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독자단편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이 부쩍 늘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공지 올립니다.
지금까지 거울 독자우수단편은 지난달 20일부터 이 달 19일 자정까지 올라온 글을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15일까지로 합니다. 즉 전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올라온 글 중에서 독자우수단편을 선정하게 됩니다.
글이 늘어난 만큼 더 꼼꼼하게 읽기 위해서이니 양해 바랍니다.



볼티 님의 “미래를 박살내 드립니다”는 ‘나’가 이야기에 등장했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나’가 없더라도 이야기 진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군더더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협회장이 마지막에 설명을 하기 위한 도구로 존재하는데, 상부에 보고하는 형태든 다른 형태든 이야기를 들려줄 방법은 있었습니다. 그런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나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아이디어도 좋았고, 충분히 있을 법 한 가설이라는 생각도 들었으며, 이야기도 매끄럽게 잘 풀었습니다.


DOSKHARAAS 님의 “SEEK AND FIND"는 전반적으로 산만해 줄거리가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묘사도, 고양이가 고양이를 바라보고 하는 묘사가 아니라 사람 입장에서 설명해 읽는 이에게 낯설음과 환상성을 통한 재미를 부여하지 못했습니다. 분량이 짧지 않은데 끝까지 성실하게 쓴 글이었습니다.

“꾸물꾸물, 신경 꺼 주시겠어요?”는 제목에서 주는 인상에 비해 화자의 행동이 소심했습니다. 역시 상황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글이었고요. 아주 사소하고 별 것 아닌데도 괜히 신경 쓰이고, 주위사람 눈치를 보게 되는, 풍경을 낯선 방식으로 묘사했는데 재미있는 시도였습니다.


라퓨탄 님의 “R.U ready?”를 읽으며 왜 이 화자는 다른 사람은 다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었던 건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화자는 다른 사람들 보다 선량한 사람이었을까요? 더 지적인 사람이었을까요? 편견은 무례하고 어리석은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걸까요? 편견을 가진 사람과 열린 사람으로 나누는 것 이상으로 한 발 더 나가는 통찰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시도였고, 좋은 주제였습니다.


스아 “남겨진 자들”은 재밌는 글이었습니다. A와 D라는 앞글자로만 글을 써서, 그 의미를 바로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글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걸 의도하신 거겠지만, 글 속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힌트가 좀 더 있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카엘류르님의 “이빨 닦는 카나리아”는 내용보다 이미지에 치우친 글이었습니다. 너무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고 작은 사건이라도 차분하게 묘사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심상이 독자가 느낄 수 있는 바보다 앞서 가서 오히려 맛이 떨어지고, 독자에게 전달되는 부분이 적어졌습니다. 작은 일상을 통해 큰 아픔을 그리는 시도가 좋았습니다.


sulim님의 “아프지 않아요?”는 소소한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잡아 무난하게 잘 이끈 글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누가 어떤 말을 하는 것인지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짝사랑 중인 남자가 실연당한 여자를 위로하는 감정적인 부분과, 여자가 실연의 아픔을 머리카락의 통증으로 느끼는 등의 표현과 효과가 독자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어 좋았으나, 많은 부분이 대화로만 이루어진 등, 소설적인 형상화가 아직 부족하게 느껴집니다만, 좀 더 가다듬는다면 예쁜 글이 나올 것 같습니다. 건필하세요.


pientia님의 “꿈의 해석”은 꿈을 통한 욕망의 발현을 그린 글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내용과 장치를 넣었으나 감상적으로 진행하며 뭉개졌습니다. 또한 초반에 선언하고 들어간 부분이 본문에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꿈을 조종할 수 있다고 썼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습니다. 전체 완성도를 위해 아무리 넣고 싶은 부분이라도 과감히 쳐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벌린 것에 비해 결말이 무책임했습니다.
현실과 환상 속에서 방황하다가 환상으로 탈출하려는 주인공의 욕구가 명확하려면 현실에서의 주인공도 환상과 비슷한 비중을 가지고 묘사해, 독자들이 주인공의 결핍을 공감할 수 있었어야 합니다.
혹은 그 꿈속에서 나타나는 환상들이 현실 주인공의 힘든 삶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되었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결말이 좀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현실에서의 욕망/결핍은 노처녀라는 것 외에 보여준 게 없습니다. 고양이의 발정으로 대비시킨 게 전부입니다. 사람은 외로움 때문에 죽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설득력 있고 공감할 수 있게 그리지 못했습니다.


하나씨 님의 “바보사랑”과 “스튜어트 모델 에이전시”는 무난하게 잘 읽히는데, 그건 어느 면 쉬운 길을 택해 아주 편하게 써버린 글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자기 색채가 약하다는 것도 걸립니다. 자기 스타일을 찾길 바랍니다.
“바보사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감정 자체는 다가왔습니다. ‘그녀’, ‘너’라는 단어를 잘 사용해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상대를 ‘너’라고 지칭하지 않았다면 굉장히 심심했을 글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서로 다른 시점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반전을 꾸미는 것은 굉장히 전형적인 구조인 만큼 글을 어떻게 구성할 지도 고심하시길 바랍니다.

