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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지상 님의 {녹슨 나무}는 관념적인 글이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청자도 화자도 작가의 분신이라서 혼자 하는 말처럼 보입니다.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파고드는 것은 좋지만,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작위적이고 설명적인 부분이 많이 눈에 띄어서 결과적으로 감동적이거나 아름답기 힘든 작품이 되었습니다.

 {균사체}는 등장인물만 알 힌트를 사용해 이야기를 끌고 갔기 때문에 사건이 밝혀지는 과정이 억지스러워 사건이 조금씩 밝혀지고 해결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핵심은 말로 해버렸습니다.
 주인공 시점과 다른 사람 시점이 왔다 갔다 하는데 산만했습니다. 만화나 영화에서라면 누군지 모습을 감춘 상태에서 대사만 등장시켜 다른 인물이 있다거나 숨겨진 다른 사건의 고리가 있다는 등의 암시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런 기법 등이 점점 소설에도 많이 차용되는데, 오직 글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소설에서는 대사만 서술하는 것만이 아닌, 소설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표현해야지, 대사로만 나열할 경우 글이 비어 보입니다. 글을 쓴 이는 분명 그 대사를 적으면서 상상한 장면이 있을 겁니다. 독자가 적어도 비슷한 그림을 연상시키게 할 수 있는 서술방식을 고민해주시기 바랍니다.
 엉덩이에 사람 얼굴이 있었다거나 하는 설정이 나름 재밌고 유머스러울 수도 있고, B급 영화를 보는 듯한 매력을 느낄 수도 있지만, 글 자체가 허술해져 분위기가 살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만들 때에는 독자가 흥미를 느끼고 어느 정도 착각을 하거나 추리를 할 수 있을 만큼 정보를 내보내면서도, 긴박감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좋을지를 생각하시며 전개 속도 및 장면 구성을 연구해보시기 바랍니다.
 글에서 써야 할 것과 쓰고 싶은 것은 확실하신 것 같으니 그것을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는 독자들이 읽었을 때도 이해할 수 있고 재미있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를 더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clancypark님의 {난 그때 그 결혼식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재미있었습니다. 소재가 아주 참신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술술 읽혔는데 결말이 허무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잘못을 은폐하다가 나중에 된통 당하는 형식은 등장인물이 잘못한 것,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에이 설마 하고 넘겼던 것에서 파국이 와야 독자의 납득과 쾌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꼬리를 잡히게 되는 계기가 이 사람이 분명히 보내지 않았던 메일이라는 설명 안 되는 수단을 통해 응징을 당해서 납득이 되지도 않고 카타르시스도 줄어들었습니다.

 {메모리}는 역시 결말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글이었으나 과정을 실감나게 잘 그렸습니다. 마지막 악마의 장난이라거나 악마의 미소라는 말이 너무 진부해 작품의 맛을 떨어뜨린 감이 있습니다. 어쩌다 그렇게 시간이 뒤틀렸는지가 확실히 나오지 않는데, 그럼에도 장르물이기 때문에 용인되는 면은 있습니다. 하지만 악마의 장난이라며 끝내는 결말은 ‘기계신’ 적인 면이 있어서 무책임한 결말이 되기도 합니다. 악마의 장난인가보다 라고 자괴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악마의 미소가 보이는 건 다릅니다.
 결말을 쉽게 짐작했음에도 남자주인공의 심정, 심리변화를 잘 그려서 설득력 있고 재미있었습니다. 꼭 새롭고 신선하고 놀라운 반전이 있어야만 이야기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독자들이 쉽게 결말을 짐작해버렸기에, 그녀가 사실은 무고하지 않았다면 이야기에 의외성을 부여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건필하세요.



