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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후의 젊은 호랑이들>부대원이라면 누구든, 의미 있는 죽음은 일생에 걸친 성실한 봉사보다 더 천국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을 것이다. 타마후 반군의 소년병 부대인 <젊은 호랑이들>은 반군 본대의 10배를 훌쩍 넘는 소모율로 악명 높았는데, 죄에 찌든 어른들보다 지상에서 지낸 시간이 짧아서인지 갓 면도할 나이가 된 아이들은 이 세상의 죄를 뒤로 하고 천국으로 떠나는 일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순교자의 피>소대가 놓인 상황은 죽음에 가깝기는 했지만 그리 천국에 가까워 보이지는 않았다.

라하르는 반대편에 기대놓은 위르드가 서서히 헐떡거리는 것이 약해지다가 이윽고 완전히 움직이지 않게 될 때까지 지켜보았다. 호흡이 멈춘 것을 확인한 다음, 멍하게 허공을 쳐다보는 눈을 감기고 16년의 짧은 생을(아니, 아직 열다섯 살이었던가?) 마치고 예언자 곁으로 떠나간 영혼을 위해 짤막하게 기도했다. 견갑골을 부수고 들어간 총탄이 폐를 찢어놓아 점점 피가 차올라서 자기 피에 익사한 꼴이었다.

위르드까지 죽었으니 결국 마랃드 분대에서는 살아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겁쟁이 정부군 놈들은 <젊은 호랑이들>의 전설적인 흉포함을 겁낸 나머지 탄약을 아끼지 않고 비처럼 퍼부어댔다. 라하르는 저렇게 많은 무기들이 우리한테 있었더라면, 하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이때까지 처음 한 것도 아니었고 몇 번이나 했는지도 몰랐다.

소대장인 무탐이 손짓해서 살아남은 분대장 셋을 불렀다. 라하르는 머리를 낮게 숙이고 총알이 씽씽 날아다니는 밑을 기어갔다. 무탐이 소곤거렸다.

천국에 가는 건 언제든 환영이지만, 지금 여기서 우리가 몽땅 천국으로 가면 안 되는데. 마랃드 분대원 중 산 사람 있어?”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라하르가 말했다.

방금 위르드도 죽었어.”

그럼 이제 세 분대 남은 거군. 각자 분대 인원수는?”

우리는 일곱.” “여섯.” “우리도 여섯.”

나까지 더하면 딱 스물인가... 놈들이 저쪽에서 들이닥친 걸 보면 <새벽별>소대는 이미 따라잡힌 모양이야.”

그들은 잠시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먼저 죽어간 전우들을 위해 기도했다. 소대장이 말을 이었다.

결국 중대에 합류할 때까지 최대한 정부군의 전진을 저지하는 임무는 실패한 셈이군. 이 인원으로 발목을 잡는 건 무리야. <검은 표범>소대는 우리보다 더 먼저 떠났으니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고.”

대장, 유격대는 속도가 생명이야. 지금도 저놈들이 우리 뒤로 돌아오려고 움직이고 있을 거라고. 이제 우리 임무는 최대한 병력을 보존하는 거야. 최대한 빠르게 중대에 합류해서 다음 명령을 따라야해. 빨리 여기를 뜨자.”

오시다인이 충고했다. 무탐은 숫자를 셈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교본 상으로는 그렇지. 마랃드 분대가 죄다 총알밥이 돼서 바닥에 뻗어있는 것만 빼면 말이야. 엄호고 뭐고 할 인원이 안 돼. 총이 빗겨가기를 바라면서 죽어라 뛰는 수밖에.”

그 때 조용히 듣고만 있던 마라타이가 불쑥 끼어들었다.

놈들이 어느 쪽에서 있는지 모르면서 눈앞에 있는 적한테 등을 보이는 건 위험해. <검은 표범>은 우리보다 하루 먼저 떠났으니 그 사이에 놈들이 우리 진로 상에 들어왔을 수도 있어. 잘못하면 몰아가는대로 기다리는 총구 앞까지 쫓겨 갈 거야.”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다고 지금 눈앞에 있는 총구 앞에서 뻗댈 순 없잖아.”

내가 곧장 앞으로 갈게.”

그 말에 무탐은 눈썹을 치켜떴고 다른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전장의 공포에 시달리다 보면 맛이 가 버리는 녀석들이 많았는데, 제 발로 총구 앞에 뛰어드는 건 예사였고 눈물과 오줌을 둘 다 흘리면서 탄창도 끼우지 않은 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짤깍거리는 놈도 있었다. 무탐은 마라타이에게 몸을 가까이 숙이면서 유난히 천천히 말했다.

어떤 소대장은 라디오 설교에 너무 감동을 받아서, 최후의 순간이 오자 소대원들한테 핀을 깐 수류탄을 하나씩 쥐여 주고 달리라고 했다더군. 하지만 내 생각엔 그 얘기는 구라야. 왜냐면 그 정도로 멍청한 놈들은 소대장으로 진급할 때까지 살아있지 못하거든.”

상당히 가까운 곳을 총알이 스쳐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마라타이가 뭐라고 말하려 했으나 무탐이 손을 들어 입을 다물게 하고 계속 이었다.

그런 놈들은 등 뒤에서 총을 맞거나, 아니면 쥐여 준 수류탄이 자기한테 도로 날아와서 골로 가게 되어 있어. 멍청한 놈들은 어떻게든 멍청하게 죽을 방법을 찾기 마련이지. 하지만 난 그렇게까지 멍청한 놈은 아냐. 마라타이 분대장, 본관은 귀관의 제안을 거절한다. 이유는 네가 돌대가리이기 때문이야. 알겠어? 계속 헛소리를 하면 정신을 차릴 때까지 두들겨 패 주겠어. 우린 살아남을 거야, 모두 다. 먼저 천국에 간 부대원들을 만났을 때 너는 뭐하다 왔냐고 물으면 수류탄을 들고 달리다 죽었다는 둥 할 수는 없지.”

대장, 내가 모두를 위해 죽겠다거나 그런 소릴 하는 건 아냐. 그냥...”

하고 마라타이는 곤란하다는 몸짓을 해 보였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여튼 내 말은 할 수 있다는 거야. 내가 할 수 있다고.”

똑같은 소리를 한 번만 더 하면 귀관이 정상적 전술판단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하고 분대장 직위를 해제하겠다. 2분대에 그 다음 기수가 아타브였지.”

급박한 상황에서 갑자기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자 라하르와 오시다인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비록 저번 정부군 소각 작전 때 소개하지 않은 주민들과 함께 깡그리 불타 사라지긴 했어도 라하르는 마라타이와 동향 출신이었고, 어린 병사들이 파리 새끼처럼 죽어나가는 전장에서 그 정도면 친구라고 할 만 했다. 오시다인이 소대장을 붙잡고 유격대가 어떻고 신앙이 어떻고 하면서 교본에 나오는 소리를 늘어놓는 동안 라하르는 친구를 말리려 했다.

안 돼, 마라타이, 이건 그냥 자살행위야. 단순히 내가 친구라서 이러는 게 아니야, 우린 분대장을 또 잃어선 안 된다구. 마랃드도 죽었으니 입대한지 3년을 넘은 사람은 이제 우리 넷 밖에 없어, 아타브도 아직 열일곱살 밖에 안 됐고. 임무를 기억해, 마라타이! 안 돼-”

 

그러나 마라타이는 불쑥 일어섰고, 라하르가 기겁해서 미처 붙잡기도 전에 총을 움켜쥐고 엄폐물을 넘어가 버렸다. 라하르는 반쯤 따라 일어섰지만 고개를 내밀자마자 총탄이 귓가를 휭!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도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마라타이!”

적들이 마라타이를 발견하고 쏘아대면서 소대가 몸을 숨긴 둔덕에도 총알이 빗발처럼 두들겨 댔다. 오시다인은 급하게 수신호로 옆 둔덕에 있는 자기 분대에 응사를 명령했고, 남아 있는 두 분대도 라하르의 지시를 따라 사격했다. 무탐이 이를 갈며 분해했다.

이런 제기랄! 미친놈이! 그냥 바로 때려 눕혔어야 했는데, 어린 신병들 앞에서 분대장이 제 발로 죽으러 가는 꼴을 보이다니 이게 무슨 짓이야!”

아냐, 아직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저것 좀 봐! 예언자님 맙소사!”

