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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 괴물

2007.05.26 22:5105.26

Inkholic님의 "이빨에 끼인 돌개바람"은 주제도 패턴도 새롭지 않지만, 이 주제에 이 패턴이 접합되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해서 즐겁게 볼 수 있는 허풍이었습니다.

"우주부활 주식회사"는 뒷부분에서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재미있게 잘 쓴 글이었습니다.


singularity님의 "달들"은 몽환적인 소재를 일상적으로 처리해서 밋밋했습니다. 일상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소재로 이야기를 끌어가거나 환상적인 소재에 어울리는 결말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보건소에서 0.2파섹"은 심심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건 문장으로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 자체에서 보여줄 수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고, 무엇보다 이렇게 가볍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이 아닙니다.
재치도 부족하고, 외계인에 대한 이질감도 안 느껴집니다. 소재든 주제든 고민하고 생각한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길이가 짧고 읽기에 가볍다고 쓸 때도 가볍게 쉽게 써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디안님의 "Running"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옆편으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여백과 분위기가 돋보였습니다.


황당무계님의 "농구화"는 재미있었습니다만 주인공이 괴기탐정 일을 하는 이유가 딱히 안 나오는 면 등 옴니버스의 한 편으로 보였습니다.
장면장면 삽입된 템포도 소설이라기보다는 텔레비젼 드라마의 장면 같았습니다. 특히 저승사자가 전화하는 모습과 탐정이 조사하는 모습이 교차되는 모습이 그러했는데요. 글이라는 점에서 좀 더 정리를 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말줄임표도 너무 난무합니다. 만화/드라마/소설은 각기 자신들만의 표현법이 있는데, 소설에서 소설이 아닌 다른 장르의 표현법을 의도적으로 차용해 올 경우, 글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도 있지만, 그저 옮겨왔을 경우에는 다른 장르에서만 쓸 수 있는  비문자적 언어는 사라지고 뼈다귀만 남아서 아주 앙상한 글만 남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간장 / 경이 / 끼다"는 일종의 허무개그인데 허무하게 웃기고 재미있었습니다. 집어넣는 재료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넣으려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텔라의 무덤: 플라치의 과거"는 역시 옴니버스의 1편으로 보였습니다. 재밌었습니다만 전쟁 상황 묘사등이 작가가 잘 모르는 이야기를 쓰자니 헐겁게 넘어가는 면이 있었습니다.


날개님의 "문자가 오다"는 순진하고 안일한 글이었습니다. 의도는 있되 개연성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그 소녀는 우연히 우주선 타고 나와서 불시착했는데 그 사이에 돌아갈 곳이 없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 주인공은 진짜 우연히 문자를 받아서 기묘한 인연이 시작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인물들 입장에선 우연일지 몰라도, 작가 입장에선 우연이면 안 되는데 결말을 '이런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유의 편한 결론으로 내리고 끝내면서 어물쩍 넘어 갔습니다.
등장인물의 겉보기 모습이 담담하다고 해서 그 내면도 담담해서는 안 됩니다. 우아하게 물 위에 떠 있는 백조가 물 밑에서는 미친 듯이 발버둥 치고 있는 것처럼, 담담한 서술 속에서도 인물의 내면과 갈등이 엿보이고 주제가 설득력을 얻고 감동을 주기 위해선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들고 파야합니다.
두 사람의 인물이 모두 평면적으로, 글에서만 존재할 법한 소설속 등장인물이지 숨쉬고 고뇌하고 상처 받는 진짜 피와 살이 통하는 인간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형태의 글에서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다면, 그저 공허할 뿐입니다.
이야기를 포장하는 기술은 어느 정도 다져진 글로 보이나, 포장보다 본질에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건필하세요.