“스튜어트 모델 에이전시”는 귀여운 글이었고, 큰 허점은 없는데, 한계 이상 도전하지 않고 만족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게 전개했습니다. 결말이 좋으면 다 좋은가, 라는 점도 걸리고요. 문제 자체를 너무 쉽게 생각해버린 감이 있습니다.


asdf 님의 “낭만적 상상”은 말 그대로 한 번쯤 해봤을 상상 이상으로 나가가지 못해, 상상이 소설로 승화되지 못했습니다.


별밤 님의 “Rain”은 제목을 ‘비’가 아니라 ‘Rain’으로 했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듭니다.  용오름이라는 하나의 자연 현상을 말 그대로 해석한 글일 뿐, 이야기가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화자와 그녀 (승천한 용, 자연) 사이의 대화와 감정이 읽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썼다는 점도 걸립니다.


세이지 님의 “뱀파이어”는 기승전까지 있고 결이 없어 완성된 한 편의 단편 소설이 아닌 긴 이야기의 프롤로그로 보입니다.

세이지 님의 “웃는 남자”는 웃음 속에 감출 슬픔을 그렸습니다. 초반부터 웃는 얼굴 뒤에 슬픈 사연이 있을 거라는 걸 바로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는데, 마침내 드러난 슬픔이 딸의 죽음이라는 것, 그리고 딸의 유언 등등이 진부했습니다. 친구가 뒷 이야기를 전해주는 방식도 흔한 수법이고요. 정보를 대사로 다 전달해 버린 것도 아쉽습니다. 화자의 역할도 불분명하고요. 하지만 가볍지 않은 따뜻함이 엿보입니다. 특히 바로 받아들이고 감동하는 게 아닌, 비록 말은 잘랐지만 그럼에도 내면은 달라졌을 거라는 걸 보여준 끝마무리는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세이지 님은 계속 글이 발전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조금 힘든 때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건필하세요. 좋은 글을 쓰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니그라토 님의 글은 각각 독립된 단편이면서,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종의 연작이었습니다. 굉장히 긴 시간 규모를 다루는 와중에 한 편 한 편의 스토리나 갈등 구조는 좀 사소하게 다루지 않았나 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각 편에서 다루고 있는 시간대의 인간사를 그리는, 역사학자 같은 긴 안목으로 보도록 쓴 글로 보입니다. 한 편 한 편 속에 담긴 이야기의 의미보다 모아서 읽었을 때 글을 쓴 이가 하려는 이야기가 더 잘 드러나도록 쓴 글로 읽혔습니다.

“노래하는 도시”는 균형에 맞지 않는 문장들이 보이고 스토리에 기복이 없어서 이야기로 읽기에는 심심한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모든 것이 완벽하고 편안한 것 자체가 문제임에도 그 문제점을 인식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기계 문명에 길들여져 버린 모습, 끝내 나오지 않은 그 문명을 이어가게 만드는 주체 등,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방식으로 불편한 결말을 잘 그렸습니다. 거인 여자와 작은 남자의 모습 등도 잘 잡은 장면이었습니다.

"고양이와 엘리베이터"는 몸을 심하게 변형하기까지 하며 사회의 밑바닥에서 구르던 아이가 부잣집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나 도망쳐온 곳이나 거기나 거기라 다시 달아났다가 그나마 나은
이거나 도망쳐온 거기나 거기라 그나마 나은 차악으로 간다는 이야기로, 앞 글 못지않게 암울한 미래상을 잘 그렸습니다. 전체 연작에서 이 글은 궤도 엘리베이터가 있고, 인간들의 기술은 신체를 변형시킬 수 있는 정도로 과학이 발달한 시기로 보입니다. 역시 이 한 작품으로는 스토리가 빈약한 느낌을 주는 게 아쉽습니다. 갈등요소가 쉽고, 짧게 해결됩니다.

“존재하지 않던 별”에서는 우주가 죽어갑니다. “새로운 하늘”과도 붙어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혹은 어떤 생명체)들이 번영해 나가는 와중에 다른 우주가 끼어들었고, 그런 식으로 우주가 붕괴되어 가고, 이 글에서는 우주가 거의 붕괴되어 블랙홀 하나만 붙들고 있습니다. 연작 중 가장 눈에 띄는 글이었습니다. 설명을 나레이션으로 하는 점이 아쉽습니다만 다시 봐도 완성도가 높고 잘 쓴 글이었습니다.
거울 독자우수 단편 우수작으로 선정된 걸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하늘”은 연작에서 중요한 연결고리를 맡은 글이나 이 단편 한 편만 보기에는 스토리 등에서 큰 재미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한없이 깨끗한 세상”도 역시 스토리가 약하고, 물자 생산을 없앤다고 중세 봉건제로 돌아가게 될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쓰신 순서대로 글을 올리실 듯 해 새로 쓰신 글들이 어떤 글일지 기다려집니다.


