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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 앤윈, pena입니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인어를 다룬 작품이 두 개나 있었습니다. 인어뿐만 아니라 어떤 이질적 존재와 마주하는 이야기들도 있었고요. 재미있는 상상력 속에서 즐거운 읽기를 하였습니다만, 좋은 설정들 속에서 좋은 서사와 짜임새도 발견할 수 있다면 훨씬 즐거운 읽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다음 심사가 기대되는 한 달이었습니다. 

이번 호 선정작은 없습니다. 다시 만나뵙길 기원합니다.




장피엘 - 말벌의 집

A : 비밀, 또는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은 글입니다. 세상에 이유가 있어서 누군가를 학대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니 남편의 태도에 대해서는 몰라도, 베트남 청년의 정체와 그가 여자에게 건네는 호의 같은 것 또한 알 수 없이 그저 말벌의 등장과 멸망의 암시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섬세하게 며칠간의 일을 흐르듯이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러한 비밀을 제대로 밝혀주면서 압축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분량이 길어져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못 알아보겠습니다.

B :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말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하고 있는 글입니다. 불행에 빠진 부부와 그 부부를 연민하는 제 3자의 존재 사이의 갈등은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말벌’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고리가 분위기 외에 다른 것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들고양이들을 고아먹는다는 꽤 충격적인 이미지도 공포를 조성하는 이미지 외에 다른 것으로 살아있지는 못합니다. 포의 검은 고양이에서 학대당하는 아내와 검은 고양이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죠. 서사와 분위기를 함께 살리기 위해서는 이 이미지가 어떤 방식으로 서사와 연결될지를 고민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매그레반장 - 심해 인어 연합의 번영

A : 소설은 인과관계를 보여주어야 하지만 인과관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소설의 경우에는 게다가 인과관계라기보다는 선후관계 정도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인물의 동기가 작위적이라는 점이 아쉽습니다. 방학숙제, 호기심, 욕심만으로 부딪치거나 이어지기엔 개연성이 부족하지 않나 싶군요. 별주부전을 장르 판타지적으로 오마주한 느낌이지만, 설정을 보여주는 데 급급하였던 듯합니다. 특히 제목이 소설적인 흥미를 끈다기보다는 보고서 같아 그런 인상을 심화시키는 느낌이라 제목에 대해서도 고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B : 인어가 인간을 용궁으로 데려가 폐를 빼앗아간다는 일종의 괴담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썩 재미있지는 않네요. 삼촌은 왜 바다가 불길하다고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고, 인어와 마주쳐서 말을 진행해나가는 과정도 전혀 섬세하지 못합니다. 좀 더 발랄한 터치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폐를 빼앗아가서 농사를 지으며 바닷속에서 산다는 이야기는 괴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우스운 농담에 가까우니까요. 어느 쪽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지를 결정하셔야 어디를 강조할지도 결정할 수 있으실 거예요.


꽃양배추 - 연못

A : 연못, 고향, 어린 시절에 자살한 한 소녀에 관한 소회를 담은 작품입니다. 어두운 연못, 결혼 전날 꽃신을 벗어두고 뛰어든 여인, 헤매는 어머니 등 강렬한 이미지를 담담한 필체에 담아 묘사한 부분이 매력입니다. 하지만 이미지만으로 느낌을 전달하기엔 묘사나 문체의 아름다움이 모자란 느낌입니다. 압축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 있었다면 더 풀어내주어야 좋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이러한 전개라면 연못보다는 꽃신이 이 글의 중심으로서 제목에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요.

B : 애달픈 이야기입니다만,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이미지만 있을 뿐 서사적 설명이 지나치게 모자라다는 생각입니다. 자살한 소녀와 주인공은 어떤 관계입니까? 주인공이 초반에 이야기한 ‘할머니들’은 왜 등장한 것입니까? 그것도 초반이라는 아주 중요한 위치에요. 소녀의 어머니와 그 ’할머니들’사이엔 연관점이 있나요?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입니다. 차라리 꽃신에 대한 이미지만 가지고 시를 썼다면 훨씬 흥미로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레몬 - 몽식맥

A : 꿈을 먹으며 이제는 멸종되어가는 환수 맥의 이야기가 동양적이고 참신합니다. 다만 전개가 느슨하고 흥미가 떨어집니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한 종족의 생태와 역사에 관하여 알고자 함이 아니라 그 다른 종족에게서도 이입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맥의 수컷과 암컷, 새끼의 생태는 기본으로 전달하거나 녹여내고, 몽이 꾸는 꿈에 관한 이야기를 더 풀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단정한 문장인 것 같으면서도 수동형, 피동형, 조사 등을 틀리게 사용한 지점이 많습니다. 주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흥미로운 소재이므로 이야기를 잘 가꾸면 좋은 소설이 될 거라 봅니다.

