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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우수단편에 선정되신 분들 중 책을 미처 보내드리지 못한 분이 있습니다. 주소 등이 메일로 오지 않았기 때문에 못 보내드렸는데요. 최근 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오지 않았다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메일 오류로 인해 제가 연락을 받지 못한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수작/가작으로 선정되신 분 중 책을 못 받으셨던 분은 ltpimento @ paran.com 으로 다시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책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제가 답신 보내지 않으면 번거로우시겠지만 자유게시판에 글 남겨 주시거나 이 글에 댓글 등을 남겨주시면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라퓨탄 님의 {마녀의 서(書)}는 발상은 나쁘지 않았는데, '마녀의 서' 서술은 조금 지리멸렬했습니다. 극적인 느낌이 약했고, 인물들의 이름이 우리나라 이름이라서 아마 미래일 거라는 추측이 가능해져서 반전을 스스로 무디게 만들어 버린 경향이 있습니다.
   [진실의 서]가 나오기 전까지 너무 평범한데 길어서 지루하기도 했고요. 전반부를 압축하고 후반부 본 이야기에 더 힘을 쏟았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나’가 스카이 웹을 탈출하는 과정도 더 극적으로 그렸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스카이 웹에 사는 사람들이 신적 존재로 추앙받게 되는 결정적 사건이라든가 '나'가 내려오는 사건 등이 그냥 지리멸렬하게 흘러가버려서 긴장감이 부족했습니다.
   스카이 웹과 지상이 분리되어가면서, 단지 영향력 있는 정치가, 군부에서 신적 존재로 가는 부분 사이에 비약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확 뛰는 감이 있고 스카이 웹이 얼마나 컸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상을 그렇게 다 커버할 수 있었을 지도 의심스럽고 스카이 웹을 공격할 방법이 정말로 전혀 없었을 지도 의문입니다. 논리상 모순이 많았는데 그럴싸하게 포장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저런 점들이 걸리긴 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밀고 간 글이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성서'라든가 '마녀'라든가 기독교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명사들을 사용한 것이 이 글과 과연 어울렸을까 의문이 들고요. '마녀'의 모습도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의 모습으로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noname^^ 님의 {시계}는 시계가 사라졌을 때를 가정해서 만든 꽁트인데 시계가 사라진 것과 시계를 만드는 기술이 사라지는 건 별도의 문제이니 그 점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사라졌다'가 아닌 다른 표현을 썼다면 어땠을까 합니다. ‘멈추었다’도 극적이었을 것 같고요. 더 적절한 어휘를 고르고 오류를 줄였다면 더 재밌는 글이 나왔을 것 같습니다.



   xent 님의 {구원}은 장편 안에서 일부를 잘라 쓴 글로 보였습니다. 문장도 더 다듬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글을 쓴 이만 알 설정으로 이야기를 진행해서 독자들이 어떤 이야기인지 이해하기도 어렵고 공감하기는 더더욱 힘들었습니다. 희생과 구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은데 읽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줄거리와 사건을 이해하도록 쓰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매일 일기를 써보시는 걸 권합니다. 감정이나 느낌보다는 일어났던 일을 위주로 해서 차근차근 써보시다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슈트룬테트 님의 {우주전쟁 - 마지막 순간}은 분량으로 볼 때 꽁트였는데 한 작품으로 완결성을 가지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처절하고 긴박한 상황을 그리고 싶었다면 그 상황에 어떻게 처하게 되었는지를 읽는 이가 공감하고 이해하도록 그려줬어야 합니다. 쓰고 싶은 부분만을 쓰는 게 아니라 가장 쓰고 싶은 한 장면이 어떻게 해야 빛날 수 있는지 고심해서 전체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Peter 님의 {공포 마일리지}는 아이디어는 재미있었습니다. 문장에서 영어 번역투가 심하니 문장은 가다듬으면 좋겠고요.
이 사람이 상상한 모습이 그다지 놀랍지 않고, 이 사람의 공포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까지 무서우면서 계속 비행기를 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어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너무너무 무섭기 때문에 반드시 수면제를 먹는다거나, 비행기를 안 타려고 배를 타봤다가 멀미로 죽었다 깨어나서 할 수 없다거나, 혹은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에 비행기가 아니면 수가 없다거나 하는 필연성이 필요합니다.
   텅 빈 공항 이미지가 스티븐 킹의 ‘렝골리어즈’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대가와 비교하는 건 가혹하지만 ‘렝골리어즈’에서는 텅 빈 공항을 소름끼치도록 묘사했고, 공항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극적으로 살려 ‘공포 마일리지’가 더 맥이 빠지게 보인 면이 있습니다.