바로 옆에서 카르따이니가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하는 바람에 그들은 모두 엄폐호 밖을 조심스럽게 내다보았다. 질척거리는 바닥과 가시덤불을 피해 겅중겅중 뛰어넘으면서 마라타이가 숲의 음영 아래로 막 모습을 감추는 차였다.

봤어? 저길 가로질러 가면서 한 발도 안 맞았어.”

세상에 어떻게 저럴 수가 있담.”

총성은 계속 울렸지만, 더 이상 그들에게는 총알이 날아오지 않았다. 그대로 달려갔다면 이미 적진까지 도달했을 터였다.

어떻게 하지?”

시선은 확실히 끈 모양이야. 아직 살아 있다면 수류탄이라도 까 넣어주면 좋겠는데, 지금이라도 전진할 수 있게.”

의논하는 동안 총소리가 점점 줄더니 급기야는 뚝 그쳐버렸다. 멀리서 희미하게 울리는 총성만 간혹 들려왔다. 무탐이 결단을 내렸다.

일단은 가자. 사격이 끊긴 지금이 기회야. 오시다인, 네 분대로 돌아가, 엄호하다가 신호하면 바로 따라오는 거야. 마라타이 분대는 내가 지휘한다. 라하르, 너희는 나하고 가자. 바로 놈들을 칠 거야! 저 왼쪽에 늘어진 그늘 아래로 달린다! 말씀 외에 영광 없도다!”

가자. 가자! 일어나, 호랑이들! 달려! 달려! 불신자 놈들을 지옥에 쳐 넣어 주자! 타마후를 위하여! 타마후!”

말씀 외에 영광 없도다!”

그들은 벌떡 일어섰고 총구로부터 가려주기에는 너무 얇은 음영 아래로 그야말로 죽을 듯이 달렸다. 총구가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쪽을 향해 똑바로 달리는 것은 쉽지 않다. 라하르는 자기 안에 무력한 어린애가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집 안을 수색하던 정부군이 아버지를 반군과 내통한 것으로 몰아 즉결 처분할 때, 아버지였던 시체가 털썩 쓰러지는 것을 문틈으로 보면서 어두운 광 속에 숨어 울기만 하던 어린애. 그러나 <젊은 호랑이>가 되면서 라하르는 어린애는 그대로 울고 있도록 내버려두었고, 이제 총을 한층 더 세게 움켜쥐고 가장 앞서서 큰 소리로 외쳐대며 달렸다.

영원 같은 시간을 지나 적들이 사격하던 바로 아래까지 도달했을 때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그들은 기댄 채로도 한참이나 씨근거렸다. 반대편의 나뭇잎들 아래로 오시다인 분대가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지만, 쏘고 있지는 않았다.

엄호 사격을 안 하잖아, 놈들이 아직도 쏘지 않고 있는 거야.”

라하르는 헐떡거리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들은 불안하게 서로를 마주보았다.

몰라. 일단 돌입하자.”

무탐이 맞은편의 오시다인 분대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들은 각자 자기가 이끄는 분대에게 돌입 신호를 하고, 셋까지 센 다음 숨을 들이키고 총을 꽉 움켜쥐며 재빠르게 둔덕을 우회했다. 그러나 그 너머에서 그들이 본 광경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사방에 정부군이 쓰러져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거의 열 명은 넘는 수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바로 앞의 몇 놈은 손도 쓰지 못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단 한 번에 총을 맞고 절명한 것 같았다. 그러나 몇 걸음 더 나아갔을 때 발밑에 쓰러져 있는 정부군들은 반격 태세를 갖추고 응사하던 중에 죽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공기 중에 온통 매캐한 화약 냄새와 비릿한 피 냄새가 떠돌았다. 발밑에 찰박거리면서 피가 밟혔다. 온통 피투성이인 한 복판에 머리끝까지 피를 뒤집어쓴 마라타이가 멍하니 서 있었다.

마라타이!”

라하르는 주위를 경계하는 것도 잊고 철벅 철벅 달려가서 마라타이의 어깨를 잡아챘다.

마라타이! 마라타이, 너 괜찮은 거야?”

손이 닿자 흠칫 놀라며 몸을 떨었다. 구석구석 살폈지만 별다른 부상을 입은 데는 없었다. 죄다 적들의 피인 듯 했다. 라하르는 마라타이의 어깨를 꽉 붙들고 물었다.

세상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마라타이, 이게 다 어떻게 된 거야?”

“-그냥 내가- 했어.”

초점 없는 표정으로 마라타이가 중얼거렸다.

너가? 했다고?”

어어.”

하지만-이걸- 어떻게?”
라하르는 주위를 흘끗 보고 힘들게 되물었다. 마라타이는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 피칠갑이 된 얼굴을 문질러 닦았다. 그는 눈을 깜짝거리고 라하르와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소대원들을 보면서 누구에게 라고 할 것 없이 말했다.

나도 어떻게 한 건지는 잘 모르겠어... 그냥 손가락에 힘을 빼고 방아쇠를 자연스럽게 당겼지. 그러니까 되던데.”

다행히도 <젊은 호랑이>가 된지 4년째인 무탐은 이런 처참한 광경은 다른 분대장들보다 더 많이 봤더랬고(언젠가 정부군이 총알 아끼려고 포로를 트럭으로 깔아뭉갠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소대장답게 침착하게 이런 저런 지시들을 내렸다. 오시다인이 분대를 이끌고 적들의 흔적을 따라갔다가 돌아와서 살아남은 정부군은 악마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엉망진창으로 숲을 짓밟으며 도망쳤다고 보고했다. 그들은 말없이 노획물을 챙기고 시체에 부비트랩을 설치한 뒤 빠르게 퇴각해서 와해된 포위망을 무사히 벗어났다. 꼬박 이틀을 걸어 은신처에 도달할 때까지 더 이상 마주치는 적은 없었다.

 

나중에 마라타이는 중대장 앞에서, 그 다음에는 본대 지휘부 앞에서도 손가락에 힘을 빼고 방아쇠를 어쩌고 하면서 똑같이 증언했고, 그것은 아마도 다른 소대원들을 당황시켰던 것처럼 지휘부를 당황하게 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그들은 밀림의 꼬불꼬불한 길들과 지도 위의 숫자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한 사람이 혼자서 이런 공훈을 세웠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국 마라타이의 용기만 칭찬하고, <순교자의 피>소대에 충원이 있을 거라고만 했다.

라하르는 기회를 엿보다가, 어느 날 저녁 기도시간이 끝나고 친구와 둘만 남았을 때 슬쩍 물었다.

이봐,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 때 정부군 놈들은 스물도 넘었다고. 처음에 몇은 어찌 해볼 수 있다고 쳐도 나머지는 어떻게 죄다 해치울 수가 있어? 게다가 넌 스친 자국 하나 없었잖아.”

다들 나하고 둘만 남으면 그걸 물어 보더군. 그리고 내가 신앙의 힘으로 불가능한 것이 없다고 대답하면 라디오 설교에서 용맹한 호랑이의 기상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을 때 같은 표정들을 하더라고. 하지만 우리끼리 사이인데 말하자면, 뭔가가 있기는 했어. 분명하면서도, 사납고, 맹렬한...”

주님의 진노가 임했다거나 아니면 복수의 천사가 손길을 인도한다는 그런 얘기야?”

글쎄.” 마라타이는 마땅한 말을 찾느라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거라면 불타는 덤불처럼 성스럽다는 걸 딱 알 수 있겠지. 근데 그건 그런 부류의 것은 아니었어. 그보다는 마치... 뭐라고 할까, 뭔가 좀 꺼림칙한 느낌? 어둑해진 숲을 무심코 보다가 뭔가 서 있는 걸 본 것 같을 때 있잖아. 깜짝 놀라서 다시 자세히 보면 아무것도 없는데 눈을 돌리면 계속 뭔가 거기에 있는 거 같은 때.”

때마침 저녁을 꽉 채운 벌레 울음소리 위로 무엇인가가 길게 울부짖으며 휙 날아갔다. 밀림에는 대체 어떻게 생긴 놈이 내는 건지 모를 소리들이 가득해서, 평생을 숲 속 부락에서 살아온 사람도 가끔 오싹한 기분을 느끼는 때가 종종 있다. 라하르는 잠깐 움찔한 것을 숨기려고 억지로 웃었다.

방금 같은 거?”

