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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님의 "구세주"는 이탈로 칼비노의 코스미코미케가 잠시 생각나지 않았던 건 아니나 새로운 타입의 글로 보여 눈에 띄었습니다. 전반부와 후반부가 아주 잘 어울리지는 않았는데요.  전반부의 세상이 멸망한 후 물결과 돌멩이에 대한 사랑에 대한 부분에서 갑자기 외계인이 등장해 한 행성을 구원하려 가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지 못했습니다.
초반에 물결과 돌멩이에 대한 사랑에 대한 묘사에 들인 공에 비해, 우주선에서 주인공이 행성을 구원하려는 결정을 너무 쉽게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초반에는 구도소설인 줄 알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몇몇 부분의 묘사도 꽤 좋았던 것에 비해 스토리와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주 잘 들어맞지는 않았습니다.
전반부는 굉장히 느리게 진행되는데 후반부는 호흡이 너무 빨랐습니다.
속도를 전체적으로 맞추고 관념적인 부분에서 인물에 생동감을 주면 좋은 글이 될 것 같습니다.

푸른깃님의 “사랑은 샘물과 같아” 는 제목이랑 이야기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단편 게시판 댓글에 있었듯이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었는데요.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와 굳이 비교하자면,  <노래하던...>은 멸망 후 세계를 굉장히 실감나게 그렸으나 “사랑은...”은 두루뭉실했습니다. 가뭄으로 인구의 대다수가 죽었다던가, 설명이나 묘사가 없었던 건 아니나 글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한 배경 채색이 약했습니다.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만 쭉 골라서 말만 하고 끝났습니다.
로이드가 르하의 명령을 받고 있다는 것도 초반부터 나왔어야 했다고 봅니다. 르하가 거의 신적인 위치에서, 인간이 살아야 하는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을 로이드에게 맡긴 건데 그런 분위기도 별로 만들어 주지 못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강약이 없는 편이라  충분히 카타르시스를 유발할 수 있는 말미인데도 배경의 부족함, 강약의 부족함으로 인해 대단원의 감흥이 덜했습니다.
르하가 인간의 가치에 대한 평가를 안드로이드에게 맡겨서 프로그램을 돌릴 지 말 지 결정시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 과정, 갈등이 나오지 않아 르하의 선택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르하의 그림자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흔적이 재현됐어야 합니다.

chups님의 “그 것이 돌아왔다”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강아지가 요물이 되어야 할 이유를 알기 어려웠습니다. 초반에 도치법으로 할머니가 나를 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장면의 임팩트도 별로 없고, 할머니 말투도 아니었습니다. 에피소드들이 더 세밀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외계인- 님의 “대폭발지구”는 전작에서 보인 형식적인 실험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침체되어 있고 가볍고 새로운 형식과 사랑을 향한 첫 걸음이라는 주제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형식을 쓸 때에는 어떤 주제가 되든 간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일단 사람들은 형식이 익숙하면 사건이 벌어질 지점과 감동을 받을 지점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형식이 새로우면 뭔가 결론이나 결말도 새로운 걸 기대하게 마련이라서 적어도 기존의 것을 새로 뒤집어 볼 수라도 있는 걸 기대하게 됩니다.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고 읽는 재미, 재치도 부족했습니다.

다음 달 많은 분들의 건필을 바랍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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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6.06.07 10:42 댓글 수정 삭제
    그래도 뭔가 하나는 선정될 것 같은 느낌으로 읽었는데 역시 만만치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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