   felias님의 {소녀와 사}은 동화 같은 꽁트였습니다. 일단 국적불명의 글이라는 게 걸렸는데요. 배경이 우리나라인지 다른 나라인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동화를 의도하고 쓴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창작동화보다 번역동화가 더 많이 출간되고 양떼를 실제 본 아이들은 많지 않음에도 구름을 묘사할 때는 양떼 같다는 말이 일상에서 나오는 등 해외 문학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많이 받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영향 받는 것들을 생각해서, 글을 쓸 때는 피하거나 상황에 맞는 서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독자 대상은 누구이고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누구이며, 어떻게 읽히길 바라는가 등등 단지 귀엽고 아기자기한 어린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쓰겠다, 이상으로 더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어휘도 좀 걸렸는데요. 동화에 어울리는 어휘도 더 고민해주시기 바랍니다. 동화에서는 알사탕 묘사에서도 '커다랗고 둥근 땅콩맛 사탕'이 아니라 '주먹만한 땅콩 사탕' 이라는 식으로 수식어는 물론이고 서술어, 동사, 명사 전부 주도면밀하게 골라야 합니다. '커다란 망치로 콰앙 하고 사탕을 부숴 먹다'에서도 ‘콰앙’이라거나 ‘부수다’ 등이 동화에 어울리는 서술이 아닙니다.



   DOSKHARAAS님의 {나비}, {가까워진다는 것}, {그대} 세 편은 선문답같은 대화로만 이야기를 끌고 갔습니다. 대사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굉장히 쉽게 할 수 있는 방식이긴 한데 독자가 이입하거나 공감하기는 힘듭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한다기보다는 둘 다 글을 쓴 이의 목소리를 대변해 혼자 이야기하는 것과 별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대사도 억지스럽고 멋을 낸 티가 많이 났습니다.

   {지문}은 흉터모양이나 흉터가 생긴 방식 등 아이디어는 좋았습니다. 다만 스나이퍼가 누군지 초반부터 짐작하기 어렵지 않아서 지문의 의미가 아니었다면 이야기 자체는 평범했습니다. 초반에 '그'가 '나'에게  과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게 뜬금없었습니다. 단골손님이라고는 하나 갑자기 저런 이야기를 하나 싶었고요. 액자도 액자 안 이야기에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글을 쓰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기 편한 방식이라는 것 외에 액자가 자기 역할을 한 게 없네요.



   pientia 님의 {거미팬션}은 머릿속에 있는 걸 그대로 옮긴 것 같은 글이었습니다. 연결된 문장 사이에서는 엔터를 치지 말고 문장을 이어 문단을 만드시고요. 일어 번역투와 영어 번역투가 섞인 문장이라서 문장 연습과 구성 연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고전 소설 등을 읽으면서, 우리말 문장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긴 이야기였고, 이야기 흐름에 큰 무리는 없었고 꽤 긴 글인데도 호흡은 계속 유지했습니다. 열심히 썼고 계속 쓰면 점점 좋아질 것 같습니다.



   SunOFHoriZon 님의 {Eureka}는 괴기스러운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데 인물들의 감정도 알 수 없고 행동으로도 감정을 이해할 만한 단서가 없어서 난해하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만 남았습니다. 상식으로 봐서도 남자 직업도 모르면서 결혼을 한다는 것도 이상하고 이야기에 구멍이 보입니다. ‘그녀’  ‘그’ 등 대명사가 많은데 대사에 특징이 없어서 누가 뭘 하고 어디가 누구 대사인지 헛갈립니다. 글 자체는 인상에 남는 글이었고, 더 나아가 볼 구석도 있었습니다. 분위기 잡는 솜씨가 좋아서 다른 글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션 님의 {붉은 꽃}은 화가의 광기를 표현한 글인데 꽃을 그려야 한다는 집착 등을 더 광기가 살아나게 그렸다면 좋았을 텐데 밋밋했습니다. 더 묘사가 필요한 부분은 부족했고, 간호사들의 대사 등 압축하고 생략해야 할 부분이 길어졌습니다. 간호사들의 대사는 핵심이 되는 대사만 남기고 다 잘라도 원하는 효과는 얻을 듯 합니다. 광기에 대조되는 외부의 냉정한 묘사나 판단은 핵심만 남기는 편이 더 강렬합니다.

