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총 31편의 글이 올라온 달이었습니다. 심사 기준에서 제외된 글들을 제외해도 19편의 글로, 유난히 글이 많은 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1편의 글을 모두 읽어 보면서 인터넷 공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창작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느낀 달이었습니다. 그러나 글들 가운데는 단편의 완결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쓴 뒤 전체적인 구성을 손보지 않은 듯 보이는 글들이 눈에 들어와 아쉽기도 했습니다. 늘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분량이 짧다고 하여 단편이 쓰기 쉬운 글은 아닙니다. 긴 이야기 속에서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장편에 비해, 짧은 분량 안에서 얼마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녹여내면서 독자의 마음을 붙잡아야 하는 단편은 그만큼 구성적, 기법적 측면에서 여러 가지 배려를 해야 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달의 31편 가운데 심사에서 제외한 글은 아래의 12편입니다. 두 번째의 항목에 해당하는 글은 심사단이 읽기로 몇 달간 꾸준히 올려 주셨던 시리즈의 일부로 보여 제외하였습니다. 연작 단편으로서, 하나의 단편으로서 독립성을 가지기 어려운 글들은 중/장편 게시판을 이용해 주시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1) 분량 미달  
         긴 밤 - DOSKHARAAS (원고지 10매)
         고향으로 - liberalgeist (원고지 15매)
         갈증해소 - 夏弦 (원고지 20매)
         동면기 - 깃 (원고지 40매)
         숲의 꿈 - 먼지비 (원고지 27매)
         일상단상 - 닥터회색 (원고지 16매)
         신의 힘을 가졌던 인간들 - 먼지비 (원고지 16매)
         구멍 - 니트 (원고지 18매)
         추락한 물고기 - 리오르 (원고지 37매)
         비사사설毘舍舍設 - 먼지비 (원고지 19매)
  2) 연작
         셀레네 여신은 보석을 원한다, 파이퍼 전투 소대 - Mothman


나방과 유화등 - 안단테

A: 원고지 147매의, 분량상으로 중편에 넣어도 무리가 없을 긴 글입니다.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인간 소통의 문제라는 현대 사회의 무거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긴 분량에 비해서 이야기 자체는 많지 않지만,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많아 글에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고’ ‘~며’ ‘~기에’ 등을 반복해 사용하여 문장을 길게 연결하고 있으나 연결어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문장 전체의 의미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가만히 있어봤자 재미있는 일은 없었으며 그렇다고 아무 소득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건 패배자 같은 기분이 들어 싫었기에 오기로 다시 한 번 없는 용기를 끌어 모았다.’ ‘마침 경찰은 이어폰을 귀에서 떼고 잠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지면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목운동을 하고 있기에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그에게 급히 접근했다’  ‘심정만 같아서는 다시 죽도록 공부해 경찰대학을 가거나 고시를 붙고 싶었지만 실력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나이가 걸렸으며 아버지 또한 얼마 전 퇴직하신 지라 그가 공부할 동안 뒤를 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그런 모험은 할 수가 없었다’ 타자클럽의 멤버인 경찰에 관련된 부분 일부만 보아도 이런 식의 문장들이 계속해서 나타납니다. 긴 문장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일본어 번역투가 섞여 있고 거기에 길기까지 한 문장은 독자가 한 눈에 파악하기 힘들어 질뿐입니다.
“외롭고 빛 좋은 개살구” 등의 꼬리표가 각 멤버들의 신체 일부에 붙어 있다는 설정입니다만, 붙어 있는 신체 일부에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요? 경찰은 손목, 샐러리맨은 목, 접대도우미는 엉덩이, 노숙자는 귀에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설정으로 각 인물마다 달려 있는 부분이 다르다는 설정입니다만, 의미는 제대로 녹아있지 못합니다.
작가의 생각과 주제 의식이 앞선 것에 비해 주제에 대해 깊이 고찰하지는 않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주인공의 감정 묘사에 비해 등장인물에 대한 서술은 부족하여, 타자 클럽의 멤버를 이렇게까지 설정했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문제군요. 단순한 플롯에 비해서 인물은 많은 지금의 상태보다는 각자의 인물들을 파고들어 그들이 소통을 거부한 이유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본다면 이야기가 좀 더 무게를 가지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은 들은 적 없는 소녀의 말, 그것도 무척이나 추상적인 말을 떠올리며 행동을 일으킵니다. 소녀와의 기억이 사라진 상태에서 소녀의 대사가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지게 되어 주인공은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게 된 것인지, 행동에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루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를 감당할 수 있도록 깊이 숙고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B: 인간의 고독, 타자와 자아 사이의 간격, 타자는 우리 인생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며 어떤 위치에 놓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등 묵직한 철학을 담고자 한 글입니다. 담고자한 철학은 고립된 채로 사라지는 말로를 묘한 클럽의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면서 현실과 고리를 만듭니다. 그러나 독특한 ‘클럽’ 이야기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처럼 사라지고 갑작스럽게 현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클럽이 존재하는 세계와 현실세계는 독자적인 이야기처럼 어우러지지 않고 이분되어 글의 통일성을 해칩니다. 두 가지를 매끄럽게 잇는 구성이 아쉽습니다. 또한 자신의 사변과 주장을 결말에서 ‘설명’하고 마는 함정에 빠졌습니다. 심한 일본 번역체 남발은 고쳐야 할 습관입니다.


