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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Jun님의 “왕국의 방패, 민초의 검, 그리고 고약한 무장”은 소설로서 갖춰야 할 많은 부분이 빠져 있었습니다.
하이젤 스미스의 영웅담으로 보기에는 그 사람의 그림자가 너무 옅고, 그 사람의 이야기만이 아닌 저 제목만큼의 의미가 있다면 더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갔어야 합니다.
두 나라가 맞붙어서 싸우다가 반전이 있다는 이야기 전개가 너무 평이하고 포커스 없이 이루어져서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순신 관련 소설이나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3부작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영화도 한 편 추천하고 싶습니다. 몇 해 전 국내 제목으로는 ‘나폴레옹’ 원작은 ‘워털루 전쟁’인 영화를 우연찮게 본 적이 있었는데요. 말 그대로 워털루 전쟁을 가지고 만든 한 편의 영화였습니다. 한 전투를 다룬 영화였고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 장면으로만 이루어짐에도 그 영화에는 생생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 소설에는 바로 그 이야기가 부족합니다. 어떤 것을 소재로 했건 간에 독자가 소설에서 읽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전쟁이 소재로서 매력이 있는 건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하에 인간성이 극적으로 표출되고, 인간이 쌓아온 문명의 총화가 충돌하고 각종 인간의 다툼과 머리싸움이 치열하게 대립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전술전략만으로도 어떻게 해서든 소설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재미있는 소설은 되지 못합니다. 전술전략도 아주 치밀하지는 못했고요. 사람이 죽고 죽이는 치열한 전투 현장의 느낌 또한 전혀 살리지 못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 글의 근본적인 약점은 1) 소재 뒤에 깔린 인간에 대한 이해도의 부족 2) 소재의 주제를 적절히 섞고 완급을 조절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이야기 장악능력의 부족입니다. 이야기가 이야기로서 온전하게 기능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할지를 처음부터 생각해 보길 권합니다.
소재를 택한 후 그 소재에 대한 성실한 자료 조사와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앞서 서술한 두 가지 점은 차츰 나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건필하세요.

감상칼자님의 “그것이 돌아왔다”는 이 달 올라온 글 중 제일 잘 쓴 글이었으며 자신이 가진 것을 최대한 끌어내려 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그것”에 의미를 부여해주었거나 과정이 지금보다 훨씬 무섭고 손에 땀을 쥐고 볼 만큼 재밌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화자가 쥐로 인해서 받는 고통, 고양이라는 처방으로 인한 반전을 더 몰입이 가능하도록 해줬어야 합니다. 쥐로 인해서 받는 고통이 얼마나 지옥 같은지, 그로 인해서 쥐들이 없어지기 시작했을 때 얼마나 시원했는지를 표현해줘야 했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인물에 특색을 부여해야 했고, (입체감이 있고 살아 있는 인물로 여길 수 있도록), 쥐로 인한 고통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필요했고, 이 인물과 고통에 대한 묘사로 초반을 진행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뭔가 일이 벌어질 것 같고 뭔가 그냥 흔한 쥐로 끝나지 않을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긴박감 조절이 필요했습니다.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요소는 다 있었습니다만 피상적이었습니다. 가장 잘 쓰여진 부분은 도망 부분인데, 앞에서 충분한 이입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도망 부분이 진짜로 쓴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합니다. 편집적인 노하우도 필요할 것입니다. 긴박감을 조성하는 부분은 문장도 문단도 짧게 치고 내려가야 합니다. 스티븐 킹의 단편들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건필하세요.

나길글길의 “버추얼 월드”는 이 글에서 진짜 필요한 부분은 추상적으로 넘어가고 잡다한 부분들이 길었습니다. 이 글에서 보여줬어야 할 포커스를 제대로 맞추지 않고 회피했습니다. 이 해커가 바라는 이상적인 세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세계이며, 그 세계와 이 세계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버추얼 월드에서는 가능하다고 생각한 이유를 설득력있게 제시했어야 합니다. 해커의 이유가 불분명했다면 '나'가 거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와 앞으로 할 행동이라도 명확하게 보여 줬어야 했는데 열린 결말이라고 보기에는 결말이 너무 약했습니다.

“반역자”는 “버추얼 월드”와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글을 쓴 이가 자신이 비판하고자 하는 것, 혹은 하고자 하는 주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다른 이야기로 그 부분을 메우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 역시 진짜 해야 할 이야기는 회피하고 살인에 얽힌 이야기만 길게 나왔습니다. 독자가 보면 이 글에 등장하는 신의 문제점이라는 것도, 모두 다 작가가 설정한 거라는 게 빤히 보이는 글을 가지고 독자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신이나 심판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작가의 철학적 깊이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사유의 깊이가 얕았습니다.

이 달도 독자우수단편을 선정하지 못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다음 달 많은 분들의 건필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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