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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 붉은 낙타

2005.01.28 20:2601.28

괴소년



  하늘이 눈 멀 듯 하얗게 불타는 가운데 태양이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오만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가운데 낙타는 은빛으로 푸르게 빛나는 사막을 걸었다. 그것은 순수한 야생의 동물로, 오랜 모래바람에 늙고 병들어 이제는 한 줌의 생기조차 말라 버린 것 같았다. 기름지고 봉긋했을 혹은 문둥이의 손가락처럼 볼썽사납게 덜렁거렸고, 뒤틀린 다리는 고장 난 마차바퀴처럼 삐걱이며 우울한 그림자를 모래 위로 질질 끌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는 어떤 아름다움도 지혜도 읽어낼 수 없었으며 어떤 자비도 이 낙타의 생을 위해 베풀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 단지 그곳에는 지긋지긋한 남루함과 쓰게 조소하는 검은 눈과,

  ㅡ낙타의 붉은 몸뚱어리만이 있었다.





  내가 그 그림을 보았던 것이 언제인가는 분명하지 않다. 확실한 것 한 가지는, 학관에 입학할 무렵의 나는 그 그림에 대해 떠올리기는커녕 그 존재조차 기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학관學館이란 일종의 교육 기관으로, 순수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학문과, 이를 응용하여 우매한 민중을 보다 나은 길로 인도하는 데 필요한 모든 종류의 기술을 가르치는데 그 뜻을 두고 있었다. 학관은 가장 효율적이고 현명한 제도 중 하나로, 상당히 엄한 기준을 세우고 전국에서 재능과 성정이 탁월한 학생을 추려 교육, 양성된 인재들에게 통치 조직이나 연구조직의 모든 주요한 임무를 맡도록 하였다. 학관의 학생들을 대개 화원㕦員이라 부르는데 일반 사람들이 그네들을 반은 존경하는 의미로, 반은 조롱하는 의미로 그리 부르는 것이었다. 화원들은 대개, 아니 전부가 선택되었다는 것을 대단한 행복과 영광으로 생각하며 그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쳐 학관에 들어가게 되었는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하급 학교 시절 고어와 화술에 뛰어나고, 미술에 남다른 흥미를 지니고 있던 촌부의 학생에 불과했으므로, 그 중 무엇이 학관 심사위원의 마음에 와 닿았는지는 이제야 짐작으로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금박이 입혀진 통지서를 받았을 때부터, 나 또한 화원으로 선택받았음을 일종의 은총으로 여기게 되었고, 학관에서의 첫 십 년 간 우수한 화원에게 요구되는 모든 종류의 덕목을 천천히 닦아나갔다. 그리고 늘 그러했듯이, 훌륭한 화원의 덕목에는 예술적 자질 따위는 전연 없었다.

  기본적으로 학관은 화원이 가질 법한 모든 종류의 학문에 대한 욕구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연구 활동을 지원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학관은 국가를 위한 인재 양성 기관이므로 화원들에게 특정 분야의 학문을 요구하는 때가 종종 있으며, 관내 관리부에서 다년간의 활동 내역을 토대로 개개인의 적성을 판단, 학문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화원들 또한 그런 류의 객관적 판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연구의 향방을 가늠하므로 어느 쪽이든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었다.

  나 또한 학관 초기의 자유롭고 사색이 충만한 생활 가운데 모든 인간과 민족의 값지고 진실한 삶을 배우는 과정을 지나, 지식의 운용에 새로이 몰두하게 되었을 때 학관으로부터의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화원들이 그러했듯이 나는 관리부의 뜻에 이견이 없었고, 그리하여 학관에서의 열 번째 겨울, 정치학의 고급 과정을 밟기 시작했으며, 오래지 않아 많은 선학先學들과 친분을 맺어 견고한 관계의 그물을 짜 나갈 수 있었다. 그 그물의 한가운데는 유달리 나를 총해하던 이가 하나 있었는데, 그는 학관과 도시의 관리부뿐만 아니라 국가의 행정 당국과도 오래 접점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종종 나를 찾아와 그가 나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좋은 외교관이 될 명백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그의 진심임을 나 또한 언제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내가 마주하고 있는 학문의 모든 문제에 대해 사려 깊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드물게 속세의 혼탁함과 그럼에도 우리가 대중을 교화하고 선도해야함에 대한, 그가 추구하는 원리나 영광스러운 이상에 대해 말하곤 했다.