그러나 마라타이는 웃지 않았다. 어둠 속을 들여다보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밀림 속에는 뭐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 돌아다닌다고들 하지. 이 땅에 말씀이 와 닿은 뒤 더 깊숙한 곳으로 쫓겨난 것들, 사람한테 씌고, 실성하게 만들고, 숲속으로 사람을 낚아채가는- 만일 그런 것들이 정말 있다면 그런 느낌 아닐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게 왔을 때, 그건 분명히 설교 시간에 나올 만 한 건 아니었어. 그건-”

과일 박쥐 떼가 늘어진 이파리 사이를 날아가면서 부산스럽게 찍찍댔다. 라하르는 마라타이가 말할 때마다 점점 불편해졌는데, 첫째는 그런 미신적인 두려움은 미신이라는 점과 두려움이라는 점 모두 <젊은 호랑이>에게 걸맞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었고, 둘째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밀림의 어둠이 잠자코 그들에게 귀 기울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우연히 다른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그 말을 하는 게 누군지 빤히 쳐다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라하르는 그런 기분을 떨쳐내려고 짐짓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라디오 설교에선 우리가 총알이 피해가길 바라면서 진흙바닥을 기어 다닌다고 하진 않지. 정신없이 쏘다가 총열에 덴 손이 푹푹 썩어서 팔목까지 잘라야 한다거나, 눈앞에 수류탄이 툭 떨어져서 오줌을 지렸는데 불발이었다거나, 옆 놈이 가죽자루처럼 팍 터질 때 흘러나온 것들 냄새에 전투가 한창인데 죄다 토했다거나 하는 얘기는 성전이나 신앙 같은 얘기에 어울리지는 않으니까. 그게 뭐였든 간에 불신자 놈들한테 한 방-그것도 아주 세게- 먹여줄 수 있었고 덕분에 우리도 살았잖아? 그거면 된 거야.”

꽤 가까이에서 쑥---쑥 하고 뭐가 울어댔다. 씨르르 씨르르 씨르르 찍찍 쑥--. 마라타이 대신 그래-그래-그래 하고 대답하는 것 같았다.

“-그게 주님께서 저들을 너희 손에 붙이셨다는 거지 뭐. 아직 파편 한 번 스친 적 없는 신병들이나 지휘부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자기들이 이제부터 아주 영광스럽고 고귀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거라고 들뜨지. 그러다가 머리 위로 염병할 포탄을 3일 내내 두드려 맞고도 살아남고 나면 그제야 겨우 성전이라는 게 생각보단 상당히 좆같다는 걸 알게 되는 거고. 너무 신경 쓰지 마. 원래 우리가 하는 게 이런 거야.”

이미 밤이 다 되어서, 상대는 윤곽으로만 보일 뿐 무슨 표정인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밀림의 소음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끼익 끼익 짝, , . 깨액! 깨액! -쓰으으. -쓰으으. 다시 쑥---쑥 하는 소리가 딱---딱 하는 소리와 번갈아 섞여서 들렸다. 이 지독한 어둠, 뭔가가 가득한 어둠. 주위를 빽빽이 에워싼 어둠. 주님께서는 우리가 전장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고 계실까? 어둠이 전능하신 분의 눈길에서 우리를 가려 버린다면? 아니, 어떤 것도 우리가 저지르는 죄를 숨겨주지 못한다. 주님께서 당신의 영광스러운 얼굴을 이미 우리에게서 거두셨기 때문에 우리가 어둠 속에 남겨져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내 옆에 서 있는 것은...?)

갑자기 뭔가가 파라락 뺨에 얇은 날개로 부딪히는 바람에 라하르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철썩 후려쳤다. 그 바람에 주문이 풀리기라도 한 듯 그들 주위를 맴돌던 것이 웃는 소리 같은 것을 길게 흘리면서 재빠르게 숲의 어둠으로 후다닥 달아났다. 마라타이가 약간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는 거 같다-(목을 가다듬자 평소 목소리로 돌아왔다) 곧 야간 행군인데 들어가자. 또 밤새 걸을 텐데 이거 미안하네. 저녁 기도 끝난 다음에 잠깐 눈이라도 붙일 수 있었을 텐데.”

아냐, 친구끼린데 어때. 신경 쓰이는 게 있으면 얘기할 수도 있지. 얼른 가자, 군장 챙겨야지.”

그러나 라하르는 들어가기 직전, 친구가 하지만 그건 뭐였을까...”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분명히 들었다고 맹세할 수 있었다. 비록 거기에 대해 더 생각하고 싶은 마음도, 생각할 틈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게 뭐였는지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순교자의 피>를 놓쳤지만 이 지역의 <젊은 호랑이>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는 것을 확신한 적들은 계속 몰아붙였다. 총알에 갈기갈기 찢긴 시체들을 주민들에게 전시하고 살아남은 이단자 놈들도 머지않아 죄다 이 꼴이 될 거라고 선전해댔다. 상황은 점점 <젊은 호랑이>들에게 불리해지고 있었다.

아직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도 비참한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인데다 이따금 놈들이 주민들에게 터무니없는 짓들을 저지르곤 했기 때문에 자원입대하는 고아들은 언제나 많았다. 그러나 무모한 복수심에 불타는 어린 아이들을 성전에 목숨을 바치는 신앙의 병사로 바꾸어놓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젊은 호랑이>부대의 악명 높은 소모율까지 더해져 항상 병사는 부족하기 마련이었다. 한 소대를 충원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중대는 한동안 계속 두 소대뿐이었다. 병력이 지나치게 부족한 탓에 밀림의 짙은 음영 덕분에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이 구역의 영향력도 점점 약해졌다. 아마 <순교자의 피>소대까지 잃었다면 지휘부는 일찌감치 이곳을 포기했을 터였다.

밀림 속에 숨겨져 있던 은신처들은 파괴당하고 습격로도 봉쇄되었다. 정부군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서 완전히 반군을 뿌리 뽑으려 들었다. 그들은 계속 더 깊은 숲으로 쫓겨 갔다. 포위망은 좁아지고, 좁아지고, 화력과 병력 모두 압도적인 적들을 피해서 이동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또다시 고립되었다.

총성이 덮은 하늘 아래에서,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은 작은 엄폐호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거기를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것은 명백했다. 그들은 최후가 닥쳐왔다는 것을 직감하고 모여섰다. 원을 그리고 둘러선 채로 꽉 움켜쥔 양손을 이마에 댔다. 무탐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주님, 이제 저희가 당신의 품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비록 저희가 이 세상에서 지낸 시간은 짧았지만, 당신의 성실한 종으로 봉사했으니, 주님 오른편에 계신 예언자님 곁에서 저희가 다시 만나게 하소서.”

아민.”

침묵이 감돌았다. 라하르는 눈꺼풀 위로 땀이 자꾸만 흘러내린다고 생각했다. 떨림을 멈출 수가 없는 것처럼 흘러내리는 땀을 멈출 방법이 없었다. 죽음은 물론 고통스럽겠지만, 짧고 순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그들은 죄악으로 가득한 지상을 가볍게 박차고 천상으로 날아 올라가리라. 그러나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죽을 때까지 죽여야 한다. 라하르는 몸이 떨리는 것이 임박한 죽음 때문이지 아니면 그 생각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바로 그 때, 마라타이가 숙인 머리들 위로 펄쩍 뛰어 올랐다. 그는 단숨에 둑 위로 기어 올라가 두 발을 벌려 딛고 섰다. 갑작스럽게 눈에 띄는 표적이 나타나자 간헐적이던 사격이 두 배로, 네 배로, 다시 그 여덟 곱으로 늘어나서 총탄이 소나기처럼 때려댔다. 엄폐호 안에 몸을 숨기고 있는 그들도 목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마라타이는 단 한 발도 맞지 않았다. 그는 한 손에 소총을 움켜쥔 채, 다른 한 손은 주먹을 불끈 쥐고 치켜들었다. 그 광경에 적들은 미친 듯이 포화를 퍼부어댔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온전하게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예언자님 맙소사!”

옆에서 헉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적들도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바로 옆의 하스라가 총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주님께서 역사하신다. 주님께서 역사하신다... 주님께선 위대하시다.”