희자님의 "지구의 아이들에게"는 지구인이 사실은 지구인이 아니었다는 사실과 그 사실을 감추고 있다가 뒤에서 드러나 충격을 주는 방식 등 모두 재미있었습니다. 이야기 진행을 산만하지 않게 정리하고, 교훈적/시사적인 부분을 좀 더 교묘하게 그렸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류정현님의 "비눗방울속 그녀"는 이야기들 간에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 건 아니나 연결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야기에 구멍이 없이 촘촘하게 진행되도록 써보시기 바랍니다.


hybris님의 "라의 날"은 2부를 읽자 1부만 봤을 때보다 이 글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의문만 제기하고 끝낸 게 아쉬웠습니다. 의문만 제기하고 끝날 거라면 보통 의문을 제기할 법하지 않은 곳에서 의문을 제기해서 의문 자체가 하나의 답이 되는 경우가 아닌 이상에는, 어떤 식으로든 작가가 선택이나 결론을 내렸어야 합니다.

"회절"은 사소한 문제지만 누구의 대사인지 독자가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쓸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둘 중 누구 대산지 모호한 경우들이 보입니다.
시간을 거슬러가서 보려고 했던 게 나고, 내가 찾으려 했던 질문의 답을 촉발한 게 나라는 많이 나왔던 패턴을 답습했지만, 서정적으로 잘 그렸습니다. 그런데 아귀가 제대로 맞질 않습니다. 회절은 범죄 추리 소설이 아니라고 해도 추리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나’는 무언가를 알고 싶어서 왔으니까요. 그러므로 전체적으로 감성이 지배하더라도 세세한 부분에서 이성적/이론적으로 아귀가 맞아야 하고, 독자에게 그걸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부분이 걸리적 거립니다.

라반디스님의 "어느 소녀의 일기(호기심)"은 대상에 대한 관찰력이 부족했습니다. 글이란 작가를 비추는 거울과 같아서, 작가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인물이 등장할 때 빛을 발하고, 작가가 제일 잘 이해하는 소재와 주제를 쓸 때 깊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작가와 동떨어진 나이대, 동떨어진 성별, 동떨어진 지역의 인물을 내세울 때에는 그런 공감과 깊이를 획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 내세우려는 층에 대해서 고심하고 고찰해야 하는데 그 노력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문영님의 "프록시마 견문"은 외계 문명에 대한 경이로운 묘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흥미 있게 읽을만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라 지루했습니다. 외계문명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 소설이 되기엔 부족합니다. 배경은 말 그대로 배경입니다. 소설에는 사건이 필요합니다.


주환님의 "괴물"은 주제나 패턴 자체는 천일야화나 한국 민담 같은데 적나라한 묘사로 이야기를 전개해갔습니다. 딱히 모자란 곳도 없이 잘 전개해고 재미있었습니다.
48호 독자우수단편에 선정되시 걸 축하드리며 게시판에서 mirror나 진아를 클릭하시고 쪽지 혹은 메일로 우편물 수령하실 주소, 성함, 휴대폰 번호(택배 발송시 필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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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남자는 괴물이었다.

정확히는 남자가 괴물이 아니라 남자의 그것이 괴물이었다. 큰 것은 대물이라고 하고 서양의 것은 양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서 남자의 음경은 확실히 괴물이었다. 남자가 태어나던 날, 자궁에서 나오던 남자를 받은 산파는 남자의 그것을 보고 질겁했다. 보통 갓 태어난 남자아이의 거기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아기 번데기같이 생겼다. 그러나 남자의 물건은 크기는 둘째 치고 그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다. 바퀴벌레와 거미와 거머리, 그 외에 기타 온갖 징그러운 것들을 쥐어짜내 만들어 낸 혐오 엑기스를 고체로 굳힌 뒤, 술주정뱅이가 전력을 다해 조각한 것 같은 그 물건의 모양은, 무조건적인 모성애를 발휘하려던 그의 부모마저도 식겁하게 했고, 동네방네 아기가 있다는 곳은 모조리 찾아가 아기들의 거기를 조몰락거리며 흐뭇해하는 취미를 갖고 있던 부모의 할머니마저도 움찔하며 한 걸음 물러나게 만들 정도였다.

