옵니다. 한 번 활용해 보세요.

 

B : 여자 친구를 갖고 싶어 하는 소년 효성의 욕망에서 이야기는 출발합니다. 욕망은 효성을 움직이게 하고 이것이 영웅담으로 연결되기까지 이야기는 독특한 상황을 연이어 통과합니다. 절반은 진지하지만 절반은 농담 같은 분위기의 글입니다. 제목을 보면 농담 쪽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어떤 경우에는, 예를 들면 '스물다섯까지 여자 친구를 못 사귀면 마법사가 된대.' 라는 말에 이어지는 '무슨 소리야 마법사들은 멸종했고 완전히 사라졌어.' 라는 대답은 농담이 아니라 진지한 설정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증기기관차와 피시통신과 요플레와 마법이 같이 등장하는 낯선 설정 속에 있고 '미성년 의무 노동 조원' 등의 낯선 명사를 늘어놓고 있으나 설명은 적습니다. 초반에 등장하는 모스맨이나 거미 괴물은 후반에 중요하게 등장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미성년 의무 노동자들의 산발적인 시위나 지구를 침공하는 괴물 계급 착취 같이 암울한 이야기 속에는 효성의 자리가 마련되어있는 것 같고 효성이 영웅으로 각성하면 이야기가 풀려나갈 것 같지만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설명되지 않는 이유는 효성이 영웅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속 시원한 장면이 없는 결말이 허무하지만 이것 역시 글을 관통하는 하나의 커다란 농담입니다. 다소 거친 문장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글 전체에서 맴도는 독특한 분위기가 재미있는 글입니다.

 

 

 

켄타우로스 - eartison

 

A : 켄타우로스 경마라는 게 있는 근미래를 다룬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승용’은 회사가 망했고, 빚독촉에 시달리는 남자입니다. 6개월 전 돈을 빌려주었던 우식이 찾아와, 팔을 잘라 팔면 돈이 된다고 말해줍니다.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설정이지만, 현실의 장기매매를 은유한 듯한 설정이 계속 글을 읽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미래이지만 ‘켄타우로스 경마’와 신체를 절단해서 판다는 설정만 독특할 뿐, 나머지는 다 현재와 유사하다는 점이 이채로우면서도 어리둥절하게 느껴지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특히 돈의 액수가 현재와 유사해서 좀 어색하게 다가왔습니다. 차라리 돈의 단위나 여러 배경 설정들까지 이색적이면 다른 평행세계를 그린 듯한 느낌을 더욱 주면서 이런 이질성은 좀 해소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야기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전개되면서도 안정적인 문장과 전개로 인해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힘은 끝없이 파멸해가는 승용의 비극성을 잘 전달해 줍니다. 반전은 아니지만 엔딩이 상당히 강렬하며 이야기의 매력을 높이는 것 같습니다.

 

 

B : 사업에 실패한 남자는 빚을 갚으려 신체를 팔기 시작합니다. 남자는 조폭, 사채, 도박, 장기거래 등에 얽매이면서 더 깊은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암울한 이야기입니다만 어느 정도 익숙하게도 보입니다. 사회적으로 실패한 사람을 다루는 이야기는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된 느낌입니다. 글은 덧없는 희망만을 따라가는 남자의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켄타우로스나 기계로 만든 팔 같은 장르적 소재도 비극을 더 강조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남자가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맹목적인 희망만을 따라가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그것이 인간이 가진 여러 어리석은 면모 중 하나일 것입니다. 글에서 켄타우로스는 중요한 소재인데 정작 켄타우로스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반인반마의 모습은 쉽게 떠올릴 수는 있으나 반인반마들이 어떤 식으로 경마를 하는지 더 자세히 설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4월 독자 우수단편 가작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거울 독자우수단편에 선정되신 분들께는 책을 한 권씩 보내 드립니다. eartison님은 pena12@gmail.com 으로 우편물 수령할 주소, 성함, 전화번호 (택배 발송시 필요)를 보내 주세요. (상품인 책 발송은 1~2주 정도 걸릴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댓글 3
  • No Profile
    그리메 13.05.01 08:30 댓글 수정 삭제

    감사합니다. :)

  • No Profile
    eartison 13.05.01 13:13 댓글

    부족한 글, 가작으로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 No Profile
    Cpt.kirk 13.05.07 16:45 댓글

    흐미... 무슨 문제인지 확실히 알겠어요!

    근데 아는 것과 그렇게 쓰는 것은 또 다르겠죠... OTL

분류 제목 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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