그들은 눈알이 튀어나가기라도 할 것처럼 휘둥그레 눈을 뜨고 마라타이를 바라보았다. 라하르는 머리가 지끈지끈거리고 핑핑 도는 것을 느꼈다. 총탄이 갈가리 찢어발겨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없는 둑 위로 눈 먼 포화는 지옥처럼 날뛴다. 그 한 가운데에 마라타이는 하늘을 우러른 채 똑바로 서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이게? 이성은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그렇다면 이것은 기적인가? 불타는 덤불 같은? 라하르는 이 질문에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이 광경은 성스러운 것인가? 아니면- (아니라면 대체 뭐란 말인가? 그러므로 이건 성스러운 것이어야만 하지 않을까?)

마라타이가 벼락같이 고함쳤다.

주님, 저희를 받으소서!”

그 소리는 전장의 모든 총성들보다 크게 울려 퍼졌고... 무탐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가 응답했다.

주님, 저희를 받으소서!”

주님, 저희를 받으소서!”

다시 마라타이가 고함을 질렀을 때는 다른 소대원들도 멍한 상태에서 깨어나서 마라타이를 따라 외쳤다.

주님, 저희를 받으소서!”

마라타이는 앞을 똑바로 보고 있어서 그들에게는 버티고 선 뒷모습만 보였다. 라하르는 불현 듯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 세 번째로 마라타이가 외쳤다.

주님, 저희를 받으소서!”

악을 쓰며 외쳤다. 그들은 더 견딜 수 없었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젊은 호랑이>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벌떡 일어섰다. 엄폐호를 뛰어넘었다- 총탄이 마라타이를 따라 처음으로 둑을 넘어간 일라흐의 눈썹 위 쪽 전부를 날려버렸다. 그 옆에서 박차 일어선 유란도 어딘가가 퍽 뚫리면서 물컹한 것이 뒤통수를 뚫고 튀어나갔다. 카르따이니의 몸에 구멍들이 돋아나고 피가 왈칵왈칵 뿜어져 나오는 것도 보였다. 날카로운 선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죽음들, 찢겨 나가고, 부서지고, 왈칵 터지는 소리, 둑 위를 날뛰는 포화는 기꺼이 그들의 몸을 탐식했고 모든 것이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그러나 아무도 쓰러지지 않았다. 익은 피와 뜨거운 금속과 화약 냄새가 가득한 공기 속에서 거침없이 걸음을 내딛었다. 총열처럼 뜨거운 피가 지면에 후둑둑 떨어져 얼룩지기 전에 이미 목숨은 끊어졌으면서도, 그들은 여전히 총을 움켜쥔 채 돌격하고 있었다. 총알이나 죽음 따위는 감히 그들을 막지 못했다. 적들은 자신들의 운명이 닥쳐오는 광경에 공포에 질려서 비명을 지르고 울고 더러는 목숨을 구걸하거나 등을 보이고 도망쳤다. 물론 그 곳에 있는 누구도 도망칠 수 없었다. 누구도.

내 잔이 넘치나이다.’

 

라하르는 속에서 무언가가 마구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뜨거웠다. 뱃가죽을 찢고 튀어나올 것처럼 날뛰었다. 꿈틀거리고, 부글거리고, 끓어올라 견딜 수 없게 만든다. 그것은 고동치는 맥박 속에 펄떡펄떡 뛰는 것, 이마에 맺힌 땀 아래에 힘줄로 돋아나 쿵쿵 울리는 것, 첫 전투에서 살아남은 신병이 악몽 속에서 보는 것, 우레처럼 터지며 몸을 떨게 하는 포탄 소리였다. 그것은 전쟁열이었고, 뇌를 태워버리는 광기,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그 속에서 으르렁대며 내달리는 불길이었다. 그것이 오자, 그는 친구가 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어두운 숲의 음영 아래 무언가가 서 있었다.

그것이 홱 돌아보았다.

그는 그것이 홱 돌아보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다시 보았을 때 그것은 거기에 없었다 : 그들 자신이 이미 그것이 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이 바로 두려움이 되었기에, 그들 자신 말고는 두려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그 순간 그들은 주님께서 그들을 내려다보시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의 영혼에 자비 있을 진저. 그래서 그들은 맹렬한 호랑이보다도 맹렬하게,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치웠다. 날카로운 낫으로 무르익은 죄악을 거두어 술틀에 던져 넣고 짓밟자, 피가 터져 나와 천 리나 퍼져 나갔다. 아마 지옥의 악마들조차 그 광경을 보았으면 벌벌 떨며 뒤로 물러나 전능하신 분의 자비를 구했으리라.

라하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다른 소대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그 순간에는 완전히 돌아버렸다. 그것을 자기가 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뭔가 자신이 아닌 것에 자신을 맡겼다고 해야만 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 온 몸이 열로 펄펄 끌어 오르고, 속은 메슥거리고, 온통 진흙범벅에, 화약 연기와 뜨거운 금속, , 그 새빨간 피, , (그만!) 반쯤 익어서 산산 조각난 살점들, (그만!) 그리고... (제발 그만!) 밀림 열병에 걸렸을 때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다가, 정작 열이 내리고 나면 무슨 꿈이었는지 기억도 할 수 없는 것과 같았다. 그것은 밀림 속에서 왔다. 낮에도 밤처럼 어두운 숲의 그늘 속에서 나왔다. 얼굴에 피를 바르고, 손에 피를 쥐고, 입에 피를 물고 왔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라하르는 어린애가 울어대는 소리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어두운 광 속에 숨은 채 두려움이 목을 옥죄어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리면서 우는 소리. 죽어 넘어진 아버지를 문틈으로 보면서 아이는 울음소리가 밖에 들릴까봐 입을 틀어쥐고 와들와들 떨었다. 마치 그 안에 아이가 숨어 있다는 것을 가리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기울어진 바닥을 따라 아버지의 피가 광 쪽으로 흘러왔다. 피는 문을 두드리면서 복수해달라고, 마땅한 증오와 분노로 놈들에게 되갚아달라고 호소했고,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비겁한 겁쟁이가 눈앞에서 아버지가 죽임당하는 것을 보고서도 자기 목숨만 구하려고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까발리겠다고 위협했기에, 아이는 울면서 그러겠다고 맹세할 수밖에 없었다... 울음소리는 점점 커지면서 머릿속을 쩌렁쩌렁 울렸고, 마침내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라하르는 그 때 그들에게 온 것이 무엇인지 기억할 수 없었다.

총소리, 격렬한 움직임들, 비명소리, 드잡이질, 부르짖는 소리, 개머리판을 휘두를 때 어깨가 빠질 것 같은 충격, (여전히 아련하게 들리는 아이 울음소리) 닥치는 대로 당기고, 떠밀고, 찌르고, 휘두르고, ... 피는 조용히 꿀럭 꿀럭 쏟아져 바닥을 찰박찰박 적셨다.

 

살아남은 중대원은 몇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군 역시 한 놈도 살아 도망치지 못했으므로, 그들은 의혹과 불안에 사로잡혔다. 분명 수적으로도 화력으로도 정부군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참모들은 이 지역의 반군을 일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군 놈들이 대체 무슨 수를 쓴 걸까? 이 지역의 반군의 세력을 잘못 판단한 건 아닐까? 손실의 책임을 물어 이전의 장교들은 파직당하고,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장교들이 부임해왔다.

반군 지휘부는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고, 이전보다 많은 신병들을 배치했을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병력까지 차출해서 중대를 보강했다. 사기 진작을 위해 살아남은 중대원들은 모두 분대장급으로 직위를 올리고 그 중 분대장이었던 라하르와 마라타이는 각기 소대장에 임명했다. 라하르는 분전 끝에 영광스럽게 전사한 무탐의 뒤를 이어 <순교자의 피>소대를 이끌게 되었고, 마라타이는 가장 먼저 전멸당한 <새벽별>소대를 기리는 <복수자들>소대의 소대장이 되었다. 저녁 기도 때 공화국 전역의 모든 <젊은 호랑이들>이 무탐과 오시다인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지휘부는 마라타이를 맹렬한 호랑이보다 맹렬한 신앙의 전사이고, 성전의 모범이며 모든 병사들이 본받을만한 영웅이라고 치하했다. 마라타이가 세운 공훈은 라디오 설교에서도 언급되고 지하 신문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하지만 하급 병사들 사이에서는 그보다 더 불경스러운 소문이 돌았는데, 그것은 이른바 밀림귀신이라는 두려움 섞인 별칭이었다. 말씀이 이르기 전 이 땅의 주민들은 숲을 헤매는 정령들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것들을 두려워했다. 남방 항로를 따라 말씀의 빛이 전파된 뒤 밀림의 악령들에 대한 미신은 숲의 어둠 속으로 내몰려 잊혀졌다. 그러나 아무리 참된 <일 스라의 백성들>이라 해도, 밤의 밀림에 홀로 서 있다면 뭔가가 어둠 속에 있다는 꺼림칙한 느낌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공세로 전환하면서 소대는 눈코 뜰 새 없이 다음 번, 또 다음 번 작전에 바쁘게 투입되었다. 그 와중의 어느 날, 라하르는 전장에 투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년차 신병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들은 일이 있다. 너무 어린데다가 전투 경험도 적은 신병들은 분대장급 이상의 이전 중대원들을 어려워했기에, 한창 분위기가 달아오른 것을 보고 바로 나서지 않고 계속 이야기들 하게 내버려 두었다. 올해로 열네 살이 되는 타따이야라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듣기론 흡혈귀랬어. 유동나무 열매즙을 빠는 과일박쥐처럼, 해가 떨어지면 퍼덕거리면서 사람을 숲으로 낚아채가서 피를 빨아먹는다고 했다구.”