   {나를 찾아서}는 선문답이었습니다. 멋도 너무 부렸고, 서술은 지나치게 번역투였습니다. 주제가 추상적일 수록 이야기는 구체성을 띄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정말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보이니까요. 김션님의 글 세 편을 읽으며 이 세 글이 글투가 조금씩 다른 점이 인상에 남았는데요. 감정에 격양되어서 냉철함이 없다는 건 같은데 글투는 조금씩 달라서 아직 자기 문장을 못 찾은 게 아닐까 합니다.

   {말을 달리다}는 중편에 담기에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글이 길면서도 담을 내용을 다 못 담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제대로 장편으로 하면 어떨까 싶고요. 글 전체가 격양된 문체로 가는데 독자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아 읽으면서 지칩니다. 글 전개에 맞춰서 호흡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웅변조를 계속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웅변도 기 승 전 결이 있어야 하는데 승과 전만 줄곧 반복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니그라토 님의 {법령 오멜라스}는 글의 기본 중 하나인 독자와 나누는 소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통을 할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고 귀를 가리고 벽을 보며 혼자 외치는 글이었습니다.



   춘곤증 님의 {나를 깨다}는 지루한 일상을 소재로 한 글이었는데요. 일상이 지리멸렬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일상이 지리멸렬함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저 말하고 말았으며 지리멸렬한 일상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제안한 것도 너무 쉬웠습니다. 일상이 주는 모멸감은 이렇게 단순하게 해결되는 게 아닌데 문제도 너무 가볍게 던지고 해답도 너무 가벼웠습니다.



   haeya 님의 {벽}은 절망, 좌절, 갑갑함 등을 소설로 형상화했습니다. 문장도 연습을 해온 듯 괜찮았고, 1인칭의 장점을 잘 살린 글이었습니다. 새로 들어온 영화감독이 자기가 찍은 작품과 다른 사람이라는 설정까지는 괜찮았는데 외국인이 나약한 희생자가 되어버리는 부분은 좀 걸렸습니다만 잘 쓴 글이었습니다. 건필하세요.



   가리새 님의 {투명거북이}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은 글로 보였는데 바다로 간다는 건 이제 너무 죽은 표현이라서 신선한 소재가 아쉬웠습니다.



   나길글길 님의 {모네그(Moneg) - 1부(형제:Brother)}는 연작 소설로 이번 글에서는 설정만 던지고 추상적인 묘사만 이어져서 완결된 글로 보기에는 독립성이 부족했습니다.



   김몽 님의 {네이버 공화국}은 재미있기는 한데 부족했습니다. 이정도 평범한 소재로 이만큼 재미있게 써낸 건 인정할 만하나 함정에 빠뜨리는 방법도, 정보를 찾는 과정도, 함정에서 빠져나와 정의를 찾는 모습까지 너무 뻔하고 쉬웠습니다. 검사 씩이나 되어서 범인으로 몰고자 하는 트릭이 이렇게 허술한 것도 이해가 안 가고요.
   이렇게 노골적으로 네이버 이름을 쓸 거면 앞에 붙인 작가의 서술이 설득력이 없고요. 네이버를 여러 가지로 패러디한 이름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네이버의 여러 서비스를 나열하며 개인 정보 유출이 굉장히 쉬운 걸 보여준 장면은 이 글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었고 재치도 돋보였습니다.
  한 편 한 편 쓸 때 좀 더 공을 들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미 여러 편을 썼고 매번 크게 떨어지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재미있고 쉽게 잘 읽히지만 아주 맛깔스러운 글은 아닙니다. 글은 많이 쓴다고 늘지 않고, 한 편 한 편 그 글을 통해 지금까지 글쓰기 중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고 그걸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 하나씩 생각하며 잡아갈 때 늘게 됩니다. 한 편 한 편 좀 더 공을 들여 쓰고 퇴고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세이지 님의 {상견례}는 쌍둥이가 상견례에 나오지 않은 양부모님이라는 걸 알아차리기가 힘들었고, 그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세간의 상식을 벗어난 분들'이라거나 마지막의 사진, 남편을 계속 '그 사람'이라고 부르는 등 나름 복선을 넣긴 했는데 정작 주인공인 '부인'이 마지막까지 눈치를 못 채니까 독자도 눈치 채기 힘들었습니다. 너무 감춰서 독자에게 수수께끼만 던진 글이었습니다.



