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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도시아이

2012.11.30 23:2011.30


도시에서나 볼법한 고급 세단이 흙먼지를 일으키는 시골길에 들어서자 부러움이 느껴지는 선망의 시선과 불쾌한 시선이 교차했다. 대개 코흘리개 동네 아이들이 선망의 시선이었고 밭일을 하고 있던 마을 어른들이 불쾌한 시선이다.
마당에서 방덕이와 놀고 있던 동춘이는 옆집 이장님 댁 담 너머로 세단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집 바로 앞의 밭에 있는 아빠에게 달려갔다.
“아부지! 아부지! 그…… 서울에 사는 이장님 댁의 멋쟁이 아저씨 네가 왔다카네요.”
뙤약볕 아래에서 밀짚모자 그림자에 의지하면서 고추밭 손질을 하고 있던 동춘이 아빠는 이장님 댁 담 너머를 주시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는 날카로운 눈빛이다. 동춘이는 그런 모습을 매년마다 봐 왔다. 그 때마다 아빠의 모습이 동춘이에게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영웅들의 눈빛 같아서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래, 동춘아, 고맙데이.”
동춘이 아빠는 밭일 하던 것을 그만두고 부엌에 있는 동춘이 엄마에게 갔다. 그 모습을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던 동춘이에게 양계장을 하고 있어서 늘 닭똥 냄새가 진동하는 방덕이가 다가왔다.
“뭔 일 있나?”
“나도 잘 모른다. 매년 서울에 사는 멋쟁이 아저씨가 올 때 마다 우리 아부지나 느그 아부지나, 저기 저수지 앞에 용민이 아부지나 다 그러카더라. 넌 느그 아부지 한테 별말 못 들었나?”
“난 매년마다 못들었데이, 넌 왜 그리 많이 아노?”
어른들의 일에 관심 없던 다른 아이들에 비해 동춘이는 어른들이 얘기하는 서울에서 온 아저씨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 동안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주워들었었다.
동춘이는 읍내 말고는 큰 도시에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었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예능프로에서 나온 도시의 모습은 동춘이에게는 너무나 멋지고 환상적인 곳이었다. 그래서 커서 도시로 나가서 살아보는 것이 동춘이의 꿈이었다. 어른들은 모두들 경계하는 눈치였지만 동춘이에게 그 서울 아저씨는 우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이 그 아저씨를 잠재적인 범죄자처럼 대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울 아저씨에 대해 강의 끝낸 동춘이는 방덕이와 마을 골목길에서 한창 술래잡기를 하고 있을 친구들을 찾으러 갔다. 동춘이네 대문 밖에서부터 이어지는 이장님 댁 담벼락을 따라 나오면 우측에 논이 보이는 길이 보인다. 거기서 이장님 댁 앞을 지나 마을회관과 붙어 있는 농기구 보관소에서 좌측으로 돌아 나오는 길에 정수네 집과 가민이네 집이 있다. 문지기처럼 버티고 있는 두 집 사이로 이어져 있는 골목길은 마을의 웬만한 집을 전부 끼고 있고 위쪽 큰길의 구멍가게와 이어져 있어서 마을 아이들에게 최적의 놀이 공간이었다. 벌써 게임을 시작했을 까봐 헐레벌떡 골목길 안쪽으로 뛰어 들어간 동춘이와 방덕이는 편 가르기를 하고 있을 아이들을 찾았다. 모두들 상식이네 집 앞에 모여 있었다.
“느그 어디있었노? 빨리 안 왔으면 느그 빼놓고 할라 했다.”
자칭 동네 골목대장 상식이가 핀잔을 주며 말했다. 방덕이는 힘들게 뛰어 온 것도 잊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받아쳤다.
“빨리 왔으면 된 거 아이가? 아직, 용민이도 안 왔는데. 근데 뭐 할라고 했노?”
“마, 특별하게 할 게 있나? 늘 그렇듯이 술래잡기제.”
"야들아, 좀만 기다리레이!"
저수지 앞에 사는 용민이가 동춘이와 방덕이가 왔던 길로 뛰어오면서 소리쳤다.
"용민아, 빨랑 빨랑와라. 안 그러면 니가 술래다!"
용민이가 도착 하고나서 아이들은 편을 가르기 위해 가위 바위 보를 하기 시작했다. 편이 다 정해지고 게임을 시작 하려 했을 때였다. 골목 끝에서 처음 보는 아이가 우주선에서 내린 외계인처럼 아이들 눈에 순식간에 띄었다. 하얀 피부에 세련되어 보이는 옷. 그리고 뿔테 안경과 툭 튀어나온 배. 아무리 봐도 이 동네에 사는 아이처럼 보이지 않았다.
“젠 누구노? 처음 보는디.”
아이들 사이에서 공식 게임 심판인 정수가 말했다.
“난 제 봤다. 우리 집 앞에 있는 저수지에서 물수제비뜨고 있었는데 이장님 댁에 있는 서울 아저씨네 아들이라던 걸 들었는디.”
“용민아, 그게 사실이노?”
구멍가게의 예지가 말했다.
“맞다. 우리 아부지도 들었다.”
낯선 아이는 동네 아이들을 향해 선비처럼 천천히 걸으면서 다가왔다. 동춘이는 그 아이가 보석처럼 신기하고 멋져 보여서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 이름이 뭐꼬?”
“이기찬. 너희들 뭐하고 있어?”
“우리 술래잡기하려는디, 혹시 너도 할낀가?”
기찬은 최신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피식 웃으면서 동춘이에게 말했다.
“장난해? 난 지금 바빠서 그런 애들 놀이 할 시간 없거든? 너희들 반에서 몇 등 정도하냐? 이럴 시간 있으면 밤새서 공부나해!”
말을 끝내고 뒤돌아서 구멍가게 방향으로 걸어가는 기찬이가 점점 멀어져 가자 아이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제, 뭐꼬? 서울에서 왔다고 지금 우리 무시하는 긴가?”
마을 분교에서 어른들의 칭찬을 가장 많이 받는 가민이가 긴 머리를 흩날리며 툴툴거렸다.
