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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우주 시대의 고찰

2012.10.20 01:3510.20

우주 시대의 고찰


  김성수영호민식은 성공한 젊은이의 축에 들어간다. 지구인치고는 능력이 꽤 뛰어나다. 지구가 핵전쟁으로 멸망한 이후에 지구인들은 위성인 달동네에서 가난하게 살면서 목숨을 부지하거나, 언제 엔진 과열로 폭발할지 모르는 고물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떠돌아다녔다. 지구인들은 자신의 별을 죽인 못쓸 종자라며, 다른 행성인에게 무시를 당했고, 그 때문에 그 넓은 우주에서도 취업난에 시달렸다. 그렇지만, 김성수영호민식은 주인공답게 뛰어난 지능과 능력으로 민간전함의 컴퓨터시스템 관리자로 취직해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또래 젊은이들로부터 부러움을 산다. 김성수영호민식은 자기 관리에 철저한 남자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 보면 체력이 약해지고 몸이 군살이 붙기 쉬운데, 그는 업무가 끝나고 나서는 직원용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복근은 여섯 조각으로 갈라졌고, 팔과 가슴 근육 때문에 셔츠도 신경을 써서 산다. 앞의 두 가지 조건만 듣고도 지구 여자들은 가슴이 뛰리라. 모두가 김성수영호민식과 만나고 싶고, 더 나아가서는 결혼까지도 꿈꾸고 싶을 것이다. 김성수영호민식 또한 아름다운 여자들과 사귀고 싶고, 인생에 대한 행복한 계획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모자랄 것이 없어 보이는 김성수영호민식에게는 남들보다 지나치게 많은 것이 있었다. 바로 뛰어난 두뇌였다.

  김성수영호민식은 하나의 몸에 세 개의 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샴쌍둥이 형제로, 통칭 ‘삼두괴
물’이라 불린다. 가장 먼저 자궁속에서 나온 이가 바로 가운데 머리인 ‘김성수’다. 김성수는 다른 형제들보다 가장 신체를 잘 움직일 수 있다. 다른 형제들은 숟가락 하나 잡는 것도 하지 못하기에, 김성수의 운동신경에 의지한다. 둘째인 왼쪽머리 김영호는 IQ 180, 셋째인 오른쪽머리 김민식은 IQ 200이다. 이 두 사람의 목은 어깨에서 나뭇가지처럼 자라났다. 김영호와 김민식은 자신들이 천재라고 으스대기를 좋아하며, 남을 비웃고 놀리기를 좋아했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사교성이 좋지 않고 매번 싸움을 일으켰다. 스스로는 주먹 하나 날릴 줄도 모르면서, 계속 입을 나불거리고, 겸손하게 고개를 숙일 줄 모른다. 이 두 사람 사이에 끼인 김성수는 사교성이 좋다. 호감이 가는 미남형 얼굴에 언제나 미소가 가득하다. 전함에서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은 김영호와 김민식에게 용건이 있어도, 김성수에게 말했다.

  전함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화난 얼굴로 떼 지어 몰려왔다.

  “김영호와 김민식이 계속해서 우리 다리를 쳐다보면 성희롱으로 고소하겠어요.”

  김영호와 김민식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들은 미니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다리보다는 가슴과 엉덩이가 좋다는 개인적 취향을 피력했다. 김성수는 파렴치한 동생들을 대신해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사죄를 했다.

  김영호와 김민식은 잠자리에서 억울하다면서 계속 떠들어댔다.

  “망할 년들! 그러면 그렇게 짧고, 달라붙는 옷을 입지 말던가. 입으라고 보여준 거잖아.”

  “걔네들은 자기 전신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다고.”

  김성수는 한숨을 내쉬고는 동생들을 훈계했다.

  “그녀들이 알몸이라면 눈을 감고 코트를 벗어주는 게 예의지.”

  “지랄하네. 그러니까 동정이지.”

