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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 독자우수단편 선정작과 평이 늦어진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해파리 님의 <엘리베이터 안의 남자>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다음 순간은, 정말로 무서운 상황을 그려서 긴장감이 고조되었는데, 긴장이 풀리는 때가 너무 간단하고 쉽게 풀렸습니다. 물론 이때는 그렇게 풀어주고 그 뒤를 반전으로 터뜨리는 거라는 건 알지만 결말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던 지라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Mothmon 님의 <북미의 한국군>은 갑작스레 시간과 공간을 건너뛰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이라면 나타냈을 법한 반응과 보통 사람이라면 떠올렸을 법한 추측이 너무 단계를 건너뛰어서 작위적이었습니다. 아무리 현실에 일어나지 않는 일을 다루는 허구라고 해도 그 작품 내에서는 현실성을 획득해야 읽는 이가 글에 몰입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서 재미있게 읽기 어려웠습니다.

<무지개의 군대>는 결론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원래 쓰던 다른 소설에서 설정을 가져왔을 지라도, 한 편의 단편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이 작품 내에서 독자가 이해할 만하게 상황을 보여주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갑자기 등장한 인물들의 대사가 무슨 의미인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전투 씬이 긴데도 박진감이 떨어졌습니다.


qui-gon 님의 <내 죄악이 내 머리에 넘쳐서 무거운>은 제목이 너무 교훈적이라 읽기 전부터 글의 매력을 반감시켰고, 죄악이라는 게 이야기와 아주 밀착된 것도 아니라 제목이 본문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뒷부분은 재미있었는데, 앞부분이 별 의미 없이 길었고, 본 이야기와 그다지 관련 없는 설정이 많이 보이고, 스쳐지나갈 캐릭터를 묘사하는 데 장면을 낭비했습니다. 과감하게 불필요한 설정이나 이야기를 내치고, 중요한 부분에 살을 붙이시기 바랍니다. 본 사건에 들어가기 전의 부분을 아주 중요한 부분만 남기고 모두 들어낸 후, 서로 의심하고 믿지 못하는 상황에 공을 더 들였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미루 님의 <유예된 추락>은 중심소재는 있었지만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모든 묘사가 너무 흐릿해 이야기의 맥을 잡기 힘들었고, 어떤 느낌을 표현하려고 한 듯 하지만, 잘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황당무계님의 글들은 읽는 이의 기분에 따라 (긍정적인 의미로) 황당하고 재밌을 수도, (부정적인 의미로) 어이없고 황당한 글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읽는 이의 상태와 상관없이 재미있고 좋은 의미로 황당한 기분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군더더기가 확실하게 빠지고, 재치 있는 부분은 확실하게 튀어줘야 합니다.

<리프레인>은 일단 아이디어가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많아 킥킥 웃게 만들 요소가 되는 소재를 잘 잡았습니다. 하지만 앞부분이 좀 장황한 느낌도 있고, 징크스의 원인을 연주자의 원념 때문이라고 별 다른 이유 없이 생각해버린 점 등등이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논리적인 글이 아닐지라도, 글 속에서는 삐걱거리지 않도록 진행이 되어야 합니다.

<모으다>는 극단적인 육체 혐오주의자라는 걸로 H박사가 왜 매드 사이언티스트라 불리게 되었는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육체 혐오라기 보다는 성욕 혐오로 읽혔고, 자기가 혐오한 걸로 돈을 벌고 유명세를 탔다는 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지만 그 아이러니가 특별히 재미있게 다가오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는 틈새에서 아이러니를 본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모으다>의 경우 충분히 예상이 가능해서 글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습니다.

<망상>은 중간 부분에서 설득하는 말이 동어반복이라 재미가 없었고, 마지막이 한 문장으로, 예를 들어 “말을 마친 기르벤 경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하늘 멀리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라는 식으로 드래곤이라는 단어를 굳이 넣지 않고 깔끔하게 끝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도움>은 만든 댓글들이 실제 댓글보다 재미가 없었고, 이런 식의 댓글로 글쓰기는, 시도 자체만으로 받아들이기엔 이제 진부해진 감이 있습니다. 댓글도 발상도 신선하지 않았습니다.