 스아 님의 {꿈꾸는 로봇}은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중심 이야기의 갈피를 잡기 어려웠습니다. ‘생물로서 인간은 퇴화를 하고 있다, 인간을 닮아가는 로봇도 진화가 아니라 퇴보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질문이 나오게 된 배경도 무엇도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확고하게 정리를 하고,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세상}은 굉장히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통해 역설적으로 그 모습이 가지는 부정적인 면을 그린 작품입니다. 그런 방식이나 시도 자체는 좋았으나 중심 아이디어가 너무 많은 작품에서 다뤄진 식상하고 진부한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모든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써서 비판 지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습니다.
 약만 있으면 행복해 진다는 착각을 비판하는 걸로 보이기엔, 이 삶의 모습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약을 먹는 게 강제가 아니었으니까요. 사람들이 너무 편하게 약을 가지고 쉬운 삶으로 빠져들려고 하는 걸 비판한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쉽게 살고자 하는 것을 과연 꼭 나쁘다고 말할 만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언론에 조정당하는 것으로 보기에도,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쉽게 휩쓸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비판하고 싶은 건지 먼저 정하고 어떻게 비판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라퓨탄 님의 {Jazz-bar 귀연(歸緣)}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굉장히 잘 잡았고, 양자역학적인 설정을 카페에다 넣어서 이별 이야기를 만들어낸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이 카페가 찾기 어려운 곳에 있다고는 하나, 지금까지 이 카페를 찾은 사람들 중, 이 카페 안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사람들이 설마 이제까지 아무도 없었을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만나고자 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휴대폰 등으로 전화를 걸어서 상대방을 찾은 예가 지금까지 없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데, 없었어야 이 이야기의 흐름에 맞을 것처럼 보여 그 점에서 설정상 허점을 쉽게 들킵니다.
 전제 자체가 납득이 안 가니까 이야기가 통째로 모래성 위에 선 것처럼 불안해 졌습니다.



 김경훈 님의 {용사 플리터}는 라스트 보스를 잡는 게임의 한 장면처럼 보였습니다. 무엇을 왜 하러 가는지에 대한 앞뒤 설명 없이 바로 전투하는 장면을 그려,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하기 어려웠습니다.
 글 내에서 무게중심을 둔 가치가 어느 쪽인지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 글 전체가 주제를 나타내고 있다면, 이 글에 나온 내용만으로는 안 되고, 주제를 뒷받침할 만한, 또는 이런 주제라고 독자를 납득시킬 만한 배경과 캐릭터 묘사가 들어갔어야 합니다.



 Peter님의 {폐허속의 그들}은 죽는 방법 등은 재미있게 잘 그렸지만 무책임한 글이었습니다. 아무리 환상/호러 소설이라 할 지라도 최소한의 인과관계를 독자가 짐작은 할 수 있도록 왜, 누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 글의 중심소재는 '병사들의 의문의 죽음'입니다. 병사들이 왜 거기에 갔는가를 그리기 위해 앞이 길어졌는데 군더더기처럼 느껴지고, 왜 거기로 갔는가 말고도 많은 것이 더 나왔어야 하는데 그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의문을 풀 만한 실마리나, 진실에 근접한 무언가도 보여주지 않고 '미상'으로 끝내는 건 무책임한 글입니다. 완결을 지어주세요.



 신사적 님의 {굿바이}는 독자는 알지만 등장인물은 모르게 '혼자가 될 때마다 괴물이 나타난다'는 것을 이야기로 잘 만들었습니다.
 친구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기적으로 굴기도 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잘 잡았고, 각 인물들도 개성 있게 잘 그렸습니다. 결말까지도 큰 무리 없었는데 괴물의 이름이 ‘굿바이’라는 게 분위기를 많이 감소시켰습니다. 동굴 입구에 있던 이름이라 작품 내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공포/신비스럽게 나왔던 괴물에게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없어도 상관없었을 장치인 듯합니다.

 {입김}은 줄거리/내용부터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스스로에게 묻는 기본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글로 쓸 만한 소재인지, 장면만으로 가치가 있는 장면인지, 독자에게 의문과 함께 이야기와 정보를 주는지, 의문만 주는 건 아닌지 등등을 묻고 답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이피스 님의 {덴버 스르기탄!}은 아이디어 하나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글인데 너무 포장이 많아서 둘의 연관성을 알고 웃기까지 너무 여러 단계가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종류의 글은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간결함이 생명입니다.



 MWimp 님의 {내일}은 한 장면만을 그렸습니다. 감성적으로 서술하긴 했어도 한 장면만으로 소설이 되지는 않습니다. 쓰고 싶은 장면을 떠올렸다면, 그 장면이 빛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주세요.