“와, 저렇게 재수 없는 자슥은 처음이다. 읍내에서도 별 말 없는 우리한테 와 저러노? 확 우리 집 앞에 있는 저수지에 빠쟈뿌릴까나.”
“용민아, 그만하래이. 야야 기분 나빠서 여기서 못 놀겠다. 여기 말고 우리 과수원가서 놀자. 마침 우리 아부지가 자리 비워서 괜찮을 기다.”
“상식아, 좋은 생각이다. 빨리 가제.”
용민이가 애써 분위기를 띄우려고 애썼지만 아이들은 툴툴거리며 상식이네 집 방향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동춘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기찬이의 그런 모습이 왠지 서울에 사는 아이 만의 멋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밤 동춘이네 부모님이 일 때문에 이장님 댁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때를 틈타 동춘이는 기찬이에게 친하게 지내자고 말할 생각이었다.


“동춘아, 너는 안 따라가도 된다.”
“싫습니더. 지도 갈겁니더.”
손톱 모양의 초승달 아래에서 동춘이 아빠와 동춘이가 집 앞 마당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지 벌써 10분 째다. 동춘이 아빠는 사내자식이 집에 혼자 있는 게 뭐가 무섭냐고 그러지만 동춘이는 그런 게 아니라 서울 아저씨 보고 싶다면서 계속 때를 썼다.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던 동춘이 엄마는 결국 동춘이 편을 들어주었다.
“동춘이 아부지 그만하이소. 동춘아, 같이 가제. 대신 모기가 물어 때도 난 모른디.”
이장님 댁 마당 한가운데에는 오늘 오후쯤에 동춘이가 집 앞 마당에서 얼핏 본 고급세단이 거대한 전차처럼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그 옆에 동춘이네를 기다리고 있던 이장이 있었다.
“어서온나, 풀 모기가 많으니 빨리 들어오소.”
이장님 댁 안으로 들어가자 이장의 둘째 아들이자 마을 청년회장인 이민설이 현관 앞에서 동춘이 아빠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민설은 요즘 청년들 같이 않게 피부가 타서 동춘이 눈에 그의 얼굴이 커다란 초코볼처럼 보였다.
“어서오이소, 구철이 아저씨. 고추 농사 잘 되고 있는긴가?”
“그럼, 잘 되고 있제. 근데 정설이 너, 오늘 땡볕에서 모내기 오래한 거 아이가? 아주 새까매졌디.”
“아따, 걱정마이소. 쉬엄쉬엄 해서 끄덕 없습니더.”
그때 거실에서 이장의 장남인 이정설이 양복차림으로 나타났다. 동춘이의 눈이 고등어 눈처럼 휘둥그레 해지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정설은 동춘이 아빠에게 본체만체 인사를 건앴다.
“안녕하세요. 옆집의 서구철 아저씨 맞죠?”
“그래, 느도 오래간만이다…….”
아빠 뒤에 숨어 있던 동춘이는 살짝 고개를 내밀어 서울아저씨 정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정설은 구두를 신고 있다가 나무늘보처럼 아빠다리를 잡고 있는 동춘이를 발견했다.
“응? 동춘이도 데리고 왔나요?”
“아, 그게…… 야가 하도 따라가고 싶다고 때를 써서 말이제.”
정설은 광이 나는 구두를 신고 밖으로 나가서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서 피우기 시작했다. 희뿌연 담배연기가 허공에 기괴한 곡선을 그리며 소용돌이쳤다. 바람을 쐬고 있던 이장이 안으로 들어오자 눈살을 찌뿌리면서 동춘이 아빠는 문을 닫았다. 동춘이 아빠는 조심스럽게 민설과 얘기를 계속했다.
“자는 서울 올라가고 나서 와 저렇게 된 긴가?”
“저도 모릅니더. 지도 형님이 저렇게 될 줄도 몰랐는디. 이번에는 기찬이 시골체험 목적으로 왔다고 하는디, 안 봐도 마을 땅 노리고 온 게 분명합니더. 매년마다 저러는 것을 지도 우찌할지 모릅니더.”
동춘이는 멍하니 아빠와 청년회장이 대화하고 있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있었다. 한참 얘기를 하던 도중 동춘이 아빠는 아들이 망부석처럼 계속 서 있는 것을 보고 동춘이가 현관 앞에서 계속 서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맞다! 맞다! 동춘아, 느그 엄마 따라 들어가도 되는디, 와 그러고 있노?”
막상 할 말이 없자 동춘이 대충 둘러댔다.
“지는 아부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부지는 얘기 할게 남아서 있다가 뒤따라서 들어갈기다. 그니까 먼저 들어가레이.”
파란색 슬리퍼를 벗어두고 동춘이는 거실 쪽을 살폈다. 엄마와 이장님 부부, 그리고 처음 보는 낯선 여자가 있었다. 낯선 여자는 여기저기가 다 짤막짤막해서 웬만하면 몸이 다보일 것 같은 옷에다가 옆 마을의 외양간 소 귀에 달려 있는 번호표 같으면서 금은방 보석 같이 화려한 것이 귀에 달려있고 손에는 동춘이 엄마의 결혼반지와 비교도 안 될 만큼의 반지와 번쩍번쩍 빛나는 손톱이 있었다.
“동춘아, 와 거기 서있노? 와서 앉으레이.”
엄마가 부르자 동춘이는 그제 서야 옆에 가서 앉았다.
“안녕, 네 이름이 동춘이였구나?”
낯선 여자가 동춘이에게 말을 걸었다. 앞에 있던 서울 아저씨와는 다르게 동춘이는 이 여자가 약간 불편하게 느껴져서 거실바닥만 처다 봤다. 여자의 쌍꺼풀이 있는 커다란 눈이 왠지 모르게 구렁이 눈 같았기 때문이다.
“아줌마는 처음보지? 아까 밖에 나가던 아저씨 부인이야.”
“네…… 안녕하이소.”
“혹시 우리 기찬이 봤니? 저 쪽 방에 있으니까 한 번 가보렴.”