남자의 부모들은 어린 남자를 둘러메고 유명한 비뇨기과를 찾아 방방곡곡을 헤맸다. 하지만 날아가던 새도 포경할 정도로 유명한 비뇨기과 의사들도 남자의 거기를 보곤 혀를 차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이건 과학으로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부모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곳을 찾았다. 하지만 무당을 찾아가도, 법당을 찾아가도, 교회를 찾아가도, 기타 방법을 다 사용해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 남자의 부모는 실망했다. 그래도 남자를 포기할 정도로 실망하지는 않았다. 거기가 좀 혐오스럽게……아니, 많이 혐오스럽게 생겼더라도 자신들의 자식이었다. 고작 그것 때문에 남자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국 부모들은 아쉬워도 할 수 없이, 남자를 이대로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남자는 어린이가 됐다. 그리고 예상대로 주변 또래들의 따돌림을 받았다. 같이 오줌을 누던 한 아이가 남자의 거기를 보곤 놀라서 다른 아이들에게 소문을 낸 것이었다. 소문은 금세 퍼졌다. 얼레리 꼴레리, 괴물 고추래요, 괴물 고추래요. 아이들의 놀림에 남자는 울먹이며 집으로 돌아와 엄마의 품에 안겼다. 엄마, 왜 내 고추는 다른 얘들이랑 다르게 생겼어요? 남자의 모친은 애써 웃는 얼굴로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크면 똑같아 질 거야. 지금도 귀엽기만 한데 뭘. 남자가 순진하게 물었다. 정말요? 그러엄. 하지만 그러는 모친마저도 자식의 거기를 보는 것은 극도로 꺼려했으니……

남자가 7살이 됐을 무렵이었다. 초라한 행색의 스님 하나가 남자의 집에 시주를 받으러 왔다. 착한 모친은 아낌없이 시주했다. 스님은 감사의 불호를 외우며 돌아섰다가 시무룩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오는 남자를 발견하곤 이맛살을 찌푸렸다. 스님은 모친에게 남자를 곁눈질하며 말했다. 아드님의 음경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죠? 모친은 깜짝 놀랐다. 그걸 어떻게…… 스님은 말했다. 댁의 아드님은 저주받았습니다. 모친이 놀랐다. 저주요? 스님이 심각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댁의 조상님들 중에서 여색을 밝히시는 조상님이 하나 계셨습니다. 그 조상님은 108명에 달하는 여자의 순결을 빼앗았고, 그 여자들의 분노가 모여 만들어진 저주가 후손인 아드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모친은 당황했다. 믿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아이의 문제를 첫눈에 알아차린 스님을 미쳤다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모친은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저주를 풀 방도는 없나요? 스님이 말했다. 아드님을 부처님께 귀의시키면 됩니다만 그건 허락하지 않으시겠지요. 모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습니다. 업보지요. 죽을 때까지 풀리지 않을. 그 말에 화가 난 모친이 상기한 얼굴로 외쳤다. 차라리 그게 스님이 되는 것보단 나아요! 스님은 떠났다. 모친은 혼자 장난감을 갖고 노는 남자를 슬픈 눈으로 쳐다봤다.

남자는 쑥쑥 자라서 청소년이 됐다. 성장기동안 남자는 목욕탕을 비롯해서 음경이 노출되는 장소엔 절대 가지 않았다. 화장실도 꼭 양변기를 썼고 정 어쩔 수 없는 경우엔 소변기가 뚫어져라 가까이 대서 음경이 보이지 않게 한 다음 오줌을 누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남자는 자신의 비밀을 들키지 않고 생활할 수 있었다. 남자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남자의 비밀을 모르는 많은 여자들은 남자의 타고난 외모와 은밀히 흘러나오는 페로몬에 매혹 당했다. 남자도 질풍노도의 달아오르는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조상의 바람기는 꾸준히 이어져 그의 핏속에도 흐르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들 중 가장 예쁜 여자와 사귀었다. 연애는 즐거웠다. 여자는 착했고 남자도 여자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비밀의 초조함을 없애진 못했다. 어느 날, 결심을 단단히 한 남자는 여자를 모텔로 데리고 왔다. 여자는 순순히 따랐다. 남자는 최대한 분위기를 잡은 다음 조심스럽게 자신의 물건을 꺼냈다. 이놈을 봐줘, 이놈을 어떻게 생각해? 여자는 비명을 질렀다. 꺅! 씨발, 징그러. 남자는 여자와 헤어졌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어떤 여자와도 사귀지 않았다.  

