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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아 님의 “짝사랑”은 시점을 바꿔 새로 쓴 동화였는데 원작을 완전히 달리 보게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악독하게 그려진 백설공주의 새어머니에 대한 동정적인 시각은 엿보이나 그 이상 별 의미는 없었습니다. 새로운 해석이라기보다는 감정적으로 이입해 그린 글 이었으니만큼 왕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을 때의 에피소드를 좀 더 넣었더라면 더 예쁜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합니다.

“청소로봇”은 인류는 사실 초고도로 발달한 과거를 가지고 있었는데, 멸망하고 다시 역사가 반복되고 반복된다는 많이 쓰인 설정의 이야기였는데 자기만의 색채를 부여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많이 쓰시면서 자신만의 색채를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건필하세요.


지호 님의 “날개를 가졌음에도 날아오르지 않는 이에게”는 일단 제목이 너무 교훈적이고 편지글 같아서 글맛이 떨어졌습니다.
뱀파이어의 어원에서 착상한 글이라면 본문 속에서 제목의 의미가 나타났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주석을 봐서야 마지막 문장의 의미가 확실해지는데, 주석이 없더라도 글 자체에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건 '연쇄살인사건'뿐입니다.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의심하고 미행하는 일 등등은 날개라는 이미지와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감정의 흐름에서도, 사건 진행에서도 필연성이나 개연성이 부족했습니다. 감정 서술에서도 누군가에게 반하는 게 꼭 그리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닐 수도 있으나 그래도 이야기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만큼은 표현해줬어야 합니다.
착상 자체는 매력적이었는데 그걸 많이 못 살리고 아주 지엽적인 흡혈귀와 나 이야기로 마무리한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湛燐님의 “총통 가라사대”는 한두 문단만 읽어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너무 쉽게 읽혔습니다. 마지막까지 모든 이야기가 다 한 눈에 들어온다면 굳이 읽을 이유가 없어집니다. 풍자 대상과 방식이 너무 노골적이라서 오히려 풍자의 맛을 떨어뜨렸습니다.


DOSKHARAAS 님의 "죽어라! 이 신데렐라야!"는 현실에서 비현실로 넘어가는 접점도 자연스러웠고 현실 속에 일어난 비현실적인 환상을 자연스럽게 잘 그렸습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현실과 환상을 섞는 기법 자체가 한 때 웹에서 많이 창작되어 이제는 실험의 단계를 넘어 하나의 패턴화가 되는 듯도 하니 이런 형식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해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별가람 님의 “새벽 3시 반”은 ‘한 순간의 감상’에서 시작된 글인데, 시작점은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로 인해 이야기가 전개되어야 하는데 한 순간의 감상에서 끝났습니다. 소설의 기본 요소는 사건, 인물, 배경입니다. 이야기를 만들어주세요.


니그라토 님의 “인류의 멸망”은 사건을 진행시키는 게 아니라 지문으로 설명하고 넘어갑니다. 인물에 감정이입을 할 여지가 충분하지 않고, 그러니 결말에서도 어떤 감흥을 느끼기 힘듭니다. 아이디어를 잡은 후, 글을 쓰기 전에 다듬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악마 개독"은 서술자와 작가가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서술자가 먼저 알아서 다 분노하고 설명해주기 때문에 독자는 할 일이 없습니다. 서술자가 독자보다 앞서 나갔는데, 그냥 객관적인 시점을 유지하는 게 주제를 부각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었을 듯 합니다.
특정 시스템/제도를 비판하고자 할 때는 정밀한 자료조사가 필요합니다. 서술과 어투가 아닌 사실을 드러내 읽는 이가 자연스럽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진짜 사실을 알아보고 정보/자료를 찾아봐서 정밀하게 비판하는 대신 그냥 비난하고 마는, 굉장히 편한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글의 경우 비판하려는 게 기독교라는 종교가 가진 모순인지, 단지 몇몇 사람인지 글만 가지고는 구분하기 어려웠는데 그 이유가 단지 ‘악인’으로만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선량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있듯이, 아무리 좋고 공정하게 만들어 놓은 시스템 안에서도 틈을 노려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시스템에 속한 사람 중 '악인'을 만들어 그 악인을 비난하는 걸로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고자 한 거라면, 안이했습니다.

“출산률 0%” 역시 결론도 결론에 이르는 과정도 너무 쉽습니다. 소재가 과격하다고 해서 주제가 돋보이는 건 아닙니다.
어떠한 상황이든 묘사와 대사로 표현해야합니다. 설령 아무리 유치한 장면이 계속되더라도 장면의 연속이어야지, 지문의 연속인 건 잘 쓴 소설로 보기 힘듭니다.

“마더쉽”은 이번에 올린 글 중 가장 좋았습니다. 마지막 인물의 변화가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은 건 아니나 인물에 감정이입할 수 있을 만한 '꺼리'를 주었습니다. 인물이, 단지 설정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 이상으로 자기 색깔을 보여주었고, 구체적인 사건들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사이코패스를 대하는 요령” 역시 인간에 대해 너무 쉽게 판단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순하고 뚜렷한 캐릭터가 곧 한 단어로'만' 정의될 수 있는 인물은 아닌데, 니그라토 님의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한 가지 단어로만 정의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존재입니다. 단편 내에서 인간 면면 중 한 가지 면을 강조하려는 건 좋으나, 한 가지밖에 없다고 그린다면 시야가 협소하다는 인상을 주게 됩니다.


