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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님의 "우리는 울지 않는다." 는 중요 장면들이 묘사에 실패해서 글의 모양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무언가를 지키고, 보호하는 이야기를 쓰시려고 한 것 같은데 장면에 대한 묘사는 있지만 상황에 대한 서술은 부족해서 구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기에 ‘나’가 많은 희생 끝에 대상을 지켜내는 데 성공한 결말을 그렸음에도 감동을 받기가 힘들었습니다.
또한 왜 지켜야 하는지를 보여주지 않아서, 주제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손지상 님의 "츠 샤"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서술들이, 글쓴이가 그 작품들을 읽었다는 걸 말하는 것 외에 글에 어떤 의미/필요로 삽입된 건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결말에서 이 글은 아무 의미 없다고 선언하지만 않았더라도 좋았을 텐데, 글쓴이가 스스로 결말을 뭉개버려 더더욱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글쓰기의 고뇌를 적어보려고 한 부분이 보이기는 하나, 한 주제를 일관적으로 밀고 나간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티아마트님의 "그대에게 고합니다"와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마지막 목소리"는 일종의 연작 단편이었는데요.
감정을 나열하는 것만으로 독자는 감동받지 않습니다. 독자를 감동시키는 건 구체적인 사건입니다. 사건을 통해 화자의 감정을 느껴야지, 아무 사건도 보여주지 않고, 감정만 서술하는 걸로는 소설이 되기 어렵습니다. 두 글을 합쳐야 스토리가 조금 나온다는 건, 각자의 글의 완성도가 한 편의 글로 보기 힘들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최소한의 스토리는 있었지만 그 스토리가 감동적이거나 새롭거나 의미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김몽 님의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욕심을 부리지 않은 글이고, 그 만큼의 재미를 주었습니다. 뒤쪽의 구성은 좋았지만 앞쪽 반은 별 의미가 없고, 제목과 스토리가 너무 익숙한 소재였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JU님의 “고양이”는 초반의 서술이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나른한 한 때, 몽환적인 분위기를 그려보려고 한 후반부에서는 느낌이 왔는데, 결말은 또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났고요.

야키님의 "내일 꿈꿨던 세계", “마녀사냥”, “딜레마-뫼비우스”는 비슷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재 있는 다른 이야기와 글쓴이의 이야기를 접목시켰는데, 본론이 설득력이 떨어져 접목이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내일 꿈꿨던 세계”는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핵심을 제대로 찌르지 못하고 빙빙 돌며 그냥 길기만 해 지루했습니다. 소재를 소화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쓴 글로 보입니다. 톰과 제리에 대해 더 재미있고 톡톡 튀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마녀 사냥”은 초반 전투는 왜 하는지 보여주지 않아, 글 자체가 이해가 안 되고, 오즈의 마법사와의 연결지점에서 특별한 시너지도 못 냈으며 필연적이지도 않았습니다.
“뫼비우스-딜레마”는 상징들이 많이 나오는데 상징을 그렇게 벌려 놓으면 독자는 작가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경우의 수를 상징하게 됩니다. 그걸 일정 범위로 한정시켜주는 작업을 해야 이런 움직이는 구성에서 각각의 상징들이 의미를 가지는데 연결이 안 됐습니다. 뫼비우스라는 제목으로 커버해 보려고 한 것 같으나 그 수많은 상징 중 어느 상징을 따라가야 뫼비우스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노유 님의 "고양이 소리"는 추리의 과정도, 추리 자체도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고양이가 보통 2층보다 높은 곳에서는 울지 않나요?
무엇보다 주변 상황이나 등장인물들이, 너무 탐정의 의도대로 움직여, 대충 찾아가 보면 문제가 해결되도록 세상이 탐정한테 맞춰주고 있습니다.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진님의 “그림, 솔직 유쾌한 이야기”는 풍자를 하려는 의도는 좋으나, 상대를 너무 쉽게 봤습니다. 기계적인 풍자가 똑같이 반복되는 것도 재치있게 진행되었다기 보다는 지루함을 주었고요. 적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느끼셔야 합니다.