  김영호와 김민식은 서로 번갈아가며 혀를 내밀며 큰형을 놀렸다. 사실 두 사람은 김성수를 형이라 여기지도 않았다. 분노한 김성수는 팔을 쭉 뻗고 두 동생의 얼굴을 때렸다.

  “동정은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김성수는 헬스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운동을 했다. 김영호와 김민식은 과도하게 피가 움직이면서 많은 산소를 쓰기에, 뇌에 무리가 온다면서 운동하는 내내 코를 골며 잠을 잤다. 김성수는 거울 앞에 서서 몸을 보았다. 어딜 가도 부끄럽지 않은 김성수의 몸은 전함에서 일하는 전투요원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성수, 굉장해. 어떻게 하면 너처럼 멋진 몸을 가질 수 있을까.”

  톰과 피터는 자신들의 비쩍 마른 몸을 부끄러워하며, 아무리 운동을 해도 근육이 늘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김성수영호민식과 함께 시스템 관리자로 일하는 톰과 피터는 일란성 쌍둥이다. 관리를 하지 않은 곱슬의 금발머리는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개털처럼 엉켜있고, 그들의 시력을 두 배로 좋아지게 하는 안경은 보통 안경보다 두 배나 커서 얼굴을 거의 가렸다. 김성수영호민식도 한 때 이렇게 연애와는 전혀 무관할 것 같은 공대생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김성수는 톰과 피터와 사이가 좋았지만, 이 두 폭탄을 볼 때마다 자신의 흉측한 과거가 떠올랐다. 톰과 피터는 머리가 두 개지만, 자신은 끔찍한 머리가 세 개였다. 군대를 갔다 오고 대학을 졸업한 후, 김성수는 26살이 되어서 연애를 아직 못한 자신의 처지를 바꾸기 위해서 외모를 가꾸었고 지금처럼 다시 태어났다.

  톰과 피터가 성수에게 클럽에 가서 놀자고 했다. 성수는 외박증을 끊고 직원용 리무진 우주선을 타고 클럽에 갔다. 성수는 차 안에서도 생각했다. 절대 영호와 민식이 술을 마셔서는 안 되었다. 두 대가리가 취하는 것도 흉물스러웠지만, 몸이 그들을 따르며 김성수를 배반하는 것이 두려웠다. 예전에도 취한 몸이 바지와 팬티를 벗고,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의 뒤에 달라붙어 비비적거리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들은 클럽으로 가는 리무진 안에서 잠깐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텔레비전을 보았다. 지구 시대의 공상 과학 영화로 과학도나 SF 영화광들에게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 남자들은 그들이 어릴 때부터 열 번 넘게 보아온 이 영화를 보면서 우주와 과학 이론에 대해서 떠들어 댔다. 김성수는 그저 눈썹을 움직이면서 몇 번 웃어줄 뿐,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런 대화는 괴짜들의 대화다. 톰과 피터는 이런 면에서 영호와 민식이와 죽이 잘 맞았다. 김성수는 절대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우월감이 있다. 자신은 이런 괴짜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나이트클럽의 문지기는 한눈에 이들이 클럽의 수질을 악화시킬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리무진을 타고 온 손님이었다. 쫓아낼 수도 없고, 뒷문으로 들여보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도 위험했다. 이런 일에 익숙한 성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미소를 지으면서 문지기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팁과 뇌물용으로 쓰이는 선불식 충전 카드다. 문지기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그들을 들여보낸 다음 클럽 안의 관리자에게 무전을 했다.

  “얼간이 두 명과 괴물 한 명이 들어간다.”

  그러면 유능한 관리자는 트러블 관리에 유능한 웨이터를 시켜서, 그 문제가 될 수 있는 손님들의 방에 여자들을 들여보낸다. 클럽에 처음 와본 티가 팍팍 나는 순진한 초짜들이라거나, 외모가 되지만 몸매가 안 되거나, 몸매가 되지만 심하게 미모가 부족한 여자들을 말이다.