기찬이는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빠져나와 기찬이가 있다는 방으로 달려갔다. 그 방은 예전에 서울아저씨가 마을에 살 때 쓰던 방이라고 청년회장 아저씨가 알려주었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방 안에서 기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이라도 간 것 같았다. 기찬이를 기다리며 방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동춘이는 방 귀퉁이에 있는 한 가방을 발견했다. 크기를 봤을 때 기찬이의 가방이 분명해 보였다. 동춘이는 서울에서 온 아이의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지 궁금한 나머지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가방 안에서는 동춘이네 분교 과학실에 흔히 있는 초록색과 보라색의 액체가 담긴 시험관과 비커, 스포이트, 메디컬 드라마에서 봤던 수술도구, 농기구 수리를 잘하는 가민이네 집에서나 볼 법한 온갖 공구들이 들어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이었지만 동춘이는 어딘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관에 붙어 있는 종이라벨에는 여러 가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암모니아, X-30, 염산, 요오드화칼륨, 질산에스…….
“야, 이 새끼야! 남의 가방은 왜 뒤져!”
기찬이가 달려와서 가방을 낚아채고서 동춘이에게 격하게 화를 냈다.
“아니, 나는 신기해가꼬…….”
“됐어! 저리가!”
무안해진 동춘이는 급히 방을 나와 부모님이 있는 거실로 들어가려다 어른들끼리 격한 논쟁을 벌이고 있던 것을 보고 멈칫했다.
“아버님, 그 땅이 있으면 여기도 발전되고 사람들도 몰릴게 아니에요.”
“맞아요, 아버지. 지금 회사에서도 그 땅이 가장 좋은 부지라고 했단 말이에요. 거기 아니면 안 된다고요. 보상금은 넉넉히 준다고 몇 번을 말해요.”
“네놈이 몇 번이나 말해도 안 된다하지 않았노! 그 땅이 올매나 중요한 땅인지 모르나? 땅이 기름지기로 유명해서 이 마을 조상님들이 일제 순사 놈들의 횡포에도 지켜낸 땅이디. 그런 땅을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못 내놓는다.”
언쟁이 오가는 와중에 불편한 기색으로 앉아 있던 동춘이 엄마는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처럼 거실 문턱에 서 있는 동춘이의 모습이 보이자 동춘이 아빠에게 시간이 늦었으니 먼저 가겠다고 얘기하고서 논쟁의 장을 빠져나왔다.
“동춘아, 이제 가제.”
동춘이 엄마와 동춘이가 자리를 뜰 때까지 거실에서는 땅에 대한 논쟁이 계속 되었다.


분교에서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운동장에 모두 모였다. 이번 주 교실청소 당번인 동춘이와 방덕이는 또 늦게 모여서 골목대장 상식이의 빈축을 샀다. 아이들은 그새 분교 앞에 있는 숲에서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잡아서 놀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에 꼬집힌 흔적이 넘쳐나는 손에 사슴벌레 여러 마리들 실에 묶어 놓고 상식이가 말했다.
“아따, 이 놈 집게 좀 봐, 야들아 내가 이 놈 잡느라고 손구락이 다 째지는 줄 알았다. 용민이 자식은 치사하게 잡기 쉬운 장수풍뎅이나 실컷 잡았는데 뭔 놈의 저수지 앞에 사는 녀석이 이리 잘 잡는지 모르겠다.”
“상식이 자식, 와? 내는 뭐, 저수지 앞에 산다고 개구리나 물고기 만 잘 잡는 줄 아나? 나도 이런 거 잡을 줄 안다. 저수지 근처에 올매나 벌레가 많은데. 너네 과수원에 만 벌레 많은 거 아니다.”
“너네만 자랑이냐? 우리 양계장에는 파리 때가 넘쳐난다.”
“우리 고추밭도 모기 장난 아이다.”
동춘이와 방덕이도 지기 싫어서 생각나는 대로 소리쳤다.
“야, 동춘아, 방덕아. 그건 해충이라서 자랑거리가 아이다. 너네만 밤에 고생한다고 자랑하는 거디.”
상식이와 용민이의 자랑에 숟가락이라도 올리려 했던 동춘이와 방덕이는 예지의 말 한 마디에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하지만 매번 이런 식이라 이 정도로 기가 죽을 동춘이와 방덕이가 아니었다.
“야, 야, 여기까지 하고, 이제 말 한 마리씩 잡고 놀아보제.”
실없는 농담을 지겹게 듣고 있던 가민이가 상식이와 용민이에게 재촉했다. 그 말에 상식이와 용민이가 빨리 아이들에게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나눠줬다.
오늘도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로 벌이는 대결이 시작되었다. 이 대결의 공식 심판인 정수는 첫 번째 경기를 치를 방덕이와 상식이의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운동장 구석에 있는 철봉 아래의 커다란 나무기둥 아래에 고정시켰다. 각각의 벌레에 고정된 실을 잡고 있는 방덕이와 상식이의 손이 긴장으로 땀범벅이 되서 실이 미꾸라지처럼 스르르 빠져버릴 것 같았다.
“라운드 원! 빠이트!”
그 동안 조금 없어 보이는 심판 행동 때문에 아이들의 야유를 받은 정수는 케이블 채널에서 복싱경기를 보면서 연습해온 심판의 행동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오! 그 동안 연습 좀 했나?”
“당연하지, 자식. 상식아, 경기에 집중하레이. 방덕이의 장수풍뎅이가 기습해온다!”
정말로 방덕이의 장수풍뎅이가 상식이의 사슴벌레를 뿔로 뒤집어 버리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사슴벌레는 나무기둥 밑으로 피해서 떨어지지 않았다. 상식이의 사슴벌레는 재빨리 다시 기어 올라와 순식간에 장수풍뎅이의 몸통을 집어 나무기둥 밑으로 집어 던졌다.
“쓰리! 투! 원! 상식이 승리!”
“아…… 이번에는 이기는가 했는디…….”
“방덕아, 열심히 연구해보레이. 언젠간 이길 수 있겠제. 하하.”
이어서 가민이와 예지의 이차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분교 입구에서 기찬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기찬이는 천천히 접근해왔다. 용민이가 그 모습을 보고 상식이에게 알렸다.
“그 이상한 자식이 또 온다꼬?”