지호 님의 <새벽부터 황혼까지>는 액자소설도 아니면서, 처음 이야기를 시작한 인물이 메인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읽는 이에게 배신감을 줄 수 있습니다. 흔히 영화에서 주연과 엑스트라, 조연을 관객이 바로 알아보는 건 시점 때문입니다. 일단 메인 캐릭터는 첫 등장부터 클로즈업을 잡는다던가 해서 한 번 눈길을 확 끌어주지만, 주연이 아닌 경우 초반에 등장해도 화면에서 눈에 띄게 잡아주지 않습니다.
소설에서도 중심으로 활약할 인물이 아닌 경우, 초점을 강하게 맞추지 않는 편이 읽는 이에게 혼동을 주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도입부는 없어도 별 지장 없을 부분이었습니다.


다니엘 안님의 <생활의 지혜>는 차 안을 바꾸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아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를테면 양영순 식의 기발하고 발칙한 상상력을 볼 수 있는 것이 하나 정도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 최고’라는 반전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위래 님의 <거인>에서 거인은 결국 자기 자신이었는데, 왜 그런 망상을 하게 된 것인지 최소한의 설명이 나오지 않아서 결말이 과하게 뜬금없었습니다. 차라리 진짜 거인의 갑작스러운 등장이었던 쪽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합니다.


dcdc님의 글은 재치도 있고 재미도 있고 아이디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힘도 있는데, 폭발지점이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글이 기복이나 리듬이 없이 진행됩니다. 연출력을 키우신다면 정말로 재미있는 글이 나올 것 같습니다. 생선을 잡고 회를 뜨는 솜씨까지는 일품이니, 적당한 그릇에 회를 올리고 장식하는 법을 익히시기 바랍니다.

<2014 뽁뽁이 대량학살사건에 대한 보고서>는 재밌게 읽었지만 2% 아쉽습니다. 여기에 살을 붙이거나 가지를 친다면 좋은 글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와 간간이 섞인 유머 외에 별다른 게 안 보였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모르지만 괜찮아>는 귀엽고 아기자기해서 재미있었습니다.


DOSKHARAAS(손지상)님의 <아내가 죽었다. 혹은 책임소재에 관한 혼란한 이야기>는 아내가 여럿 나왔을 때까지는 재미있었지만 그 뒤에 갑자기 설명조로 모든 걸 풀어버린데다 흔한 이야기이기까지 해서, 앞부분을 살리지 못하고 뭉개버렸습니다. 이야기가 갑작스레 바뀌어 달려갈 때에도 내리막으로 치닫는다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절벽으로 떨어진 느낌입니다.


멜 님의 <G.B>는 이제는 너무 식상해진 소재를 식상하게 다뤘습니다.

<2 기가바이트 짜리 대륙>은 이름들을 좀 특이하게 지었는데 그 이름들이 본문 속에서 잘 어울리지 않고 겉돌아서, 글쓴이가 의도한 만큼 재미있거나 재치 있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식의 황당한 뒤집기 결론을 내려면, 본문을 더 넉살좋게 밀고 갔어야, 즉 내용 자체에 더 공을 들였어야 하는데, 아쉬웠습니다.


김봉남 님의 <두번째 나사로>는 계속 뒤를 궁금하게 하고 끝까지 이야기를 집중해서 읽게 만드는 힘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개도 주제도 뜬금없었습니다. 목격자인 여자에게 뚜렷한 성격부여를 해서, 그 여자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큰 역할 없이 끝났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인생을 바꿀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글 내에서 그걸 설득력있게 그리지 못했습니다.


딜레당트 님의 <지친 시간>은 멈출 수 없는 게 시간이란 건 알겠지만, 이렇게까지 의인화해서는 또 딱히 신과 시간의 관계일 필요가 있을까 싶을 만큼 별다른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신과 시간 다 절대적인 무언가인데, 거기에 대한 고찰 없이 너무 쉽게 썼습니다.