  여자가 세 명밖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항의를 하지 않았다. 김성수는 또 클럽 출입 금지를 당할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영호와 민식에게 특수 재갈을 물렸다. 아주 비싼 재갈이다. 예전에는 싼 것을 썼는데 영호와 민식의 숨소리가 다스베이더의 목소리처럼 흘러나와 더 큰 불쾌감을 주었기에, 소음을 차단해주는 고급용으로 다시 샀다.

  대학생이라는 세 여자는 이들이 전함에서 근무한다는 것을 알고 감탄했다. 톰과 피터는 연봉에 대해서 뻥튀기했으며 우와!, 오늘 그녀들을 리무진에 태워주겠다며 우와! 여자들과 친근감을 쌓았다. 김성수는 허세로 여자를 유혹하는 톰과 피터가 부끄러웠다. 톰과 피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를 느끼는 척하고, 비싼 술을 마시는 여자도 싫었다. 김성수는 검은 긴 머리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가진 미카라는 일본인 여자가 마음에 들었다. 붉은 조명 아래서도 정숙해 보였다.

  “어느 행성 출신이세요?”

  “달에서 태어났죠.”

  “아뇨, 제가 궁금한 건 원래의 인종이에요.”

  김성수는 잠시 침묵하고는 대답했다.

  “당신과 같은 지구인입니다.”

  “어머나, 죄송해요. 전…….”

  “괜찮습니다.”

  미카는 눈을 깜빡거리며 성수를 쳐다보았다. 아니, 영호와 민식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샴쌍둥이라는 건가요?”

  “네.”

  “세상에.”

  여자를 감탄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남자의 능력이라면 김성수영호민식은 수준급이다.

  “머리가 세 개인 샴쌍둥이는 처음 봐요.”

  “네. 최초죠. 의학지에도 우리의 어릴 적사진이 나와 있어요.”

  “굉장하네요. 그러니까 당신도 어떻게 보면 유명인사네요. 저랑 사진 찍어요.”

  김성수가 대답을 해주기도 전에 미카는 그의 옆으로 다가와 찰싹 붙어 앉으며, 카메라의 각도를 잡으며 예쁜 미소를 지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 미카는 화장실에 가겠다면서 방을 나갔다. 톰과 피터는 파트너를 안고 키스를 했다. 김성수는 혀가 마찰하는 소리를 들으며 미카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다. 김성수는 다음날 인터넷에 ‘삼두 괴물’을 검색해서 미카의 블로그를 찾아냈다. 그리고 고소를 하기 전에 게시물을 지우라는 협박 쪽지를 보냈다.


  전함에 근무하는 여성 승무원들의 단체 성명이 담긴 항의서가 함장에게 전달되었다. 함장은 그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해해줘. 하지 못한 숫총각의 열병이라는 것은 광기에 가까우니까.”

  그러자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김성수영호민식은 여자와 자보기는커녕, 교제한 여자도 없는 아주 순수한 동정남이다. 그가 그런 사실을 고백한 적은 없지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자벨라는 지구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미스 유니버스에서 3위로 입상을 했다. 연예인 생활을 하다가 개인적인 문제로 그곳에서 나온 후, 전함에 승선했다. 그녀의 얼굴은 전함을 홍보하는 팸플릿과 포스터에 찍혀 있다. 도도한 이자벨라는 남자들의 구애를 받지만, 아무와 사귀지 않는다. 이 여자는 자신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에, 아무하고도 말을 섞지 않는다. 전함 내에서 졸병에 해당하는 하위 사원들은 그녀에게 말을 걸 자격이 없다. 이 비공식적인 이자벨라의 법은 모두가 잘 지키고 있다. 김성수영호민식은 중요한 자리에 있기 때문에 이자벨라와 아침 인사, 점심식사 인사, 저녁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같이 커피를 마시며 영양가 없는 잡담을 나누어 보지는 못했다. 인기 많은 이자벨라에게 물어보았다. 김성수영호민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미스터 킴은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죠. 제가 말하는 것은 성수 킴이에요. 나머지 두 괴물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네요. 그들은 천재일지 몰라도 인간이 아니거든요.”