어제 기찬이 때문에 기분을 망친 상식이는 기찬이를 쫓아버리고 싶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상식이는 금방 좋은 방도를 생각해 냈다.
“야, 용민아. 장수풍뎅이 가진 거 줘바라.”
“뭐할라꼬?”
“저 이상한 서울 놈 기 좀 죽이게 경기에 참가시키제.”
“아따, 좋은 생각이디.”
느릿느릿 다가오던 기찬이에게 상식이가 소리쳤다.
“마, 네 이름이 기찬이라고 했나? 싸게 빨리와바라.”
상식이의 부름에 기찬이는 어제보다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경기를 끝낸 가민이와 예지는 기찬이를 피해 자리를 떴다. 기찬이는 상식이가 건네준 실에 묶인 장수풍뎅이를 보고 물었다.
“너네 동네 최신 장난감이냐?”
“쓰잘때기 없는 소리 말고, 빨랑 경기나 하제. 그냥 여기다 놓으면 된다. 정수야.”
“아, 알았디. 라운드 쓰리! 빠이트!”
아까 방덕이와 경기 할 때처럼 상식이의 사슴벌레는 기찬이의 장수풍뎅이에게 파고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집어서 던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집게를 깊숙이 박아 넣어 숨통을 끊어버렸다. 장수풍뎅이의 움직임이 없어지는 것을 본 상식이는 사슴벌레의 집게를 잡아 뺐다.
“어떠노? 내가 이겼제? 킥킥”
기찬이는 죽은 장수풍뎅이를 한동안 보고 있더니 귀에 대고 흔들어 보았다. 표정이 휴지통의 휴지처럼 구겨지더니 주머니에서 소형 십자드라이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장수풍뎅이 몸에 찔러 넣고 후벼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장수풍뎅이의 단단한 껍질이 살깃과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졌고 움켜쥔 손에서는 누런 물이 뚝뚝 떨어졌다. 충격을 받은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교문 쪽으로 도망쳤다. 한참이 지나 장수풍뎅이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덩어리가 되고 기찬이의 손이 온갖 진액으로 범벅이 되었을 때였다.
“뭐야? 왜, 건전지가 없는 거야?”
한편, 숨도 안 쉬고 구멍가게까지 달려온 아이들은 그제 서야 숨을 돌리고 분교 쪽을 바라 보았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기찬이의 모습은 순식간에 온대간데 없이 사라졌다.
“갸 말이야, 진짜 제정신 아이다.”
“가민이 말이 맞다. 원래 서울 아들이 다 저러나?”
“예지야, 아이다. 우리 아부지가 과수원 일하면서 아는 서울 아저씨 있는디, 그 집 서울 얘는 좀 좋게 사는 거 말고는 우리랑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했디.”
기찬이에 대한 아이들의 추측성이 묻어나는 논쟁이 계속되는 중 상수가 말했다.
“어쨌든 간에, 갸 때문에 오늘 기분 다 망쳤디. 오늘 그만 해산하자.”
“마, 그건 골목대장인 내 대사다. 오늘 그만 해산하자. 기분 제대로 잡쳤다.”
아이들은 쓸쓸한 뒷모습을 남기며 각자의 집이 위치한 방향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멍하니 구멍가게 앞에 서 있던 동춘이도 방덕이를 따라 늦게 움직였다. 방덕이네 집 근처까지 왔을 때 방덕이는 평소와는 다르게 진지한 어투로 동춘이에게 말했다.
“동춘아, 너 어제 그 기찬이가 뭔가 하는 서울 놈 보고 눈 반짝이는 거리던데 맞나? 안 맞나?”
“아, 그거? ……좀 세련 되 보여서 그랬제.”
동네친구로 지낸 세월 탓에 방덕이는 동춘이의 마음을 단번에 파악했다.
“솔직히 말해라. 너 그 서울 놈하고 친해지고 싶은 기지?”
“…………맞다.”
“내 그럴 줄 알았디. 동춘이 너 그 서울 놈하고 친하게 진해지 마라. 너도 봤제? 갸가 이상한 짓하는 거. 이번에는 또 무슨 짓 벌일지 모른다.”
방덕이의 말에 동춘이는 어제 기찬이의 가방에서 본 이상한 물건들이 생각났다. 오늘 일도 이상했지만 그 물건들을 생각해보자 왠지 더 이상하고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동춘이는 그저 방덕이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서 그런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친구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맞장구쳐주었다.
“그……그럼 이제 우짜노?”
“어제 보니까, 느그 집에서 이장님 댁 담장 너머로 보이는 방 있었는디, 거기 혹시 기찬이가 있는 방 아이가?”
“그래 맞다.”
“그러면 한 번 감시해보라이. 내 느낌인디, 분명 무슨 일이 더 터질 것 같디.”
방덕이는 집으로 들어가면서 동춘이에게 한 마디 더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디, 그 기찬이라는 녀석과 친해지지 마라. 안 그러면 너랑 친구 안할기다.”
방덕이와 해어진 동춘이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이장님댁 담벼락을 돌아 걸었다. 불이 환하게 켜진 이장님 댁은 여느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직접 보지 않아도 분명 안에는 땅으로 논쟁 중인 어른들과 기괴한 도시 아이 기찬이가 있을 것이다. 중천의 떠 있던 해는 서서히 산 너머로 이동하면서 노을을 만들고 있었다.
방덕이가 몇 번이나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춘이는 무시하고 잠을 잤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어딘가 찔리는 것이 있었는지 갑자기 오밤중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하필이면 그 날이 동춘이네 집 화장실이 수리에 들어가서 불편하게도 집 뒤편에 가서 일을 봐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이장님 댁에서 보물처럼 아끼는 공터가 보이는 집 뒤편에 가던 동춘이는 건너편에 방덕이네 양계장이 있는 어두컴컴한 길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잠옷 바람이었지만 마을 바깥쪽으로 향한 이장님 댁 담벼락 모퉁이에 서 있는 가로등 불빛에 비쳐서 반짝이는 눈 주위를 보면 안경을 쓴 기찬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동춘이의 눈에 기찬이는 방덕이네 양계장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동춘이는 소변이 급한 나머지 조금 더 살펴보지 않고 넓은 공터를 바라보며 일을 보았다. 일을 다 본 동춘이는 양계장 쪽을 다시 봤지만 기찬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잠결에 뭔가를 잘못 본 것 같은 기분을 받으며 동춘이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눈을 비비며 마당으로 나온 동춘이는 방덕이네 양계장 쪽에 뭔가 떠들썩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공터 쪽으로 나와 보니 양계장에는 방덕이네 부모님과 근처에 있는 정수네와 가민이네 까지 나와 있었다.