대학교를 간 남자는 과거 그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비뇨기과를 찾았다. 과학은 발전했지만 그의 고민거리인 괴물을 고쳐줄 비뇨기과는 아직 없었다. 남자는 낙담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낙담해하는 기색이 역력한 남자를 위로해주기 위해 대학 선배들이 술자리를 열어줬다. 그는 곤드레만드레 취했다. 역시 잔뜩 취한 선배가 외쳤다. 야! 오늘 물이나 빼자. 내가 쏜다. 선배들은 취해서 인사불성이 된 그를 데리고 창녀촌으로 갔다. 남자의 페로몬에 끌린 창녀들이 이구동성으로 자신이 남자를 받겠다고 했다. 남자를 획득하는데 성공한 창녀가 남자를 침대에 눕히고 바지를 벗겼다. 그리고 남자의 거기에 놀란 창녀는 포주를 불렀다. 포주는 입이 거친 사내였다. 손님, 개조도 적당히 하셔야죠. 구슬을 박은 것도 아니고, 방사능에 오염된 돌연변이처럼 그게 뭡니까? 얘들 속살 망가져서 이런 건 안됩니다. 남자는 쫓겨났고 또다시 대학에 남자의 거기에 대한 온갖 수더분한 소문이 퍼졌다.

견디다 못한 남자는 일찍 휴학계를 내고 군대를 갔다. 남자는 5주 동안 훈련 받은 뒤 이병 딱지를 달고 506연대로 배정받았다. 신고합니다! 남자의 외침에 엎어져 있던 병장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쟤 좀 일단 씻겨. 남자는 안내를 받아 샤워실로 갔다. 샤워실은 전부 트여 있었다.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옷을 벗었다. 옆에 같이 왔던 동료 이병이 남자의 거기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졸라 화려하네. 다 씻고 내무반에 들어오자 병장이 말했다. 신입들은 재롱 좀 부려봐라. 남자는 노래를 불렀다. 병장이 두루마리 휴지를 던졌다. 진짜 못 부르네. 재밌게 좀 해봐. 같이 샤워했던 이병이 잽싸게 고자질했다. 이 녀석 거기가 개성 있게 생겼지 말입니다. 찌뿌듯하던 병장의 한쪽 눈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그래? 까봐. 남자는 울상을 지었지만 군대는 까라면 까는 곳이었다. 강요에 결국 남자는 거기를 깠다. 내무반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 쒯!

한 달 뒤, 남자는 갑작스럽게 대대장이 주최한 장기자랑에 나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제가 말입니까? 상병이 말했다. 그래, 내가 봤을 때 네 자지 한 번 까면 포상 외박은 기본으로 먹고 들어간다. 전 못합니다. 뒈질래? 깔래? 상병의 성격은 개차반이었다. 결국 남자는 떠밀리다시피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무대 위에 덩그러니 혼자 서 있는 남자에게 대대장을 포함, 수많은 군인들의 눈빛들이 몰렸다. 남자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멍하게 서 있었다. 결국 남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포상 외박은 날아갔고 내무반 사람들 모두가 남자를 경멸하는 눈초리로 쳐다봤다. 남자는 따돌림을 당했고 정신적인 압박을 당했다. 첫 백일 휴가 날, 남자는 명동 한가운데에서 바지를 깐 채 딸딸이를 쳤다. 대한민국 군대 좆 까라고 그래! 헌병에게 끌려간 남자는 정신병 진료를 받은 뒤 정상이란 걸 확인 받고 영창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이 엽기적인 사건은 뉴스를 통해 대대적으로 퍼졌다. 상사의 강요에 의한 장기자랑이 군인들에게 미치는 압박과 영향! 이후 군대에서의 장기자랑은 엄격하게 금지됐다.