  모험심 많은 이자벨라에게 질문을 했다. 김성수영호민식같은 남자와 사귈 수 있느냐고?

  “으, 제가 모험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요. 생각해봐요. 나는 섹스하고 있는데 남이 쳐다보는 것을 즐기지 않아요. 절대!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잠깐, 그런데 당신 누구죠? 어느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이죠?”

  이자벨라에게서 도망친 뒤, 이번에는 벨라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엔지니어로 일하는 벨라는 키가 150cm도 안 될 만큼 아주 작고, 얼굴은 어린아이처럼 귀엽고 애교도 많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벨라는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여자 동료들의 수다에서 입방아에 오르며 따돌림을 당한다. 벨라는 그 작은 몸을 이용해서 전함의 좁은 곳을 손쉽게 누비듯이, 남자들의 품속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

  “김성수영호민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느냐고요? 그러니까 섹스 상대로 말이죠? 음, 솔직히 저는 해보고 싶어요.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쓰리썸보다 더 강렬할 것 같아요. 혹시 머리가 3개인 것보다 거기가 3개인 샴쌍둥이는 없나요?”

  엄마는 인터뷰를 끝마치고 황급히 방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로봇이다. 김성수영호민식이 죽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만든 엄마다. 남들에게 차별을 받은 불쌍한 아들을 감싸며 훌륭히 키워낸 엄마는, 김성수영호민식이 곤란해 하는 문제들을 대신 나서서 해결해 준다. 톰과 피터는 엄마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는데, 김성수영호민식이 엄마에게 아직도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워서 제대로 말하지 않았기에 엄마를 섹스 인형으로 알고 있다. 김성수영호민식이 엄마를 매우 소중히 한다는 것을 알기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빌려달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김성수는 엄마가 인터뷰해온 영상을 보며 울었다. “엄마……. 엄마!” 엄마는 아들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김성수가 훌쩍거리며 잠을 청할 때, 영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멋지지 않아? 벨라가 우리랑 자고 싶어 하잖아. 우리랑 자고 싶어 하는 여성이 존재하다는 거라고.”

  민식도 맞장구를 쳤다.

  “내일 벨라를 데리고 술집에 가서 술을 먹인 다음, 같이 자자고 하자. 벨라는 거절하지 않을 거야.”

  김성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불을 켰다. 그리고 거울 앞으로 가서 소리쳤다.

  “이게 다 너희들 때문이야. 너희 같은 병신들 때문에 내가, 내가! 자기 혼자서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이 병신들이! 이 몸은 너희 것이 아니야! 내 거라고! 내가 꼭 너희들을 잘라낼 거야. 이 괴물들아!”

  영호와 민식은 어디 한 번 해보라며 도발했다. 김성수가 서랍에서 칼을 꺼냈을 때, 영호와 민식은 고개를 수그리며 빌었다. 칼을 든 손은 김성수의 분노에 의해서만 움직일 뿐, 영호와 민식의 희망은 들어주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착한 김성수는 자신이 어젯밤 홧김에 동생들을 죽이려 한 분노를 깨닫고 힘들어했다. 그래서 의사를 만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영호와 민식은 서로 사이좋게 소파의 받침대에 머리를 얹고 잠이 들었다.

  “괜찮습니다. 이 세상에는 김성수 씨 같은 사람이 많아요.”

  “저처럼 머리가 세 개인 사람이 있나요?”

  의사는 잠시 할 말을 잃고 고민하다가 치료법을 제안했다.

  “간단합니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의사는 고급스러운 명함 카드에서 빨간 명함을 한 장 꺼내 김성수영호민식에게 주었다.

  “제가 자주 가는 마사지 클럽인데 아주 고급스럽죠. 마사지를 받고 몸이 편안해지면 자연스럽게.”

  “매춘은 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란 말입니다.”

  “그렇게 거부감을 가지실 필요 없어요. 많은 남성들이 매춘을 통해서 첫경험을.”

  김성수가 갑자기 일어났기에 영호와 민식은 목에 무리를 느끼고 신음을 내뱉었다. 김성수는 영호와 민식의 머리를 받쳐주면서, 의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사랑입니다.”