 세이지 님의 {크리스마스 환상}은 지루했습니다. 데이븐이라는 캐릭터에 독자들이 끌릴만한 확실한 매력 포인트를 잡아주지도 못했고, 켈러와 데이븐이 대립하기는 하나 눈길을 끌만한 정도는 되지 못하고, 결말은 어렵지 않게 짐작 가능한 글이었습니다.
 예측이 가능하고 동화 같은 글은 작가적인 색채가 들어가지 않으면 너무 밋밋해져서 오히려 어렵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뵙습니다. 건필하세요.



 Mothman님의 {여왕 폐하 대작전}은 이 연작들의 설정 중 하나를 보여준 것 이상 단편으로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 긴 이야기를 통해 독자가 알 수 있는 건 주인공에겐 무언가 다른 임무가 있다는 거고, 이런 주인공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가 하나 있다는 것 뿐입니다. 인물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은 맛보기조차 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장편의 외전으로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완성시키지 못한 장편의 설정을 차용해 단편 혹은 옴니버스를 쓸 때 많은 이들이 하는 실수가 숨겨진 다른 이야기가 있으니까 여기서는 이만큼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언제나 지금 읽는 이 이야기 한 편에서 완성된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합니다. 그걸 잊어선 안 됩니다.

 {에레핀데의 부름}은 임무를 부여하고 글을 끝내 쓰다 만 글 처럼 보였습니다. 사건을 벌였으면 끝을 내야 하는 게 글의 기본입니다. 뭐가 뭔지 모를 상황을 독자에게 던지고 거기서 글을 끝내면 안 됩니다.

 {심하의 이방인}을 보며 글이 어느 정도 알아보기 쉬운 상태로 가다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 듯해 아쉬웠습니다. Mothman 님의 일련의 연작은 비슷한 이야기를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변주하고 있습니다. 이 일련의 연작들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시간과 역사를 바꿔보려고 아등바등하나 실패하고, 시간과 역사를 바꾸려는 자들과 막으려는 존재들이 있다는, 이를테면 설정을 보여줄 뿐입니다. 그런 존재들이 있다는 것 외에 이 이야기의 무엇에서 독자가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대체역사의 매력은 역사에 "만약…"을 넣어보는 건데, 실패하니 그 만약을 보는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는 바뀌어선 안 된다, 시간은 망가져선 안 된다는 작가의 명확한 주제의식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독자가 실패할까, 성공할까 아슬아슬하게 손에 땀을 쥐고 결말까지 달려가게 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결말이 나올 건지 도입부에서부터 거의 확실하게 드러나니까요.
 에피소드식으로 진행되어서 매번 같은 방식으로 나가는 미국 드라마 등도, 에피소드가 진행이 되어감에 따라서 패턴의 변화나, 그 패턴을 계속 이어왔던 주체의 변화가 쌓이게 마련인데, 그런 것도 없이 언제나 똑같은 패턴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독자가 계속 봐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 이 이야기가 존재해야 할 의미는 무엇인지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글의 목적을 잡아주세요.
 시간을 지켜야만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것인지, 역사의 한 장면이 바뀔 뻔한 순간을 그리는 게 재밌다고 생각해서 쓰는지, 역사를 바꾸려는 자들과 역사를 지키려는 자들 사이의 싸움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이 글들을 쓰는지, 이 연작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재미있고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어디인지, 그 부분을 강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비슷한 패턴이 이야기를 변주하는데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독자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어디고, 어느 지점이야 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때인 것 같습니다.
 글은 독자가 있기에 존재합니다.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다면 읽혀야 할 이유를 줘야 합니다.



 조약돌 님의 {혈액형 살인 사건}은 1인칭으로 진행되고, 주인공에 대해 아무런 사전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독자에게 최소한의 힌트도 주지 않았고, 따라서 공정한 승부가 아닙니다.
 많은 추리소설들이 마지막에 주인공/탐정이 사건을 설명하며 끝내는 형식을 취합니다. 그럼에도 그게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건 그 앞에 퍼즐을 줬거나, 최소한 퍼즐을 줬다고 독자를 속이는 장치는 넣기 때문입니다. 텀정은 마지막에 그 퍼즐을 제자리에 놔줄 뿐입니다. 하지만 지금 마지막 이 주인공의 독백은 갑자기 독자 앞에 퍼즐 조각을 우루루 풀어낸 후 맞춰줍니다. 정보를 어느 정도는 풀어놔주세요.