  이와 같이 우리의 관계가 활기를 띠고 우정이 두터워지는 동안, 불행하게도 나는 연구에 열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산만해져 학관의 질서 가운데 융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나를 제어하는 법칙에 항거하는 공상과 욕망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을 제어하는 노력은 용이치 않았고, 본질적으로 순화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는 나의 상태를 어렵지 않게 눈치 챘으며, 누구에게나 있는 과도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으나 몇 번의 대화 끝에 문제의 본질을 깨달았다. 그는 나를 괴롭히는 예술에 대한 목마름에 대해, 그것이 어떤 종류이고, 오래된 것이며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되어야 함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내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자네는 우수한 언어학자이며, 촉망받는 외교학자이다. 내가 아는 한, 이곳에서 가장 재주를 타고났으며, 겸손하나 굽히지 않고, 순종적이나 진취적인 덕성을 타고 났지. 그리고 그대는 남몰래 고금의 아름다운 형상들과 색채를 사랑해 왔고 말일세. 물론 그것은 자네의 학문으로 높은 직위의 일을 다 하기에 부적당한 것이야. 그러나 그대는 절제와 꾸준한 수양으로 우수한 화원의 의무를 다하고 있으며,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인물임에 틀림없지. 이로 인해 자네가 쌓아온 존경을 잃게 된다면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야. 그러므로 나는 그 답답함을 풀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이 폭넓은 교양의 일부로서 잘 정제된 예법과 오래고 고귀한 형식을 갖춘다면 누구도 그대의 이름을 위태롭게 하지 못할 것이며 그대 또한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을 테지.”

  나는 그의 뜻을 받아들여 붓을 잡았다. 예상했던 대로 그림 그리는 것은 내게 기쁨과 안정을 가져다주었으며 더욱 나은 연구 결과와 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선물했다.

  그러나, 나는 매일 반 시간씩 화판 앞에 서도 그보다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다. 나는 처음 붓을 잡았던 날 나의 자질이 고작 반 시간짜리임을 깨달았으며 더 이상 투자할 가치가 없음도 알았다. 그 깨달음이 번복되는 일은 없었고, 결국 나는 그 시간이 단순한 갈증의 해소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인정했다. 이미 학관의 졸업 연구를 수행하고 있던 그 선학은 나의 이러한 태도를 흡족히 생각하였으며 여전히 나의 생활과 연구 -정말로 가끔은 그림에 대해서도- 조언과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더더욱, 그 여름의 일은 나를 아는 모든 이에게 꺼림칙한 놀라움이 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 해 여름은 유난히 시끄러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열기에 짓눌려 낮아진 세상은 어린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태양을 피해 다녔고, 바람은 가쁜 숨을 내쉬며 늙은 코끼리처럼 느릿느릿 걸어갔다. 동쪽에서의 오랜 전쟁이 끝나고 사절단이 오가기 시작하자, 한동안 드물었던 유민과 방랑자들이 하나 둘 숲을 나와 도시로 흘러 들어왔다. 거리에는 이방의 말이 심심치 않게 흘러 다녔고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래와 춤과, 괴이한 습속의 물건들이 피부색도 제각각인 사람들에 의해 발을 달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세속의 남루함과 소란스러움 속에 잘 버무려지고 여름의 습기에 푹 삶아져 기묘한 풍미를 냈다.

  그러므로 그 발단이 동경이었든 단순한 호기심이었든 간에, 삶의 냄새가 뜨겁게 휘몰아치는 담장 너머로 몰래 발을 드미는 화원이 하나 둘 늘어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학관의 관리자들은 이를 일종의 신앙 검증으로 여기는 듯 일탈을 묵인했고, 화원들도 그러한 학관의 의도를 알고 있었으므로 축제를 적당한 선에서 휴가처럼 즐겼다. 나 또한 여름 내 그런 무리에 끼어 식자의 오만한 우월감과 어린아이의 무지한 탄성 사이를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그리고 이러한 종류의 놀라움들이 덤덤한 색채로 까맣게 덧씌워질 무렵, 나는 허름한 천막의 유랑 예인단을 보았다.

  광장에서 한걸음 비껴난 골목, 불결한 공기만이 안개처럼 맴도는 성벽 모서리에 세운, 성실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허술한 가설무대, 연극, 인형극, 광대, 가수, 마술, 불놀이, 이 모든 자질구레한 것들 사이에, 도도한 춤자락으로 웃는 나비가 한 마리 있었다.