아냐, 내가 어렸을 때 들은 얘기에선 두 발로 다니는 호랑이라고 했어. 밀림 속에 뼈로 기둥을 삼고 머리카락을 엮어서 벽을 만들어서 살가죽을 씌우고 손톱으로 장식한 도시가 있는데, 거기 주민들은 죄다 호랑이 인간이라는 거야. 말 안 듣고 숲에 돌아다니면 호랑이 인간이 잡아다가 살코기는 발라내고 피는 짜내서 날름 먹어치운 다음 뼈랑 머리카락 같은 건 집을 짓는데 쓴다는 얘기지.”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안라브. 그러면 저 밀림귀신도 얼룩덜룩한 줄무늬가 있다는 거야? 그건 그냥 애들 숲에 들어가지 말라고 겁주는 얘기잖아. 사람한테 씌는 귀신이라니까. 바람이 휙 부는 것처럼 사람한테 들어가면 그냥 홱 돌아버리는 거야. 우리 동네에도 밀림귀신이 들려서 자기 가족을 전부 죽이고 자살한 사람이 있었다고. 뭘 죽이고 싶어서 눈이 뒤집혔는데 죽일 사람이 없으니까 급한 김에 자기까지 죽여 버린 거지.”

입담 좋은 수파닐이 손사래를 치면서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 , 다들 조용해봐. 내가 밀림귀신이 뭔지 얘기해줄 테니까. 타따이야라 말대로 그게 피에 미친 흡혈귀인 건 맞아. 그리고 안라브 말대로 두 발로 걸어 다니는 호랑이처럼 생겼지. 그놈은 피를 보는 한은 그걸 죽일 수 있는 방도가 없어. 그래서 밀림귀신이 그렇게 피에 환장을 하는 거야, 아무리 많은 피에도 만족하질 못 하지. 그놈이 피보다 좋아하는 건 더 많은 피 뿐이야.

다행히 그건 햇빛을 싫어해서 밀림의 어두운 그늘에 숨어 있다가 밤에만 사냥하기 때문에 어두운 숲에 들어가거나 밤에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거야. 낮이면 그렇게 피가 먹고 싶어도 햇빛이 싫어서 숲 그림자 아래 우두커니 서서 사람이 지나가는 걸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사냥감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재빨리 몸을 숨긴다고. 하지만 그게 정말 너무 피가 보고 싶어서 돌아버리면 햇빛이고 뭐고 없이 숲 밖으로 튀어나오는 거야. 그러면 어떤 것으로도 그걸 막을 수가 없어.

어떤 사냥꾼이 밀림귀신한테 자기 가족을 잃고 복수를 맹세했는데, 대담하게도 놈이 자고 있을 때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써서 냄새를 숨기고 다가가서 단칼에 베었어. 그 사냥꾼은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주님께 감사드리고 돌아가서 발 쭉 뻗고 잠들었지. 그런데 그날 밤 밀림귀신이 미쳐 날뛰면서 들이닥쳐서 사냥꾼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 버렸어. 어찌나 피에 목말라 있었던지, 죽은 다음에도 피를 찾다가 자기 자신의 피를 마시고 살아난 거야.”

수파닐은 숨을 죽이고 듣고 있는 주위의 소대원들을 돌아보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래서 밀림귀신은 죽지 않는다고 해. 일단 밀림귀신하고 마주치면 살아날 방법이 없어. 그놈을 죽일 수도 없고, 그놈한테서 도망갈 수도 없으니까 말야.”

아니 그러면 그게 자기 피를 마시고 살았는지는 뭔 수로 안 거야? 아무도 도망갈 수가 없다면서. 그런데 그럼 그 얘기는 어떤 놈이 보고 퍼뜨렸냔 말씀이야.”

옳소! 맞는 말 했다, 주마츠! , 수파닐, 그럼 그건 어떻게 된 노릇인지 말해주시지 그래!”

애들이 무서운 얘기를 해달라고 졸라서 해 주면 다들 침을 꼴깍 삼키면서 듣는데 항상 이딴 소리로 김 빼는 녀석이 있지. 원래 이 얘기는 그런 녀석을 위한 거야. 바로 딱 이 질문이 나올 때에, 내가 그 얘기를 알고 있는 건 내가 바로 그 밀림귀신이기 때문이야! 하면서 겁을 확 주면 직빵이라고.”

뭐야, 그럼 어린애들 얘길 갖고 그렇게 푸짐하게 썰을 푼 거야!”

어차피 귀신 얘기가 애들 겁주려고 하는 거지! 호랑이인지 귀신인지 알게 뭐야, 그냥 더 얘기해달라고 조를 생각 못하게만 하면 되는 거 아냐.”

 

라하르는 소대원들이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다가 가까이 다가갔다.

무슨 얘길 그렇게 하나? 애들이나 겁줄 얘길 갖고 그리 열을 내고 그래. 설마하니 귀신이 무서워서 밀림에 못 들어가겠다는 애기는 아니겠지.”

, 대장!”

하고 그들은 우물거렸다. 자칫하면 미신적인 두려움이라고 크게 불벼락이 떨어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하던 중이라서 다들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서로 쳐다보기만 하면서 입을 다물었다. 라하르가 웃으면서 말했다.

, 더 얘기들 해봐. 꽤 재미있게 듣고 있었는데 말이야. 나도 어렸을 적에 수파닐이 말한 거랑 비슷한 얘기를 들었지, 같이 듣던 녀석들 중 하나가 어찌나 겁을 먹었는지 거품 물고 경기를 일으키는 바람에 난리가 났었거든. 그래, 이런 옛날 얘기는 갑자기 왜 나온 거야?”

소대장이 별로 화내는 기색이 아니라서 좀 안심했는지 안라브가 눈치 보다가 대답했다.

, 실은, 그 있잖습니까, <복수자들>의 마라타이 말예요.”

그 이름에 라하르는 잠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마라타이?”

. 요즘 라디오 설교 시간마다 나오는 그 사람이요... 하급 병사들은 다들 그 사람을 밀림귀신이라고 불러요. 우리 소대 말고 <검은 표범>이나 <복수자들>에 있는 친구들도 그렇게 얘기하던데요. 자기들끼리 있을 때 자기네 대장을 밀림귀신이라 한다고 말입니다.”

그래? 성전의 모범이라고 하는 사람한테 적절한 별명은 아닌 것 같은데.”

그게... 사실, 우리 같은 보통 하급병사들이 듣기에는 말이 안 되잖아요. 총알이 쏟아지는데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적은 남김없이 죽여 버리고, 싸울 때마다 매번 이기고... 밀림귀신에 씌었거나 밀림귀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런 공적을 세울 수가 있겠어요?”

신앙으로 무장하고 성전에 임하는 주님의 병사한테 어울리는 얘기는 아니구나. 가급적이면 다른 소대하고 있을 때는 안 하는 편이 좋겠는데, 잘못하면 저녁 기도 시간이 끝나고도 우리 소대만 남아서 경건한 신자의 마음가짐에 대한 훈계를 들어야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대장, 물론 대장한테야 다 똑같아 보이겠지만, 우리도 한 번도 실전을 겪어본 적이 없는 훈련병은 아니라구요. 숫자로 된 보고서로 전쟁을 하시는 분들이야 지도 위에 줄을 쭉 긋고 여기까지 이틀 안에 가면 유리한 고지를 먼저 점령해서 적들을 끝장낼 수 있다!고 하겠지만 우리는 그 줄을 따라서 이틀 내내 거머리가 득실대는 늪지를 철벅철벅 건너고 새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는 것들이 밤새 울어대는 동안 계속 행군해야지 말입니다. 무릎까지 진흙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작고 눈 먼 총알이 날아와서 꼼짝도 못하고 골통이 박살나지 않기만 바라면서요.”