  “하!”

  의사는 실소를 내뱉었다.

  “꼭 부잣집 부인이 이혼 조정 상담에서 남편의 돈이 아닌 사랑과 관심을 원했다고 징징거리는 것 같네요.”

  “지금 저를 비웃으시는 겁니까?”

  영호와 민식은 속닥거렸다.

  “누구라도 너를 비웃을 거야.”

  “닥쳐, 이 병신들아.”

  의사는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거리며 질문을 했다.

  “김성수 씨. 섹스를 못하는 것이 두 동생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성수는 어젯밤처럼 대답하지 못했다.

  “여기서 굳이 속마음을 숨기실 필요는 없습니다.”

  김성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은 영호와 민식이를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들과 잘 지냅니다.”

  “김성수 씨가 전함의 시스템 관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영호 씨와 민식 씨의 좋은 머리 덕분이 아닙니까. 그 커리어는 김성수 씨 것만이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김성수 씨는 자신이 노력하지 않은 것을, 두 동생에게 돌리고 있죠. 똑똑한 형제가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면서요. 당신이 괴로워하는 것처럼 영호 씨와 민식 씨도 고민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으세요?”

  영호와 민식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

  “드디어 우리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나타났어.”

  “선생님, 그래요. 저희도 이 나이 먹도록 숫총각이라는 사실이 힘들어요.”

  의사는 손을 번쩍 들고 영호와 민식이 말하는 것을 막았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오늘 김성수씨와의 상담만 있습니다. 뭐, 추가로 치료비를 결제하신다면 십 분 정도 시간을 내드릴 수는 있습니다.”

  김성수는 두 동생이 말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다며 추가 비용 지불을 거절했다. 의사는 결론을 내렸다.

  “김성수 씨. 꼭 한 달 안에 섹스를 하시기를 바랍니다. 제 생각으로는 섹스가 유일한 치료법입니다.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하다가는 그 열등감과 증오심 때문에 존속 살해를 저지르실 것 같군요.”

  김성수는 의사가 돌팔이라고 욕을 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한 달 안에 섹스를 해야 했다. 왜냐하면 김성수는 전함을 움직이는 시스템 관리자이기 때문에 그의 신체와 정신 상태는 의료진들이 감시하듯이 검사를 하고 있다. 이번 정신과 상담으로 요주 감시 대상이 되었을 것이고, 모든 행동과 말들이 상부에 보고될 것이다.

  “엄마아…….”

  엄마는 침대 옆의 의자에 다소곳하게 앉아 뜨개질하며 따뜻한 눈빛으로 아들을 보았다.

  “엄마. 날 사랑해요?”

  “그럼 사랑하지.”

  “그럼 왜 저를 이렇게 낳으셨어요?”

  “엄마는 핵이 터진 뒤에야 겨우 지구를 탈출한 생존자란다. 피폭을 당한 거지. 그 후 달에 살면서 네 아버지를 만나고 임신을 했지만, 피폭의 영향력은 강했지.”

  “입 다물어요, 엄마.”





  김성수영호민식은 항공학부의 항공시스템학과를 나왔다. 영호와 민식은 똑똑한 티를 감추지 못해서 교수님들에게까지 미움을 받았다. 김성수는 뒤틀린 심술덩어리 동생들과 달리 같은 과 학생들과 잘 지냈다. 하지만 알고 있다. 그들이 자신을 동정하고, 병신 취급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대학 전체 수석에다 졸업하기도 전에 취직이 되었지만, 자신이 그저 머리가 세 개 달린 괴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앞에서도 잠깐 말했듯이 김성수영호민식은 공대 남학생을 대표하는 볼품없는 외모였다. 영호와 민식이 쓸데없이 나불거리다가 여자에게 뺨을 맞을 때, 김성수는 자신감이 없어 여학생들과 말도 하지 못했다. 이런 김성수도 흠모하던 여학생이 있었다. 항공학부 승무원학과의 퀸카 에이미 박을 이베이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항공학부의 모든 학생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에이미 박은 잘난 외모의 여자들이 가득하던 승무원학과에서도 최고였다. 그녀의 경력은 화려했다. 위성 대학 표지모델, 5월의 여왕, 미스 위성 예선전 통과, 오늘의 길거리 패셔니스타. 이것 말고도 더 많았을 것이다.