세이지님의 “야수”를 보며 점점 글이 발전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이전 글들은 아직 덩어리진 찰흙이었다면 야수는 뼈대를 갖추고, 살을 붙여 완성된 형태를 이루었습니다. 또한 순간순간 감정들이 리얼하게 와 닿는 것도 장점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는 초반이 약간 진부한 감이 있었습니다. 야수는 환상성으로 이야기를 밀고 가서 통찰력의 부족을 감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원하는 대로에서는 그게 잘 안 되었는데요. 부부관계라는 건 이 글에서 그린 것보다 좀 더 복잡합니다.
남편의 월급이 더 적다고, 양말을 아무데나 벗는다고, 애정이 식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안 그럴 수도 있거든요. 그 미묘한 지점의 포착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내가 원해서 그렇게 됐다는 죄책감은 잘 그려졌습니다. 아쉬운 점이 보이지 않는 건 아니나, 그만큼 좋은 점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건필하세요. ^^

존재반향님의 “어지럼증으로 인한 어느 쓸쓸한 죽음”은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려한 노력은 보이나 재치가 부족했습니다.

땅콩샌드님의 "3초 세이프 룰"은 동일시할 수 없는 상황을 동일시함으로써 기본적인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문제를 너무 쉽게 본 듯 합니다. 더 치밀한 사유가 필요합니다.

DOSKHARAAS 님의 "진지함이 함유된"과 “이를 닦자”는 기이한 면도 보이고 독특했습니다. 엽편이고, 간결하게 표현하고 끝났지만, 미학 자체는 짚었습니다. 톡톡 튀는 CF 콘티처럼 재미난 구성을 보였습니다. 다른 글도 더 보고 싶습니다.

김몽 님의 "나선형 종족의 개척 신화"는 다른 대상의 눈으로 본다는 발상은 좋았는데, 그 이상 나가지 못했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그린다는 것 만으로 재미있는 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이런 글은 전반부에서 독자가 설득당하지 않으면 반전에서 힘이 빠지는 구조로, 전반부에서 독자를 완전히 설득시키지 않으면 뒤에 진실이 밝혀졌을 때 아무도 놀라지 않습니다. 전반부에서, 새로운 세계를 굉장히 설득력있게 길게 써야 합니다.

카엘류르님의 “데이”는 주제는 좋았습니다. 반전은 결말 부분에 몇 줄 써서 되는 게 아니고 거기까지 독자를 끌고 갈 함정을 정교하게 깔아야 합니다. 가는 길이 정교하지 않으면 갑자기 막아봐야 놀라기 힘듭니다.

butterk님의 “마지막 소원”은 결말이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게 좋은 지점을 포착했습니다. 하지만 초반 저승사자들의 대사는 너무 흔한 구성이라서 끝까지 읽히지 않는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엽편일수록 필요 없는 부분이 없어야 합니다.

alsinore님의 "어느 시인의 묘비"는 습작기 작가들이 많이 하는 실수인, 작가와 서술자와 주인공을 분리하지 못하는 점이 보였습니다. 작가를 부각시키고 싶었으면, 서술자는 작가와 친한 사람이 아니라는 인상을 준 다음에 서술자의 입으로 작가를 칭찬하게 해야 합니다

라퓨탄 님의 “나와의 조우(遭遇 )”는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될 때까지, 도입부가 길었습니다. 물을 조사하고, 지구에 연락하는 과정이 이 이야기의 핵심과 연결되지 못하면서 길고 지루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외계인과 조우한 다음부터는 굉장히 흥미진진했습니다. 외계인들이 친절하게 옷을 벗겨주는 장면은 더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고요. 결말에서 주인공이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도 걸렸습니다. 이들과 만나려면 몸을 버려야 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이 외계인들도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육체"가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결말에서 맥이 빠졌고요.
정밀한 SF를 쓰려고 애를 쓴 글인데, 공부한 걸 다 쓰려고 했던 게 아쉽습니다. 이야기에 필요없는 건 아무리 아까워도 빼야 합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제목으로 사용해서, 일종의 스포일러로 작용해 읽는 맛이 떨어졌습니다.
외계인들이 대화를 나누기 위해 옷을 벗기는 장면에 대해서 좀 더 조언하자면, 무서운 상황을 그리고 싶다면, 무섭다는 단어를 빼고 써보시길 권합니다. 소름끼치는 걸 묘사하고 싶다면 소름끼친다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 독자가 소름끼침을 느껴야 합니다. 글쓴이가 소름끼친다, 고 쓰는 건, 독자에게 이건 소름끼치는 장면이야, 라고 선언하는 거고, 그렇게 알려주는 순간 글쓴이가 그 장면이 소름끼치게 보일지 자신 없었다는 걸 들키게 됩니다.