자칫하면 사기를 떨어뜨린다거나 항명한다는 죄목으로 당장에 총살당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기에 모두 숨소리도 못 내고 소대장을 쳐다보았다. 안라브는 내친김이라고 생각했는지 용감하게도 말을 계속 이었다.

여기 있는 놈들은 다들 사연 있는 놈들이죠. <젊은 호랑이들>에 사연 없는 놈이 있긴 하겠슴까? 지옥 같은 훈련소에서 밤마다 왜 여길 왔는지, 가족 중 누가 죽었는지 어떻게 복수할 건지 얘기하면서 낙오되지 않으려고 버티죠. 그러다가 막상 처음 전투에서 정신없이 어찌어찌 살아남고 보면, 그게 그 전에 생각하던 거랑은 다르단 걸 알게 되지 말입니다. 오늘밤에는 또 얼마나 걸을지, 다음 기수가 오기 전까지 몇 명이나 남을지, 냄새나기 시작한 상처가 곪을지, 이런 것만 생각하게 되죠. 그런데 저 밀림귀신은... 그렇게 쉽게 망할 정부군 놈들을 해치워버린다 하니 뭔가 좀 그런 거죠. 아직 입대 안 했으면 몰랐을걸요. 그 때였으면 지하신문이나 보면서 나도 그 사람처럼 정부군한테 빨리 복수하고 싶다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지금은 그냥- 뭐랄까, 뭔가 좀 무섭고, 오싹한, 그런 겁니다. 사람이 아닌 거 같은, 밀림 속에서나 나올 거 같은 그런 느낌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라하르는 겉보기로는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안라브가 말을 마치고도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끄떡거리고는 이렇게만 말했을 뿐이다.

그래, 알았다. 머잖아 또 그 진흙길을 오가게 될 것 같으니 미리부터 불평해 두진 말도록.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밀림귀신 얘기는 다른 소대하고 있을 때는 하지 말아. 알겠나? <검은 표범>에서 연락병이 왔으니, 10분 후에 떠난다. 두 소대가 계곡 양쪽에서 같이 움직일 거야. 얘기 그만하고 다들 뜰 준비해!”

!”

소대장이 떠나자 눈알만 굴리고 있던 수파닐이 크게 숨을 내쉬고 안라브의 등을 철퍽 후려쳤다.

이야, 이제 보니 말을 나보다 더 잘하네! 어쩌자고 겁도 없이 그런 얘길 그렇게 줄줄줄 하는 거야! 아직도 훈련소인 줄 알아, 있는 거 없는 거 다 말하게!”

이 자식은 입만 산 줄 알았더니 대장 앞에선 닥치고 있더라? 그렇게 조용한 건 첨 봤어! 대장이 날 쳐다보는데 대답은 해얄 거 아냐. 살아도 너 혼자 살겠다 이거지?”

이동 준비로 부산해지는 와중에도 또 티격태격 말싸움이 붙었다. 소대장을 찾으러 왔다가 분위기 보고 빠져 있던 분대장 라싸르그가 라하르가 충분히 멀찍이 간 것을 확인한 다음 말했다.

대장은 그렇게 꽉 막히진 않아서 이 정도로 지랄할 사람은 아니지만, 밀림귀신 얘기는 조심하는 게 좋을 걸, 같은 분대장 동기였다고 하니까. 원래 밀림귀신은 우리 소대였는데 워낙에 공적을 많이 세워서 새로 생긴 소대 소대장이 된 거라 하던데. 대장도 그 전투에서 살아남은 사람이야.”

우와, 진짜에요? 그럼 밀림귀신이 어떻게 싸우는지 봤대요?”

너네들 오기 전에 야간 행군 중에 대장이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지. 진흙 속을 철벅철벅 걷고 있으면 뭔 얘기든 하게 되니까.”

짐을 싸던 소대원들 이목이 집중되자 라싸르그는 약간 당황했다.

뭐 별 얘긴 아냐- 무슨 소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손가락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방아쇠를 당긴다고 하던데.”

에이, 그게 뭐야. 훈련소도 아니고 여기서 그럴 정신이 어딨어요. 그냥 막 쏘는 거지.”

글쎄, 그 사람은 정말 그게 되는 걸 수도 있고? 대장도 그 이상은 더 얘길 안 하려고 해서 말야. 그땐 나도 이 소대로 배치된 지 얼마 안 된 때라서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었다고. 그런 얘긴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나오는 게 아니잖아.”

 

이 지역에서 정부군이 서서히 밀리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들은 병력이나 화력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결과에 당황스러워했고, 그전까지 밝혀낸 습격로들을 모조리 봉쇄했는데도 지도도 없는 늪지대를 가로질러 기습해오는 적들을 두려워했다. <젊은 호랑이들>에 호의적인 주민들이 일러준 바에 따르면 정부군은 마라타이를 죽도록 무서워해서 <복수자들>소대가 어디서 목격되었는지를 안부처럼 묻는다고 했다. 그러나 지휘부는 전황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지역의 중대와 연계해서 결정적인 일격을 먹이려 했다. 지역 전체에 흩어진 소대들로 연락병들이 파견되었고, 소대장들은 숲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중대 본부로 소환되었다.

<젊은 호랑이들>은 병력 상으로는 반군 전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반군 본대는 충원이 빠르고 장비가 열악한 소년병 부대는 소모품 취급했기에 중대 이상의 단위에만 장교들을 파견해서 통제했다. 라하르는 소대장으로 임명될 때에야 중대장을 처음 보았고 이제 보는 것이 두 번째였다. 작고 다부진 체구에 얼굴부터 목까지 큰 흉터가 가로지른 중대장은 명령을 하달하는 것은 썩 잘했다. 그러나 최근 전투에 대한 치하와 대규모 작전계획을 전달한 다음에는 더 할 이야기를 찾지 못하는 듯 했다. 여태까지 그는 금방 다른 사람으로 바뀌곤 하는 수없이 많은 어린 소대장들을 보았을 터였다. 결국 중대장은 말했다.

"날이 저문 다음 각기 소대로 돌아가 맡은 바 임무를 다하라. 곧 새로운 지령이 하달될 것이니 언제라도 작전을 수행할 채비를 갖추고 있도록. 맹렬한 호랑이보다 맹렬하게!“

그들은 기울어가는 석양 아래에서 완전히 해가 넘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만에 하나라도 중대본부의 위치가 드러나는 일이 없도록 어둠이 깔린 후에만 위장된 출입구를 드나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검은 표범>의 소대장이 중대장에게 전술적 조언을 구하는 동안 두 사람은 숲을 보면서 한 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림자는 점점 길어졌고 위세를 잃은 햇빛은 붉은 색으로 번져갔다.

오랜만이다.”

그러게. 작전은 자주 같이 했지만 얘기할 틈이 안 나서. 위에서 너무 몰아쳐대니.”

중대장 말대로만 된다면 이번 작전이면 그것도 끝이야. 한동안은 쉴 틈이 날 테지.”

마라타이는 잠시 망설이는 듯 했으나, 결국 하고 싶은 말을 끄집어냈다.

있잖아, 라하르... 전에 했던 얘기 기억해? 아직 소대장이 되기 전에 했던 얘기 말야. 그게- 성스럽다기보다는 뭔가 꺼림칙한 거라는 얘기.”

라하르는 움찔했지만 돌아보지는 않았다.

“...그래.”

다른 병사들이 나를 뭐라고 부르는지도 알아. 아니, 그런 표정 지을 필요는 없어, 맞는 얘기니까. 난 밀림귀신이야.”

그제야 라하르는 상대를 쳐다보았다. 말을 시작하기 전에는 주저했지만, 한번 내뱉고 나자 마라타이는 거침없이 말했다.

지휘부는 나를 신앙의 전사라고 추켜세우지, 하지만 그 날 후로 난 항상 성전 같은 게 있긴 한 걸까 생각하곤 했어... 아니, 성전이야말로 밀림귀신이야. 사람이 피 흘리면서 바닥에 널브러져 죽어가는 일을 어떻게 성스럽다고 할 수 있겠어?”