B :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특히 종족을 보존하겠다는 몽의 의지와 맥들간의 싸움 부분은 일견 엄숙하게까지 느껴지는 박진감이 있습니다. 이름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부분도 좋았고, 맥이라는 환상의 동물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맥이 먹는 ‘꿈’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런 설명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꿈의 독백 한 부분만으로 그 이야기를 설명하기는 영 쉽지 않습니다. 맥에게 꿈이 무엇인지, 맥에게 꿈을 먹히는 인간들에게 꿈은 또 무엇인지, 그래서 그 환상이 맥을 죽일 뿐 아니라 인간에게 무엇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의 제목은 이야기 자체와 잘 어우러지는 것 같지는 않네요.


423 - 빈 문서1

A :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 존재를 인정받는 것에 관한 갈망과 공허를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특별한 사건이나 일화 없이 꿈과 일상을 전개하면서 이름에 관한 심상을 끈질기게 전개해 갑니다. 제2의 사춘기인가 하는 말이 화자는 추슬렀지만 핵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갈망과 공허는 보편적이라서 공감을 주는 동시에 진부합니다. 아름답게 압축하거나, 더 디테일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로 살을 붙이거나, 둘 중에 한쪽으로 결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B : 굉장합니다. 이 이야기는 별다른 이야기가 아님에도 상당히 이야기처럼 보이는 외견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외견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필력이 그만큼 있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 소설은 오로지 화자의 사견만으로 가득합니다. 그럼에도 화자는 끈질기게 상념을 주워섬깁니다. 이렇게 끈질기게 밀어붙일 수 있는 작가의 인내력에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외견이 그렇다는 것 뿐이지 별다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서사를 주세요.


니그라토 - 괴우주야사 외전: 의리의 종족

A : 올라프 스태플든의 스타메이커가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우주의 관념적 실재와 물리적이고 과학적인 실재를 접목시킨 설정이 대단히 광활합니다. 하지만 한 인간 또는 신이 한 세계를 만든 동기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끝나기에 장편의 해설서나 각주처럼 보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B : ‘외전’이라고 붙여놓았지만, 외전도 하나의 서사를 구성해야 합니다.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출발하거나 여기로 끝나야 할 이야기의 조각일 뿐입니다.


사틱 - 옆집 사람은 담배를 핍니다

A : 옆집에서 선정적인 신음소리가 날마다 들린다는 것은 바로 배명훈의 {이웃집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미스터리입니다. 다만 이 도입부가 거의 전부라는 점이 아쉽습니다. 흥미를 끄는 선정적인 미스터리를 던져두고, 그 결론은 '아무것도'라면, 괴담으로서도 흔하고 싱거운 결말일 것입니다. 

B : 제목은 옆집에 있는지 없는지 모를 그 여성(?)과 화자의 입장을 바꾸어서 서술한 것입니까?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한 흔적이 보이지만 결론적으로는 너무 숨긴 나머지 아무 것도 제대로 서술된 게 없습니다. 그래서 여성은 있었습니까, 없었습니까. 주인공의 환각입니까, 아닙니까. 심지어 방구석폐인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더 설명해주세요.