군대 생활을 마치고 나온 남자는 복학하지 않은 채 집에서 빈둥거렸다. 그렇게 한 달을 빈둥거렸을 무렵 한 미녀가 남자를 찾아왔다. 일본 게임에 흔히 등장하는 무녀복 차림의 미녀는 자신이 일본의 퇴마사라고 소개했다. 미녀는 우연히 뉴스를 보고 남자의 문제를 알게 됐고, 남자의 거기가 그렇게 된 건 저주 때문이라고 하며 자신이 그것을 고쳐보겠다고 말했다. 남자는 반신반의했다. 과거 모친에게 저주 어쩌구 했던 것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미녀는 남자에게 거기를 보여 달라고 했다. 남자는 머뭇거렸다. 괜찮습니다. 보여주세요. 남자는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바지를 벗었다. 미녀의 고운 미간이 단숨에 일그러졌다. 남자의 거기에서 발산되는 혐오는 본능과도 같았다. 미녀는 애써 얼굴을 피며 노란색 부적을 꺼냈다. 그리고 부적을 남자의 거기에 둥글게 묵었다. 어떻습니까? 남자가 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별 반응은 없는 거 같은데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일주일간 부적으로 힘을 약하게 한 뒤 저주의 근원을 빨아내야 합니다. 빠, 빤다고요? 미녀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 남자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하, 하지만 어떻게. 미녀가 말했다. 괜찮습니다. 일인데요. 남자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일주일을 보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미녀가 우락부락한 사내를 데리고 왔다. 이 분이 빨아주실 겁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시죠. 남자는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하는 심정으로 사내에게 거기를 맡겼다. 어찌됐든 저주를 풀 수만 있다면 사내가 한 번 빠는 것쯤은 참을 수 있었다. 사내는 거기를 정성껏 빨았다. 한참을 빨던 사내가 침을 퉤 뱉곤 말했다. 이걸론 안 되는데요. 남자가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아, 안 되다니요? 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일주일만으론 부족한 모양입니다. 남자가 말했다. 그, 그럼? 여자가 말했다. 조용한 산사로 들어가서 몇 달 동안 집중적으로 치료해야 될 것 같습니다. 남자가 물었다. 돈이 들겠지요? 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1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빨아내는 시술도 계속해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기를 불어넣는 것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숨겨놨던 야구방망이로 두 명을 때려눕히고 경찰에 넘겼다. 조사 결과 역시 둘은 전과가 많은 사기꾼이었다. 일본 퇴마사라던 여자는 한국 사람이었고 우락부락한 사내는 호모였다. 사내는 뉴스에서 본 남자의 윤곽에 반했고, 남자의 주변 사람들을 통해 남자 음경의 문제를 알게 됐다고 실토했다. 다음 날 남자는 자취방에서 손목을 그었다. 하지만 자살에는 실패했다.

남자는 완전히 포기했다. 사실 거기가 이상하게 생긴 것 때문에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미디어의 발달로 성욕을 푸는 문제도 어렵지 않았다. 남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사리 취직했다. 여전히 남자의 외모는 뛰어났기에 여자 사원들의 관심대상이 되었지만 남자는 차가울 정도로 관심을 무시한 채 일에만 집중했다. 회사 내에서 호모란 소문이 맴돌았다. 직장과 집만 맴도는 생활. 그나마 없는 친구들도 하나 둘씩 결혼했다.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남자는 행복해하는 친구를 보며 무덤덤하게 박수를 쳤다. 그날 저녁 남자는 술에 취한 채 인터넷의 사이트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인터넷 한 구석이 이런 댓글이 붙어있었다. 스물다섯 살까지 못하면 그 사람은 마법사가 됩니다. 남자의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남자는 어이가 없어서 눈물을 쫙쫙 흘리며 웃었다. 단순히 섹스를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신체의 어디 한 부분이 이상하단 이유 때문에 살아가면서 이토록 상처를 입어야한다니. 진짜 무서운 건 저주나 괴상한 모양의 성기가 아니라 바로 사회 그 자체였다. 차라리 저주고 자시고 간에 처음부터 고자로 태어났으면 이렇게 답답하지도 않을 텐데. 마음 한 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남자는 인터넷에서 기차표를 예매했다. 그냥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다.

