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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거울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혹한과 폭설, 연초와 명절을 지내며 정신없이 지나간 한 달이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2016년 12월 16일부터 2017년 1월 15일까지 독자단편란에 올라온 작품을 대상으로, 1분기 첫 번째 후보작을 선정합니다.

이번에는 계절 분위기와 정치적 시의성을 살린 작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크리스마스 그리고 좀비」 「메리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어느 역사학자의 일기」는 대통령 탄핵과 국정 농단 사건을 빼곡히 비추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그리고 좀비(이도)」는 산타와 좀비를 연결시킨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이나경)」는 처음엔 택시 안 기사와 손님, 라디오라는 연결이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너무 느슨한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미스터리 판타지라고 해도 좋을 법한 라디오 사연에 더해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만 기적이라고 할 법한 택시 기사와 손님의 사연으로 맺는 결말은 마치 현대판 오 헨리 단편을 보듯 재미있고 여운이 있었습니다.

어느 역사학자의 일기(김상우)」는 현실을 살짝 비틀어 섬세하게 채워 넣은 타임패러독스물입니다. 다만 이 장르물의 독자라면 타임 패러독스라는 것을 중간 이전에 이미 알아볼 법한데 그 이상의 반전은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현실 묘사에 들인 공만큼 사건 전개와 아이템 전개에 더욱 공을 들이면 좋겠네요.

팔과 다리는 장식이죠(캣닙)」는 인공지능과 인공생물에 대한 예상과 학설을 총망라하며 미래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만, 그 장면이 현재의 복제에 가깝고, 인공생물로 인하여 어떤 갈등이나 드라마가 발생하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큰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서 이러한 고찰이 흡수되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바람의 푸가(하밀원)」는 두 사람의 시점을 오가며 마치 불교의 연기설을 바람이라는 한 가지 소재와 엮어 응축하려고 한 작품입니다. 다만 작품을 쓰신 이의 연배나 출신을 모르겠지만 전개의 기법, 소재와 배경과 인물의 설정 모두 동시간대라고 보기도 어렵고 장르물이라고 하기도 어려워, 천착하려고 한 주제에 공감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후보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은 「메리 크리스마스」이나 이 작품의 작가인 이나경 님은 거울 필진으로 합류하셨기에, 부득이하게 163호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은 없습니다. 좋은 작품이니 일독을 권합니다.

언제나 건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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