 {2007 피노키오 오디세이(2007: Pinocchio Odyssey)}는 피노키오의 코에서 착안해 풀어간 이야기로 재미있었습니다. 가볍고 재미있는 아이디어였고 아이디어를 잘 살렸습니다.



 쳉 님의 {눈꽃}은 깊은 슬픔을 간접적으로 묘사한 글이었습니다. 간접적으로 묘사하면서 깊은 슬픔을 담아내는 건 굉장히 힘듭니다. 도전을 해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지금은 감정의 표면에만 머물러 있는데 죽음과 헤어짐을 단지 아름답게만 보려고 했기 때문에 생긴 한계인 것 같습니다. 더 깊이 있는 감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너와 내가 걷고 있어}는 헤어진 연인에 대한 아픔을 그린 글입니다. {눈꽃}{너와 내가 걷고 있어} 두 글 다 확실히 어떤 것인지 아는 감정이 아닌, 동경하는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그려내어 묘사가 붕 뜨고 공감을 갖기 어렵습니다. 글을 시작할 때에는 분명히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混沌]Chaos님의 {선물 상자 속 아이}는 동화처럼 예쁘게 꾸미려는 장치들이 작위적이고 자연스럽지 못했습니다. 동화라는 게 꼭 예쁘고 환상적인 이야기만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성냥팔이 소녀}는 가난한 소녀의 비참함을 리얼하게 그렸지만 아름다운 동화가 되었듯이 슬픈 일, 괴로운 일, 행복한 일 모두를 있는 그대로 현실감이 느껴지게 해야 하는데 자연스럽지 못했던 점이 아쉽습니다. 동화든 판타지든 어떤 분야의 소설이든 생생한 사실감이 필요합니다. 동화를 표방하고 썼다면 서술이 군더더기나 비틀어진 부분이 없이 단순명쾌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문장도 좀 더 깔끔하게 다듬으면 좋겠습니다.



 유진 님의 {3차원 진화}는 갑작스럽게 좀비가 날뛰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그에 맞춰서 대응을 하고, 적도 점점 강해지는데 그 이상 의미가 보이지 않는 글이었습니다.
 삼대에 걸쳐서 나오는 이야기인데 회상법을 사용해서 글 안에서 바로 누구의 시점인지 들어오지 않아 헷갈리는 면이 있었습니다. 중심이 되는 적에 대한 아이디어는 뚜렷한데 나머지 것들 즉, 이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는 건지, 세상이 어떻게 된 건지, 좀비가 어떻게 나온 건지, 문명이 완전히 파괴된 건지, 다른 곳에도 생존자가 있는 건지 등등은 그려지지 않아서, 글을 쓴 이가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린 편의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읽을 땐 재미있게 읽었지만 다 읽고 나서는 결말도 결론도 모호했습니다. 적이 강해지는 방식에 대해서 아이디어가 좋으면 훌륭한 모험물이나 대결물을 만들 수 있지만, 그러려면 프로타고니스트가 확고한 특징을 가져야 합니다.



 이상훈 님의 {하이로드 레스토랑}은 밋밋했습니다. 인물은 수동적이고 대사는 상황설명적이었습니다. 또한 싸우는 모습에서 나타나는 문명 수준과 그런 정도 인공 전쟁터를 만들고 유지하고, 사람들에게 안 보이게 만들 수 있는 기술 수준 사이에 격차가 너무 심해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아무리 가상의 세계일 지라도 만들어진 설정일 지라도 그 세계 내에서는 모순없이 돌아가야 합니다.



 다복솔 님의 {Nothing}은 타인의 고통을 TV 화면으로 보며, 아무리 큰 일이라도 자기 일이 아니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무심해지는 모습을 꽁트로 잘 담았습니다. 너무 영상적인 연출이 아닌가 싶은 부분이 걸립니다. 조금 더 문학적으로 다듬어진 촌철살인이었으면 더 좋았을 듯합니다. 특히 “째깍.째깍.” 등은 만화 아니면 광고, 버라이어티의 연출입니다. 글에는 글에 어울리는 연출과 문장과 표현이 있습니다.