해와 달의 생사여탈권 - 안단테

A: 원고지 70매에서 약간 모자라는, 그렇게 길지 않은 글입니다만 읽으면서 이야기가 길다는 느낌이 계속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글도 생사의 문제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초반에 소년, 소녀로 등장하던 두 인물은 결말 부분에서 여신과 신이 되며, 초반의 대화와 후반의 대화는 상당히 차이점이 보입니다. 소년 소녀가 여신, 신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이며 그에 걸맞은 성장의 이야기가 따라온다면 이런 차이점이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올 터입니다만, 그 사이에 중심적인 사건들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서술만이 나열되어 공감을 얻기 힘듭니다. “~고” “~(이)기에”로 연결된 길고 어색한 문장의 문제도 여전히 나타납니다.
용사들이 소녀를 찾아가 호소하고 시골 처녀가 소년을 찾아 호소하는 이야기라든가 그들이 처음으로 생사의 다른 측면에 직면하고 충격을 받는 것 등이 좀 더 구체적이고 극적으로 전개되었다면 이야기가 생동감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요.


B: 인류 역사 속에서 불변하는 생(生)과 사(死)를 우화적이고도 동화적으로 풀어낸 글입니다. 생과 사를 해와 달로 비유한다든지, 삶과 죽음을 드러내는 일화와 상징이 구태의연하여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이 흠입니다.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존재가 서로 역할을 교대해 보는 발상이 보다 극적으로 펼쳐졌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죽은 달의 여신 - 안단테

A: 인류 종말 이후에 일부의 인류만이 과학 기술이 지켜주는 요람에서 잠들고 있습니다. 인류 종말 이후의 세계도, 인류가 부활을 생각하며 잠들어 있다는 설정도 평범합니다. 수많은 SF소설과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다루어 왔던 소재입니다. 그 중의 일부는 각 영역에서 명작으로 칭송받고, 그 중의 대부분은 그저 범작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인류에게 인정받지도 못했던 과학자가 인류를 구하고 자신은 죽음을 맞았다거나, 혼자 남은 기계인형이 그 박사를 그리워하며 박사와 닮은 기계를 만든다는 등의 이야기도 새롭지 않기는 마찬가지군요. 단지 박사와 닮은 기계가 인간이 아니라 ‘앵무새’ 라는 것이나 앵무새의 입담 등은 조금 신선하군요. 결말이 다시 진부해 진 것은 아쉽습니다.
대사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두드러지는 단점입니다만, 다른 글에 비해서는 두 인물의 개성이 대사에 녹아들고 있다는 점에서는 인정할 만 합니다.


B: SF에서는 너무 구태의연한 소재입니다.


살인마 - 엄길윤

A: 이웃집 남자의 기묘한 행동에서 출발해 그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글에 기복이 없어서 단조롭고, 결말이 맥이 빠져 글을 읽고 난 뒤 독자에게 의문만이 남게 됩니다. 이 사건의 의미가 무엇인지, 독자에게 사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줄 방법을 궁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글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인형을 죽인다’ 는 행위입니다. 상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행동이지만 글에서는 그것만으로 끝나고 맙니다.
글에서 현재형 동사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형동사는 현장감을 느끼게 하고 독자와 글의 거리를 좁히는 장점이 있지만 ~다의 어미가 반복되면 단조롭고 지리한 느낌이 될 수도 있으므로 적절하게 사용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B: 사건의 인과 등이 없이 다만 목격한 기괴한 장면이나 이야기를 보여주는 기담에 해당되는 글로 보입니다. 사건의 기승전결이 없기에 분위기 형성으로 승부를 내야 할 글이겠지요. 그러나 기담에 어울리는 긴장의 고조, 분위기 형성 등이 부족합니다. 글에 어떤 색깔과 분위기를 입힐 것이냐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의의 거짓말 - 사랑

A: 감정 서술을 포함하여 문장이 전체적으로 탄탄하고 안정적입니다. 그에 비해서 반전까지 가는 과정이 갑작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결정적인 복선이 흐릿한 탓도 있으며, 주인공의 심리, 특히 사건 이후의 유서와 관련하여 심리적인 변화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자살한 여학생의 유서를 숨긴다는 행위가 중요한 반전이 됩니다만, 정작 주인공이 유서를 숨긴 이유가 무엇인지가 모호합니다. 단지 학교의 평화를 위해서인지, 여학생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체육선생을 협박해서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인지, 모든 해석이 가능할 여지를 남겨 둔 서술은 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같은 학교의 학생이 자살한 시체를 발견한 고등학생이 보이는 반응이 너무나 침착해, 주인공이 정서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군요.
‘교실’이라는 이름의 그림이 낮은 점수를 받게 될 정도로 주인공은 그때의 사건을 잊지 못합니다. 지금도 그 유서를 꺼내어 살펴볼 정도라는 것으로 작가는 주인공에게 그 사건이 심리적으로 상당한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3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을 관찰하며 쓰는 글이라면 이러한 행동만으로도 독자는 여러 가지를 추정하려고 합니다만, 1인칭 시점의 글이라면 서술되어 있는 심리가 곧 인물의 심리 전체라고 상상하기 마련이죠. 이 글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취하면서 주인공의 심리에 밀착해 서술된 글이면서도 정작 이야기 속에서 ‘나’의 가장 중심이 되는 심리를 밝히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마지막 반전에서 독자는 충격을 받기보다는 의아한 마음이 먼저 들어 버리는 것이겠죠.


B: 당면한 소재에만 집중하고 사건의 진행 과정과 인과관계엔 소홀합니다. 이미 20년 전쯤에 없어진 교사의 숙직이 등장한다거나, 어이없을 정도로 쉬운 시험문제 유출 과정, 중심사건의 원인과 결과가 억지스러운 점 등은 작가가 치밀한 조사나 검증 없이 막연한 짐작으로 글을 쓰지 않았나 의심하게 만듭니다. 영화나 드라마 오래된 책 등에서 본 배경과 소재를 아무 검증 없이 가져와 쓰는 것은 위험합니다.