바보마녀님의 “별과 그녀와 적멸의 저녁”은 지난 달에 올리신 것보다 자기 색채도 뚜렷해졌고, 산만함이 상대적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군더더기가 보이긴 합니다.
은정이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 부분은 이 글에서 보여준 설명만으로는 납득이 잘 안 가고, 스카프의 매듭은 너무 노골적인 장치라 오히려 글의 맛이 줄었습니다.
비록 산만한 면이 보이기는 하나 중요한 줄기는 놓치지 않고 갔습니다. 문장이나 묘사력도 나쁘지 않았고요. 아쉬운 점은 결말이 갑작스러웠다는 점입니다. 은하연대에 대한 설명이 너무 늦게 나옵니다. 초반부터 조금씩 암시를 던져주다가 막판에 터뜨릴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바보마녀님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 편의 글에서는 단편이든 중편이든 장편이든 할 수 있는 이야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전체 완성도를 위해 과감히 버려 주세요. 주인공이 스치는 인물들이 너무 많은데 그 중 한두 명은 빠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잘 조절할 수 있다면 멋진 글을 쓰시게 될 것 같습니다.
몸 건강히 잘 다녀오시고, 새 글과 함께 돌아오실 날 기다리겠습니다.
댓글 9
  • No Profile
    볼티 08.05.31 00:04 댓글 수정 삭제
    읽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평 감사합니다.^^
    더욱 노력하여 다음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No Profile
    별밤 08.05.31 12:46 댓글 수정 삭제
    따끔한 지적 감사합니다. ^^; 단순 소품인 이야기였는데, 구어보다는 추상적인 대화가 떠올라서 얼른 써버렸기 때문인 것 같군요.
  • No Profile
    세이지 08.05.31 13:43 댓글 수정 삭제
    힘든 때 맞습니다...정확하게 보셨네요...;;;;;;아픈 데를 콕콕 찍어주시니 기쁩니다.
    앞으로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No Profile
    니그라토 08.06.01 04:00 댓글 수정 삭제
    꼼꼼한 평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 글들(2000년도 쯤에 쓴 글들)은 연작이 아닌데 그렇게 봐주시다니...;; 최근 쓴 글들 계속 올릴 것인데 전 필력이 2000년도 쯤 보다 더 떨어진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평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 No Profile
    연심 08.06.01 13:04 댓글 수정 삭제

    평 감사합니다. <아프지 않아요?> 는 개작을 진행중입니다. 언젠가 보여드릴 기회가... 있을까요(..)

    <낭만적 상상>은 초기 공감각적 심상을 이용한 표현에 중점을 두었었는데, 분량을 늘이면서 감각적 임팩트가 줄었습니다. 남녀가 함께 들어가기 시작한 세 번째 수정부터는 글이 서사성을 띄고 저로서도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위한 설정이나 내용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미진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아쉬운 점이 많아요. 제가 하고 싶은 여러 이야기 중 하나이기는 한데.

  • No Profile
    니그라토 08.06.01 18:17 댓글 수정 삭제
    그런데 제 졸문 '존재하지 않던 별'은 우수작인가요, 가작인가요? 이 글엔 우수작인 듯도 한데, 게시판엔 가작이네요^^;; 물론 가작이라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 No Profile
    mirror 08.06.02 02:52 댓글 수정 삭제
    니그라토/ 수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바보마녀/ 휴가나오신 후나 언제라도 대신 상품 수령 가능한 분 있으면 연락주세요.
  • No Profile
    mirror 08.06.10 01:18 댓글 수정 삭제
    니그라토 님에게는 <젊은 상인에게 보내는 편지> 보내드렸습니다. 건필하세요.
  • No Profile
    바보마녀 08.07.06 15:07 댓글 수정 삭제
    부대 PC방에서 댓글 남깁니다;; 신교대에서 편지로 소식을 접했네요.^^;;
    늦었지만 이메일로 주소 보내드리겠습니다;;

    평 감사히 받고 더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분류 제목 날짜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2.10.20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2 2012.08.3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2.07.27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2.06.29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2.05.25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2 2012.04.27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6 2012.03.30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2.02.24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4 2012.01.27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1.12.3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1.11.25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6 2011.10.28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7 2011.10.01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5 2011.08.26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1.07.30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5 2011.06.25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3 2011.05.28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6 2011.05.02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 발표 5월 2일까지 지연됩니다.1 2011.04.30
선정작 안내 독자우수단편 선정1 2011.03.26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