동춘이는 헐레벌떡 양계장 쪽으로 뛰어갔다. 거기에 있던 아이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동춘이는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닭이었다. 머리, 날개, 내장, 다리, 뼈 등등 전부 분류 되서 해부 된 닭이었다. 해부된 닭은 양계장 입구 바로 앞에 신체 부위별로 종류별로 분류되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분교 과학실의 포르말린 속에 있는 생물표본이 널려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방덕이네 부모님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이 해부된 닭을 보고 있었다.
“워매, 어떤 자슥인지 모르지만 실력한번 대단하네.”
“산 짐승이 물어 죽였으면 모를까, 이건 도대체 뭐라고 해야할꼬? 말이 안 나온디.”
그때 동춘이는 어제 공터에 소변보러 갔을 때 그곳에 있었던 기찬이가 생각났다. 설마, 그때 기찬이가…….
동춘이는 집 외벽에 기대어 멍하니 있던 방덕이에게 어제 밤에 본 사실을 얘기 하였다. 방덕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동춘이의 말을 듣고 방덕이는 아직도 해부된 닭을 보고 있던 부모님에게 갔다.
“어무이! 동춘이가 그러는디, 이거 어제 밤에 기찬이라는 서울 애가 한 짓이라는디.”
방덕이 엄마는 이건 또 어디서 나온 웃기는 짬뽕인가 하는 표정으로 방덕이에게 말했다.
“방덕아, 그게 말이 되나? 그런 어린 애가 이런 짓 못한다. 동춘이가 잠결에 잘못 본거 아이가?”
“아이다! 분명, 기찬이라는 애가 한 짓이다!”
“방덕아, 그만하래이.”
방덕이네 아버지가 한마디 하자 방덕이는 조용히 뒤로 빠져서 동춘이에게로 갔다.
“야, 동춘아. 아무래도 어른들은 기찬이가 어떤 앤지 모르는 것 같디. 우짜노?”
“아……나도 모르겠디.”
“내는 하루라도 빨리 기찬이가 서울에 갔으면 한다.”
같은 시각 떠들썩하던 양계장과는 달리 용민이네 집이 위치한 마을 저수지 쪽은 대체로 조용했다. 가민이네가 연락해서 용민이네 부모님은 양계장 쪽에 가고 없었고 용민이는 혼자 뜰채를 들고 저수지에서 뭔가를 열심히 잡으려 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개구리 같이 쉽게 잡히는 것이라도 있을 텐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잡히는 것이 없어서 영 시원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평소 같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달라붙어 있을 거머리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무슨 위협을 느끼고 전부 어디로 숨은 것처럼 보였다.
한창 저수지를 뒤지면서 집중하고 있던 용민이의 눈에 저수지 한가운데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첨벙첨벙 거리며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용민이는 처음에 형체를 보고 개구리인가 했는데 점점 다가오는 모습을 보니 개구리가 아닌 정체불명의 괴생물체였다. 분명 팔다리는 개구리의 특유 미끈거리는 팔다리였다. 하지만 몸체는 초어의 모습이었다. 그 생명체는 빠른 속도로 용민이에게 접근해 달려들었다.
“어, 어, 어. 저리가! 저리가!”
용민이는 한 손에 들고 있던 뜰채를 휘둘렀다. 하지만 괴어는 개의치 않고 달려들었다. 공중에 붕 떠서 점프하는 찰나에 그 괴어의 날카로운 이가 태양 빛을 받아 비쳤다.
“으아아악!”
양계장 쪽의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 되고 있어서 돌아오고 있던 용민이네 아빠는 저수지 쪽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달려갔다. 괴상하게 생긴 물고기가 미끈미끈한 개구리 팔로 혼절한 용민이 팔을 붙잡고 물고 있었다. 얼마나 세게 물고 있었는지 칼에 배인 것처럼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용민이네 아빠는 용민이가 놓친 뜰채를 잡아들고 손잡이 부분으로 괴어의 몸뚱이를 내려쳤다. 괴어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용민이의 팔을 놓아주고 갈대 수풀 속으로 떨어졌다. 만약, 용민이네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늦게 왔다면 용민이의 팔 뿐만 아니라 용민이 자체도 남아 있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잠시 후 이번에는 마을 입구 쪽에 있는 논에서 주먹만 한 거머리가 나타났다. 그 시각에 논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괴생물체 등장에 순식간에 당하였다. 특히, 가민이네 아빠가 심하게 다쳤다. 모든 사람들이 논에서 나갈 때까지 혼자서 거대 거머리를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불가사의한 사건이 연달아 터지자 마을 분교의 과학 교사로 있던 박 선생이 읍내에 위치한 경찰과 대학 연구팀에 연락해서 조사를 의뢰했다. 한걸음에 달려온 경찰과 대학연구팀은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갑자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는 게 뭔가 꺼림직 한 것을 느꼈다. 경찰은 대학 연구팀은 거들떠보지 않고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검시관까지 도착해도 사건 관련해서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자 별수 없이 대학연구팀의 뒤를 따라다녔다.
대학 연구팀은 먼저, 양계장 앞에서 벌어진 닭 해부 사건의 증거물인 해부된 닭을 수거한 뒤 논에서 거대 거머리를 생포하고 곧바로 저수지로 향했다. 용민이네 아버지가 거의 반 죽여 놨기는 했지만 아직은 외형이 남아있는 괴어를 연구원이 핀셋으로 뒷다리를 잡아 집어 올렸다. 괴어는 정육점 안쪽에 매달려 있는 통돼지의 모습처럼 대롱대롱 매달렸다.