   나단 님의 {내 남자의 이야기}는 영원을 사는 사람과 환생하는 연인을 소재로 했는데 나름 낭만을 살려 그리긴 했지만 이제는 많이 식상해진 소재입니다. 무난한 소재에 우리나라 과거사를 얽어 푼 부분은 재미있었고 문장이나 이야기 전개는 자연스럽게 잘 써 재미난 이야깃감을 찾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가리새 님의 {귀신이 사는 정원}은 귀신을 만나서 대화하고 물건 받을 때까지 줄곧 뭔가 일어나나 기대했는데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배신감을 준 글이었습니다. 인화에게 쪽지를 준 사람은 누군지, 이 정원의 주인은 누군지 같은 호기심거리는 잔뜩 던져주고 복선처럼 보인 이야기들이 하나도 다 해결이 안 되었습니다.



   히로웽 님의 {공상과학판타지}는 허무했습니다. 의미도 없고 맥락도 없었습니다. 누군가의 소원이 다른 사람에게는 해가 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너무 쉽게 본 듯 합니다.



   유진 님의 {그들의 유토피아}는 도입부가 길기만 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교육과 과학을 너무 만만하게 본 듯 합니다. 대통령이 혼자 과학이나 사회 개혁에 열의를 보인다고 정말로 사회가 다 좋아질 정도로 정치권이라거나 사회에 이미 제도로 굳은 것들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대사가 긴데 재미도 없었고, 긴박감도 없고 긴장감도 없고 밀도도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쉽게 오지 않습니다. 좀 더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Mothman 님의 {트라이앵글 러브}는 평범한 남학생과 남학생을 좋아하는 두 여학생에 과장된 사건들을 넣은 굳이 말하자면 만화 같은 소설이었는데요. 진짜 감정이 느껴지기 보다는 그저 소설이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식의 글은 사건들이 톡톡 튀고 재치가 넘칠 필요가 있는데 사건은 진부하고, 감초가 되어야 할 다른 인물들은 밋밋하고, 감정은 너무 뜬구름 잡고 해결 방법은 더더욱 뜬금없었습니다.



   Mad Hatter님의 {지하에서}{화구의 공포}보다 좀 늘어지는데요. 세계가 멸망하고 지하 벙커에 갇혀 사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소재 자체가 식상하기도 하지만 갈등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지도 못했습니다. 중심인물도 명확하지 않고 인물이 여럿 등장하는 것에 비해 각각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눈에 잘 안 들어와 지루했습니다.

   {의자}는 시체를 시체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가장 중요한 트릭이 ‘우부메의 여름’을 떠올리게 한 면이 걸렸습니다. 막판 설명이 너무 설명조인데다가 뻔했습니다.
Mad Hatter 님은 기본 문장력도 있고 구성도 잘 짜는 편입니다. 습작기에는 다른 작품들을 참고해 습작을 해보는 것도 괜찮지만 차츰 자기만의 색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막판에 여동생은 등장 안하는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군더더기가 되었습니다.

   {검은 말}은 이야기가 점점 커지긴 하는데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이 커졌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대모가 구해오라고 한 왕족의 부장품이었는데, 대모는 누구인지 왜 그 부장품을 구해야 하는지 등을 마무리 짓지 않았고요. 영주의 이야기, 언데드 등 대화로 너무 많은 걸 설명하고 독자에게 전달하기에 급급하고 스케일이 큰 이야기인데 완전히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를 정리하고 시간을 들여 퇴고하면 재밌는 글이 나올 듯 싶기도 합니다.

   {미술실의 공포}는 미술실 괴담이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니고, 애들이 학교에 늦게까지 남았던 게 오늘이 처음은 아닐 테니 미술실 괴담이 사실로 발동하게 된 최소한의 계기는 그려줬어야 하지 싶습니다. 단순한 괴담도 아니고 이 정도 분량으로 쓴 단편 소설이라면 더 그럴 필요가 있었고요.
호러 소설에 가까운데 산만해서 무서운 느낌이 덜했습니다.
영화 '여고괴담'이 공포영화 중에 그래도 인정받는 이유는 그 안에 여고생 특유의 의식이 녹아있고 현실비판이라든가 사회성이 조금이라도 들어 있었고, 어른들이 보는 '소설 속 청소년'이 아니라 진짜 청소년의 감수성을 묘사했고 청소년이 공감할 만한 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런 면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이 글에 등장한 인물들은 그저 이름으로만 존재할 뿐이지 어떤 아이인지를 알 수 있는 면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심 등장인물인 여고생과 배경이 되는 여학교에 대해 아무 이해 없이 쓴 것 같아요. 모든 괴담은 다 이유가 있는데 학교 괴담이 떠도는 건 그만큼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학교가 아이들에게 억압을 주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저 무서운 소설 이상으로 주제를 담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기왕이면 그런 글이면 더 좋겠는데 대상이 되는 인물과 배경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해를 하고 쓰면 좋겠습니다.