남자는 바닷가로 왔다. 아직 봄이라 바다는 한산했다. 갈매기들이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것을 한심스럽게 바라본 남자는 모래밭을 걸으며 생각했다. 돌아가는 즉시 사표를 내고 스님이 될 생각이었다. 한참동안 모래밭을 걷던 남자는 덩그러니 놓여 있는 두 척의 나룻배를 발견했다. 나룻배는 각각 파랑색과 빨강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의아하게 여긴 남자는 양쪽 배에 한 다리씩 걸치고 앉아 있는 늙은 뱃사공에게 물었다. 왜 이런 곳에 배를 갖다놨지요? 뱃사공은 말했다. 파란 배는 이 부근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요. 빨간 배는 바다 끝까지 나갑니다. 그리고 뱃사공은 남자를 지그시 바라봤다. 어떤 것을 타시겠소? 남자는 알 수 없는 운명의 예감을 받았다. 빨간 배. 뱃사공은 희미하게 웃고는 노를 잡았다. 타시오. 남자는 허둥지둥 빨간 배에 올라탔다. 뱃사공이 노를 젓자 배는 천천히 수평선 쪽으로 나아갔다. 그러다가 중간쯤 나아가자 갑자기 폭풍우치기 시작했다. 뱃사공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남자는 직접 노를 잡고 바다에 저항했다. 바다가 말했다. 돌아와. 남자는 육지를 바라봤다. 부모님, 할머니, 스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여자, 창녀, 포주, 이병, 상병, 병장, 대대장, 사기꾼 퇴마사, 호모가 일렬로 서 있었다. 그들이 동시에 말했다. 돌아와. 남자는 나룻배에 있는 밧줄로 자신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차라리 날 죽여! 거센 폭풍에 배는 뒤집혔고 곧 가라앉았다. 배에 묶여있던 남자도 속절없이 바다 깊숙이 가라앉았다.

남자는 눈을 떴다. 그리고 노인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까 그 뱃사공이었다. 당신은 누구세요? 노인이 말했다. 난 네 조상이다. 남자는 어리둥절하며 몸을 일으켰다. 남자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여긴…… 조상이 대답했다. 용궁이다. 어떻게 된 거지요. 너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도움? 조상이 씩 웃었다. 거기를 고치고 싶지? 남자는 벌떡 일어나 물었다. 방법이 있는 겁니까? 조상이 남자에게 손거울을 건네줬다. 이건 뭡니까? 거울이다. 조상이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설명했다. 보름달이 뜨는 밤 2시에 화장실에서 콘돔을 입에 물고 자위를 해라. 그리고 나온 정액을 거울에 문질러라. 그럼 어떤 여자의 모습이 거울에 떠오를 것이다. 그 여자의 얼굴을 잘 기억해놨다가 그 여자를 찾아라. 그리고 그 여자를 찾으면…… 남자가 물었다. 찾으면? 조상이 말했다. 여자를 범해라. 남자가 경악했다. 예? 그 년의 처녀막이 네게 걸린 저주의 매개체다. 보통의 음경으론 그것을 찢을 수 없다. 오직 너만이 그것을 파괴할 수 있지. 네가 그 년을 덮쳐 처녀막을 찢는다면 자연히 네 음경도 원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 하지만…… 조상이 문득 고개를 들어 바다 위를 쳐다봤다. 그리고 남자를 침대에서 끌어냈다. 시간이 없다. 가거라. 남자는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조상은 믿을 수 없는 힘으로 남자를 바다로 내던졌다. 용궁 밖으로 내던져지자 남자는 다시 숨이 막히며 금세 기절했다.