  그 여자는 남부의 집시처럼 보였는데, 작은 북을 들고 춤추며 북놀음을 하고 있었다. 춤은 세련되지 못했고 리듬도 유려하지 않았다. 허나 천박한 색으로 팽팽한 몸을 감싸고 매혹적인 미소를 던지는 여자들 중에, 그렇게 한 동작 한 동작을 온 우주에 새기듯 또렷하게, 날아오르듯 춤추는 여자는 여태껏 없었다. 그 여자의 거칠고 맹렬한 발돋움과 건방지게 쏘아보는 눈빛, 거침없이 뻗는 몸짓에는 흔들림이 없어 마치 강인한 왕과도 같았다.

  그리고 나는 날개처럼 펄럭이는 여자의 붉은 머리채에서, 오래 전 잊었던 낙타의 잔영을 보았다.








  마법의 시간이 끝나자, 나는 무대로 다가가 여자에게 그녀가 실로 아름다웠으며, 싫지 않다면 내 모자란 그림의 모델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자는 새빨간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뱅뱅 감으며 뚫어져라 나를 바라보았는데, 정말로 목적이 그것뿐이냐고 묻는 듯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낙타 그림의 이야기를 해야 했으며, 이야기가 끝나자 여자는 세상이 떠나가라 웃으며 내게 말했다.

  “당신, 화원 주제에 정말 대단해. 그림을 그린다고? 뭔가 착각하고 있네. 일단 당신이 화원이라든가 돈을 주겠다는 건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 하지만 당신은 날 그리면 무언가 달라질 거라고 믿고 있잖아? 그 그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웃기지도 않는 일이야. 그건 오산이야. 아마 당신은 날 그릴 수도 없을 거야. 난 그런 바보 놀음에 동참하고 싶지 않아.”

  “아닙니다. 나는…….”

  “당신이 그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군. 지금 당신은 단지 과거에 인사를 보내려고 하는 것뿐이야. 그런 건 가치가 없어. 돌아가. 정 빨간 머리 여자가 필요하면 딴 데 가서 알아보라고.”

  망치로 호되게 얻어맞은 느낌에 어지러우면서도 너무 명확한 것들이 오히려 당황스러워서, 갈고 닦았던 화술도 간데없이, 신음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붙잡아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어설픈 변명은 할 수 없었다. 경멸도 동정도 아닌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여자는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더운 바람에 탐스런 머리채가 거만하게 일렁였고, 그 일렁임은 파도가 되어 나를 더 혼란스럽게 몰아쳤다. 일순간 나는 내가 낙타와 나에 대해 바닥까지 생각해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점점 멀어져 가는 여자의 황혼 같은 베일이 그런 나를 비웃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정말 과거에 인사를 하고 싶은 것뿐일까, 아니면.

  “…당신이 본 것은 옳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그림의 주인은 당신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낙타가 죽는 이유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천천히 뒤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눈썹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고, 입술이 말려 올라갔다.

  “그리고 당신과 함께 한다면 나의 강에, 갈림돌이 하나 더 놓이겠지요.”

  그녀는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분명했다.

  “…내일 그림자가 물 끝에 닿을 때, 남쪽 언덕으로 와.”

  도시의 남쪽 문 바깥은 길에서 약간 벗어난 한적한 구릉지대로, 야트막한 땅이 꿈틀거리듯 뻗어 멀리 사막까지 닿아있다고 했다. 구릉은 큰 숲이 없이 교목이 간간이 섞인 키 작은 관목들로 메워져 있고, 그 아래에는 한계선 이북과 세계의 끝 이남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딱새와 멧새, 종다리와 개개비, 지빠귀 등 꽃 만큼이나 많은 새들이 햇살을 부리에 물고 숲을 누볐고, 바람을 쪼며 노래했다.

  내가 언덕을 올랐을 때, 그녀는 언덕 한 가운데 선 늙은 참나무 -근방에서 가장 큰- 아래에서 춤추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춤을 그치지 않았고, 나는 끝없이 흐르는 춤을 방해하지 못하고 가져온 화판을 풀밭에 내려놓은 채 태양이 질 때까지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제 본 춤과는 사뭇 다른 춤인 것이, 어제의 춤이 싸우는 왕의 춤이라면 오늘의 춤은 날아갈 듯 날아가지 못하는, 꿈꾸는 어린 새의 춤 같았다.