“이 생물을 분석을 해봐야 알겠지만 이건, 엄청나게 머리 좋은 인물의 짓이 분명합니다.”
“이유가 뭡니까?”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경찰이 물었다.
“아무렇지 않게 종이 다른 두 생물체를 결합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저수지 인근에서 수술용 칼과 장갑, 시험관, 봉합용 실이 발견된 것으로 보면 돌연변이가 아니라 사람이 했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봅니다. 양계장에서의 해부된 닭은 해부학을 전공한 사람의 솜씨로 추정되고 거대 거머리는 이 생명체와 같이 조사를 해봐야 알겠죠. 주민 여러분들은 안심하세요. 이 저수지하고 논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니까요."
대학연구팀이 마을을 뜨기 시작했지만 경찰은 늦게까지 남아서 대학연구팀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저수지에 모인 사람들은 전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동춘이는 아직도 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동춘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름 아닌 시험관을 비롯한 수술도구가 발견된 곳이다.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있다가 무언가 펄럭펄럭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대학연구팀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스카치테이프가 붙은 종이라벨이었다.

X-30


동춘이는 어떤 확신을 얻었다. 그 시험관은 동춘이가 기찬이의 가방 안에서 본 여러 개의 시험관 중 하나였다는 것을.


어제, 뒤숭숭한 일이 발생한 뒤로 마을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이전과 다르게 약간 침울한 상태에 빠졌다. 아마도 부상당한 마을사람들 때문이리라.
어른들의 걱정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기친 것인지 어디에서도 아이들이 모이지 않았다. 다만, 동춘이는 혼자 마을 뒷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어제 발견한 종이라벨 때문에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단순히 바람 쐬러 갔다 오는 것이었다.
터덜터덜 산을 내려오는 동춘이는 마을에서 괴팍하기로 유명한 정노인의 집 앞에서 고개를 숙인 누군가 혼이 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70대의 정노인은 나이에 걸맞지 않을 정도의 목청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이노무 자슥아! 느 지금 뭐하기고? 이게 아주 제정신이 아닌기다!”
산길 옆으로 무성한 덤불에 숨어서 천천히 정노인의 집 앞으로 다가가자 동춘이는 정노인에게 혼나고 있는 고개 숙인 아이가 기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기찬이의 손에는 피가 뭍은 쇠망치와 머리가 깨져서 뭉개진 너구리가 들려 있었다. 또 무슨 일을 벌이려다 정노인에게 들킨 것이라고 동춘이는 생각했다.
정노인의 막말은 10분이 지나도록 계속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개를 숙인 기찬이의 얼굴은 점점 빨갛게 변했고 망치를 든 손도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기찬이는 머리가 터진 너구리를 바닥에 내던지고 쏜살같이 도망가 버렸다. 정노인은 분노로 휘감긴 욕설을 내뱉었다.
“저, 저, 처 죽일놈!”
오후 늦게 쯤 또 다시 마을이 떠들썩해졌다. 상식이네 과수원 쪽에서 난대 없이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6.25 전쟁의 후유증이 남아있는 어르신들은 공산당이 다시 쳐들어 왔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폭발은 상식이네 과수원의 한가운데에서 일어났다. 폭발로 인해 과수원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렸고 주위의 여러 나무가 피해를 입었다.
박 선생이 이번에는 직접 현장 조사에 나섰다. 정성스럽게 키운 과일 나무 대부분이 박살이 난 곳에는 상식이네 아버지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서 있고 상식이 또한 마을 아이들에게 자랑거리였던 과수원이 엉망이 된 것을 울상으로 보고 있었다.
과수원 곳곳에서 케케한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맡은 박 선생은 폭탄의 출처를 찾으려 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폭탄조각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과수원 한가운데의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과일나무 하나를 중심으로 폭발의 흔적만 있을 뿐이었다.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자 박 선생은 어제 마을에 왔던 대학 연구팀에 연락해 문의를 해보았다. 대답은 뜻밖이었다.
"폭발이 일어났지만 폭탄의 흔적이 없다고요? 음…… 그러면 폭발성 화학약품이 원인일 지도 모르겠네요. 케케한 냄새를 발생시키는 이산화질소가 발생한 것을 보면 질산에스터가 분명합니다. 그런데 시골마을에서 그런 위험한 약품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혹시, 분교에 과학실이 있나요?"
"네, 하지만 그런 위험한 약품까지 들여놓지는 않습니다."
"하……."
결국, 상식이네 과수원에서 벌어진 폭발사건도 미궁 속으로 빠졌다. 상식이네 어머니는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며 위로했지만 상식이네 아버지는 평생 길러온 과수원의 절반이 날아간 충격에서 해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을에서 괴팍하기로 유명했지만 그래도 고령자에다가 혼자 외진 곳에 살고 있어서 모두의 걱정거리였던 정 노인이 실종된 것이었다. 마을 순찰을 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정설은 과수원에서 폭발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의 도움을 받아 마을 구석구석을 수색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정 노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어제 일어난 괴 생물 사건에 이어서 과수원 폭발과 정노인의 실종사건이 일어난 것을 누구보다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동춘이었다. 동춘이는 분명히 이 모든 사건에 기찬이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분명, 기찬이의 가방 안에 있는 신기하고 이상한 물건이라면 왠지 이 모든 일이 가능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날 밤 동춘이는 자다 말고 밖으로 나와서 고추밭에 쭈그리고 앉아서 이장님 댁 방향을 계속 주시했다. 주위에서 모기가 계속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용민이, 가민이, 상식이. 이번에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부모님의 아이들이자, 기찬이에게 노골적으로 혐오한 아이들이다. 동춘이는 기찬이를 혐오하지는 않았지만 저번에 이장님 댁을 방문했었을 때 그의 신경을 건드린 것이 마음에 걸려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추밭을 지키고 있다.
모기를 쫓다가, 졸다가를 반복하다 길바닥에 머리를 박고서야 정신을 차린 동춘이는 고추밭이 무사한지 살펴보고 이장님 댁을 살펴보았다. 이제 새벽녘인데 불이 켜져 있을 리가 없었다. 언제 그런 건지 모르지만 정설이 피웠던 것으로 보이는 담배가 이장님 댁 현관문 앞에 잔 멸치처럼 잔득 떨어져 있었다.