바보마녀님의 “4.1”은 전반부, 남자친구가 자살하고, 자살한 현장을 목격하고, 집에 돌아오는 과정을 압축시켰다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는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본문에 들어가서부터는 재미있었는데, 좀 산만해서 집중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습니다.
결말 부분에서, 남자친구가 믿을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FR님의 "아이를 안고 있었다"는 재미있었는데, 처음에 사고가 나게 한 그 여자가 누구인지, 시작점을 안 밝혀서 모호했습니다. 해결을 안 하고 넘어가면 안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 후반부 클라이막스에 들어가도록 구조를 짰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서술시점도 자연스럽게 바꾸고, 분위기도 잘 잡았는데 읽고 나니 빈 곳이 보입니다.

이 달에는 FR님의 "아이를 안고 있었다", 바보마녀님의 “4.1”, 라퓨탄 님의 “나와의 조우(遭遇 )”를 가작으로 선정합니다. 세 분께 축하말씀 드립니다.
거울에서는 독자우수단편에 가작 혹은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들께 책을 보내드립니다. 세 분은 ltpimento @ paran.com 으로 우편물 수령하실 주소, 전화번호(택배발송시 필요), 우편물 수령하실 분의 성함을 보내주세요.

모두 건필하세요.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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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지 08.04.26 11:01 댓글 수정 삭제
    [생각]이 많이 모자라다는 점에서는 항상 지적받고 있는 편입니다...;;;;;;;;;오늘도 확실히 깨닫게 되는 군요.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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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 08.04.27 12:25 댓글 수정 삭제
    앗 거울에 올린 첫 작품인데 가작으로 뽑아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좋은 지적 잘 읽었습니다. 흔한 '반전 드라마'로 만들지 않으려고 피해 가다 보니까 이야기의 빈 곳이 생겨버렸네요. 귀신의 정체보다도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비극 앞에서 사람이 약해지는 모습에 더 중점을 두고 싶기도 했구요.

    더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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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반향 08.04.27 19:23 댓글 수정 삭제
    재치라.. 음.. 재치.. 너무 두루뭉술한 개념인 것 같아요ㅠ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지 대략 알 것 같기는 합니다, 하하하^^/
    평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 닉네임은 방향이 아니라 반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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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rror 08.04.27 19:24 댓글 수정 삭제
    존재반향/ 닉네임 수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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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마녀 08.04.28 12:21 댓글 수정 삭제
    지적 감사합니다 :)
    나름대로는 작정하고 정신없는 수다쟁이를 표현해보자고 해봤는데 쉽지 않네요.
    수련이 많이 부족한가 봅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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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반향 08.04.29 18:36 댓글 수정 삭제
    아닙니다, 죄송하다니요!! 제 닉네임이 이상(?)해서-_ㅠ 많은 분이 착각한답니다; 바꿔야하려나[덜덜;]- 여튼, 이렇게 한 작품 한 작품 평가해주는 사이트가 어디 또 있으려나요, 정말 너무 좋아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평가를 받은 건 처음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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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rror 08.05.06 00:52 댓글 수정 삭제
    FR님께는 [판타스틱 vol3]을 바보마녀님께는 [샬렘스 롯 (상,하)]를, 라퓨탄 님께는 [블랙홀 이야기]를 보내드렸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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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마녀 08.05.08 01:20 댓글 수정 삭제
    샬렘스 롯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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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rror 08.05.15 00:27 댓글 수정 삭제
    바보마녀/ 즐겁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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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엘류르 08.05.28 20:36 댓글 수정 삭제
    우앗, 좋은지적 감사합니다. 저도 너무 짧은 분량이라 반전이 미약한 점 우려하고 있었는데..확실히 다른 분들이 읽으시기에도 그런 느낌이었군요; 앞으로 더 노력해서 읽을만한(?) 글 쓰도록 하겠습니다.ㅎㅎ

    덧)제 닉네임은 카엘류트가 아니라 카엘류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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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rror 08.05.30 23:24 댓글 수정 삭제
    카엘류르/ 죄송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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