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에 올라온 글은 비슷한 점들이 보였는데요. 지나치게 대사와 설명으로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려한 점, 주제를 깊이 있게 파지 않고 겉핥기식으로 넘어간 점 등등이 그러했습니다. 설사 당장은 부족하더라도 할 수 있는 한에서 끝까지 파고 나간 글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Enigma님의 "시간 정지자(Time stopper)"는 사설이 길고 전반부가 너무 장황했습니다. 좀 더 짧고 간결하게 갔더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결말은 재치있고 재밌었습니다.
미소짓는독사님의 "작은 문학도의 이야기 - 꿈" 은 이 일련의 연작 단편 중에서 인시아의 성격이 두드러지게 보여졌다는 점 외에는 딱히 읽을거리가 없었습니다. 꿈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종족의 모습을 보여준 것, 시각의 전복은 눈에 띄었지만 단편 소설로 보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어느 연구실의 풍경-카미이라"는 그냥 가볍게 읽고 넘길 패러디 이상으로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패러디를 위한 패러디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하나의 소설이 되기 위해서는 자체의 의미를 만들지 않으면 안됩니다. 패러디란 다른 사람이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을 빌려와서 그것을 뒤집는 게 백미일 겁니다. 아니면 그것에 기대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던가요. 원본에서 던진 질문에 대한 헛점을 찌르거나, 자기 식으로 독자적으로 해석하거나 무엇이든 있어야 했습니다. 뚜렷한 목적 없이 무언가를 빌려와서는 곤란합니다. <스타쉽 트루퍼스>와 <스타쉽 트루퍼스>를 차용해 쓴 <영원한 전쟁>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wj의 "예언 이야기"는 거창하게 예언, 왕국, 전쟁 등등이 나온 것에 비해 이야기가 지나치게 대사로만 치고 나가서 심심했습니다. 설정이 글 속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이 의미 있으려면 왕자와 공주, 탑에 갇힌 두 소녀의 관계가 생동감있게 그려졌어야 했는데 배경 설정에 보여주는 것이 없이 밋밋했습니다.
異衆燐님의 "단순한 요청"은 지나치게 담백했습니다. 많은 걸 쓰지 않더라도 절제되면서 압축된 대사와 사건을 보여줬더라면, 단순해보이면서도 여운이 남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지나치게 관념적으로만 진행되어 감흥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 예를 들어 둘이 이야기한 날의 작은 풍경, 혹은 소품 같은 것들, 즉 무언가 인상적이고 장면을 상상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들어갔더라면 어땠을까 합니다. 이별은 보편적이면서도 강렬한 화제이면서 지극히 추상적입니다. 그 추상적인 감정을 짧은 글 속에 얼마나 생생하게 담을 수 있었느냐가 이 글의 생명이었을 것 같은데 여러 모로 아쉽습니다.
K.kun님의 "죽어야 하는가, 언제, 사람은"은 주제를 전달하기에 소재와 전개가 그다지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나서 제목이 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질문을 연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상당히 큰 주제인 만큼 긴 문학작품으로 다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걸 단편으로 보여주겠다면 깊이로 승부했어야 하는데 너무 얕았습니다. 초반에 보여준 이야기들이 더 이상 아무 진행 없이 사라져 단편 소설이라기보다는 장편의 도입부처럼 보였습니다.
"도깨비 검사"는 K.kun님이 올린 글 중 가장 이야기 구조를 잘 갖춘 글이었습니다. 다만 사건이 너무 평범하고, 이야기 진행도 지나치게 평이해 재미가 없었습니다. 소재와 이야기 전개구도는 평범한 글이 재미있으려면 에피소드가 톡톡 튀거나 인물들이 다채로웠어야 하는데 어느 쪽도 아니었습니다.
"고양이"는 너무 막연하고 추상적이라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알기 어려웠으며, 단편 소설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이야기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엽편이라기보다는 막연한 감상을 열거한 단상처럼 보였습니다.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난해하고 추상적일수록 구체적이며 현실감이는 소재를 차용해야 그 주제를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혹은 정말로 깊이 있고 함축적이어야 했고요. 소설은 말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것입니다. 문학작품을 요약하면 안 되는 건, 그 구체적인 디테일을 통해 전달하는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소설 쓰기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루나 님의 "실제가 환상이 되는 때"는 루나님의 지난 작품들이 그러했듯이 환상과 현실 사이의 전복을 꾀한 글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소시민 가정으로 보이는 곳에서 판타스틱한 캐릭터 이름을 사용했고, 단지 이름 하나로 글을 읽는 내내 낯선 기분이 들었으며, 그것이 반전의 복선이 되었습니다. 시도는 좋았지만 글은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심심했습니다. 대사로 모든 것을 진행했다는 것이 이 이야기를 재미없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고요. 그렇게 대사로 진행하는 것은 글을 쉽게 쓰는 방식을 택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평생을 걸고 추구한 것을 말로만 설명하면 그 고뇌와 노력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고,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다면 마지막 결론과 깨달음이 감흥을 주기 어렵습니다. 소설과 소설을 형상화한 영화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소설이 더 상상의 여지가 있어서 좋았다는 말을 합니다. 어차피 글이란 말일 뿐입니다. 2차원적인 말이 어떻게 하면 사람 마음속에서 입체가 되고, 진짜 세계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미하엘 엔데의 단편집 <자유의 감옥>에 있는 <긴 여행의 목표>를 읽어보시기 권합니다.