 큐라소 님의 {흰나비 관}은 시점 전환이 너무 혼란스럽고 일관적이지 않았습니다. 대사 부분에 대해 조언하자면 대사를 쓸 때에는 분명 머릿속에 어떤 식으로 대사를 나누고 있는지 그림을 그리며 쓸 것입니다. 독자에게 그 그림을 전달하려면 두 사람이 나누는 대사 이상으로 서술과 묘사가 필요합니다. 장면 전환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쓴 이가 상상한 모습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글이 아닙니다.
 이세와 이연이라는 주인공에게는 특이한 설정과 숨겨진 사연이 있어 보이지만 아무 정보도 주어지지 않았기에 이들이 이 이야기에서 묘사된 부분은 거의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들이 뭘 쫓아왔던 건지, '죽었다'라는 서술 외에 뭘 보고 결론을 내리고 행동을 취한 건지 이런 세세한 사실을 너무 준비 없이 독자 앞에 떨어뜨려 놨습니다. 연작일지라도 이 글을 처음 읽는 독자가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장면을 놓치지 않고 쫓아오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주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린이 님의 {하늘바다인어}는 병실에서 있을 법한 로맨스이기는 하나 병원이란 공간이 가지는 고통과 악다구니 같은 이미지가 전혀 없이 한없이 낭만적이고 가냘프고 투명하기만 해 주인공의 고통이나 그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가 진짜 마음속으로 와 닿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모부의 고백이나 주인공의 어려운 상황 등이 그려지지 않은 건 아니나, 로맨스와 아주 잘 어울리게 그렸다기 보다는 살짝 겉돌았습니다. 실제 고통이 생생하게 그려지지 않으면 그 고통 속에서 싹튼 사랑 역시 현실감을 갖기 어려워집니다. 사소한 것에서 이 이야기가 진짜 생생한 이야기처럼 오느냐, 단시 소설/이야기로 읽히고 마느냐가 갈립니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개인 정보를 쉽게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구절은 단지 엔딩을 위한 엔딩이 되었습니다. 작은 장면도 지나치지 않는 집중도가 필요합니다.
 짧지 않은 분량이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밀고 갔습니다.



 Mad Hatter님의 {사거리의 악마}는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너무 많이 던지고 끝낸 글이었습니다. 글로 표출하고 싶은 어두운 정서나 암울하고 답답한 심상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걸 인과관계가 있고, 인과관계가 맞아떨어지고, 기승전결이 있고, 납득이 가거나 여운을 줄 수 있는 결말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설의 아주 기본적인 부분이 엇나가 있습니다. 마음속에서 연결된다고 다 연결되는 게 아닙니다. 글이 글을 쓴 이와 상관없는 것이 되어서 아무 정보도 없고 아무런 공감할 근거도 가지지 않은 타인에게 보여진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조직해야 합니다.



 유지훈 님의 {십합일인사(十合一人死)}는 흔한 소재에 한자를 다르게 해석하는 것으로 변화를 준 글이었습니다. 하늘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어서 한두 가지 다른 것 가지고서도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다른 요소와, 흔한 요소 사이에 소재를 알아보는 눈도 필요합니다. 비중 차이나 등위 차이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글은 겉으로 보이는 '가훈'이 아니라 사실 '만두의 정체'가 중심소재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비중을 지닌 것에서 독창적이거나 개별성을 가져주었어야 합니다.  



 그와 그녀 님의 {기다림}은 글을 갓 쓰기 시작한 분이 많이 쓰게 되는 습작이었습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라고 합니다. 많이 읽으라는 말의 의미에는 자기가 생한 것을 다른 사람들도 얼마나 생각했는가를 알기 위함도 있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자기 안에서,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것은 다른 사람과 비슷해 보이는 껍데기를 쓰더라도 자기만의 작품으로 빛을 내기 마련이니 읽고 생각하면서 자기 안을 채우시기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시각이 따뜻해서 계속 쓰고 훈련을 거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건필하세요.



