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요한님의 “머나먼 별에서 온 우주인”은  후반부의 에피소드가 동방박사 세 사람을 연상시키긴 하는데, 앞에 보여준 이야기만으로 이끌어내기에는 너무 거창한 결론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론에 이르는 길을 도중에 잃어버린 듯한 인상을 줍니다.
독자가 보면서 추리해야 할 부분을 너무 많이 두었습니다.
작가는 말하지 말고 보여줘야 한다고 하지만,
독자에게 추리할 여지를 남겨둔 건지, 너무 노골적이지 않게 그려내지 못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귀우혁님은 글은 잘 쓰십니다. 다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기 어렵습니다.
“오사방승 사중부승(惡寺放僧 寺中不僧)”은 개인적으로 아까운 글이었습니다.
일단 중반부까지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글 속에 그려진, 폐륜적인 삶을 사는 일가의 말도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어보였습니다.
그런데 유정이라는 중은 그들을 가차없이 죽여버립니다.
이 자체로 어떤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었다면 좋은 글이 되었을 것 같은데, 결말이 너무 교훈적이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좀 더 세련되게 비꼴 수 있는 글이었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재미있는 캐릭터와 상황을 다 마련해 놓은 다음에 싸우는 장면 하나로 그 모든 것을 마무리가 아니라 폐기처분해버린 느낌입니다.

귀우혁님 글 전반에서 아쉬운 점은, 조금만 더 팠더라면, 한 걸음만 더 나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었습니다.

“강호일사(江湖一死)”는 대사로 모든 걸 설명해버렸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주제 자체는 괜찮았는데 글이 주제를 받쳐주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하더라고 죽음 두 개만 남는다는 것은 인상적이었고, 결투 장면만으로 그걸 나타내려한 의도도 좋았으나, 결말이 진부했습니다.

“타락천사(墮落天使)”는 너무 얕고, 이야기들이 연결되지 않고 따로 놀았습니다.

“세 권의 연작 소설”은 메인테마는 진부하고, 그나마 잘 나타내지도 못했습니다.

“커피 향 20% 함유...” 연작 두 편은 먼저 “커피 향 20% 함유 (右)”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커피 향 20% 함유 (右)”(이하 (右))는 반쪽짜리 글이었습니다.
“커피 향 20% 함유 (左)”(이하 (左))는 아내의 이야기 (右)는 남편의 이야기였습니다.
(右)는 (左)에서 한 이야기를 남편의 시각에서 읊었을 뿐, 독립된 생명력을 갖지 못했습니다. 외박을 한 이야기라거나, 이혼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남편의 시각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만, 별 언급이 없었습니다.

(左)는 잘 쓴 글이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소재와 이야기 자체가 이미 문단에서 너무 많이 다루어진 이야기라는 점이었습니다. 새로운 시각, 또 다른 새로운 무엇이 없다면, 의미를 찾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또한 커피향 20% 함유 라는 제목과, 갱년기 우울증과 비슷한 증세를 겪던 여인이 남은 80%를 찾으러 가는 계기, 연결고리가 너무 갑작스럽고 약했습니다.
리듬이 잔잔한 글이었는데, 결말이 너무 갑작스러웠습니다.
yjestar님의 글을 더 볼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

이중님의 “손수건”은 결말에 반전을 놓은 글이었습니다. 글이란 일정한 경로로 진행되어 가면서 독자에게 기대를 품게 하고 나서야 반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쓴 이가 생각하는 것을 읽는 이가 같이 따라갈 수 있도록, 글쓰기 훈련을 좀 더 해주시기 바랍니다.

블루베리님의 “성스러운 외출”은 의도를 알기 어렵고, 재미도 없었고, 반전에 대한 실마리가 너무 없었으며 반전도 무의미하고, 결말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시레인님의 “화려한 신부”는 진부한 소재이니만큼 과정이 중요한 글인데, 너무 대충 때운 느낌이 강햇습니다.
제3자가 관찰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면 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말해줬어야 하는데 부족했습니다.

異衆燐님의 “촛불”은 ‘촛불을 흔든 것은 너의 살기였구나.’라는 한 마디를 위해 쓴 글로 보였습니다.
이 한 장면만 가지고 단편 소설로 보기에는 너무 의미도 설득력도 없었습니다.
이야기는 극히 단순한데, 무게만 잡은 걸로 보입니다.


다음 달 모든 분들의 건필을 바랍니다.

댓글 1
분류 제목 날짜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 2006.09.30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3 2006.08.26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4 2006.07.28
우수작 요설 춘향가 妖說 春香歌5 2006.06.30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1 2006.06.03
우수작 카나리아2 2006.04.28
우수작 Becoming 2006.04.28
우수작 언제나 함께 이기를 2006.04.28
우수작 티티카카의 눈물3 2006.03.31
우수작 그림자 용4 2006.02.24
우수작 플라스틱 프린세스9 2006.01.28
우수작 로망스 2005.12.30
우수작 가면3 2005.12.30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1 2005.11.25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2 2005.10.29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2 2005.09.30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1 2005.08.26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5 2005.07.30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 2005.06.25
우수작 달과 육백만 달러7 200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