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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심사단 박애진, 김이환입니다. A와 B는 무작위로 바뀝니다. 

이번 달 독자단편란에는 평소보다 작은 숫자인 세편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아마 지난 한달 동안은 모두 바쁘셨나봅니다. 독자단편 심사평을 써오면서 ‘이 글에는 설득력이 더 필요하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이번 달의 독자 단편을 읽으면서도 설득력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설득력 있게 쓰라는 말은 쉬운 조언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체득하기는 어려운 조언입니다. 하지만 좋은 소재를 소설이라는 예술로 끌어올리려면 독자를 글에 빠져들고 믿게 만드는 설득력이 필요합니다. 독자단편란 작가님들의 더 많은 노력을 부탁드립니다. 화창한 봄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이지만 국가적으로는 커다란 비극을 겪고 있죠. 다들 잘 지내셨으면 좋겠고 건필 하셨으면 합니다.

3월 16일부터 4월 15일까지 올라온 작품 3편 중 엄길윤님의 <텅 빈 지하철에서>를 가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춤 - 플루터비

A : 화자의 정확한 나이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느낌으로는 10대일 것 같습니다. 한 집안에서 사는 가족들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지 못하고 상처를 주는 폭언을 퍼붓습니다. 반면에 직접적으로 알지 못하는 인터넷의 세계에서는 서로 상대를 알지 못하기에 역시 폭언에 가까운 말을 마음껏 뱉는데 그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현실의 한 단면을 그린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아버지의 병에 대한 화자의 시각, 느낌도 생생합니다. 소설은 말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기라고 하는데 그 점에서 잘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현실로부터 도망가기로 했다.” 부터 보여주기가 아닌 설명으로 돌아섭니다. 오래도록 두려워하던 것이 막상 닥치면 의외로 담담할 수도 있습니다. 그걸 보여주지 않고, 화자의 감정을 대놓고 서술하며 신발을 신고 걸어 나가는 정형화된 모습으로 마무리된 게 아쉽습니다. 만일 화자가 10대라면 오래도록 학교를 나가지 않았다는 걸 앞에서 한 번 보여준 후, 독자가 알 수 있도록 병이 유전이라는 점만 서술하고, 첫 발병을 하고, 아버지가 와서 침을 닦아주고, 지쳐 잠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등교하는 모습으로 결말을 지었다면, 즉 감정을 직접 서술하지 않았다면, 독자가 서술하지 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진솔한 감동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B : 교훈적인 이야기인데, 그래서 아쉽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교훈적인 것이죠. 글을 읽고 나서 다른 것은 기억나지 않고 교훈만 인상에 남았습니다. 그 이유는 글의 길이가 일단 짧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신발을 터는 묘사가 들어가 있는데, 이 행동을 통해서 주인공이 변하겠다고 마음먹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뜬금없다는 느낌도 주는데 왜냐하면 이런 묘사가 앞에는 별로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이런 묘사가 더 나왔다면 글 전체의 설득력도 올라가고 마지막에 결심하는 주인공의 마음도 독자가 이해하기 쉬웠을 것입니다.




중독 - 깨진 유리잔


A : 습관으로 이어가는 일상을 일종의 중독으로 표현했습니다. 매일 똑같은 하루하루는 안도하게 되기도 하지만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작은 흐름 하나가 깨졌을 때 혼란이 오기도 하지만, 또 막상 작은 흐름 하나로 크게 달라지지 않기도 하는 게 사람이 매일 보내는 나날입니다. 이런 삶의 한 모습에서 소재를 얻은 건 좋았고,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평범한 나날을 소재로 삼을 때는 더 깊이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파고 들어가는 집요함이 필요합니다. 이야기는 독자의 상상을 넘어서야 합니다. 숟가락, 젓가락, 포크, 컵의 위치, 빵의 익은 정도까지, 분 단위가 아닌 초 단위로 들어가서 파고들지 않으면 자칫 밋밋한 글이 되기 쉽고, 그런 면에서 집요함이 조금 아쉽습니다.