  하지만 내가 놀란 것은 정작 그 때문이 아니었다. 화원에게 춤이나 노래는 경건한 예식을 진행하거나 대제를 찬양할 때나 사용되는 것으로, 함부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오로지 위대한 승리자의 광명을 노래해왔으며, 잘 다듬어져 완성된 전승의 형식으로만 다루어져야 했으므로 감히 필멸의 번뇌나 부정함, 하찮은 피조물 따위를 어떤 방식으로든 찬미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것이 학관에 낮은 예술이 없다는 말의 의미이다.

  그러나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춤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살며 죽어가는 생명을 춤췄으며 끓어오르는 사랑을 노래했고, 모든 낮은 이의 운명을 한탄했다. 그녀는 아무렇게나 춤을 췄고 높은 하늘 아래 감히 부끄럼도 없이 작은 아기새처럼 노래했다. 그녀가 노래이고, 노래가 그녀이듯, 마치 숨쉬듯 춤췄다.

  그녀의 자유분방한 행동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내게 일종의 경이였다.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고금의 위대한 지혜를 연마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어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어떤 비전秘傳같은 것이, 무의식중에 온기가 몸을 녹이듯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그녀의 춤은 내가 알던 세계에 원형의 파문을 그리며 신기루처럼 천천히 나의 세계를 바꾸어 나갔다. 나는 환희인지 공포인지 모를 감정의 회오리 속을 쉬이 해쳐나가지 못하고, 소용돌이의 중심에 앉아 떳떳하지 못한 채 눈먼 추종자처럼 애써 그 붉은 발자국을 쫓아야만 했다. 그 발자국은 나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신비한 향내가 밀려오는 먼 남쪽으로 인도했지만, 나는 언제나 회오리의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어린애처럼 망설였다. 그때마다 그녀는 안타깝게 웃으며 그 나비 같은 움직임으로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 노래를 부르고, 음악에 발장단을 맞추곤 했다.

  그림의 완성은 더뎠다. 한 달 남짓한 시간동안 수십 장의 스케치가 버려졌고 그만큼의 좌절과 재기가 그만 잠들고 싶어 하는 나를 두들겨 깨웠다. 그 무렵의 나는 그녀가 말한 그림의 의미라든가, 학관에서 비아냥거리며 말하곤 했던 낮은 예술이란 것을 어렴풋이 이해할 듯도 했지만 그것이 그림의 완성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내가 그녀를 그리기 위해 얻어야 할 것은 다른 종류의 무엇이었으며, 그렇게 명확히 느끼고 있음에도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명암선 하나를 그어 넣기 위해서 며칠을 지새워야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에 화원들 사이에 나에 대한 좋지 못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도 알았으나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학관 밖의 천민과 화원 사이의 농도 짙은 염문은 드물긴 했으나 없는 일은 아니었으며,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심각하게 문제시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동안 소원했던 그 선학이 나를 찾아왔을 때도 그녀나 그림에 대한 일로 찾아온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처럼 나와 함께 화랑을 걷길 원했고, 우리는 주위의 시선과 웅성거림에도 아랑곳 않고 역사와 수비학 따위를 논하며 내 작업실까지 걸었다. 나의 최근 작품을 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나는 흔쾌히 그녀의 초상들을 보여주었으며, 정말로 순진하게도 그 그림들에 대한 평을 부탁하고야 말았다. 그는 여전히 침착했지만 내 말이 떨어진 순간, 훨씬 그 이전부터 품어 왔음이 틀림없을 노기를 옅게 드러내 보였다. 그러나 역시 그답게 나에게 조언했는데, 그는 말을 효율적으로 가려 쓰는 법을 알았고 또 능숙하게 그런 어법을 구사할 줄 알았으므로, 그 특유의 온유한 말은 나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가 나의 진일보한 기술과 조형에 대한 감각 따위를 칭찬할 때, 나는 그가 너그러운 아량으로 나의 일탈을 눈감아 줄 용의가 있으며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 소중한 인도자이며 이해자라는 것을 확신했다.