미인 - 奇極善

A: 상당한 분량의 글입니다만, 그 안에 담으려고 한 내용은 그보다 더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단절적이고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많아 가독성이 떨어지고, 그 때문에 글의 분량이 더욱 길게 느껴지는데, 그런데도 글을 읽고 나서는 많은 것이 설명이 되지 않은 채로 과다하게 담겨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습니다.
글의 초반에 등장하는 ‘메카닉 증후군’ 이라는 설정이 독특하고 매력적이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만, 글의 중반에서는 메카닉 증후군보다 개체판단이 무시당하고 EZ의 판단만이 옳다는 전체주의 사회의 문제를 보이면서 인간의 직관과 이성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듯이 흘러갑니다. 그러더니 우광을 추적하는 과정에 들어가서는 상대적 미와 절대적 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예술의 본질에 대해 다루면서 글이 끝나 글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모호해졌습니다. 만약 이 모든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다면 단편의 주제로서는 과중해 보이는군요. 실제로 K양의 사건의 본질은 힌트만 남겨 놓고 사라지고, 우광이 그린 그림이 미인이 아니라던 엘런은 절대적인 미라는 것은 없다고 주장하다가 종국에는 거울 속에 자살한 우광의 시체를 보고 위대한 예술이라 평가합니다. 비현실적이고 사변적인 대사가 과도한 반면, ‘나을’을 ‘날’, ‘그다지’를 ‘그닥’으로 쓰는 구어적 축약 표현(게다가 ‘그닥’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이 서술과 대사 속에 섞여 있어 어울리지 않습니다.
주인공 엘런 외에 조연으로 반장, 쓰지무라 수사국장, 우광, K양, 미현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역할이 중복되고 개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서 장편의 일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우광의 사시눈알을 이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난 시선을 상징하는 수단으로 쓰면서 글의 중심을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두고 있다면, 메카닉증후군이나 전체주의적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언급은 과감하게 축약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모든 이야기를 풀어 놓기에는 원고지 120장의 현재 분량도 부족한 느낌이 드는군요. 엘런이 우광의 시체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그 모습이 무엇보다도 위대한 예술이었다라고 느끼는 결말은 그 자체로 보면 멋진 장면일지 모르나 전체적으로는 비약이 심해 독자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괴상한 냄새가 맡아졌다’ ‘세계는 불확실성의 덩어리에 다름 아니었다.’ ‘다리 진입로에서 교통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같은 번역투의 문장이나 반복해서 같은 어미를 사용하는 문장들은 퇴고를 통해서 매끄럽게 손을 보시면 좋겠습니다.


B: 예술 감상만으로만 예방할 수 있는 메카닉 증후군이 등장합니다. 독특한 소재를 발굴하여 선택했다면 응당 그것을 충분히 활용할 역량이 되어야 합니다. 아쉽게도 이 글에서는 소재가 완전히 사장되었습니다. 예술과 메카닉을 대비하여 흥미롭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고안할 여지가 많았으나 작가가 아직 준비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권력, 전체주의, 상대성, 예술 등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드러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작가는 갈팡질팡하면서 여기저기에 묵직한 대화를 던지면서 주제를 잃어버립니다. 서두에서 던진 소재와 전혀 동떨어진 곳에서 매듭지어진 결말은 당연한 결과겠지요.


상실 - 9crime

A: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젊은이가 어렵게 들어간 회사도 견디지 못하고 나와, 정체성의 위기를 맛봅니다. 노숙자들의 사회에서도 ‘문제가 있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정서에 전적으로 밀착해서 서술되는 글이라, 독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현실과 다른 세계로 넘어가 버린 순간의 이질감이 보다 생동감 있게 묘사되었다면 좋았겠습니다. 낯선 세계로 넘어가서 낯선 여자의 제안에 쉽게 따라가, 여자가 권하는 노란 액체(아마도 뒷부분의 묘사를 보면 술 같습니다만)를 쉽게 마셔 버리고, 현실의 세계로 돌아와서는 자신의 시체를 목격하기까지가 모호한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 서술되다보니 글을 읽고 나서는 염세적인 젊은이의 감수성에 마음이 짓눌리는 느낌까지 드네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아를 잃어버린 주인공의 상태를 장기매매와 연결한 것이 적절한 선택인지 의문입니다. 글 속에서 주인공은 부적응의 문제는 자기 자신에 있었다고 절규하지만 장기매매는 외부적 힘에 의한 약탈이니까요. 이런 비유는 회사에서 적응하지 못한 주인공이 문제의 원인을 사회의 약육강식적 경쟁구도라고 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처지는 힘에 의해 중심(장기)을 빼앗긴 나약한 피해자에 불과하다고 묘사하고 있는 한, 주인공이 결말 부분에 과거를 뉘우치며 나 자신이 나를 버린 것이라고 말하고 있더라도 그 목소리는 공허할 뿐입니다.


B: 상실, 고립감 등 10대 후반에서 20대 초 중반에 거쳐 짙게 느끼는 정서를 드러낸 글입니다. 플롯이 치밀하지 못하여 사변만이 남은, 상상적 수필에 가까운 글입니다. 외부의 힘에 의해 중요한 내면(장기)를 상실하고 껍데기가 남은 시체의 모습을 주인공의 정서와 나란히 놓아 상실을 표현하고자 한 의도는 읽히나 뚜렷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장기매매를 소재로 잡았다면 주제와 소재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결합하여 진행할지 꼼꼼한 구성을 우선해야 했을 것입니다.