도둑처럼 발소리를 죽이고 이장님 댁 안쪽으로 들어가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해보려던 동춘이는 마을 농기구 보관소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재빨리 집에서 큰길로 나오는 길에 서 있는 담벼락 뒤로 숨었다. 살짝 고개를 내밀고 농기구 보관소를 보니 기찬이가 무언가를 잔뜩 들고 골목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기찬이가 뒷산 길로 가고 있는 것을 확인한 동춘이는 조심스럽게 농기구 보관소를 살펴봤다. 농기구 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던 트랙터와 경운기가 어제 방덕이네 양계장 앞에서 발견된 닭처럼 분해되어 있었다. 너무나 정교하고 차근차근 분리되어 있어서 블록 장난감을 가지고 논 흔적처럼 보이기도 했다.
들고 있는 부품의 무게가 상당한지 느리게 움직이고 있던 기찬이를 동춘이는 천천히 따라갔다. 언제나 켜져 있던 방덕이네 양계장 앞의 가로등은 기찬이의 행동을 못 본 척 하려는지 꺼져 있었다. 동춘이는 그가 뒷산 반대편의 산길로 통하는 곳에 위치한 폐가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깜깜한 산길 입구 옆에 거대한 입을 벌리고 있는 괴물처럼 서 있는 폐가를 앞에 두고 동춘이는 겁에 질려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마을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그 폐가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얘기를 자주하였다. 그래서 동춘이를 비롯한 아이들은 그곳에 절대 다가가지 않았다. 보통 폐가에는 사연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폐가는 뒷산이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아무런 자취를 남기고 있지 않아 모두를 의문스럽게 했다.
흉물스러운 폐가의 형체에 발길을 돌리려던 동춘이는 마침내 포착한 기찬이의 음모를 여기서 놓치면 영원히 밝힐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다시 폐가 쪽으로 향하였다. 깊고 깊은 동굴 속과 같이 깜깜한 폐가 안은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서 동춘이를 더욱 공포에 질리게 했다. 점점 어둠에 익숙해지자 폐가 안쪽에서 기찬이의 모습이 서서히 들어났다. 그런데 폐가 안에 있는 것은 기찬이와 동춘이 뿐만 아니었다. 기찬이의 앞에 누군가 고개를 숙이고 다리를 펴고 앉아 있었다. 다름 아닌 실종됐던 정 노인이었다. 하지만 정 노인은 더 이상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머리에서부터 등까지 세로로 일자 모양 절개된 정 노인의 몸 안에는 뼈가 아니라 온갖 기계장치가 들어차 신체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기계장치를 기찬이는 스패너와 드라이버로 조립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한창 집중하고 있던 기찬이는 손에 들고 있던 드라이버가 땀으로 범벅이 된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것을 줍다가 동춘이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다른 누군가의 존재를 인식했다.
“너……너, 뭐야! 여기는 어떻게 알고…….”
동춘이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한 것을 본 기찬이는 기계장치를 작동시켰다. 톱니바퀴가 맞물리면서 미미한 소음을 냈다. 그와 동시에 정 노인의 몸이 일어섰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빨간 불빛이 나면서 동춘이를 노려봤다. 동춘이는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죽어!”
기계장치로 가득 채워진 정 노인이 동춘이에게 다가왔다. 동춘이는 비명을 지르며 폐가 밖으로 뛰쳐나왔다. 아직 한밤 중이여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바람에 허우적거리며 짚이는 대로 가다보니 동춘이는 자기도 모르게 반대편 산길 쪽으로 들어가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방향을 잡고 도망가려던 동춘이는 어둠 속에서 붉은 불빛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평소 굼뜨기로 유명한 정 노인이었지만 기계장치로 둘러싸인 그의 몸은 건장한 청년과 맞먹을 뜀박질로 동춘이를 쫓아오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이 움직이지 않아 동춘이는 멍하니 정 노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산길 어딘가에 돌부리가 있었는지 멀쩡히 뛰어오던 정 노인이 갑작스럽게 고꾸라졌다.
이틈에 동춘이는 폐가에서 남쪽 방향에 있는 공터로 전속력으로 달렸다. 방덕이네 양계장 앞에 있는 가로등이 꺼져 있는 탓에 공터는 마치 사방이 밤의 검은 장막으로 가려져 있는 버려진 무대 같았다. 그 때문인지, 동춘이는 아무리 움직여도 제자리를 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점점 힘이 빠져가고 있어서 이대로 가다가는 잡힐 것 같았다. 어디선가 삐걱삐걱 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지만 어느 쪽 방향인지 알 수가 없어서 사방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사람 살류! 사람 살려유우! 아부지! 어무이! 동춘이 죽습네다!”
마지막 힘을 다해 동춘이는 소리쳤다.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달린다는 것보다 거의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 삐걱 거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고 점점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그러나 뎅그렁, 뎅그렁 하면서 뭔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많이 들리더니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거의 쓰러지기 직전 멈추자 삐걱거리는 소리는 온대간대 없이 들리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동춘이가 뒤를 돌아보자 한쪽 팔만 남고 두 다리는 완전히 접질려 부러지기 직전인 정 노인의 새빨간 불빛이 동춘이의 눈과 마주쳤다.
“아부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동춘아, 동춘아! 정신차리레이! 아부지다! 아부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악몽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동춘이는 경련을 일으키며 정신이 들었다. 동춘이의 눈 앞에 동춘이 아빠의 얼굴이 나타났다.
“아……아부지…….”
“그래, 아부지다! 다행이레이.”
동춘이가 손을 더듬자 바닥에서 흙이 느껴졌다. 팔을 멀리 뻗자 잔디까지 잡혔다. 동춘이는 아무런 외상없이 마을 공터 한가운데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무사히 살아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어떻게 그런 절박한데다 거의 잡혔던 상황에서 자신이 살아났던 것인지 동춘이는 의아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동은 이미 튼 지 오래였고 공터에는 마을 주민들이 무언가를 둘러싸고 보고 있었다. 주민들 틈에 경찰이 끼어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그 기괴하게 변형된 정 노인이 널 부러져 있을 것이라고 동춘이는 생각했다. 사람들 틈에서 경찰 한 명이 빠져나오더니 조심스럽게 동춘이에게 다가왔다.