<지옥에서라도>는 뚜렷한 게 보였고 그래서 재미있었습니다. 큰 군더더기가 없었고 나쁘지 않았습니다.


니그라토 님의 글은 소설적인 형식을 살짝 갖춘 교훈성 다큐멘터리처럼 읽히는데, 원하는 주제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좀 더 고심해보시길 권합니다.

<쓸모>는 희망을 갖고, 노력하고, 그러나 실패하는 과정을 단순하게 그리긴 했지만 와닿는 면이 있었습니다. 다만 "부자들"이라는 단어가 너무 직접적이라서 흥이 식게 되는 역효과가 있었습니다. 메인 인물에 상충할 만한 대표적인 인물/기업 등을 만들어 진행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박애로부터의 자유>는 사건으로 보여줘야 할 걸 대사로 다 처리해버려서 이입하기도 힘들었고 독자들이 그냥 따라 읽는 것 외에 개입할 여지가 없어서 재미가 없었습니다.

<참다운 효도>는 어떻게 해도 작가가 원하는 대로 결론을 지을 수밖에 없게 그려서 역시 별 의미도 재미도 없었습니다. 소설은 재미있어야 합니다. 어떤 재미인지 재미의 종류야 다양하겠지만 손을 놓지 않고 읽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땅콩샌드 님의 <다리 위, 두 남자>는 자살하려는 사람을 말리는 방법/사람에 대한 이야기인데, 말리려는 사람의 사연이 워낙 황당해서 오히려 진짜처럼 들린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 상황이 한 번에 들어오지 않는 면이 있어서, 그 부분을 뚜렷하게 살리고, 처음 자살하려는 사람의 사연에 현실감을 부여한다면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건필하세요.