블록과 아들 - 나갈글길

A: 출산율 저하라는 전세계적 동향 때문인지 현재와는 다른 출산형태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세계를 그리는 소설이 최근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생명공학의 발전 역시 이런 미래 예상을 돕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여성이 출산을 거부하기 때문에 남성들은 단독으로 종족 번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는 대전제에서부터 이 글은 문제에 부딪힙니다. 여성이 출산을 거부한다는 것은 여성의 종족 번식욕이 없다는 것과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남성은 자신의 후세를 원한다는 것이 곧 남성이 자녀 양육 욕구가 강하다는 것과 동일선상에 놓을 수도 없습니다. 여성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출산으로 생기는 사회적인 부담감이 대부분 여성에게 부과되기 때문인 경우가 많고, 남성의 경우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상대적으로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결혼, 출산, 양육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단순히 여성의 출산 거부가 문제라는 것으로 단순화시킨 결과, 이 글은 전체적으로 현실성을 잃게 되고 말았습니다.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엄마가 있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여성 대부분이 출산을 거부하고 남성들만이 아이를 키웠다는 예측이 가능합니다만, 과연 양육의 부담 전체가 한 사람에게 몰릴 경우에 다수의 남성들이 부담을 기꺼이 감수하려고 할지 의문입니다.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 따라 구할 수 있는 난자의 ‘수준’도 차이가 나게 된다는 사회적 불평등성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신 것 같지 않아 아쉽습니다.
주인공이 어째서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지 나타나 있지 않은데다가 아이가 자라는 부분도 작가가 인간을 포함하여 생명이 있는 존재가 성장하는 과정에 대해서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잘 자고 잘 먹고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고 하나의 일을 끈질기게 해 내고 상처도 잘 받지 않는 아이가 과연 지극히 평범한 아이일까요. 어릴 때부터 블록에 집착하는 모습부터가 일반적인 아이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독자는 오히려 블록쌓기에 집착하는 아이가 어째서 블록에 애착을 보이는지, 그 의문을 해결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러나 글의 결말까지 아이는 평범하게 자라고 단지 블록과 관련된 직업을 가질 뿐입니다. 아이의 세대에서는 서로 합의하여 아이를 낳는 방법이 일반적이 되었다고 나오지만 그 경우에 아이의 양육권은 어떻게 되는지, 새로운 가족형태나 부부형태에 대한 숙고가 이루어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B: 전체적으로 아귀가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우선 남자 주인공이 아기를 왜 원하게 되었는지가 설득력이 적습니다. 지나치게 손쉽게 묘사된 육아 과정 등을 볼 때, 작가가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는 출산율 저하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충분히 학습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듭니다. 글의 배경 속에서 아들과 같은 방식으로 탄생한 아이들이 무수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부분은 너무 안이합니다. 가장 문제는 아들의 ‘블록 쌓기’에 있습니다. 글의 전반을 장악하면서 계속 호기심을 유발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던 소재가 아들의 직업 선택의 원인으로 끝낸 점은 즉흥적으로 쓰인 글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합니다.


용사는 마왕이다 - 체리나무

A: 경쾌한 문체로 쉽게 읽히는 대화체 문장이 초반과 결말을 이룹니다. 그에 비해 이야기의 중심 부분인 중반 부분은 어조가 급변하여 독자가 당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체도 건조한데다 대화가 적고, 반복되는 사건이 리듬을 갖기보다는 단조롭게 느껴집니다. 숫자를 사용해 단락을 구별하면서 장면 전환을 고민하는 수고를 덜고 쉽게 가는 방법을 택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군요. 어느 나라 말인지 알 수 없는 언어로 된 마법 용어가 등장하고, 전설의 노래에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이질적인 언어로 후렴구가 반복됩니다.
아이디어가 흔한데다가 전반적인 구성과 반전까지도 익숙해서, 잘 버무린 기성품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마왕을 죽인 용사가 마왕이 된다거나, 마왕이 용사에게 죽임을 당하기를 원해서 용사를 성장시킨다거나 하는 설정도 새롭지는 못하지요. 자신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아쉽습니다.


B: 컴퓨터 게임 디아블로의 결말을 연상시키는 글입니다. 세세한 감평을 하기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글입니다. 많은 연습을 통해서 자신만의 글을 완성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A.E in 켄타우리 - 천공의 도너츠

A: PT 현장에서 감정적 동요를 보이면 죽을 수도 있다. 냉철하게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며 협상을 해 나가야 한다는 광고계의 격언을 우주 공간에서 색다르게 해석한 소설입니다. 이를 극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서 confront 현장에서 감정적 동요를 보이는 것은 상대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하는 알레그로스 족을 등장시킵니다. 그 덕분에 클라이언트를 협상 현장에서 도끼로 박살낸다는 카타르시스적 장면도 만들어 냈습니다. 전반적으로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위해서 설정을 적절히 잘 이용했다고 하겠습니다. 워프존에서는 시공간이 뒤틀리기 때문에 카피-페이스트 작업을 할 수 없다고 하는 소소한 설정도 글에 잔재미를 더합니다. 다소 전형적이긴 하지만 멜레나 같은 캐릭터나 주인공, 알레그로스 족의 개성이 잘 나타난 것도 장점입니다.
다만, ‘감정적 동요를 보이면 죽을 수도 있다’는 대전제이자 결말 부분의 반전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 설정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루어진 점이 아쉽습니다. 알레그로스 족의 특성을 언급하면서 벤 야민 골드슈타인 장관의 에피소드 등을 나타낸 것은 좋았습니다만, 멜리나가 상대로 등장한 순간 입에 미소를 띠고 있는 장면에서, PT 현장이 아니니까 웃을 수 있다거나 혹은 PT현장에도 저 웃음을 짓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거나 하는 언급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멜리나가 피식 웃은 순간부터 도끼를 내리칠 때까지의 클라이막스가 의외성이 없도록 주변 장치를 조금 더 놓아 주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B: 광고업계의 비정한 생리를 우주공간에서 펼쳐낸 글입니다. 단지 클라이언트를 도끼로 박살내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우주를 배경으로 선택한 느낌입니다. 현실에서도 충분한 전개를 우주에서 펼쳤다면 응당 그에 걸맞은, 보다 더 특이한 전개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쉽습니다. 그러나 생기발랄한 분위기나 인물의 개성을 잘 살린 점 등은 강점입니다. 강점을 더 활용했다면 단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실종 - 라티