  대학을 다니던 내내 에이미 박과 대화를 해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것은 꿈이었고,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에이미 박은 언제나 머리가 한 개 달린 남자와 사귀었다. 에이미 박이 처음으로 식당에서 밥을 먹고 김성수영호민식의 앞에 식판을 내려놓았을 때, 영호와 민식은 너무 놀라서 입에 있던 음식을 흘렸다. 김성수는 자신의 머리에 새똥처럼 떨어진 음식물을 느끼지도 못했다. 에이미 박은 김성수영호민식에게 같이 수업을 들은 적이 있지 않으냐면서 아는 척을 했다. 김성수영호민식은 매 학기마다 해킹을 통해서 에이미 박이 듣는 수업을 알아냈고, 한 가지라도 꼭 그녀와 같은 수업을 들으려 했다. 에이미 박은 김성수영호민식이 들어가기로 한 전함에 승무원으로 들어가고 싶다면서, 면접과 자격조건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김성수영호민식은 자신이 아는 바를 말해주면서, 그녀라면 꼭 전함에 승무원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을 했다. 그 후 에이미 박에 대한 소식을 인사부로부터 들었는데 1차 서류 전형에서부터 떨어졌다. 김성수는 그날 혼자서 술을 마시며 아쉬워하다가 엄마를 껴안고 울었다.

  이베이는 참 재미있는 곳이다. 예상치 못한 것들이 시장으로 나온다. 이베이의 사용자들은 대부분 지구인이다. 그래서인지 핵전쟁 이전의 지구에서 나온 물건들이 많다. 잃어버린 시대의 이미지 조각들이다. 러시아 제정시대의 악랄한 마법사였던 라스푸틴의 거대한 성기라든가 개봉하지 않은 200년 된 프레첼, 나폴레옹의 작은 성기, 150년 묵은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CD, 명기로 유명했던 여자의 음부 기타 등등. 어째서 인상적인 것들이 생식기들뿐인가. 죽어서 힘도 없는 생식기들인데 그것들은 엄청난 액수에 팔렸다. 김성수는 대체 누가 그런 것들을 사느냐며 의문을 가졌다. 부자 늙은이가 포르말린 통에 있는 성기를 보면서 지구에 대한 향수를 떠올린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 이베이 경매의 1위를 달리고 있던 것은 핵전쟁 이전에 지구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어느 여자 아이돌이, 결국 달에서의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찍었던 포르노 비디오 파일이었다. 2위는 ‘나의 체리를 팔아요.’였다. 스물여섯 살의 그녀는 알몸에다 앞치마 하나만을 걸친 채, 체리를 입에 반쯤 머금고 요염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을 구매하는 이에게 의사가 증명한 처녀증명서를 주고, 몸으로 처녀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동정을 파려는 순결한 남녀들이 간혹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김성수가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체리걸은 에이미 박이었다.

  김성수는 떨리는 손가락을 모니터에 가져갔다. 경매는 마감 직전이었고, 많은 경쟁자가 입찰해서 시시각각으로 최고 금액이 변했다.

  “눌러, 눌러! 제발 눌러!”

  김성수가 망설이자 영호와 민식은 울부짖으면서 어떻게든 팔과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해 보았다.

  “안 돼. 이래서는 안 돼.”

  “그녀를 사랑하잖아. 다른 남자한테 넘기고 싶은 거야?”

  김성수는 결국 경매에 입찰했다. 그리고 책상에 엎드려서 울었다. 치졸하고 못난 자신을 자책했다.

  “정신 차려. 또 가격이 갱신됐어.”

  김성수는 민식의 말에 놀라서 다급하게 두 배의 금액을 써서 입찰했다.