이보슈. 정신 차려. 남자가 눈을 뜨자 이번엔 쭈글쭈글한 노파의 얼굴이 보였다. 괜찮수? 남자는 상체를 일으켰다. 몸이 바닷물에 흠뻑 젖어있었다. 노파가 혀를 찼다. 쯧쯧, 정신 똑바로 차리구려. 남자는 눈을 문지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지요. 노파가 대답했다. 파도가 갑자기 크게 몰아쳤어. 잘못했다간 그대로 황천길 갈 뻔했수. 노파는 남자가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자기 갈 길을 가버렸다. 멍하니 있던 남자는 손에 뭔가가 쥐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고 손을 들어올렸다. 작은 손거울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이미 남자에게 빨린 경험까지 있는데 이제와서 무엇을 못 할까 싶었다. 남자는 미친 셈치고 밤 2시에 화장실에서 자위를 한 뒤 나온 정액을 거울에 문질렀다. 그러자 정말 거울이 물처럼 투명해지더니 어떤 여자의 얼굴이 두둥실 떠올랐다. 젊은 여자였다. 남자는 떠오른 여자의 얼굴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다. 이 여자를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랍니다. 사례 있음. 며칠 뒤 제보가 들어왔다. 여자의 어린 시절 사진을 동봉한 제보였다. 남자는 제보자를 찾아갔다. 제보자는 작은 고아원의 원장이었다. 지긋한 나이의 원장은 자신의 고아원에서 그녀를 15살까지 키운 뒤 한 부부 집에 넘겨줬다는 말과 함께 남자를 의심스럽게 쳐다봤다. 남자는 몇 달 전 우연히 길거리에서 여자와 마주친 후 사랑에 빠졌으며, 한번이라도 좋으니 직접 얼굴을 봤으면 하는 마음에 제보를 하게 된 거라고 거짓말했다. 원장은 전혀 믿는 표정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여자의 집주소를 알려줬다.

남자는 적어준 집주소로 찾아갔다. 도착한 곳은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아파트였다. 남자는 바로 문 앞까지 도달했다.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킨 남자는 마음을 다잡고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 반응도 없었다. 몇 번 더 초인종을 눌렀지만 역시 반응은 없었다. 남자는 문고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돌렸다. 아무 저항 없이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구린 냄새가 안에서 확 풍겨져 나왔다. 남자는 코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집 마루 한가운데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자신이 싼 똥으로 범벅을 한 여자는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가 정신박약아라는 것을 알아챘다. 남자는 확인삼아 방안에 외쳤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대답은 없었다. 남자는 안으로 들어가 여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자신이 찾던 여자가 맞았다. 그때 여자가 똥 묻은 손으로 남자의 뺨을 문질렀다. 그러면서 꺄르르 웃었다. 남자는 자신이 찾아온 목적도 잊은 채 우선 여자를 욕실로 끌고 들어가 옷 입은 채로 여자를 씻겼다. 그리고 여자를 다른 방에 격리해 놓고 더러워진 거실을 치웠다. 자신까지 씻고 난 뒤, 남자는 여자를 방에서 꺼냈다. 여자는 여전히 싱글벙글이었다.

남자는 경비실로 가서 경비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경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 집 양반들 로또 맞아서 강남으로 이사 갔어. 그 장애인 여자는 고용한 옆집 아줌마가 간간히 돌봐준다네. 흔한 경우지. 남자는 방안에 수북이 쌓여 있던 초코파이 상자를 떠올렸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아파트로 돌아왔다. 여자는 자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 옆에 앉았다. 적어도 이제 누가 갑자기 아파트로 들어와 무단침입죄로 신고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게다가 여자는 정신박약아. 꺼릴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냥 눈 딱 감고 덮쳐서 한 번 하면 그만이었다. 그럼 저주도 끝이고 정상인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가 정신박약아라는 사실에 연민을 느꼈다. 여자도 사회로부터 자신보다 더 심한 멸시와 고난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어째서 여자는 아무 죄도 없는데 이런 일을 당해야 했던 걸까. 혹시 내 저주와 관련됐기 때문이 아닐까. 번뇌하던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저녁이 되고, 여자는 잠에서 깼다. 남자는 준비했던 카레를 여자에게 먹였다. 여자는 카레를 반쯤 흘리다시피 했다. 카레를 다 먹고 난 후, 남자는 여자 앞에 마주앉았다. 여자는 뚱한 얼굴로 남자를 마주봤다. 남자가 말했다. 미안. 눈 질끈 감고 한 번만 참아. 남자는 여자의 티셔츠를 벗겼다. 이어서 바지도 벗겼다. 순식간에 팬티 하나만 남았다. 그때까지도 여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한숨을 쉬고 여자의 팬티에 손을 댔다. 순간 여자가 얼굴을 찌푸리며 남자의 손을 쳐냈다. 시시시싫어. 남자는 놀란 얼굴로 여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다시 시도했다. 여자는 또 쳐냈다. 몇 번의 손 다툼이 이어졌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여자를 밀어젖혔다. 여자는 반항했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남자의 내부에서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남자는 간신히 여자의 팬티를 벗긴 후 자신도 바지를 벗었다. 여자는 더욱 격렬하게 반항했다. 좀 가만있어! 한 번이면 된다니까. 남자의 음경을 보고 여자가 다시 한 번 외쳤다. 시시시싫어. 남자는 분노하며 여자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그래, 미안하군. 나도 저주 받은 병신이야! 실망했어? 하지만 더 이상은 못 참아! 나는 제대로 살고 싶어! 저항하는 여자의 손을 완전히 들어 올린 남자는 음경을 여자 가랑이 사이에 갖다 댔다. 그리고 막 밀어 넣으려 했다. 시시시싫어. 남자는 여자에게 입 닥치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 순간 남자는 여자와 눈동자를 마주쳤다. 여자는 볼품없이 울고 있었다. 그리고 겁먹은 여자의 눈동자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은 추악했다. 자신이 증오했던 모든 것들이 지금 고스란히 자신의 얼굴에 새겨져 있었다. 남자는 힘을 뺐다. 여자는 남자를 밀쳐내고 질질 기어서 다른 방으로 도망쳤다.