A: 아내의 부재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부재, 삶의 의욕을 상실한 실존의 부재라는 연장까지의 무거운 심리적 흐름을 진중하게 잘 그려낸 글입니다. 글을 많이 써 온 작가답게 안정된 문장으로 중심을 잃지 않고 분위기를 유지하는 힘이 강점입니다. 무거운 주제를 택한 작가가 흔히 그 주제를 감당하지 못해 수박 겉핥기식의 접근에 머물러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작가는 주인공의 소소한 일상생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심리적인 공허함을 깊이 있게 다뤄 냅니다. 아내가 올 때까지 청소를 하지 않겠다던 내가 마음을 먹고 청소를 하고, 그것이 갑작스러운 황사에 허사가 되어 버린다는 것은 자신이 의욕적으로 덤빈 일이 절대 일어날 리 없다고 여겼던 외부적 상황에 허사가 되어 버리는 것을 보여주면서 주인공 나의 실직상태와 심리적 공허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소한 인터넷 게임에 집착하면서 아내의 부재를 애써 심적으로 외면하던 주인공이 아파트의 자살 소동을 목격하면서 주인공의 심리 전반에 죽음의 그림자가 깔립니다. 부재중인 아내가 죽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며 혹은 주인공 자신이 이미 죽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결국 주인공이 아내와 자신의 실종신고를 하는 마지막 부분에 와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실존적 위기를 자각하는 순간이며,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자신은 가라앉아 있겠다고 하는 역설적인 결말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전반적으로 잘 조직된 글입니다만 아내의 부재가 글 전체에서 부재 자체가 아니라 죽음의 그림자를 너무 짙게 깔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아내가 자주 가는 마트 주변에서 변사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는 아내의 죽음을 의미하는 상징으로도 읽힙니다. 아내의 죽음은 일상에서 벗어난 ‘사건’ 이며, 독자는 사건의 해결을 기대하며 글을 읽게 되어 작가가 의도한 실존적 부재의 문제는 주변으로 묻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내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하는 출발이거나 혹은 아내의 긴 외출 등으로 사건성을 배제하고 출발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B: 자살, 죽음, 실종 등의 소재가 얽힌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실종된 아내의 부재를 깨달은 한 남자의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아내의 부재감은 곧 자기 자신에게서 소외된 고독으로 이어지며 ‘실존’의 위기에 이릅니다. 묵직한 사변을 담은 글이나 남자의 심리묘사가 조금 더 치밀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또한 아내의 실종이라는 소재가 주제와 잘 어울리는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실종된 아내라는 소재는 소재가 아니라 사건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독자는 새로운 사건 등장을 기대하면서 아내의 부재감이 아니라 실종이 던지는 수수께끼에 주목하고 긴장을 하게 됩니다. 소재가 너무 강해서 주제가 오히려 주변으로 밀려버립니다. 실종이 아니라 아내의 긴 ‘외출’ 등으로 소재를 잡았다면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훨씬 더 부각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4번 타자 최고의 날 - 심동현

A: 야구에 관한 뉴스를 통해 원래는 강타자였던 G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흘러나옵니다. 실제 야구 관련 방송을 보고 있는 듯이 생생한 대화가 사실성을 더합니다. 글은 ‘나’와 ‘방송’, ‘G의 팬인 나의 비밀’과 ‘G의 부진에 대한 방송’ 이 함께 맞물려서 결말의 반전을 향해 나아갑니다. G의 팬인 ‘나’는 G의 부활을 현장에서 보려고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사람들 앞에 나서서는 안 되기 때문에 G의 경기를 현장에서 보아서는 안 되는 갈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말에 이르러 G는 부진에서 벗어나고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G의 부활이라는 기쁜 소식인 동시에, 자신의 비밀이 밝혀진 비극적 결말을 동시에 의미합니다. 한 가지 사건이 갖는 두 가지 의미를 맛깔스럽게 배치한 솜씨가 돋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맛깔스러운 구성이, ‘나’의 일인칭 부분에서는 상당히 빛을 잃습니다. 방송의 대사들은 실제 현장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사실적입니다만 주인공이 자신의 일을 회상하고 G의 팬이 되어가는 과정을 서술하는 부분은 서툰 문장이 자주 눈에 들어와 이야기의 맥을 끊어 버립니다. ‘정말 가끔씩 집 앞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러서 먹을 것을 사는 일, 그리고 가까운 서점에 사람을 하나 시켜서 책은 배달 받았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 전체가 주인공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야기의 맥락을 잡아가는 자료가 됩니다. 손을 보지 않은 듯이 어색한 문장 안에서 독자는 주인공에 관련된 갈등과 긴장에 흥미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단락을 구분하기 위해서 숫자를 배치하는 방법 역시 지나치게 편리성을 추구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1-1, 2-1 등으로 방송과 나의 두 부분을 구별해서 제시하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방법이 아닐까요.


B: 처음은 느슨하나 결말에 충실한 글입니다. 역전 홈런을 노리는 타자처럼 반전을 향해가는 과정에 복선이 적은 것이 흠입니다. 그래서 반전을 억지스럽게 짜 맞춘 듯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문장이나 어법 등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조밀하고 탄력 있는 문장으로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훨씬 더 좋은 글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플롯을 모범적으로 잘 짠 글입니다. 반전의 재미도 잘 이끌어냈습니다.