비단 성전의 모범으로 칭송받는 인물이 아니라 해도 <젊은 호랑이>가 하기에는 너무 불경한 소리였다. 라하르는 흘깃 뒤를 보고 듣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다. 마라타이는 머리를 감싸 쥔 채 계속 지껄여댔다.

그래, 그건 밀림귀신이지, 얼굴에 피를 바르고 피웅덩이 같은 입을 쩍 벌린 채로 밀림의 그늘 속에 숨어 있다가 사람을 낚아채 가는 귀신- 하지만 그러면 나는?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신앙의 전사이고, 성전인 내가 바로 밀림귀신인데. , 주님, 저를 가엾게 여기소서. 그렇지만 내가 그 분의 이름으로 밀림귀신이 되었다면, 난 어떻게 구원을 받지? 주님께서 나를 죄를 수확하는 도구로 쓰고 계신데.”

마라타이가 갑자기 불쑥 가까이 다가와서 팔을 확 움켜쥐었다. 놀라서 팔을 빼려고 했지만 손힘이 어찌나 센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얼굴을 라하르에게 들이밀고 마라타이가 정신없이 속삭였다.

, 라하르, 모든 게 피투성이야- 모든 게 다- 보라고, (다른 한 손을 휙 눈앞에 들이댔다) 이 손은 피로 뒤덮였고, 세상의 모든 물로도 지워지지 않지. 바위가 입을 열고 살인자! 살인자! 하고 나를 고발해. 숨쉴 때마다 피비린내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고, 물 한 모금도 피 맛이 나서 삼킬 수가 없어. 온통 피야, 피가 모든 곳에 가득해, 내가 흘리게 만든 피가.”

마라타이가 미친 것처럼 중얼거렸기에 라하르는 놀란 눈으로 보는 것 말고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눈은 광기로 번들거렸고, 땀이 송송하게 맺힌 이마가 씰룩거렸다열에 들떠 고개를 저으면서, 거품 섞인 침을 흘리며 떠든다.

난 죄인이야-내가 죄라구! 주님, 우리 주님, 제발, 저를, 저를 구해주세요, 저를 이 지옥에서 건져 주세요-저는 무섭습니다. 주님, 제가 밀림귀신이라는 게 몸서리쳐지게 두렵습니다. 전 구원 받을 수 없어요. 압니다, 제가 구원 받을 수 없다는 걸- 하지만- 하지만- 주님, 제발 저로 수확하는 것을 멈춰 주세요, 저는- 저는-”

어찌나 흥분했던지, 딱 붙어선 라하르에게 부풀어 오른 관자놀이가 쿵쿵 맥박 치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라하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어색하게 손을 뻗고-어깨에 손을 얹는 편이 나을까?-마라타이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마라타이, 마라타이, 정신 차려! 다 괜찮아! 의무를 다하느라 너무 피곤해진 거야- 잠깐 쉬면 괜찮아질 거야, 조금만 쉬면- 이제 우리는 이 지역을 불신자 놈들한테서 해방시킬 거고, 그러면 조금이라도 머리를 식힐 틈이 생길거야. 마라타이-”

그러나 마라타이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부들부들 떨면서 힘줄이 툭툭 불거져 나오고 입술이 뒤집혀 말려 올라가 악문 이빨이 드러났다. 충혈된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지고 경련하는 얼굴은 악귀처럼 일그러졌다-저물어가는 햇빛이 그 위에 붉은색을 떨어뜨렸고, 순간적으로 피로 물든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으으으... 하고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면서, 검은 자위가 가득한 눈이 라하르를 번뜩 쳐다보았다.

밀림귀신! 라하르는 무릎에 힘이 탁 풀려 저도 모르게 제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몸 속 깊은 곳에서 걷잡을 수 없는 떨림이 올라왔다- 광 속의 애가 울어대는 소리가 멀리에서- 가까이에서- 바로 곁에서 귀청이 터질 것처럼 들려왔다! 라하르는 땅바닥을 걷어차며 뒤로 물러나려고 애썼으나 손목이 단단히 잡혀 있었다. 손톱이 피가 날 정도로 파고들면서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 호랑이 같은 형상은 라하르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점점 커졌고, 똑바로 들여다보는 그 새까만 눈, 점점 벌어지는 무시무시하게 찢어진 입은 피로 된 웅덩이처럼 새빨갛고 똑똑 핏방울을 흘리는데, 깊은 아래부터 이 세상 것이 아닌 비명소리가-

그 때 마라타이의 떨리는 손이 올라와서 끔찍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가렸다. 거칠게 몰아쉬던 숨이 서서히 가라앉자 손의 떨림도 멎었다. 손목이 놓여났다. 가린 손을 내렸을 때 놀랍게도 싹 씻은 듯 차분하고 평온한 얼굴이었다. 피가 철철 흐르는 것도 잊고 라하르는 어렵게 목구멍을 쥐어짜서 마라타이를 불렀다.

“...마라타이?”

“-그래, 이젠 괜찮아. 다 끝났어.”

(다 끝났다니? 뭐가 끝났단 말인가?)

괜찮은 거야? 너 지금 발작을 일으킨 것 같았는데-”

어어.” 하고 마라타이가 웃어보였지만 어딘가 얼굴근육이 잘 움직이지 않아서 가면 같은 구석이 있었다.

미안해. 첫 전투에서 돌아버리는 신병도 아닌데, 머리에 햇빛을 너무 쬐었나봐... 일사병이야. 뇌가 살짝 끓어서 맛이 잠깐 간 거지. 이젠 괜찮아졌어.”

라하르는 상대를 한동안 응시하다가 물었다.

“-마라타이, 너 방금 무슨 말 했는지는 기억해?”

마라타이의 눈동자가 라하르 뒤편으로 잠깐 움직였다가 다시 라하르에게로 돌아왔다.

“...아니, 그냥 정신이 나가 있는 동안 아무 소리나 지껄인 거야. 너무 신경 쓰지마...” 하고 다시 웃었을 때는 가면 같은 느낌은 좀 덜했다. 라하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라타이가 부자연스러운 침묵을 깨려는 듯이 덧붙였다.

이 지역이 해방되고 나면 교관으로 지원할까봐. 햇빛 좀 받았다고 갑자기 돌아버려서야 계속 신앙의 전사일 수는 없을 테니까... 성전에 다른 식으로 봉사할 수도 있겠지.”

그 말이 끝나고 나서는 더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자코 앉아 있었다. 마침내 피처럼 붉은 햇빛이 사라지자 죽음 같은 어둠이 땅 위를 뒤덮었다. 소대장들은 중대장에게 경례를 올리고 밤과 어둠 속을 따라 각기 자기 소대로 돌아갔다. 마라타이는 헤어지기 직전 맹렬한 호랑이보다 맹렬하게!”하고 경례한 뒤, 돌아보지 않고 곧장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것이 라하르가 살아 있는 마라타이를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들은 수세에 몰렸다. 더 이상 빠져나갈 곳이라고는 없었다. 밀림귀신에 대한 소문은 정부군에게 공포를 그림자처럼 드리웠고 탄환을 쏟아지는 비처럼 쏘아대게 만들었다. 그들은 하나씩 쓰러져 죽어가면서도 응사했다. 점점 응사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하나의 총구만은 불을 뿜기를 멈추지 않았다. 정부군 장교는 시계를 들여다보다가 결단을 내리고 무언가 지시했다. 무전이 오가고, 사격이 멈추었다. 잠시 침묵 후에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울리고 지옥처럼 폭발이 일었다. , 꽝 하는 폭음이 연거푸 울리며 후두두 파편이 쏟아져 내렸다. 먼지구름이 가라앉고 나서는 움직이는 것이 없었다. 정찰병이 조심스럽게 사라졌다가 돌아와서 보고하자 장교도 그를 따라서 모습을 감췄다. 다시 나타났을 때 장교는 아무 말 않고 이동하라고만 명령했다.

<복수자들>은 최근 들어 지나치게 무모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적 지역에 깊게 들어간 <복수자들>을 포착한 대규모 적 병력이 뒤따라 이동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자, 그나마 가까이에서 다른 작전을 수행 중이던 <순교자의 피>소대에 <복수자들>을 지원하라는 임무가 떨어졌다. 그러나 밤새 걸어서도 꼬박 하루가 걸리는 거리였고,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다. 척후병은 돌아와서 라하르에게만 뭐라고 보고했고 라하르는 척후병을 따라갔다. 거기서 그는 척후병이 무엇을 보았는지 보았다.