 새운 님의 {괴물}은 괴물에게 쫓겨서 와서 사내를 만나고, 다시 나가고, 다시 괴물을 마주치고 먹히고, 그리고 다시 시작합니다. 고유명사가 등장하지 않으며,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무한한 이야기를 암시하는 등, 관념적인 작품으로 보이는데, 그런 성격의 글에 기대할 수 있는 철학적인 주제나 이야기의 깊이가 없었고, 또는 뚜렷하게 나타내주지 못했습니다. 또한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묘사부, 특히 초반부가 너무나 길어, 관념적이기 때문에 원래도 높은 진입장벽을 더욱 높여놓아, 글에 쉽게 빠져들기가 힘들었습니다.
 미하엘 엔데의 <보름달의 전설>이나 <자유의 감옥>이라는 단편집을 한 번 보시기 권합니다. 굉장히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글들임에도 이야기 자체는 쉽습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게 정말로 깊은 통찰과 깨달음이 없이는 어렵고 어쩌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경지 중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글을 쓰는 이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백히 안다면 글 자체는 어려워질 이유가 없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다루는 것이 어려운 것과, 이야기 자체가 어려운 건 다르니까요.
 어쩌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관념과 추상으로 말하지 않고, 현실의 옷을 입히고 쉬운 말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소설의 장점 혹은 본질적인 강점일 지도 모릅니다.



 푸른깃 님의 {사랑꽃 이야기}는 순수한 로맨스를 그리고자 한 이야기였습니다. 굉장히 공을 들여 열심히 쓴 글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요.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보여 말씀드립니다.
 초반부터 독자는 하커가 꽃집 아가씨를 짝사랑한다는 것과 둘이 결국 맺어질 것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결말이 예측되는 글이라면 과정에서 재미를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같이 여행을 가고 마녀를 만나고 그런 사건들에서 하커와 꽃집 아가씨 사이의 감정에 진전이 있거나 진전이 보일만한 장면이나 진전이 있을 만한 암시나 무언가 감정이 더 뻗어나가는 그런 모습 대신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와 직접적으로는 별 상관없는 마녀의 이야기가 길게 나옵니다. 마녀는 다른 사랑의 방식을 하나 보여줄 뿐입니다.  본론은 이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라면 두 사람의 감정이나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 자체에 글의 초점이 맞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녀의 깨달음과 두 사람이 맺어지는 이야기가 유기적이지 못했습니다. 마녀의 이야기 등이 이 아가씨나 하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그게 두 사람이 맺어지는데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결국은 중간에 어느 때든 하커가 화분을 한 번만 만져봤으면 가능했을 방식으로 두 사람이 맺어졌습니다. 로맨스는 과정이 재미인데 그 재미를 제대로 못 잡았습니다.
두 남녀는 설정상 20대로 보이는데 하는 행동은 20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은 20대에도, 30대가 되어도, 40대를 넘은 다음에도 마치 소년, 소녀와 같은 순수함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대와 20대, 30대, 40대는 그 순수함이 표출되는 방식이 다를 것입니다.
 글의 기본은 잘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잘 알고 잘 그릴 수 있는 나이대의 인물로부터 글을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DOSKHARAAS님의 {학원가에 바람이 불 때}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인과관계에 맞춰 짜맞추고자 노력한 글이었습니다. 사건들이 산만하고 해결과정에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던 건 아니나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독자에게 공정한 글은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패싸움 전에 단서를 잡아서는 독자에겐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추리물을 표방하려면 단서를 어디까지 보여주고 어디까지 감추고 어떤 식으로 보여주고 어떤 식으로 감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편지를 편지함에 감추는 것처럼 보여주면서도 감추는 방법도 있습니다.
 독자에게 모든 정보를 다 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정보를 주지 않아도 안 됩니다. 무엇보다 정보를 감췄다는 걸 들키면 안 됩니다. 때문에 추리물은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장르이나, 재미있는 장치들을 넣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 글이었습니다. 건필하세요.



 한켈 님의 {모기 28호}는 모기를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건데 과정이 그다지 재치 있지도 않았고, 손으로 잡는 것 외에 쉽게 모기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기 때문에 주인공의 고뇌에 독자가 동참하기도 어려웠습니다.
 28호라는 숫자가 연상시키는 작품에 대한 재치 있는 패러디나 오마쥬가 있을까 했지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걸 소재로 잡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재치있게 그리지 못해 결과적으로 밋밋한 글이 되었습니다.