  에이미 박을 위해서 하루에 5000만원이나 하는 스위트룸을 잡았다. 그녀를 위한 고가의 선물들, 첫 경험의 진입을 도와줄 윤활젤, 최고급 콘돔도 준비했다. 김성수영호민식은 그녀를 절대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커다란 장미꽃다발을 들고 개인적인 밀실 식당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오지 않을까 봐 걱정되어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하고, 열심히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를 했다.

  호텔 보이는 에이미 박이 로비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성수는 거울 앞에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면서 영호와 민식에게 경고했다.


  “그녀가 떠날 때까지는 입 다물고 있어. 너희는 이 세상에 없는 거야.”

  “너의 섹스, 나의 섹스.”

  “너의 기쁨, 나의 기쁨.”

  드디어 에이미 박이 들어왔다.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은 에미미 박은 학교에 다닐 때보다 더 아름다웠다. 영호는 목을 움츠려서 김성수의 귀에 속삭였다. “동네 굴다리가 런던 브리지가 되었네.” 김성수는 주먹으로 김영호의 코를 때렸다.

  “아, 안녕하십니까.”

  김성수는 떨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에이미 양, 저, 저는.”

  성수와 영호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에이미 박이 비명을 질렀기 때문에 덩달아 놀란 형제도 마음껏 소리를 질렀다.

  잠시 후 에이미 박은 정신을 차렸다. 또 김성수영호민식을 보고 부들부들 떨면서 사과를 했다.

  “미안해요.”

  “괘, 괜찮습니다. 당연한 일이니까요.”

  에이미 박은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괴로워했다.

  “당신, 나랑 같이 항공학부를 다니지 않았나요?”

  “절 기억하십니까?”

  “당연히 잊을 수가 없죠. 어떻게 삼두…….”

  에이미와 김성수는 식사를 했다. 에이미는 스테이크에는 거의 손도 대지 않고 와인을 계속 마시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돈이 되게 많나 보네. 처녀성을 사는 데 2억이나 주다니.”

  “미안해.”

  “아냐, 굉장히 짜릿했어. 내 가치가 이 정도는 되는구나 싶어서. 여기 스위트룸이지? 침실은 어디 있어? 화장실은? 나 화장실에 좀 갔다 올게.”

  김성수는 에이미 박이 오열하는 것을 들었다. 더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다. 화장실 문을 두드리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에이미. 그냥 집으로 돌아가도 좋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나는 네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 오늘 너를 오랜만에 본 것만으로도 만족해.”

  김성수는 정말 행복했다.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이제 와서라도 할 수 있게 되어서 말이다.

  “사실은 학교에 있을 때 너를 좋아했어. 그래서 네 곤란한 상황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어. 에이미, 지금 이 방을 나가서 머리가 한 개가 달린 정상적인 남자를 찾도록 해.”

  화장실 문이 열리고 슬립만을 입은 에이미 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이미 박은 김성수의 목을 감쌌다.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나 혐오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 보여줘. 네 사랑을. 난 지금 필요해.”

  김성수는 자신의 품속에서 잠든 아름다운 에이미 박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녀가 처녀성을 팔정도로 어떤 불우한 상황에 처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원하고 지켜주기로 했다. 에이미 박과 결혼을 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주고 싶었다. 영호와 민식은 난생처음으로 생젖을 보고, 섹스를했다는 감격에 훌쩍거렸다.

  앞으로 에이미와 사귀면서 천천히 서로를 알고 싶었다. 에이미도 그와 다시 만날 의향이 있는 듯했다. 김성수는 에이미에게 약속했던 2억을 보냈다. 에이미에게 전화했지만 계속 받지 않았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되었다. 갑자기 경찰서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김성수 씨께서 계속 연락을 하면 스토커로 고소하겠다고 했습니다.”

  김성수는 에이미 박에게 더는 연락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서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 경찰서를 나왔다. 영호와 민식은 풀이 죽었다.

  “우리는 좋았는데, 불만족스러웠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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