알렉산더 - 아인슈타인의 주사위2

A : 같은 제목의 첫 번째 작품과 완전히 같은 줄거리를 다르게 쓴 이야기, 또는 그 이전에 그 주인공이 겪었을 법한 시뮬레이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생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거듭 연산해보는 시뮬레이션이란 설정은 흔하고, 클론 또는 인공생명체로 재현한 첫사랑이란 소재 또한 참신하지는 않습니다만, 보편적이니만큼 편히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아인슈타인의 주사위라는 선택과 결정의 문제, 인공적인 존재에 대한 편견이란 두 가지 주제가 비슷한 비중으로 느껴질 만큼 '사랑'이란 주제가 크기 때문에 제목을 달리해보는 것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B : 재미있습니다. 꽤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에서 나름대로 여러 복선들을 결합시킨 점이 좋습니다. 시뮬레이션 자체의 기능이 아니라 진용이라는 주인공의 변화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변화시키는 시스템도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특별히 더 큰 감상이 느껴지지는 않네요. 소품으로서 즐거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용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믐여울 - 청새치

A : 인어와 교감하고 헤어졌던 짧은 계절의 이야기입니다. 거의 두 인물로만 이어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인어와 주인공 슬의 캐릭터리티를 매력적으로 구축하고 그것을 간결하게 드러내며, 둘 사이의 조화를 잘 이루는 것이 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으리라 생각합니다. 둘 다가 아니라면 화자에게만이라도 독자가 이입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서술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시점이 큰 기준 없이 왔다 갔다 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지루함을 덜기보다는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시간순이든 아니든, 장면 전환에는 명확한 계기나 연결점이 있어야 합니다. 행방을 알 수 없는 결말은 그 직전까지 복선이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지 않으면 여운이 아니라 찝찝함을 남깁니다. 중심 상징과 이야기를 잡은 것은 시작이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까 고민을 더 깊이 해보시길 바랍니다. 중간중간 삽입된 시나 두 사람이 함께 있는 풍경이 시각적으로 풍요로워서 그림책이나 삽화가 있으면 더 좋을 거란 생각을 언뜻 해봅니다.

B : 이계의 존재, 특히 바다 속에서 나온 인어라는 이계의 존재와 우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에서 자신의 청새치를 잃어버렸다고 고백하는 주인공의 말은 전형적이어서 아릅답습니다. 심지어 원형적 서사들에서조차 멍청한 인간들은 바다에서 나온 사랑을 끝내 잃어버리죠. 꽃이 핀 인어의 무덤, 바닷속의 황량함, 인어의 노란 눈,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병렬적으로 나열됩니다. 이 나열에 조금 더 짜임새를 부여해주면 아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소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매그레반장 - 수련

A : 가상의 무공을 연마한 초월적 존재가 저주받은 이야기입니다. 긴 세월을 살아왔으므로 사연이 많은 인물에 대해서 나타내주는 부분, 미스터리를 증폭시키는 부분, 반전을 선사하고자 하는 부분 등을 넣느라 전개가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런데 정작 궁금증 해결은 요정이 나와서 다해주는군요. 신성, 무공, 저주 등의 관념에 대한 설정이나 개념 반전은 신선하나, 그 아이디어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작위적입니다. 이야기가 이야기 자체로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좋겠습니다.

B : 여러 설정들이 많이 들어간 소설입니다. 설정 자체는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 흡혈귀 아내가 피를 잘못 먹고 들어가서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이 소설에서 등장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만큼 사랑스러운 장면이네요. 이런 발랄한 터치를 좀 더 살려나가서 주인공의 캐릭터도 설정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구성해 줄 순 없었을까요. 왜 주인공이 그런 수련을 했는지, 거기에 그 정도의 공력을 쏟을만큼 시간을 보냈는지, 왜 다른 흡혈귀들과는 다른 삶을 사는지, 등등이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아 있습니다. 주인공은 특이한 캐릭터임에도 결론적으로는 캐릭터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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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더 15.06.01 12:37 댓글

    먼저 바쁘신 와중에도 비루한 작품을 읽어주시고 평해 주신 점 감사 드립니다. 아인슈타인의주사위2는 전작의 소재를 기반으로 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다시 쓰는 기분으로 작성한 단편인데 완전히 같은 줄거리로 보셨다니 좀 더 분발해야겠습니다.

    인공적인 존재에 대한 편견이 주제의식을 희석시키는 것 같아 최소화하려 했는데, 그 또한 실패했네요. 처음에 소재를 잡을 때는 우주가 결정론적이라면 선택과 자유의지란 무의미하니, 오히려 비결정론적인 게 다행이다는 내용으로 쓰고 싶었는데, 탄탄한 줄거리를 위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보니 무게중심이 넘어간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된 게 더 만족스럽긴 합니다. 실력에 비해 너무 큰 담론이었습니다). 아무튼 평가를 참고해서 더 좋은 글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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