dendea님의 "가면"은 예술은 고통 속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를 그렸는데, 베르난도의 가면과 인생 이야기가 전체 글보다 나았습니다. 마지막 대화 부분으로 반전을 넣고자 했으나 진부한 사족이 되어버려 오히려 글맛을 떨어뜨렸습니다. 가면은 인간이 오래도록 끌려 온 소재/대상입니다. 너무 쉽게 읽힌 주제가 소재를 넘지 못해 소재마저 식상하게 된, 소재 자체에서 오는 매력 이상의 글이 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미루 님의 "장마"는 일상에 상상력을 발휘해 넣은 환상을 섞은 글인데, 자칫 남발할 경우 쉽고 안이한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타일 이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연 님의 “기다림”은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그리고자 한 글로 보입니다.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아쉽고요. 다쳐서 피를 많이 흘리면 눈이 멀까요? 4살 아이가  계속 연심을 갖고 있을 수 있었을까요? 낭만적인 요소를 만들기 위해서 설정과 사건을 억지로 끼워 맞춘 면이 있습니다. 기다림과 순애보이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운명이나, 여러 가지 계기가 필요합니다. 전쟁이라거나 그런 배경이 되는 사건을 격렬하게 하는 것보다 그 사이에 오가는 정말 아픈 그 감정을 그렸어야 합니다.


땅콩샌드 님의 “소설가의 사랑”은 환상 소설이든 현실을 배경으로 하든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상황과 배경과 인물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전개시켜야 하는데 글을 쓴 이만이 아는 이야기를 단지 나열했습니다.


김봉남 님의 "캄보디아인 어린 아내"는 무리 없이 이야기를 진행해나갔는데, 큰 무리가 없을 수밖에 없는 설정을 써버려서, 즉 범죄를 저지르기 너무 쉬울 상황을 다 부여하고 이야기를 진행해서 오히려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리얼하게 잡아내는데 부족해졌습니다.
비록 배경 자체는 상황을 위한 상황이었지만 순간순간 대사나 장면이 굉장히 리얼했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법을 아는 글이었습니다.
거울 독자우수단편 가작에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김몽 님의 “나의 작고 어여쁜 인형”은 로봇과 시스템에 의한 통제를 귀여운 인형을 소재로
별 무리 없이 재미있게 잘 썼습니다. 최선을 다 했지만 아주 사소한 계기로 몰락하는 이야기였는데, 그 사소한 일이 상식 안의 일이어서 심심해졌습니다. 회사 공금을 빼돌리는 일이야 문제라고 인식 못할 정도로 흔한 일일 수 있지만, 굳이 ‘인형’이 나서서 고발하지 않아도 걸리면 문제가 되는 일이니만큼,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어처구니없을 만큼 쪼잔하고 사소한 것으로 인해 몰락하게 되었을 때 결말이 재밌었을 것 같습니다.
거울 독자우수단편 가작으로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건필하세요.


dcdc님의 글 세 편은 모두 간결성이 아쉬웠습니다. 초고는 손이 나가는 데로 쓰더라도 퇴고는 팔을 자르는 기분으로 독하게 마음먹고 해야 합니다. 군더더기를 줄이고 강약조절이 된다면 굉장히 재미있는 글을 쓰실 것 같습니다.

“내 딸의 탄생설화에 관하여”는 중간중간 나오는 패러디 등도 자연스러웠고 아빠의 말투도 능청스럽고 마지막 딸의 반전까지 무리 없이 진행했으며 재밌었습니다.

"안에 사람 있어요" 는 재미있었는데 너무 길었습니다. 또한 그래서 약혼녀가 구체적으로 뭘 어찌했는지를 보여주지 않았는데 일의 발단이 된 만큼 그리는 게 좋았을 거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감이 없이 풍자적이거나 환상적인 상황인 게 빤히 드러나는데, 리얼리티를 더욱 삽입하든지 아니면 군더더기는 모두 치고 간결하고 재치 있게 하든지 방향을 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앞과 뒤를 잇기 위해 들어가는 부분이 생기는데 그냥 이야기가 죽 손끝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서, 이야기가 흘러가기 위해 나오는 부분들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냥 재미있어서 넣은 부분이라면 정말로 필요한 지 고민해보시고, 완급 조절에 더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이 사람이 혼자서 이러다 끝날 줄 알다가 뒤늦게 여자가 등장하는데, 결국 그 여자가 등장을 해야만 했던 이야기라면 특히 앞쪽을 쳐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유시걸식 행운보존법에 대하여” 역시 아이디어도 반짝이고 재밌었는데 역시 별다른 완급이 없이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그래서 중반 이후에는 좀 지루해진 감이 있고요. 행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면, 좀 더 깊은 성찰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 같고, 이 결말부터 정했던 거라면, 꽁트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간결하고 필수적인 부분만 콕콕 집어서 구성하는 게 나았을 듯 합니다.
세 편 모두 반짝이고 재밌었으나 “유시걸식 행운보존법에 대하여”를 가작으로 선정합니다.
독자우수단편 가작에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유리나무 님의 “인형야상곡”은 보기 드문 진정성이 느껴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 공들여서  생생한 무언가를 깊숙한 곳에서 꺼내서 쓴 글이었습니다. 현실을 무대로 함에도 비현실적인 설정인데도 인물의 감정이 설득력있게 다가왔습니다. 이야기도 길고 난이도가 높은 심리를 다루는데도 무리없이 읽혔습니다. 하려던 이야기를 아주 작은 곳까지도 타협하거나 쉽게 넘어가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성실하게 밀고 갔고 아릿한 걸 남길 수 있는, 인상적이고 힘 있는 글이었습니다. 거울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걸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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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6 2012.11.30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2.10.20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2 2012.08.3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2.07.27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2.06.29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2.05.25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2 2012.04.27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6 2012.03.30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2.02.24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4 2012.01.27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1.12.3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1.11.25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6 2011.10.28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7 2011.10.0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5 2011.08.26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1.07.30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5 2011.06.25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1.05.28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6 2011.05.02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 발표 5월 2일까지 지연됩니다.1 201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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