  “…이제 자네는 외교부가 아니라 화서畵署에 적을 두어도 좋을 만큼 실력을 갖췄네. 웬만한 경력의 도제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겠지. 그러나 나의 친애하는 형제여. 그대의 그림은 어느 샌가 광휘를 등지고 이제는 고귀하지도, 예스럽지도 않아서, 내가 처음 그대에게 권유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지를 치고 말았지. 우리는 오로지 부단한 수양에 의해 저 높은 좌에 오르신 열둘의 승리자들을 찬양하고 그곳에 가까이 가기 위해 살아야 하네. 그것은 세상이 열두 목의 바다로 이루어졌다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것이지. 그대의 형상은 비길 데 없이 빼어나지만 그건 위로 올라 빛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내려가 저 혼탁함 속에 뒤섞여 사라지는 것일세. 그것이 아름다울 수는 있지만 언제나 지독한 유혹임을 잊지 말게나. 창연한 광영의 길을 벗어나 속된 길로 떠난 자들이 저 춥고 더러운 거리에서 어떻게 추잡하게 죽어갔는가는 누구보다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터. 나는 그런 길을 선택한 안타까운 이들을 많이 알고 있네만 그들 중 누구도 제 이름을 온전히 보전한 자가 없지. 나는 그대의 친구이자 인도자로서 큰 불안을 느끼네. 나는 그대를 너무나도 아끼고 있고, 까닭에 그대가 자신이 가진 가치를 망각한 채 남루한 삶을 살게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네. 길은 이미 준비되어 있고 자네는 저 높은 곳에 오를 권리와 재능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잊지 말게나. 오래지 않아 모든 영광과 권세가 그대를 위해 빛날 테니.”

  그의 말은 분명 옳았고, 곧 정체의 감옥을 꿰뚫는 차가운 작살이 되어 붉은 발자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망설이고 있던 나를 꿰어 끌어올렸다. 나는 학관의 가운데 서서 어느 틈엔가 자신의 처지를 까맣게 잊고 있는 나를 보았으며,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몰입하고 있던 자신에 놀랐다.

  그리고 비로소, 내가 그녀를 화폭에 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녀는 내가 낙타의 땅으로 가기 위해 놓았던 갈림돌 그 자체였으며, 그녀를 그리겠다 마음먹은 나에 대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나는 숨쉬듯 춤추는 예술에 목말라 하면서도, 여전히 불안정한 디딤돌에 두려움을 느꼈고 약속된 영광에 취해 있었다. 그래서 그 둘을 양립시킬 힘이 내게 없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갈림길 위에 바늘로 꽂힌 듯 멈춰 서 버리고 말았다.

  그 후로도 며칠 동안, 나는 언덕에도 학관에도 발을 들이지 않고 빛이 들지 않는 외진 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냈다. 자꾸 선택을 종용하는 세계가 두려웠고 이윽고 어느 한 길로 들어서, 어떤 한 가지를 영영 잃어버리고 말 나를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를 일주일 째, 회랑을 지나다 여전히 언덕 위에서 피어나듯 손짓하는 붉은 나비를 보았을 때, 나는 눈앞이 텅 비어버렸다. 언덕으로 달리는 내 등에는 화판이 매여 있었고, 이미 완성되어 색으로 가득 차있었으나 그녀의 머리칼만이 텅 빈 색으로 남은 채였다.

  선학의 말은 옳았다. 잠시라도 날지 않으면 죽어버릴 듯 춤추는 그녀는 그녀를 내리 누르는 태양에 지쳐 이제 떨어지는 꽃송이처럼 초라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피로 얼룩진 흉터가 질 날이 없었음에도 그녀는 분명 아름답게 살아 있었고, 나를 돌아보는 눈빛은 낙타의 그것처럼 오만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시간이 멈춘 땅에서 온 사람처럼 아주 천천히, 분명하게 그림을 완성할 수 없었다고 말했고 그녀가 무언가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녀 또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하는 것처럼 웃으며 다가와, 붓을 들고 화판에 대더니, 내가 놀랄 새도 없이 가볍고 경쾌하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림은 흡사 코끼리 발로 문지른 것 같이, 세상의 절망을 뚫고 나왔다는 듯 기괴한 모습이 되어 시원하게 웃어젖혔고,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이 그림, 사실은 완성할 필요가 없었어. 그렇지?”

  그제야 나는 그것이 정말로 아무 일도 아님을 깨닫고 덩달아 웃었고, 오히려 그림의 놀라운 형상에 만족했다. 그렇게 난생 처음 바다를 걷게 된 아이처럼, 순수하게 기쁨만을 위해 웃고 있는 내게, 그녀는 세계를 검 끝에 올려놓은 여신의 딸처럼, 엄숙하게 말했다.