   {친구들과 함께}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나 의심하고 몰래 조사하는 과정에서 환상적인 요소가 들어가는데 그게 아주 뜬금없지는 않지만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바람피우던 남자가 연쇄살인범인지, 사실은 이 남자가 아내가 바람피우나 의심하다가 미쳐서 사람들을 살해한 건지, 다른 말로 환상이 실제 현실과 일치하는 근거가 있는지 애매했습니다.
   바람피우던 남자가 연쇄살인범이었다면 이 남자는 나름 아내를 구한 건지, 이 남자가 살인범이었다고 해도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이야기를 죽죽 밀고가긴 했는데 결론이 없네요. 긴박함을 끌고 가는 솜씨는 좋은데 만약 이게 남자의 망상이 일으킨 환상이었다면 마지막에 아내의 반응으로 반전을 만들어낸다거나 해서 오히려 극적으로 만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사건 자체가 모호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거 같다 -> 정말 바람 피웠다.'는 단편으로 재미가 떨어집니다.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거 같다 -> 역시 정말 피우는 것 같더라 -> 알고보니 망상이었다’ 쪽이 극적입니다.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거였다 -> 진짜다’로는 이야기가 밋밋해져서 환상적인 요소를 넣어버린 것 밖에 되지 않는, 환상적인 요소가 정말로 그냥, 허전함을 메우기 위한 딱히 요리에 어울리지는 않는 과한 양념 역할밖에 못했습니다. 방향을 틀기 따라서, 아내에 대한 열등감이 폭발해서 의부증 폭발, 그로 인한 살인행각 쪽으로 갔으면 남자가 몰리면서 범죄에까지 치닫게 되는 괜찮은 심리극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웠습니다.

   {화구의 공포}는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 연출을 잘 한 글이었습니다. 중반까지, 독자가 궁금하게 하는 힘이 있고, 문장 자체가 안정적이기도 하고요. 단지 지나치게 번역투인 점은 걸렸습니다.
우리말은 수동태보다 능동태가 자연스럽습니다. ‘차문을 여니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맡아졌다.’ 등에서 '맡아졌다.'라는 식으로 수동태를 쓰는 것만 줄여도 번역체 같은 느낌은 많이 줄어듭니다.
   대사도 어색한 게 많았습니다. '나는 공포에 사로잡혔으며, 내 정신이 이상하게 변조되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처럼 ‘나’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데, 우리말은 주어가 확실할 때는 잘 생략하는 편이고 특히 1인칭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노골적으로 러브 크래프트 계보를 따른 글이었습니다. 러브 크래프트를 넘어서 자기만의 색채를 표현했다고 말하기는 좀 애매했습니다.
   중반 이후로 전개가 좀 갑작스럽고 뒷심이 딸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무시무시한 분위기도 잘 잡았고, 재미도 있었고, 전체로 봐서 균형도 잘 잡은 글이었고, 설정도 재미있었습니다.
   71호 독자우수단편 가작에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해파리 님의 {건방진 와트슨과 흰 벚꽃 잎}은 재미있었습니다. 고등학생 모습을 재미있게 잘 잡았는데요. 아이들 특유의 과정스런 말투나 별 것 아닌 사실이 정보가 되는 모습 등등 요즘 아이들 모습을 생동감 있게 잘 그렸습니다.
   굳이 번호를 붙여 장면을 나누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것 같고, 총이 등장하는 등 비현실적인 면이 있고, 산만한 면이 아쉽긴 했는데요. 재미있게 잘 쓴 글이었습니다.
   71호 독자우수단편 가작에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몽상가 님의 {유령들}은 복선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 글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유령이라는 걸 밝힌 후 마지막 문단이 군더더기라 옥의 티입니다만 이제 우리가 나설 때라고 선언하는 순간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요. 제목부터 ‘유령들’이라고 잡았는데도 상징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솜씨도 놀라웠습니다. '나' 가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 한 장면이 없었는데도 이야기에 아무 무리가 없었고, 그냥 스윽 읽고 지나간 부분들이 복선이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사채에 시달리는 아저씨를 구하는 장면이 신파조로 안 흐르고 깔끔하게 마무리되었고, 메시지도 좋고 아무렇지도 않게 넣은 '망자가 산 자 물건을 오래 갖고 있으면 안된다' 같은 서술도 좋았습니다.
   71호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에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그 여름의 흉가}는 왜 자살하고 싶은지를 더 와 닿게 그렸다면 하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중간 과정도 유령들에 비하면 재미없었고요. 역시 마무리가 좀 약한데요. 독자들이 못 알아챘을까봐 너무 걱정한 티가 납니다. 마지막 대사는 없는 쪽이 더 깔끔했을 것 같습니다.
   사는 게 그냥 재미없을 수도 있고 별 이유 없이 자살하고 싶을 수도 있지만 자기 몸에 위해를 가하는 건 단지 '무료해서' 하기에는 굉장히 큰 에너지가 드는 일이라서 막연하게 사는 게 재미없어, 죽고 싶어, 라고 생각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간격이 있는데 결국 실행에 옮길 만한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해서 설득력이 떨어졌고 인물의 개연성이 부족했습니다.
   그런 점들이 아쉽긴 했지만 이 글도 복선을 제대로 깔 줄 안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었는데요. 앞에 어머니의 죽음을 분명히 넣었고, 유령을 믿지 않는 주인공이 계속 흉가를 돌아다니니 분명 유령을 만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유령이 어머니일 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유령이 어머니였다는 점이랑 자살한 어머니가 아들을 위로하려고 나온 이야기에서 과장하지 않은 진정성이랄까 잔잔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전형적인 아들을 위해 나타난 자상한 어머니 상이 아닌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준 게 좋았고요. 진짜 삶을 살라고 조언하는 내용들도 유쾌했습니다. 삶을 무료하게 느끼는 점은 좀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그렸지만 눈이 벌게지도록 영화를 보는 것, 배가 터질 때까지 먹는 것, 그런 사소한 일상들을 나열하며 진짜 삶을 살라고 말하는 부분은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안 해도 글은 성립할 사소한 양념들로 글맛도 잘 살렸습니다. 다른 글도 계속 보고 싶습니다.