 장지언 님의 {알바 천사}는 할 수 있는 한에서 이야기를 일관되게 끝까지 밀고 나갔습니다. 너무 정석대로 진행한 느낌이 들어 아쉽긴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축복할 만하다, 축복할 가치가 없다는 걸 너무 지엽적인 걸로 판단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몇 가지 행동, 몇 가지 말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을까요?
 또한 천사가 축복한 사람들이 그렇게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자라지는 않았는데 한 사람이 올바른 인간으로 자라지 못한 것이 다 그 개인만의 잘못일까요?
 그런 선과 악, 인간의 이중성과 양면성 등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건필하세요.



 에클레시아 님의 {마음 그리고 심장}은 몇몇 묘사가 열정적이고 심금을 울리고 단호하고 감정적인 데 비해 그 묘사를 뒷받침할 만한 상황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감정은 특히 아주 세밀한 감정일수록 아주 정밀한 실제 일어난 사건을 통해 그려야 설득력을 갖습니다. 감정은 설명하려고 들면 들수록 추상적이고 관념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실제 사건을 통해 보여줄 수록 더 깊이 있게 와 닿습니다.



 누혜 님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상황의 변화, 심정의 변화를 그리면서도 뱀파이어물의 패턴을 잘 꿰는 능청맞은 능수능란함이 인상적인 글이었습니다. 1인칭 편지투임에도 화자가 변해가는 것, 상황이 일그러져 가는 것, 마지막 결말까지 잘 그렸습니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말이나 표현 등도 현장감 있게 잘 그렸고 당시 시대상도 잘 보입니다.
 굳이 옥의 티를 잡자면 제목이 결말 혹은 배신을 미리 보여주는 감이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제목도 모던보이처럼 그 시대에 어울리는 단어나 표현으로 제목을 잡았다면 화룡점정일 것 같습니다.
 68호 독자우수 단편 우수작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ltpimento @ paran.com 으로 우편물 수령하실 주소, 성함, 전화번호(택배 발송시 필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건필하세요.



 김몽 님의 {차이니즈 와이너리}는 가짜에 가짜에 가짜가 판치는 것에서부터 마침내 화자마저 진짜인지 의심하기까지에 이르는 과정을 재미있게 잘 그렸습니다. 작은 가짜에서부터 점점 일이 커지는 과정도 무리 없이 잘 그렸고, 복선도 적절히 넣었고, 적절하게 일을 파국으로 몰고 가고, 결말도 잘 지었습니다. 시의성이 있는 소재이기도 했는데, 환상문학답게 잘 소화했습니다.
 68호 독자우수 단편 가작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ltpimento @ paran.com 으로 우편물 수령하실 주소, 성함, 전화번호(택배 발송시 필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건필하세요.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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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퓨탄 09.02.05 03:04 댓글 수정 삭제
    평 감사합니다. _(__)_
    이번 글을 쓴 의도중에 하나가 몽환적인 글을 좀 써보려는 것이었는데, 그건 잘 됐나보네요.. ^^;; 흐음. 현재형으로 쓴 게 옳은(?) 선택이었던 듯.. 싶네요.. ^^;;;
    지적해주신 부분은.. 저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기다리는 사람의 대화가 중심인 글의 진행상 굳이 그것까지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빼버렸는데.. 흐음... 여튼... 그 부분을 다시 간단히 설명(?) 언급하는 쪽으로 수정을 해봐야겠네요.. ^^;
    여튼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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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복솔 09.02.05 06:23 댓글 수정 삭제
    흐음.. 도리어 고친 부분들이 문제를 일으켰군요;; (말줄임표를 째깍째깍으로 바꾼것은 이번 글을 올리면서 한 시도였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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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몽 09.02.05 09:44 댓글 수정 삭제
    선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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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 09.02.05 12:44 댓글 수정 삭제
    심사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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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지 09.02.05 18:58 댓글 수정 삭제
    헉 그동안 잠시 못 왔었는데 기억하고 계시는군요!(o_o)감사합니다. 심사평을 보면서 배우는 점이 정말 많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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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아 09.02.06 02:07 댓글 수정 삭제
    평. 감사합니다. 어디가 부족한지 확실하게 집어주시네요^^ 올린 글들이 부끄러워집니다. 다음번에는 좀더 나아진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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