  “나는 화원도 아니고 그림도 그릴 줄 몰라. 그러나 춤추며 기뻐할 줄은 알아. 그리고 나의 그런 기쁨이 당신이 나를 그리며 얻는 기쁨과 같은 것이고, 살아 있는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나를 그리기를 망설인다는 것도 알지. 마치 항아리 속을 들여다보기 무서워하는 어린애처럼.

  당신은 나를 선택함으로써 안식을 잃고 초라해질 것이 두려운 거야. 인간은,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가졌기 때문에 한 발짝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 법이니까. 나는 당신이 내 초상을 완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 이곳에서 당신은 모든 것을 가졌기 때문에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지. 그래서 당신은 나를 그리지 못해. 반대로 나를 얻으면, 아무 것도 가지지 않는 대신에 모든 것을 얻게 될 테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안 돼. 이렇게 추악한 승리가 숭배되는 땅에서는 당신도, 나도, 아무 데도 갈 수 없어.”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나의 세계를 바꾸어 버릴 선택을 요구했다.

  “-남쪽으로 데려가줘. 저 붉은 왕의 땅으로, 나를 데려가줘.”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이름을 얻은 것 같은 환희와, 미래의 바닥돌을 알게 된 희열과, 온전히 나 자신으로 설 수 있는 자유를 보았다. 그와 동시에 저 강인하고 아름다운 꽃부리를 감당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예감과, 안락한 새장에서 풀려난 새의 공포를 느꼈다.

  그래서 나는 대답을 회피하며 언덕을 도망쳐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여름은 막바지에 이르러 미친 듯 남은 생명을 불살랐다. 세상은 질식할 것 같은 빛의 포화를 피해 그늘로 스며들 듯 숨을 죽이며 돌아섰고, 대기는 너무나도 밝아 그 아래에서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은 저마다의 초라함을 저주해야 했다. 그러니까 그 날이, 나에게 선택의 활시위를 재촉한 그 날이, 그렇게 압도적인 찬란함으로 무장하지 않았더라면 내 선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다음날 오후, 그녀가 속한 유랑 예인단의 난장이 하나가 찾아와 그녀가 첩자로 몰려 화형 당할 거라고 말했을 때 말이다.

  나는 무의식중에 아침 일찍 학관을 찾아왔던 구레나룻을 기른 정보부의 한 관리를 떠올렸고, 그가 한 말을 되새기려 애썼다. 그는 협상을 위한 제물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곁에 서서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던 나와,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런 나를 바라보다, 좋은 희생물을 한 마리 알고 있다고 조용히 이야기 하던 그 선학의 얼굴이 뇌리에 뚜렷이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날카롭게 벼려진 작은 칼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가정 하나를 깊은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그런데 마침 그 선학이 찾아와, 가을에 있을 외교부의 승급 심사에 내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곁에 세워진 그림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단지, 나의 긴 노력이 이제야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고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가 떠난 뒤, 나는 갑자기 태양이 너무 뜨거우니까, 지금 나섰다간 치안 사무국까지 가는 길에 녹아 버릴 것이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해가 저물 무렵에야 마지못해 일어섰다.

  화원의 백금패를 제시한 뒤 내려간 감옥은, 어둡고 차가워서, 지상의 찬란함을 내쫓아 나의 머리를 깨우고,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주머니의 칼을 쥔 손아귀에 더욱 힘이 들어가게 했다. 나는 그제야 어째서 그 천진한 난장이의 표정 대신, 선학의 표정만이 여름 낮의 태양처럼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 할 수 있었다.

  사방이 어두운 가운데 그녀는, 가느다란 밧줄에 묶여 넝마처럼 매달려 있었다. 얼굴빛은 창백했고 헐벗은 사지는 피에 젖어 메말라, 낮게 그녀를 부르는 내 목소리를 새벽별처럼 떨리게 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웃었다. 춤추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분명 그 두 손과 두 발은 거친 밧줄에 매여 있었으나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 위는 여전히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었고, 그 발아래는 당연하게도 검은 흙과 여린 물이 세상의 시작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춤자락에 우주는 붉은 머리칼 위의 꽃부리가 되어 스스로 빛나기 시작했고, 그 신성한 기적에 나는 몸을 떨며 반쯤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칼자루를 꼭 쥐었다.