일리야님의 <홍길현전>은 홍길동전을 형의 입장에서 다시 쓴 글이었습니다. 잘 알려진 글의 리메이크는 한 인물의 비중을 높여서 다른 차원의 감동을 주든가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처럼)
아니면 뒤바꿔서 보면 재미있는 역학관계가 성립할 때 해야 하는데, 글을 쓴 이가 이 글을 리메이크 한 목표지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길동의 신묘한 능력이라고 알려진 건 최면술이었다, 는 것 외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글을 쓴 이가 변형시킨 부분과 원작에 원래 있는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않고 겉돕니다.
홍길동전의 포인트는 길동의 신묘한 능력보다는, 길동이 활빈당을 만들어 세상을 상대로 싸우게 된 계기/동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길동이 무슨 동기로 움직이는지 모르겠고, 결과적으로 무엇을 얻었는지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Crowinrain님의 <연대기작가의 노래: 검과 정치>는 그다지 재미없는 말장난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글은 자기가 잘 아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기본입니다. 잘 모르거나 겪어본 적 없는 나이 대를 메인 인물로 설정해 도전하기 보다는 일단 잘 아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고, 이런 식의 대사 주고받기 글은 이제 식상해진 면이 있으니 정말 사유의 깊이를 보여줄 수 없다면, 그 만큼의 공부와 연구를 해서 쓸 게 아니라면, 반복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자신의 주변에서부터 글감을 찾아 글을 써보시기 권합니다.
본문 진행과 상관없는 대사는 가급적 줄이고, 글을 간결하게 쓰는 훈련이 필요할 듯 합니다. 굳이 이렇게 서양 배경을 써야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이런 대화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10대 고등학생 둘이 점심시간에 도시락 먹다가도 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관심 없는 설정 이야기로부터 시작한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많은 독자들이 도입부가 재미없을 경우 굳이 끝까지 읽지 않습니다.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라는 메인 대사가 나온 다음부터, 실제 이야기를 시작하기까지 걸린 줄 수도 족히 50줄은 넘어갑니다. 사람 사이에서 대화할 때도 그 정도로 본론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으면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는 걸 생각해주세요.
설정 자체가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고, 본문에서 꼭 필요해서 넣은 게 아니라면, 과감히 잘라주세요.
등장하는 인물이 얼마나 위대하든, 그게 글 속에서 녹아 독자가 아, 하고 감탄사를 지르게 해야지, 글을 쓴 이가 나서서 칭찬하고 위대하다고 치켜 올리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글에서 서두부터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단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뒤에 나올 대사들에, 이렇게 대단한 인물들이 나눈 대화라고 권위를 부여하기 위함인데 독자가 글을 읽을 때는 그 대사를 통해 인물의 대단함을 느끼는 거지 - 물론 대사가 제대로 되었을 때 - 대단한 인물이라고 포석을 깔아서 그 대사를 읽어주고 감탄하는 게 아닙니다.
글을 쓸 때는 항상, 지금 써놓은 그 글 자체로만 이 글을 봐야 합니다. 장편의 설정을 가지고 단편을 쓸 때 많이들 하는 실수가 이 글은 더 대단한 글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장편에서 갈려나온 단편이니까, 이 글에 숨겨진 설정이 이렇게 많은데 여기서는 이 만큼 밖에 못 보인 거니까, 라는  건 글을 쓰는 이에게 굉장히 편리한 변명/자기합리화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글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볼티님의 <사랑과 살해의 마법 조교실>은 무의미한 대사가 많았습니다. 이런 식의 대사는 쓰는 사람은,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에게 성격을 부여하며 즐거울지 모르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군더더기로 다가올 뿐입니다. 그 인물들의 성격이 본 사건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때에만 읽는 이도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추리로 쓸 생각이 아니었다면, 살인사건과 추리를 메인 사건으로 다루지 말았어야 합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추리물로 포석을 깔았다면, 독자에게 최소한의 힌트는 주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독자가 추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엔 배경세계도 너무 낯섭니다. 예를 들어 여자 오크는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 정령 마법식이라는 게 있다는 것 등등을 독자는 미리 알고 있을 방법이 없습니다.
랜달 개릿의 <마술사가 너무 많다> 같은 경우에도, 독자에게는 너무 낯선 세계라 추리하고 범인을 찾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지만, 매번 새로운 트릭과 마술이 등장함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건, 마법에 대한 묘사가 정교하고 재미있어, 그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고, 결말에 이르면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한 단면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한글 이름들은 참 예뻤는데, 엘프, 호빗 등의 영어식 종족 이름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등장 인물의 이름은 작품에 중요한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이름에 어울리는 배경이나 분위기를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화룡 님의 <치료는 하지 않습니다>는 설정도 글 속에 잘 녹아있고, 늑대인간병이라는 것을 중심 소재로 해서 진실을 조작하는 브로커와 친구, 복수 같은 요소를 잘 버무려서 재미있었습니다. 기자를 만나기 전과 결말에서 이야기가 시간을 건너뛰어 진행되는 부분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기 보다는 흐름을 끊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본론까지 들어가기 전까지 세세하기 이야기를 진행했는데, 결말 부분에서는 그렇게 유지하던 힘이 떨어지고, 어떻게든 이야기를 봉합한 듯 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물론 생각해두었던 결말이 확실하게 있어서 흐지부지하진 않았고 짐작하기 어렵지는 않았지만 평인이 늑대인간 되는 장면은 멋졌습니다. 하지만 제일 결말 기자의 모습은 사족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63호 독자우수 단편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clancypark 님의 <유체이탈>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유체이탈로 봤다고 주장한 사실과 정황은 비슷했지만 사실은 다른 사건이었다는 부분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가까운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건 이제 클리셰가 되어 처음부터 의심하며 읽었고, 사실은 정신병자가 직접 저지른 일이었다거나 하는 건 진부하고, 거기에 뜬금없이 최면이 등장하면서 맛이 떨어졌습니다.