B : 평범한 사건을 독특하게 나열했습니다. 일상적인 사건이라도 작가가 글에서 주목하는 순간 평범하지 않은 사건이 됩니다. 이런 시도로 글을 쓰면 색다른 글을 완성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어려운 작업이기도 합니다. 글은 도입부의 설치류 이야기나 중간의 플라시보 효과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를 넣어 글의 분위기를 전환시키기도 하고, 화재가 일어나는 순간 긴장감을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글의 밀도가 약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글 도입부에서 일상을 반복하는 남자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을 제시한 이후로는 별 다르게 흥미로운 시선이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글을 돌이켜 보면 제목인 ‘중독’은 글 내용과 잘 맞지 않는데, 그래서 더 궁금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짧은 글 안에서 할 수 있는 시도를 했고 대부분은 성공했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 글입니다.



텅 빈 지하철에서 - 엄길윤

A : ‘지질한’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나 상상,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모습들을 실감나게 잘 그렸습니다. 두 가지가 아쉬웠는데, 지하철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세부가 살아있고 생생한데 견주어, 직장 이야기는 너무 추상적이라는 점입니다. 야근이 많다, 야근 수당은 쥐꼬리만 하다, 는 일반적인 서술이 아니라 짧고 굵게 실제 직장 모습을 그렸다면 도입부가 덜 지루해지고, 상상력만이 아니라 현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을 듯합니다.
지하철에서 본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하며, 열린 결말로 가지 않기를 바랐는데, 결국 열린 결말로 끝났습니다. 이런 글은 글을 쓰는 분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자 한계입니다. 마무리를 짓지 않기에 뻗어나가는 상상력은 공허합니다.


B : 주인공은 일상에 대한 불만 때문에 머리가 터질 듯합니다. 새벽의 지하철이라는 불안하고 막막한 공간에서 주인공의 감정이 폭발합니다. 글은 짧은 문장을 나열해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이는 글에 속도감을 주는데 성공했습니다. 문장에 비해 이야기 진행은 다소 느린 편이지만 이어지는 포르노적인 상황들이 계속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글은 주인공이 성폭행 이후 느끼는 자책감과 혐오를 통해 다른 영역으로 진입합니다. 그때 쯤 지하철을 감싸고 있던 불안한 분위기가 호러로 변합니다. 피와 시체가 등장하고 끔찍한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은 계속 주지만, 결말은 없습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여자, 끔찍하게 훼손된 시체 같은 이미지들이 그저 공포의 이미지로만 남는 점이 아쉽습니다. 주인공이 느끼는 좌절이 끝을 알 수 없이 커진다는, 주인공이 겪는 감정의 결말은 있긴 하지만 주인공이 겪는 이야기의 결말은 없어서 아쉽습니다. 재미있는 글이지만 끝에서 글 전체를 꿰뚫는 결말이 주어졌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4월 독자우수단편 가작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거울 독자 우수단편에 선정되신 분들께는 책을 한 권씩 보내드립니다.
엄길윤님은 pena12 @ gmail.com 으로 우편물을 수령할 주소, 성함, 전화번호(택배 발송시 필요) 를 보내주세요.


댓글 3
  • No Profile
    pena 14.05.01 00:53 댓글

    티아리님, 썬펀님, 유이립님, 먼지비님께 굉장히 늦게나마 상품을 보내드렸습니다. 다만 룽게님의 연락처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네요.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메일 부탁드립니다.


    너무 늦게 보내서 죄송합니다, 독자우수단편에 선정되신 것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건필하시길 빕니다.

  • pena님께
    No Profile
    유이립 14.05.05 23:33 댓글

    책왔습니다. 귀중한 선물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게 읽도록 하겠습니다.

  • No Profile
    엄길윤 14.05.01 06:44 댓글

    귀중한 평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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