  그녀 앞에 무너지듯 무릎 꿇고, 그 손등에 입 맞추려던 찰나, 늦은 햇살이 감옥의 높은 창을 미끄러져 내려와 탐욕스럽게 내게 화살의 방향을 물었다.

네가 진정 그 바람을 다 걸을 수 있다고?

  그리고 나는 문득 칼을 쥔 손을 놓으며, 울먹이며, 나는 그 영원으로 걸어갈 수 없으리라고 답했다. 그녀와 달라서 나는, 손닿을 수 없이 멀리 있는 그 찬란함의 사막을 걸어가다 말라 죽을 것이 두렵다고.

  갈 데 모를 두려움에 떨며 나는 등이 차가운 돌벽에 닿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흐느낌 속에서 끝없이 뒷걸음쳤다. 어린아이처럼 울부짖으며 밀려드는 절망을 저주했다. 가련한, 그래서 아름다운 나의 여신은 내 어리석은 선택을 깨닫고 길고 긴 춤을 그쳤고, 끝내 웃었다.

  이윽고 감옥의 문이 열리고 간수가 들어와, 눈물 흘리는 나와 힘없이 웃는 그녀를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거리로 갈라놓았다. 두꺼운 돌창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은 내 손을 잡은 채 배를 잡고 웃어댔고, 떨어져 바닥을 뒹구는 화원의 백금패 위에서 춤추며, 돼지와 왕자의 차이를 시끄럽게 노래하고, 날개를 떨군 붉은 나비의 머리를 짓밟았다.

  그리고 그녀는 웃으며, 한 음절 한 음절을 나의 가장 깊은 곳에 새기듯 말했다.

  “낙타가 죽는 것은 길을 잃고 목이 말라서가 아니야. 그는 스스로가 낙타임을 잊었을 때 죽는 거지. 그래서- 그대는 영원히 나를 잊지 못하겠지. 왜냐하면 나는 그대의…….”

  끝을 모르는 절망을 휘돌며 화형장으로 향하는 계단은, 그녀의 유언을 내게 끝까지 전하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녀만큼이나 들리지 않은 말을 잘 알고 있었고, 태양에 미혹당한 나의 어리석음에 미친 듯이 떨고 있었다.

  광장의 불길이 넘실대는 시간은 내가 수백 번 절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길었고, 잔인하게 나를 농락했다. 불이 나뭇단을 삼키고 그녀를 삼키는 동안 나는 학관으로 달려 들어가, 마치 그럼으로써 시간이 되돌아오기라도 할 듯이 그녀가 휘저었던 그림을 끌어안은 채 웅크리고 있었다. 광장으로 달려 나가지 않기 위해서 몇 번이나 나락의 바닥을 밟고, 비명 지르는 나를 다시 황금칠이 벗겨진 영광의 권좌에 앉혀야만 했다. 미친 불길이 사그라지고 환호성을 울리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 깊은 밤의 침묵이 찾아든 뒤에야, 나는 화판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 수 있었다.

  냉혹한 밤이 찾아든 광장은 언덕보다 멀지 않았고 이제는 낮의 햇살도 사라져 조용했지만,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은 몇 번이나 무릎 꿇고 주저앉아야 할 만큼 어렵고 멀었다. 기어가듯 광장에 닿은 나를 위해,

  -그녀는 너무나도 고운 재로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광장을 휘도는 바람은 애도하듯 그녀를 어루만졌지만, 그녀는 한 점 흩날리지 않고 내가 와서 흩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사랑했던 내 영혼, 그럼에도 내가 버리고자 했던 내 영혼이 그곳에서 파리한 낯으로 달빛에 웃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의 세계가 내 손으로 파괴되어 이미 멸망했음을 알았다. 이제 어리석은 낙타는 길을 잃고 영원히 나락에 갇혀 지낼 것이며, 어디서도 생을 찾을 수 없으리라.

  세상은 너무나도 검고 검어서, 더 이상 아무 곳에도 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댓글 2
  • No Profile
    mirror 05.02.13 22:51 댓글 수정 삭제
    괴소년님께/ 게시판에서 글쓴이 이름 mirror 이나 진아 를 클릭하신 후 연락 가능한 메일 주소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 No Profile
    mirror 05.05.24 01:51 댓글 수정 삭제
    괴소년님께는 드림워커 단편집 꿈의 신발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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