실연증명서 - 메모선장

A: 대화 위주로 경쾌하게 진행되는 가벼운 글입니다. 출석을 인정받으려면 실연 증명서를 내라는 설정은 독특합니다만, 글에서는 단지 가벼운 소재로만 전락해 버렸습니다. 글 전체를 마치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의 대사를 옮겨 놓은 듯이 감탄사와 의성어가 여과 없이 그대로 나타난 대사가 지배하다보니, 이야기 전체가 가벼운 트렌디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대사의 양은 많지만 그에 비해서 성윤, 하은의 캐릭터는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 속에서 튀어나온 여자 공략 캐릭터처럼 보입니다. 성윤이 ‘나’의 뺨을 연이어 날리는 장면에서는 성윤의 반응이 현실 속의 인물이라기보다는 연극 속의 배우처럼 느껴집니다. 인물의 갈등이나 심리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이나 서술, 묘사가 없이 대사만이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에 성윤을 향해 내가 데이트를 신청하는 것도 반전이라기 보단 당연한 귀결 같군요.


B: 실연증명서라는 독특한 소재가 등장하나 단지 독자를 낚기 위한 떡밥에 지나지 않아 몹시 아쉽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나 대사를 등장시킨 구태의연하고 식상한 연애 이야기 대신 소재를 독특함을 살렸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개소리를 찾아서 - 메모선장

A: 위의 글보다는 설정이 좀 더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에게만 개 짖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그 소리를 해결하려 고민하는 두 사람이 기발한 해결법을 찾아내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만 위 글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단점이 그다지 여과 없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대화가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호흡이 명랑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대화 의존도가 너무 높네요. 사건이 적다 보니 사건을 이해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이 정도의 사건을 이 정도의 분량으로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정작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근본 실마리가 우연으로 얻어진다는 것은 조금 억지스럽군요. 원인 역시도 남매가 같은 날 보신탕을 먹고 서로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 보면, 사건의 원인도 해결법도 전적으로 우연에 기대고 있다는 게 됩니다.
단지 개->호랑이->떡/꽂감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필요 없는 부분을 과감히 덜어내고 압축해서 깔끔한 꽁트 정도로 마무리하면 글의 매력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을까요.


B: 개를 먹으면 개소리가 들리고, 호랑이 약을 바르면 호랑이 소리가 들린다는 기발한 착상이 이채롭습니다. 왜 개소리가 들리는지 찾아가는 과정이 주인공들의 산만한 대화 때문에 응집력 있게 그려지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소설 속의 대화는 일상의 대화와 차이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개인의 취향과 생각차이는 있겠으나 적절한 생략과 배치 등을 한 번쯤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스넌 - 앤윈

A: 전체적으로 중편 이상의 호흡을 가지고 있는 글입니다. 원고지 분량으로 140매 가량이니 꽤 긴 글입니다만, 그 안에서도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 상징은 분량이 버거워 보일 만큼 많습니다. 아직 2차 성징이 시작되지 않은 초등학교 5학년의 동생과, 대학생인 언니를 대조하면서 미친년 사건과 ‘스넌’이라는 존재를 복잡하게 얽어 놓아서 이야기의 줄기도 파악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넌’의 존재입니다. 군대에 대한 발언으로 남성들에게 비난을 받고, 몰상식한 행위로 인터넷에서 소문의 근원이 되는 존재인가 싶더니 뉴스 앵커의 몸에서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성폭행을 당해 온 소녀의 편에서 성폭행의 가해자를 매섭게 비난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여러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면 억압된 여성의 집단의식인가 싶기도 한데, 브래지어가 생기기 전, 코르셋이 있던 시대라고 구체적으로 시대상을 말하는 걸 보면 억울하게 죽음을 맞은 과거의 영혼처럼도 보입니다. 초등학생 ‘수민’의 몸 안에서는 먼저 2차 성징을 맞은 소녀의 우월감에 젖은 모습을 보여 주는가 하면 노파의 몸에서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명작 그림을 그려냅니다. 남성을 경멸하는가 싶더니 언니의 애인 현수를 유혹하는 존재이기도 하죠. 이런 일관성 없는 스넌의 모습이 한꺼번에 그려지면서 뭔가를 상징하는 듯한 스넌의 의미는 정체를 잃고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의성어만으로 된 문장, 눈알이 흘러내린다는 등의 감각적 문장과 함께 추상적인 단어들과 많은 사건들이 어지럽게 동시에 진행되면서 사건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구성적으로 보아도 첫 부분, 반지에 관한 에피소드는 군더더기로 보입니다. 글 전체에서 어떤 필요에 의해 제시된 사건인지 모호하네요. 현수와 언니가 사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언니에 대한 동생의 동경과 질투를 그려내기 위해서라면 이렇게 하나의 사건을 길게 서술하기 보다는 짧은 장면 제시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상징적인 기법이나 문장 서술의 방식, 여러 가지 점에서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글입니다만 단편으로서 너무 무거운 플롯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닐까요. ‘스넌’의 상징성을 명확하게 하면서 일관성 있는 사건들을 적절히 배치하고 필요한 서술만으로 압축한다면 글이 더욱 생동감 있으면서도 무게감을 가지게 되었으리라 보입니다.


B: 수많은 상징과 소재들이 독특하게 결합된 글입니다. 굳이 주제를 찾아본다면 여성으로 변하는 소녀의 두려움 정도일까요? 수많은 장점과 수많은 단점이 혼재하는 글입니다. 다소나마 소녀 등 아직 완성되지 않은 여자들의 분위기를 형성해나가지만 ‘스넌’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불분명합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단지 괴물처럼 묘사되고, 어떤 부분에서는 상징성을 지닌 존재로 묘사되는 등 일관성이 적습니다. 불필요한 성애 장면과 여성 신체에 대한 집착, 소녀의 심리묘사 부족 등은 작가의 시선이 남성의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합니다. 열린 가능성을 지닌 글이나 일관성과 통일성이 필요합니다.