   계림 님의 {그의 지구 정복은 어떻게 시작되었나}는 재미도 있고 잘 쓴 글이었습니다. 김사장이라는 인물도 잘 살렸고 시골 풍경이나 노인들의 행동도 익살맞으면서 생동감 있었습니다. 기능유닛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어떻게 이어질까 했는데 이어지는 과정도 재미있었고, 샴푸 붓는 장면 등 세세하게 언급한 부분에서 사실성이 살아나 좋았습니다.
   굳이 시사적인 면에서 해석하자면, 유통 구조라는 게 얼마나 웃긴 건지도 보여 줘, 사회 풍자극이 되는 맛도 있었고, 물건을 더 비싸게 사게 되면서도 마트에 우리 밭에서 난 물건 있다고 구경 가는 모습 등도 재치있었고요.
   기능유닛이 잘 해보려고 할수록 점점 상황을 악화시키는 모습도 설득력있었고, 마지막까지 더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여운을 남겨 좋았습니다.
   71호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에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Mad Hatter 님, 해파리 님, 몽상가 님, 계림 님은 ltpimento @ paran.com 으로 주소와 성함, 전화번호(택배발송시 필요) 보내주세요.


   모두 건필하세요.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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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상가 09.04.25 10:52 댓글 수정 삭제
    아! 감사합니다...^^ 과찬을 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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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ucard 09.04.26 13:08 댓글 수정 삭제
    71호는 전 보다 풍성하네요. 모두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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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림 09.04.26 17:54 댓글 수정 삭제
    감사합니다. 의욕이 치솟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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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퓨탄 09.04.26 18:08 댓글 수정 삭제
    평 감사합니다.
    흐음. 이름도 잘 지어야겠군요...
    흐음.. 그나저나 괴팍한 마녀가 잘 차려입은 마법사보다 더 현명하다는 내용의 글을 쓰고 있었는데... 확 깨는... ㅡ.ㅡ;;;
    단지 마녀할멈은 진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인지... ㅡ.ㅡ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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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파리 09.04.28 00:11 댓글 수정 삭제
    부족한 글을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번에는 조금 더 완성도를 높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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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 09.04.28 12:54 댓글 수정 삭제
    크흐.. 이번에도 신랄한 비평을 피해가질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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