마라타이는 선 채로 죽어 있었다. 폭발이 온 몸을 찢어발기면서 벽에다 내동댕이쳐서 으스러지다시피 했다. 수없는 파편들이 살을 저미고 조각내서 거의 사람의 형상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했다. 사지가 떨어져나가지 않고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시체는 온통 피칠갑인 무너지기 직전의 벽에서 불쑥 튀어나온 철근 다발에 꿰뚫려, 허공에 반쯤 매달려 있어서 마치 두 발로 버티고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가장 끔찍한 것은 얼굴이었는데, 피부 전체가 날아가는 폭발 속에서도 상하지 않은 부릅뜬 핏발 선 눈은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고 이제는 뻥 뚫린 구멍에 가까운 입은 피가 가득했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밀림귀신처럼 보였기에 친구의 죽음을 확인하러 달려온 라하르마저 온 몸의 털이 곤두설 지경이었다.

좌르르 자갈 구르는 소리가 났다. 다른 분대장들이 소대장을 따라 내려왔다가 그 광경을 보고 숨을 죽였다. 아타브가 중얼거렸다.

예언자님 맙소사.”

그들은 잠시 동안 가만히 있었다. 핏방울이 발아래 고인 피 웅덩이에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밀림귀신이란 말이지. 정부군 놈들이 벌벌 떨 만하군, 나도 간담이 서늘해지는데.”

라싸르그가 그렇게 말했다가 옆에 선 아타브가 쿡 찔러서 입을 다물게 했다. 아타브가 조심스레 말했다.

어떻게 할까? 대장. 수습해서 묻어줘야 하지 않을까?”

아니, 끝까지 맞서 싸우다가 벽에 등을 대고 서서 죽은 것은 <타마후의 젊은 호랑이>로 좋은 귀감이야. 이대로 지휘부에 보고해서 지하 신문에 사진을 싣고 비디오 연설에도 찍게 해서, 모든 부대원들이 알게 해야 해.”

리유민이 말하자 라하르는 말없이 상대를 쏘아보았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 아타브는 라하르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대장, 녀석을 내버려둘 순 없어. 그래도 한 때 같은 소대의 분대장이었잖아. 이대로 세워두는 건 말도 안 돼.”

아타브 분대장, 그 말은 문제 있는 발언이야. 소대원 간의 유대는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서 우리는 모두 전우고 <젊은 호랑이> 부대의 일원이지. 그리고 영웅적인 희생은 언제나 모든 부대원들 곁에서 살아 숨쉬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밀림귀신마라타이는 매번 전투마다 갑절로 용맹해졌고 죽어서까지도 싸워서 적을 패퇴시킨 거야.”

리유민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라하르는 분대장들을 돌아보았다.

“<젊은 호랑이>들은 모두 평등하지. 분대장들이 다수결로 정하자. 주먹은 이대로 보고하는 거고 편 손바닥은 일단 시신을 수습하는 거다.”

그들은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주먹이 셋이고 손바닥이 둘이었다. 라싸르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미안, 그전에 너네 소대에 무슨 일이 있었든 원칙은 원칙이지. 딱히 지휘부가 좋아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치들은 밀림귀신이라는 별명도 미신적이라고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런 모습을 좋아할까.”

라하르, 분대장으로, 아니 <젊은 호랑이>로 충고하겠어. 내가 리유민과 의견이 다 같은 건 아니지만, 네가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았으면 난 찬성했을지도 몰라. 사적인 감정을 앞세우는 건 <젊은 호랑이>부대원으로도, <일 스라의 백성들>로도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수습하자는 데 반대한 거야. 대장, 우리는 모두 <타마후>고 그의 <호랑이>라구. 내가 규라수인 것, 네가 라하르인 것, 저쪽이 마라타이인 것, 모두 중요한 게 아니야. <젊은 호랑이>부대원이 되었을 때 우리는 모두 이름을 버렸어. 이제 우리 이름은 모두 <젊은 호랑이>. 단지 주님께서 휘두르시는 낫이고 예언자님의 말씀을 전하는 도구일 뿐이지.”

“... 그래. 내가 잠시 내 의무를 소홀히 했군. <복수자들>소대가 이미 전멸당하고 정부군이 물러난 것을 확인했으니 <복수자들>을 지원하는 우리 임무는 여기서 끝난 거야. 돌아가서 보고하자.”

아타브와 눈이 마주쳤지만 라하르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돌아서 비탈을 넘어 대기하고 있는 소대원들에게 돌아갔다. 마라타이는 그들의 뒷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휘부는 보고를 받고 이례적으로 직접 마라타이의 시신을 확인한 뒤 약간의 논쟁을 벌였다. 마라타이가 이렇게 일찍 죽기에는 아까운 인물이었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지나치게 무모한 행동을 반복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로 끝장날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마라타이의 최후가 지나치게 끔찍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 모습이 너무 참혹했기 때문에 <젊은 호랑이>의 영웅적인 죽음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밀림귀신이라는 불경한 소문에 가까워 보일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지하 신문에 마라타이의 사진을 싣지 않고, 그냥 그가 용맹하게 싸우다가 죽었고 시체를 찾을 수 없으며 그 용맹을 기리기 위해 그의 소대에 <마라타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라하르는 라디오 설교에서 마라타이의 이름이 언급될 때에도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3주 뒤, <순교자의 피>소대는 <젊은 호랑이들>두 개 중대가 병력의 절반 이상을 잃으며 정부군 대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힌 참혹한 바자끄 구릉 전투 중 전멸 당했고 최후의 순간까지 다른 부대원들을 독려하며 돌격을 이끈 소대장을 기려 <라하르>소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새로운 해방 구역에서 지휘부는 현재의 중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소대를 다른 중대로 배속시켰다. 반군 지역을 수복하려는 정부군과 몇 차례의 전투를 더 거치면서 소대들을 통합시키고 지휘부가 엄숙하게 새 이름을 붙이는 것이 반복되었고, 이름마저 사라진 그들은 모두 잊혀졌다. 그들이 누구인지 기억하는 사람은 더 이상 아무도 없었다.

남은 것은 밀림귀신 이야기뿐이었다. 어머니들이 자지 않으려는 아이들에게 나쁜 아이는 밀림귀신이 잡아간다고 말하면 아이들은 악몽 속에서 다른 괴물들과 함께 밀림귀신을 보곤 했다. 정부군들은 술집에서 반군의 전설적인 무용담으로 신병을 겁줄 때는 밀림귀신 이야기를 빼놓지 않으면서도 외딴 초소에서 경계를 설 때면 밀림귀신이 실은 홀로 남은 보초병의 목을 따는 반군 유격병이라는 사실을 자기 목으로 확인하게 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반군들은 그것이 나약함이고 두려움이며 참된 <일 스라의 백성들>에게 걸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시했다. 모두들 밀림귀신은 수없는 피를 빨아먹은 저 어둡고 빽빽한 밀림에 있을 법한 불길한 무언가라고 생각할 뿐, 그 소문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전능하신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증언하시는 분,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들의 주님께서는 잊지 않으시는 분이기 때문에 숲으로 가려지고 멀리 총소리가 들려오는 그 구덩이 속에서 마라타이가 아직도 피를 똑똑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 그의 운명은 이미 봉해졌기에, 격렬한 증오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피로 가득한 입을 악귀처럼 벌린 채 여기 이 땅 위에 피가 흐르는 것이 멈추는 날이 올 때까지 쓰러지지 않고 서 있다. 핏발선 눈을 부릅뜨고 죽음이 닥쳐오는 순간을 응시하면서, 맹렬한 호랑이보다도 맹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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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149쪽입니다. 이 게시판에서 수정하면 뭔가 줄간격이 이상하게 보여서 한글에서 그대로 옮겨 붙였더니 이번엔 들여쓰기가 안 되네요...; 읽기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너그러이 봐 주시길;

밀림, 서로 다른 종파간 내전, 소년병 부대를 다루는 것으로 이전에 쓴 <일라위>와 마찬가지 배경입니다만 별개의 내용이라 연결되는 부분은 없고, 다만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글이 끝나기 전에 죽는다는 공통점-_-을 갖고 있습니다. 대놓고 주제를 드러내는 뻔한 글이라, 쓸 때는 급하게 쓰고도 퇴고할 때 은근한 맛이 부족하다는데 반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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