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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12월의 후보작을 선정합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에게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19년 12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 사이에 창작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중 선정했습니다.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으로는 두영 님의 「당신은 나의 애정캐릭터니까」를 선정했습니다.

김성호 님의 「보호자」는 어느 것이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 화자가, 독자의 감각을 의심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김성호 님의 소설은 아주 끔찍한 상황도 담담하게 묘사하고, 때문에 독자에게 현실감각을 잃어버리게 하는 멋진 장점이 있지요. 김성호 님의 소설에서 주인공의 우울감은 언제나 세계를 지루하게 만듭니다. 그 세계는 그 자체로 매끄럽고 완전해서 침투할 구석이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침투할 구석이 없는 그 지점이 늘 아쉬웠어요. 주인공의 세계를 조금만 더 열어주셔도 좋을 듯 합니다.

서여름 님의 「너머」는 몹시도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공산취미는 한국사회에서 적어도 70년대 생 위에서는 많지 않은 감각입니다. 더 이상 변혁의 이름이 되지도 못하는, 사라진 것들만을 열망할 수 있는 오타쿠들은 2019년대에 와서는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죠. 우리는 모두 함께 성장을 유예하고 있으니까요. 안정감, 이질감, 욕지기 같은 게 모두 뒤섞여 있는 광경들에 감탄했습니다. 다만 너무 아름다워서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했어요. 소설로서는 이렇게 아름답지만, 현실에 발 디디지 못한 것들은 많은 경우 실제로는 이렇게 아름답지 못하니까요. 마지막 장면에서 허공에 뜬 이들의 코스믹 호러가 도래하는 것도 훌륭하네요. 착잡하고 행복하게 읽었습니다.

두영 님의 「당신은 나의 애정캐릭터니까」는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설정을 매우 사회적으로 캐치한 소설입니다. 인간에게 중요한 관계란 무엇인지, 관계는 어떻게 생성되고 축적되는지, 자아에 대한 인지란 어떤 형태로 발생하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이야기를 아이돌 산업·콜센터 상담과 같은 감정노동의 영역에 접목시켜서 흥미롭게 드러냈습니다. '구축된 세계'는 당연히 '현실의 세계'보다 완전하지요. 인간이 더 완전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건 부수적인 에러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마음을 쿵 때리는 결말까지, 길지 않음에도 폭 넓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이번 달은 4분기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을 선정하는 달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10월 후보작인 윤도흔 님의 「빛나는 세상 속에」, 11월 후보작인 김청귤 님의 「24시간 편의점」, 12월 후보작인 두영 님의 「당신은 나의 애정캐릭터니까」 중에서 두영 님의 「당신은 나의 애정캐릭터니까」를 4분기 우수작으로 선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A: 누구나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죠. 여러 "캐릭터"를.
이 친구와 어울려 떠드는 나, 저 친구가 기억하고 있는 나, 회사에서의 나, 밤거리에서의 나, 혹은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의 나. 모두 일종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가깝잖아요. 게임의 캐릭터와 정해진 루트로 결말을 볼때도 사람들은 그것에 감정 이입하며 울고 웃는데 그것은 실제의 경험과 감정과 또 얼마나 다를까요. 그렇다면, 대체 어디까지가 진짜 경험일까요? 일테면, 자기 자신의 모습을 가장해서 사기를 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 경우와 캐릭터와의 연애 중에 후자가 오히려 더 진실할 수도 있지 않아요?
그런 종류의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누구의 마음 속에나 "최애"는 있잖아요. 누구의 마음 속에나, 스쳐간 것일지언정 사랑하는 마음은 있었잖아요. 그 마음은 아마도 캐릭터의 형태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절대로 완전한 형태가 될 수 없지만, 언제나 가장 "실체"와 닮은.

B: 아이돌과 팬의 관계를 SF적 상상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인상적인 소설이었습니다. 화면 속의 아이돌과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그와 소통한다는 환상으로 위안을 얻는, 오늘날의 '고립된' 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환기시켜줍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속에서 우울증을 겪다 죽음을 맞는 아이돌의 삶과, 고된 노동과 고독한 현실 속에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여성의 삶을 나란히 겹침으로써 결국 모두가 비슷한 곤경에 처해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군요. AI로 데이터화된 개인의 인격은 과연 진짜 인격체와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가, 죽음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문제도 건드리는 한편,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애틋한 감정과 슬픔도 놓치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C: 과학기술로 초래된 ‘초연결 사회’는 어쩌면 타자와의 연결이 오히려 봉쇄된 사회일지도 모릅니다. 연결될수록 더 멀어지는 세상에서 아바타는 결국 타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허망함이 느껴지는 서사였습니다.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은’ 이 세상에서 과연, ‘내 최고의 애정 캐릭터’는 누구였을까,라는 철학적 화두를 던지는 재미있는 단편이었습니다.

D: 한번쯤 아이돌이든 창작물의 캐릭터든 내 옆에 있지 않은 대상에게 애정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어느새 그 대상과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꿈꿔본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개인화된 나만의 캐릭터화된 가상공간의 존재가 실제 인물과 어떻게 분리될 수 있을지 고민을 던져줍니다. 또한 주인이 세상을 떠난 후 SNS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생각해 보게 하지요. 가상공간에서라도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은 현대인의 외로움와도 닿아 있습니다.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등 현대에 대두되는 여러 새로운 문제들을 생각해 보게 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마지막 결말은 다른 대안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두 ‘인물’에게 피할 수 없는 비극보다는 다른 결말이 될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일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조금 희망적인 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E: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설정을 매우 사회적으로 캐치한 소설입니다. 인간에게 중요한 관계란 무엇인지, 관계는 어떻게 생성되고 축적되는지, 자아에 대한 인지란 어떤 형태로 발생하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이야기를 아이돌 산업·콜센터 상담과 같은 감정노동의 영역에 접목시켜서 흥미롭게 드러냈습니다. '구축된 세계'는 당연히 '현실의 세계'보다 완전하지요. 인간이 더 완전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건 부수적인 에러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마음을 쿵 때리는 결말까지, 길지 않음에도 폭 넓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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