고양이는 야옹하고 울지 않는다 - 매구

A: 여러 가지 면에서 ‘메모선장’님의 글과 같은 단점을 찾아볼 수 있는 글입니다.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야기 전체에서 설정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단순한 소재감으로만 전락한 느낌이 드는군요. 시공을 이동하면서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만들어 내는 설정이나, 과거의 순간과 직면하는 등 재미있을 수 있는 소재들이 아쉽게도 소모되어 버린 느낌이 강하게 남습니다.
전반적으로 대화가 이야기의 대부분을 이루어서 호흡은 명랑하지만, 서술이 부족하여 사건의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사건 자체가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분량에 비해서는 빈약한 편인데도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가가 생각하고 있는 설정 장치들은 이야기에 잘 녹아들지 못해 무언가 더 다른 설정이 있을 거라는 추측과 궁금증만 유발하고 맙니다. 설정과 배경은 많은 데 비해 이야기 안의 사건은 소소합니다. 독자는 대화만으로 이야기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이 세계 자체에 관해 독자에게 이야기하고 싶으신 거라면 오히려 중편이나 장편으로 개작을 추천합니다. 물론 그에 걸맞는 사건성과 플롯을 고민하는 것은 작가의 몫입니다.


B: 말하는 고양이, 시공이동 등을 적당히 버무린 깜찍한 글입니다. 매우 긴 글임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들의 시간여행이 별다른 사건 없이 끝나버린 점이 아쉽습니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클라이맥스를 따로 두지 않는 구성이었다면 말하는 고양이의 깜찍함을 더 살린다든지, 주인공과 고양이들 사이의 교류를 재미있게 보여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글에 더 재미를 주는 쪽이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fallout - SunOFHoriZon

A: 피폭지역에서 주인공이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때까지의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건 자체는 복잡하지 않고, 시간 순서대로 천천히 진행되는 구조도 단조롭습니다. 서술과 묘사가 강한 것은 작가분의 장점입니다만, 독자의 흥미와 긴장을 유발하는 사건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네요. 지난 작품인 Sink Hole에서도 지적한 바 있습니다만 작가분은 주인공의 심리와 주변의 상황을 그려내는 데는 매우 강점을 보입니다만, 타인의 심리나 사건의 흐름을 묘사하는 데에는 능숙하지 못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타인의 심리나 사건을 배제하고 주인공 중심으로 집중하면서 단점을 극복하려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사건도 인물도 없고 독백과 서술만이 있는 소설을 깊이 있게 읽어갈 독자는 많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글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는 점은, 중심 사건이라고 할 것을 잡기도 어려운 이 직선적인 글에서 일어나는 유일한 사건이 주인공 중심의 서술 탓에 흐려지고 말았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은 피폭지역의 벙커 안에서 방호복을 벗고 배를 채우기 위해서 3년이 지난 생수병을 따 물을 마시고 참치캔을 따 입에 넣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 피폭 증상을 일으키고 고통 속에 결말을 맞이합니다. 비극적 결말의 원인은 주인공이 방호복을 벗고 그 지역에 있던 음식을 먹은 것이라고 보여집니다만, 그런 행동을 하게 했던 원인은 제대로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방사능 피폭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공복감을 느낀다고 해도 자신이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닌 참치캔, 그 지역에 있었던 생수병의 물을 마신다는 건 너무 위험천만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해야 할 당위성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주인공의 결말은 자신이 자초한 위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주인공의 급박한 심리라도 좀 더 묘사가 되었다면 사실성은 조금 더 느껴졌을 듯합니다.
장점을 살리는 연습과 단점을 극복하는 연습 중에 무엇이 더 우선해야 하는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문제는 자신의 장점을 보이기 위해서는 독자가 글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독자가 글을 읽고 싶어 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아무리 장점을 많이 가진 글이라고 해도 그 장점을 알아낼 독자는 많지 않겠지요.


B: 조밀한 문장과 세밀한 묘사가 장점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사투를 그리는 것은 기 작가가 선호하는 구성입니다. 분위기 형성은 잘 되었지만, 별다른 사건 없이 끝나서 지루한 글입니다. 세부적인 묘사와 장면, 상황에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분명한 기승전결을 담은 이야기를 구성해 보기를 권합니다. 만약 그런 구성법이 본인의 지향점과 다르다면, 중심사건이 존재하지 않는 장면 혹은 상황에 설명과 묘사 외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겠지요.


붉은. - Claret

A: 감정이 잘 녹아 든 섬세한 문장으로 동양적 배경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속의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려 낸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버지는 고향에서 왔을 것이라 생각되는 괴물을 퇴치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어린 아들은 아버지의 원수인 괴물을 찾으러 떠났다가 마을의 새로운 관리가 도와줘 목숨을 구합니다. 그러나 관리는 소년을 구하다가 괴물이 되어 버리고 말아, 소년은 자신의 손으로 그 괴물을 처치하러 떠납니다.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익숙하고 아이디어는 새롭게 보기 어렵습니다만, 이야기의 전반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서술되고 인물들의 감정에 밀착하여 치밀하게 서술한 심리 묘사가 글의 매력을 배가시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치밀하게 고려하여 쓴 듯이 정교하고, 한자어의 뉘앙스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배경을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으로 형상화 한 솜씨가 돋보입니다. 문장과 서술, 구성이 얼마나 글을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하겠습니다. 인물들의 동작이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치며 대사도 인물의 개성을 잘 드러냅니다. 작가가 등장인물의 특성과 개성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겠지요.
다만, 소년 해준이 경옥에게 느끼는 감정이나 경옥과 역위의 감정이 BL물의 전형적인 감수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B: 판타지 배경으로는 조금 평범한 배경이나 요괴가 등장하는 등 동양적인 요소가 매력적입니다. 한자어 등 어감을 잘 살린 흡입력 있는 문장과 풍부한 표현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잘 묘사되었고, 특히 여성 독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얻을 서정적이고도 애틋한 정서가 잘 녹아들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정서와 심리표현, 구성 등이 ‘야오이’라고 불리는 장르에서는 전형적이라는 점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78호 독자 우수단편 가작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승진과학 혁명 - 김몽