밀쳐진 자세 그대로 남자는 웃었다. 왜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든 다음에 할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왜 강제로 덮치려고 했을까? 설득하기 귀찮아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병신이라서? 정신박약아라서? 하지만 나도 병신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도 일방적으로 당했었는데? 너무 한심스러워서 눈물이 났다. 한참을 울며 웃던 남자는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갔다. 부엌에서 식칼을 꺼낸 남자는 자신의 음경을 내려 보며 말했다. 이젠 지쳤어. 꺼져라, 괴물아. 남자는 식칼로 음경을 천천히 도려냈다. 피가 철철 흘렀다. 내장이 믹서기에 갈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지만 남자는 끝까지 버티며 음경을 완전히 도려냈다. 마침내 완전해 도려낸 남자는 도려진 음경을 손에 쥔 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털썩 쓰러졌다. 눈앞이 흐려졌다. 과다출혈이었다. 될 대로 대라지. 남자는 중얼거렸다. 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편해. 남자는 눈을 감았다. 남자의 손에 쥐어진 음경에서 온 세상을 덮을 듯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조상이 용궁에서 보여줬던 음산한 모습과는 달리, 활짝 웃는 얼굴로 다가와 남자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장하다. 장해. 내 후손. 정말 장하다. 그리고 남자는 잠에서 깼다. 자신의 방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킨 남자는 방안을 두리번거린 다음 이불을 들쳐 자신의 팬티 속을 확인했다. 남들과 다를 것 없는 보통의 것이었다. 남자는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해방감을 느꼈다. 뜨거운 눈물이 29년 동안 쌓여왔던 응어리와 섞여 흘러나왔다.

남자는 여자를 찾아갔다. 아파트는 잠겨 있었다. 경비에게 물어봤지만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지 않았었다는 말뿐이었다. 남자는 걱정하며 아파트 단지의 출구 쪽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출구 가운데에 서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놀랐다. 차려 입은 여자는 지극히 정상인처럼 보였다. 남자를 발견한 여자가 남자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얼떨떨해하는 남자에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저를 범했다면 당신은 더 심한 저주에 시달렸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지요. 감사합니다. 저주는 풀렸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마지막으로 여자는 싱긋 웃었다. 잠시 후 여자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내가 왜 이런 말을 했지. 당황하며 사과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울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저도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고마워요. 진심으로.  
댓글 4
  • No Profile
    yunn 07.05.27 17:33 댓글 수정 삭제
    하하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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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rror 07.05.31 21:11 댓글 수정 삭제
    독자우수단편에 선정된 분께는 책을 한 권씩 보내드립니다. 주환님 mirror을 클릭하시고 쪽지나 메일로 주소, 성함, 휴대폰 번호(택배 발송시 필요)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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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 07.06.04 13:47 댓글 수정 삭제
    적나라하면서도 철학이 담긴 좋은 소설이네요^^
  • No Profile
    하늬비 07.06.29 01:29 댓글 수정 삭제
    묘하군요=_=...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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