Enigma님의 "시간 정지자(Time stopper)"는 사설이 길고 전반부가 너무 장황했습니다. 좀 더 짧고 간결하게 갔더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결말은 재치있고 재밌었습니다.
미소짓는독사님의 "작은 문학도의 이야기 - 꿈" 은 이 일련의 연작 단편 중에서 인시아의 성격이 두드러지게 보여졌다는 점 외에는 딱히 읽을거리가 없었습니다. 꿈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종족의 모습을 보여준 것, 시각의 전복은 눈에 띄었지만 단편 소설로 보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어느 연구실의 풍경-카미이라"는 그냥 가볍게 읽고 넘길 패러디 이상으로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패러디를 위한 패러디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하나의 소설이 되기 위해서는 자체의 의미를 만들지 않으면 안됩니다. 패러디란 다른 사람이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을 빌려와서 그것을 뒤집는 게 백미일 겁니다. 아니면 그것에 기대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던가요. 원본에서 던진 질문에 대한 헛점을 찌르거나, 자기 식으로 독자적으로 해석하거나 무엇이든 있어야 했습니다. 뚜렷한 목적 없이 무언가를 빌려와서는 곤란합니다. <스타쉽 트루퍼스>와 <스타쉽 트루퍼스>를 차용해 쓴 <영원한 전쟁>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wj의 "예언 이야기"는 거창하게 예언, 왕국, 전쟁 등등이 나온 것에 비해 이야기가 지나치게 대사로만 치고 나가서 심심했습니다. 설정이 글 속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이 의미 있으려면 왕자와 공주, 탑에 갇힌 두 소녀의 관계가 생동감있게 그려졌어야 했는데 배경 설정에 보여주는 것이 없이 밋밋했습니다.
異衆燐님의 "단순한 요청"은 지나치게 담백했습니다. 많은 걸 쓰지 않더라도 절제되면서 압축된 대사와 사건을 보여줬더라면, 단순해보이면서도 여운이 남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지나치게 관념적으로만 진행되어 감흥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 예를 들어 둘이 이야기한 날의 작은 풍경, 혹은 소품 같은 것들, 즉 무언가 인상적이고 장면을 상상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들어갔더라면 어땠을까 합니다. 이별은 보편적이면서도 강렬한 화제이면서 지극히 추상적입니다. 그 추상적인 감정을 짧은 글 속에 얼마나 생생하게 담을 수 있었느냐가 이 글의 생명이었을 것 같은데 여러 모로 아쉽습니다.
K.kun님의 "죽어야 하는가, 언제, 사람은"은 주제를 전달하기에 소재와 전개가 그다지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나서 제목이 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질문을 연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상당히 큰 주제인 만큼 긴 문학작품으로 다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걸 단편으로 보여주겠다면 깊이로 승부했어야 하는데 너무 얕았습니다. 초반에 보여준 이야기들이 더 이상 아무 진행 없이 사라져 단편 소설이라기보다는 장편의 도입부처럼 보였습니다.
"도깨비 검사"는 K.kun님이 올린 글 중 가장 이야기 구조를 잘 갖춘 글이었습니다. 다만 사건이 너무 평범하고, 이야기 진행도 지나치게 평이해 재미가 없었습니다. 소재와 이야기 전개구도는 평범한 글이 재미있으려면 에피소드가 톡톡 튀거나 인물들이 다채로웠어야 하는데 어느 쪽도 아니었습니다.
"고양이"는 너무 막연하고 추상적이라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알기 어려웠으며, 단편 소설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이야기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엽편이라기보다는 막연한 감상을 열거한 단상처럼 보였습니다.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난해하고 추상적일수록 구체적이며 현실감이는 소재를 차용해야 그 주제를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혹은 정말로 깊이 있고 함축적이어야 했고요. 소설은 말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것입니다. 문학작품을 요약하면 안 되는 건, 그 구체적인 디테일을 통해 전달하는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소설 쓰기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루나 님의 "실제가 환상이 되는 때"는 루나님의 지난 작품들이 그러했듯이 환상과 현실 사이의 전복을 꾀한 글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소시민 가정으로 보이는 곳에서 판타스틱한 캐릭터 이름을 사용했고, 단지 이름 하나로 글을 읽는 내내 낯선 기분이 들었으며, 그것이 반전의 복선이 되었습니다. 시도는 좋았지만 글은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심심했습니다. 대사로 모든 것을 진행했다는 것이 이 이야기를 재미없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고요. 그렇게 대사로 진행하는 것은 글을 쉽게 쓰는 방식을 택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평생을 걸고 추구한 것을 말로만 설명하면 그 고뇌와 노력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고,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다면 마지막 결론과 깨달음이 감흥을 주기 어렵습니다. 소설과 소설을 형상화한 영화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소설이 더 상상의 여지가 있어서 좋았다는 말을 합니다. 어차피 글이란 말일 뿐입니다. 2차원적인 말이 어떻게 하면 사람 마음속에서 입체가 되고, 진짜 세계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미하엘 엔데의 단편집 <자유의 감옥>에 있는 <긴 여행의 목표>를 읽어보시기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