유체이탈을 했다고 한 사람이 정서불안정인 모습을 보여 처음부터 정신병자처럼 묘사했다면, 독자들은 소설에서 이런 설정이 나올 경우 진짜라고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신병자라는 게 반전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금 상태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추리는 확실히 독자와 거리가 중요하므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이 보여서 이 부분에서 이렇게 착각했었다거나, 여기서 이미 알겠더라 등등의 평들을 모아서 플롯을 다듬는 퇴고를 한번 하면  좋은 글이 나올 것 같습니다.
유체이탈로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유체이탈 자체가 부각되지 않은 만큼, 제목이 바뀌거나 내용에서 유체이탈 부분을 부각시키면 좋을 듯 합니다.
63호 독자우수 단편 가작으로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화룡 님과 clancypark 님은 ltpimento @ paran.com 으로 우편물 수령하실 주소, 우편번호, 연락처(전화번호 : 택배 발송시 필요), 우편물 수령하실 분 성함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모두 건필하세요.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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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i-gon 08.09.06 16:37 댓글 수정 삭제
    평에 감사드립니다. 사실, 앞 부분이 쓸데없이 부연된 점에 대해 예전에도 다른 곳에서 지적을 받은 바가 있었습니다. 손대기가 막막해 대충 손질을 하고 올렸는데 날카로운 시선을 비켜가지 못했네요. 반성하면서 좀더 진지하게 글을 고치는 노력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죄악'과 내용의 밀착성이라든가 제목이 교훈적이라는 지적은 지금까지 생가지 못했던 의외의 부분이라 역시 많이 생각하며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좋은 숙제를 떠안고 갑니다.
    긴 글에 평을 달아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아무쪼록 즐거운 주말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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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그라토 08.09.06 21:28 댓글 수정 삭제
    평가 감사합니다.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 소설 '쓸모'에 대해 와닿는 면이 있었다는 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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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kade 08.09.06 23:18 댓글 수정 삭제
    이번 작품들도 재치가 번뜩여 보이는군요.
    모두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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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태운 08.09.06 23:35 댓글 수정 삭제
    선정이 오래 걸린 이유가 있었군요. 작품이 정말 많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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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룡 08.09.07 01:38 댓글 수정 삭제
    좋은 글이 많아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당선되었군요. 감사합니다. 마무리에 관해서는, 전에도 몇 번 지적을 받았고 어떻게든 사족을 안 달려고 했는데 안 달으니까 또 영 이상하고.... 지웠다 말았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역시 지우는게 답이었던 것 같네요. 아무튼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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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티 08.09.07 10:49 댓글 수정 삭제
    긴글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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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dc 08.09.07 21:43 댓글 수정 삭제
    평 감사합니다. 벽에 부딪친지 벌써 일년이 넘어가는데 거울에 와서 그 벽이 어떻게 생겼고 얼마나 큰지 실체를 겨우겨우 잡아가는 ^^;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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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 08.09.07 22:35 댓글 수정 삭제
    우수작이니 가작이니 그런거 바라지도 않습니다만. 벌써 두 달에 걸친 두 줄 평은 씨네21의 별점보다 성의없어 보입니다. 제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만약 혼자 이 일을 하시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같이 하시거나. 이런 식의 평은 누가 봐도 하나마나한 것 같습니다. 이번 평이나 저번 평 모두 중심소재는 있었지만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어떤 느낌을 표현하려고 한 듯 하지만, 잘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대충 이번 제 글에 대한 평은 '이야기가 없다'와 '잘 와닿지 않는다'가 되겠네요. '와닿지 않는다' 이런건 김밥천국에서 시킨 김치찌개가 맵다 안맵다의 문제에 더 가까운 것이니 저로선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저든 누구든 지가 선택할 일이지만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내 이야기 좀 들어주라고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이게 뭐시기 작가의 미덕이라고 할 건 아니라고 보구요. 다만 이야기가 없다고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도 분통이 터집니다. 이번의 제 글을 몇 번이고 쳐다봤지만, 이야기는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만약 '이야기'를 네러티브로서 말씀하셨더라도, 스토리로서 말씀하셨더라도, 제 글에는 이야기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물론 치밀하고, 잘 짜여진 이야기가 아닙니다. 긴장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고 절정이라고 할 만한 것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이야기의 필수 요소라고 할 것들은 아니잖습니까.