“아이는 괜찮은 건가요?”
“아, 괜찮고 말고예.”
“그럼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 아이에게 질문 좀 해도 되겠습니까?”
“얘가 아직 충격에서 못 벋어난 것 같기도 한디……. 동춘아, 네는 괜찮겠나?”
동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이 아저씨가 질문 좀 할게. 어제 밤에 무슨 일로 나온 거니?”
“그게 말이예…….”
사건의 전말을 꺼내기 전에 동춘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이 기찬이의 번뜩이는 안경 빛이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덜덜 떨리는 입을 진정시키면서 천천히 동춘이는 어젯밤 봤던 기찬이의 이상 행동과 기계로 변한 정 노인의 소름끼치는 붉은 눈빛을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경찰은 미심쩍은 표정을 보이며 사람들이 둘러싸인 곳을 돌아보고 나서 동춘이 아빠에게 말을 했다.
“얘가 멀쩡한 거 맞나요?”
“아무래도 야가, 충격이 컸나 보네예. 헛소리를 다하고…….”
어른들의 반응에 당황한 동춘이가 소리쳤다.
“아닙니더! 정말, 봤습니더! 정말 입니더!”
“아이고, 동춘아. 야가, 정신을 못차리나. 아부지랑 집에 가서 좀 쉬어야 겠디.”
동춘이가 집에서 안정을 취하는 동안 경찰은 동춘이의 증언을 토대로 정설에게 기찬이가 어젯밤에 이상한 짓을 한 게 아니었는지 추궁하였다. 정설의 부인은 펄쩍 펄쩍 뛰고 난리였지만 정설은 침착하게 경찰에게 대답했다.
“기찬이가 가끔가다 잠이 안 오면 자기 방을 돌아다니는 버릇이 있는데, 요번에 시골 내려와서 신기한 것이 많았는지 밖에 나와서 돌아다닌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 생각에는 동춘이가 기찬이가 자기를 심하게 괴롭혔다고 얘기하려 한 것 같습니다. 서울 집에서도 몇 번 동네 아이들을 괴롭혀서 이웃들에게 사과한 적이 많거든요.”
경찰의 조사가 끝난 뒤 기찬이가 정설에게 호되게 혼나는 소리가 담벼락을 넘어 동춘이네 집에서도 들렸다. 동춘이는 정설이 그렇게 무섭게 소리칠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마치 태풍이 몰아칠 때 들렸던 벼락 소리 같았다.
정 노인 살인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는 참담했다. 아무런 지문도 남아있지도 않고 근처의 수배중인 강력 범죄자도 없는데다 마을에서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될 만한 인물이 전무했다. 한때 마을의 농기구 전문 수리기사가 경찰들의 의심 대상이었지만 그날 읍내에서 친구 분과 막걸리를 마시고 자고 왔다는 목격자의 증언으로 경찰만 무안해졌다. 결국 그날 경찰은 기계를 잘 다루는 직업을 가진 미확인 사이코페스의 범행이라고 짐작만 한 채 조용히 마을을 빠져 나갔다.


정설네가 마을에 온지 6일 째 되었지만 동춘이에게는 마치 1년과 같이 느껴졌다. 오늘도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마을은 조용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정설네가 서울에 올라간다고 하였다. 이제 기찬이의 방학이 거의 다 끝나가고 회사에 자기가 없어서 일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나 뭐라나.
동춘이네 부모님은 정설네가 떠나는 것을 마중 나갔다. 얼마 전 같다면 아쉬워하면서 마지막 모습을 지켜볼 동춘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이 벼룩 간만큼이나 없었다.
이장님 댁 마당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고급 세단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전이 번쩍번쩍 빛을 내면서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대문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동춘이는 거기에 기찬이가 타고 있다고 생각하니 저승사자가 탄 검은 마차처럼 무시무시해 보였다.
모두들 서로 다정히 인사를 주고받았기는 했지만 기찬이네가 탄 차가 마을 밖으로 멀어져가자 금세 표정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모두들 일상으로 돌아갔고 며칠 후면 일주일 간 있었던 기상천외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은 마을 주민들의 기억에 묻히고 오직 사건을 떠맡은 경찰만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경찰에서도 이 사건이 미제사건으로 처리한다면 완전히 잊혀 지겠지.
그날 오후 마을이 잠잠해진 참에 동춘이는 양계장 일을 돕고 있을 방덕이에게 가보기로 했다. 보나마나 양계장 안에서 닭들에게 둘러싸인 방덕이의 모습이 안 봐도 훤히 보일 테지만. 닭 깃털이 덕지덕지 붙은 방덕이의 모습을 보고 양계장 안으로 들어가던 찰나, 동춘이는 악몽의 한 순간이 펼쳐졌던 공터를 보다가 문득 이장님 댁에서 어른들이 하던 말 중의 하나가 떠올랐다.
‘매년마다 저러는 것을 지도 우찌할지 모릅니더.’
매년. 이민설이 분명이 그랬다. 땅을 내놓을 때까지. 문득 동춘이에게 동요하나와 분교에서 배운 김수로왕의 설화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구워 먹어? 그래, 기찬이가 그 섬뜩한 안경 렌즈로 불을 만들어 동춘이를 구워 먹겠지.
양계장 철문을 밀고 동춘이가 들어왔다. 산자락 너머로 화려한 인상파 그림 같으면서 한편으로 피바다처럼 보이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평소처럼 실실 웃으며 인사를 하는 방덕이에게 동춘이가 말을 꺼냈다.
“방덕아.”
“와? 동춘아.”
“낸 평생 이 마을 안 떠날란다.”
“엉? 와?”
“와 그런지……도시에 나가 살기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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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 성검의 궤적 2013.06.30
가작 워프기술의 회고1 2013.06.30
선정작 안내 선정작이 없습니다. 2013.06.0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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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켄타우로스 201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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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 불지 않을 때 바람은 어디에 있는가4 201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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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호메로스식 고로케 레시피 201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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