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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총평입니다.
안타깝게도 선정작은 나오지 않았으나 최근 4개월 간 가장 좋은 글들을 볼 수 있는 달이었습니다.
선정작 후보에 오른 글은 총 세 편이었습니다.
세 편 중, 다른 두 편에 비해 월등하게 좋은 글을 고르기 어려웠고, 기존 선정작들에 비해 조금 미흡한 면이 보여 선정은 하지 못했습니다만 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 건필하세요. ^^


제이님의 <파도>는 23호에 독자우수단편으로 선정되었던 같은 제목의 글의 수정본으로 선정 후보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단평을 하자면 23호에 실렸던 <파도>에서는 감추어 두었던 (혹은 추가된) 이야기들이 글의 이해를 쉽게 해 주었습니다.
다음 글도 뵐 수 있길 바랍니다. 건필하세요. ^^

JINSUG님은 <새장속의 새>와 <진정한 미美는 마음 안에.> 두 편을 올리셨습니다.
생각을 다듬어서 글로 만드는 훈련을 많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편집이나 전개에 있어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한 글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읽히게 할 수 있는 밀도와 마지막의 반전 내지는 충격이 필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밀도는 낮고, 반전은 진부합니다. 중심이 될 아이디어도 식상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할지 너무 선명하게 드러나며 소설이라기보다는 설교 예화처럼 보였습니다.

가명님의 <이름>은 조금 진부하긴 하지만 중심 아이디어가 확실하고 처음과 끝이 뚜렷한 글이었습니다.

gordon님의 <드림스케이프(Dreamscape)>는 재미있었습니다만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리고 후반에 반전을 위한 초석으로 초반에 이론 설명을 하는데, 독자를 후반까지 끌고 가기 위한 흡입력을 키우기 위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뒷부분도 군더더기로 보이고요.

외계인-님의 < Robotta > 는 세 편의 선정작 후보 중 한 편이었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고, 결말도 좋았습니다.
다만 단편 소설로 보기에 조금 미흡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roland님의 <아늑한 빗줄기>는 집안의 기이한 모습 등이, 이를테면 팀 버튼처럼 더 기괴했더라면, 그리고 엔딩이 더 재치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 말로 쉽게 해결하려 한 걸로 보입니다.

귀우혁님의 <물을 찾아서> 도 선정작 후보글이었습니다.
끝이 흐지부지 명확하지 않고 독자가 너무 많은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하나의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는 점, 내용과 분량의 균형 등에서 이 달에 올라온 글 중 가장 잘 쓰여진 글이었습니다.
다만 진부했습니다.
실제로 주인공이 보이는 미덕이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곧은 신념과 진취적인 기상으로 안 보이고 의무와 부족의 굴레에 묶인 듯한 인상을 줍니다.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유혹과 환난 또한, 한 편으로는 진부하고  한편으로는 대응하는 뜻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글쓰기 훈련은 상당히 되어 있지만 어떤 진실성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말할 게 있다고 글을 잘 쓰는 건 아니지만, 주제의 초라함을  감추기 위해 화려한 포장지가 쓰이기도 합니다.
주제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라는 의미가 아니라, 정말 어떤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하는지 더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천사와 아귀餓鬼>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대립도 캐릭터도 너무 뻔했습니다. 못 가진 자들의, 가진 자들이 다 뺏어 가서 그렇다 류의 책임전가 설로 보이기도 합니다.

푸른깃님의 <급습 감사는 신속하게> 역시 선정작 후보글이었습니다.
과정이 재미있었더니만큼 결말이 허무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스토리 라인은 감사관이 감사를 하는 이유는 자기가 구린 데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인데,
그걸 위해 '가드'라든가 '규칙'이라든가 등등 과도하게 많은 장치와 인물을 동원해서
과정의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줄기를 흐렸습니다.
글쓰기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인물들이 뚜렷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최소 몇 가지 에피소드를 지나거나 아주 충격적인 사건을 보여 주거나 해서 인상을 박는 법인데
이 단편에서는 그러지 못했고, 그게 힘들 만큼 많이 나왔습니다.
좀 더 고난이도의 기술을 구사해 글에 나온 모든 인물과 사건이 결말에 모일 수 있다면, 별 관련없이 보이던 것들이 보이지 않는 끈이 있어서 사실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결말이 나올 수 있다면, 나무랄 데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의 나열처럼 보여 자칫 지루함을 줄 수도 있습니다.

에피소드들에 대해서는 두 가지 형태의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나는 에피소드를 줄이는 건데요.
다들 규칙을 하나씩 어기거나 규칙을 어기는 걸 교묘히 피해갑니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한 에피소드로도 충분했으리라 보입니다.
큰 에피소드로 대표해서 보여주거나 압축해서 보여주는 거죠. 그 외 다른 에피소드는 생략하거나 간단하게 넘어가고요. 에피소드들의 분량을 조절하는 겁니다.

혹은 에피소드들이 더 길어졌어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더 재미있게 과정을 꾸며나가는 형태가 되겠지요.

에피소드들 간의 연결도 좀 더 재밌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감상칼자님의 <고양이의 눈>은 일기나 수필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문학과 글쓰기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글을 쓰기 위해 누구나 직, 간접 경험을 이용하지만,
그 경험을 어떻게 글 속에 녹이느냐에 따라서 좋은 소설이 되느냐, 배설물로 보이느냐의 차이가 생깁니다.
나이대에 따라 (특히 10대 때에는) 그 나이대에만 가능한, 몇 년 지나서 보면 별 거 아닌 걸로 보일 지라도, 그 자체로 세상의 모든 무게가 되는 고민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도 공감할 수 있게 쓰느냐, 자기 화풀이에 불과하게 되느냐는
결국 성찰과 글쓰는 기술의 문제입니다.

“한 순간의 일탈을 꿈꾸며 현실의 파도앞에 묻혀버린 시체 같은 너보다는 우리가 훨씬 똑똑하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이 표현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문장을 글 내용이 받쳐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까뮈는 더워서 사람을 죽인 이야기를 써도 문학이 되었습니다. 그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건필하세요. :)


댓글 2
  • No Profile
    '더워서 사람을 죽인 이야기'라...;; 궁금해요. 정확한 제목좀~
  • No Profile
    jxk160 05.10.01 20:32 댓글 수정 삭제
    윽, 그러고보니 저것(까뮈 얘기) 엄청난 스포일러잖아요! T.T 너무해!! (<-- 개그입니다, 물론; 웅 하지만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께는 정말 아깝기는 하네요 T.T)
    미소짓는독사님/ '이방인'이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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