    부디 성의있는 평을 기대합니다. 한 달을 기다렸습니다. 저 평은 정말 교훈도 없이 가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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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태운 08.09.07 22:53 댓글 수정 삭제
    미루/ 전적으로 님의 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딱 하나 있는데 '긴장'과 '절정'은 소설 뿐 아니라 모든 이야기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니 믿습니다. 평이 적다고 해서 상심 마시고 건필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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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리야 08.09.07 23:11 댓글 수정 삭제
    평가 감사합니다:D 확실히 목표성을 잡지 못했군요; 좋은 공부 되었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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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 08.09.08 00:36 댓글 수정 삭제
    임태운/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실히 이야기에 긴장이 있고, 그 긴장을 잘 끌고갈 줄 아는 이야기꾼은 사랑받아 마땅합니다. 때문에 전 아침드라마의 드라마작가들을 존경합니다. 그들은 어떤 긴장을 어떻게 조율해야 사람들이 다음 편을 보게 만들 줄 알거든요. 이런 부분을 소설가의 생명과 다름 없다고도 하기에 임태운 님의 믿음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서사에 배치되는 긴장은 독자를 끌어들이는(만약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면,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전략이 가능하다, 자신있게 말하진 못하겠습니다. 이번 평으로 절반은 실패했다고 봐야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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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호 08.09.08 08:46 댓글 수정 삭제
    평 감사합니다. 유념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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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9.08 10:40 댓글 수정 삭제
    미루님.
    이야기가 없다는 말은, 플롯이 없다는 뜻 같은데요. 표현 방식이 흐릿해서 독자가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의 숫자가 적어도 한 다섯 개는 되겠는데, 그 중 어떤 이야기가 미루님이 생각하신 이야기인지 모르겠어요. 폭넓게 해석된다는 건 좋은 거지만 그런 식의 표현 방식을 사용한 글이라도 독자가 반드시 작가가 의도한 방식으로만 읽어야 하는 부분이 작품 전체에 한 군데나 두 군데쯤은 있을 겁니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은 다른 식으로 읽힐 여지를 조심스럽게 줄여서 독자가 무조건 작가가 파 놓은 함정을 밟고 지나가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용어 자체가 플롯(plot)이잖아요. 함정.
    그런 게 하나도 없는 글을 쓰려고 한 거였다면 독자가 어떻게 읽든 아무 기대도 안 하셔야 될 텐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고.. “제 글은 이런이런 이야기였어요!”하고 머릿속에 생각하신 게 있으신 것 같은데요,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독자도 반드시 그렇게 생각하도록 글에다 함정을 파 보세요. 꼭 복잡한 구조가 필요한 건 아니고, 직설적인 문장 하나로 해결하는 경우도 있으니 기교보다는 예술의 관점에서 어떤 방식이 본질을 전달하는 데 더 효과적인지를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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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 08.09.08 12:12 댓글 수정 삭제
    배명훈/감사합니다. 이제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분명히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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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당무계 08.09.11 17:10 댓글 수정 삭제
    <리프레인>에서 징크스의 원인이 된 원념은 연주자가 아니라 작곡자의 것이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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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owinrain 08.10.04 19:47 댓글 수정 삭제
    인터넷 사정상 이제야 봅니다..;
    앞으로 정신 더 바짝 차려서 정진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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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남 08.10.07 19:01 댓글 수정 삭제
    지적 감사합니다
분류 제목 날짜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6 2012.11.30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2.10.20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2 2012.08.3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2.07.27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2.06.29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2.05.25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2 2012.04.27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6 2012.03.30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2.02.24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4 2012.01.27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1.12.3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1.11.25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6 2011.10.28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7 2011.10.0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5 2011.08.26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1.07.30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5 2011.06.25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1.05.28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6 2011.05.02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 발표 5월 2일까지 지연됩니다.1 201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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