A: 직장인의 관심사인 ‘승진’에 대한 법칙을 기존에 존재하는 법칙을 패러디하는 방법으로 희극적으로 그려 낸 짧은 단편입니다. 기존 법칙의 패러디로 읽을 때는 패러디의 특성을 잘 살려 즐겁게 읽을 수 있고, 기존 법칙을 모르더라도 승진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설득력 있는 법칙으로 형상화 해 낸 솜씨가 탁월합니다. 만승유혈의 법칙과 승진함수로 출발하여 초끈 이론과, 묘한 여운을 남기는 홀로그램 이론까지 한 번쯤 직장생활에서 승진의 의미, 더 나아가 사회에서 높은 계급을 차지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고찰들을 보면, 작가는 길지 않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을 숙고하였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대화체만으로 된 짧은 글이면서 문장 호흡이 탄력적이고 생동감이 있어 가독성이 높습니다. 중심 사건은 없고 입심만이 남아 있어서 엽편으로서의 한계성도 드러내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의 분량보다 훨씬 긴 여운을 남기는 글로서 문장의 템포나 이야기의 중심이 글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좋은 글이 꼭 많은 이야기와 복잡한 플롯을 담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예로서도 들 수 있겠습니다.
또한, 이 글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작가와 분리된 주인공’의 1인칭 서술입니다. 주인공은 초끈 이론의 지지자이며, 승진함수는 구닥다리라고 비웃고, 홀로그램 이론은 말장난일 뿐이라고 가볍게 취급합니다만, 독자는 정말 그렇겠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작가는 주인공의 주장과 자신의 주장을 분리시켜, 능청스럽게 주인공이 지지하지 않는 이론들에 대해서 서술하면서 독자들에게 다른 이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작가와 주인공이 밀착한 일인칭에서는 주인공의 감성에 독자가 공감하지 못할 경우 그 글의 매력은 반감하고 맙니다. 일인칭에서도 주인공과 작가를 분리시켜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작가의 의도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이 글은 보여 주고 있습니다.


B: 직장생활에서 승진을 하기 위해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수학적․과학적 원리와 접목해서 유쾌하고 전개한 글입니다. 구성은 소박하지만 흔한 일상의 소재를 독특하고 신선하게 해석하면서 현실 비판과 풍자를 담은 점이 돋보입니다. 말끔한 문체와 군더더기 없는 결말이 좋았습니다.


78호 독자 우수단편 우수작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거울 독자우수 단편에 선정되신 분들께는 책을 한 권씩 보내 드립니다. Itpimento @ paran.com 으로 우편물 수령할 주소, 성함, 전화번호(택배 발송시 필요)를 보내 주세요.
댓글 8
  • No Profile
    엄길윤 09.11.28 08:26 댓글 수정 삭제
    오우 비평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제 생각으로는 마지막의 결말장면을 보여줌으로서,
    왜 사이코가 인형을 죽이는가, 그리고 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보시는 분들이 다 알아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지훈에게 사건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사건을 목격하게 되는 구성을 취하게 된 것이지요.
    그만큼 이 이야기에서 결말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보시는 분이 그 결말장면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이야기는 아무 것도 아닌 게 되는 거죠.
    다시 한 번 찬찬히 생각해봐야겠어요.
    많은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 No Profile
    안단테 09.11.28 08:43 댓글 수정 삭제
    꼼꼼하고 적절한 비평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좀 더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 No Profile
    김몽 09.11.28 09:17 댓글 수정 삭제
    감사합니다. ^^ 난 언제 승진하려나...
  • No Profile
    9crime 09.11.28 20:29 댓글 수정 삭제
    글에 대한 비평글이 이렇게 재밌고, 감동적인줄 처음 알았어요!
    비평글을 읽는 내내 두근거려서.. ㅎㅎ
    감사합니다!
  • No Profile
    라티 09.11.28 21:34 댓글 수정 삭제
    감사합니다. 제가 손댈 수 없는 부분의 퇴고를 이곳의 비평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작품으로 수정해내는 게 비평해주신 분들께 할 수 있는 답례겠죠?
  • No Profile
    ... 09.11.30 12:52 댓글 수정 삭제
    오오! 길다 길어!

    감사합니다. 너무 지루하겠더군요.

    사건이 없어서. 안습..
  • No Profile
    Claret 09.12.02 13:35 댓글 수정 삭제
    기대 이상으로 좋은 평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언해 주신 부분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 No Profile
    단편을 쓰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지적해 주신 것 같아 흡족합니다.
분류 제목 날짜
선정작 안내 거울 독자우수단편 선정2 2015.07.01
선정작 안내 거울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5.06.01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 2015.06.0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 2015.04.30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5.04.0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5.02.28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 2015.02.28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5.01.3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2 2014.12.31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 2014.12.3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5 2014.12.0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2 2014.11.0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2 2014.10.0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5 2014.09.0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 2014.07.31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 2014.07.3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2 2014.07.01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 2014.06.0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2 2014.06.0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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