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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님은 독특하면서도 좋은 의미에서 황당한 느낌을 주는 엽편들을 올려주셨습니다.

“스토커”가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엽편으로 딱히 나무랄 데가 없었습니다.

“나무늘보”도 재밌었습니다만 너무 작았습니다. 별 사건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연구대상”은 심심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진귀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해야 사람원숭이가 나왔을 때 뭔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독자를 놀라게 하기 위한 장치가 부족했습니다.

“냉장고”는 아이디어 자체가 진부했습니다. 역시 사건이 없다보니 포커스가 흐릿했고요. 일상의 한 단면을 잡아서 엽기적으로 써보려 한 글인데 부족했습니다.

“사립탐정”은 밋밋하고 의미도 없었습니다. 엽편에서 보인 황당한 재치도 보이지 않았고요.


이중인님은 고딕 호러의 연장선으로 보이는 단편들을 올려주셨습니다.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딕 호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많이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이중인님의 글에서 고딕 호러의 연장선상에서 오는 점을 빼면 글 자체에서 매력을 느끼기는 힘들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Nobody”는 재미있었습니다만 위에 쓴 총평과 더불어 고딕 호러 적인 면을 제외한, 글을 쓴 사람의 색채가 느껴지질 않았습니다. 매끈하게 잘 다듬은 글이지만 무미건조하기도 합니다. 문장이 전반적으로 번역체인 것도 걸리고요.

“미필적 고의”는 재밌었는데 결말이 약했습니다. 소재가 진부했기 때문에 색깔을 부여할 수 있는 특이점이 하나 있어야 했는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반부와 후반부에 나온 허밍에 대해 해석은 가능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습니다.

“독서시간”은 다른 글에 비해 글을 쓴 이의 색채가 많이 드러나는 글이었고 그래서 더 진행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닫아버린 결말이 아쉬웠습니다. 장편으로도 쓸 수 있는 설정이었으나 단편으로 응축할 수도 있을 만한 규모였는데 엽편보다 약간 나은 면모만 보여주고 끝났습니다.


roland 님의 “인어의 노래”는 재밌고 흡입력이 있었습니다만 감정을 위한 감정,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였습니다. 구조는 갖춰져 있으되 살아있는 이야기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기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인간성에 대한 통찰이 부족했습니다. 인간의 최우선 욕구는 무엇일까요? 저는 생존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 네 인물이 구조를 받으려고 온갖 노력을 해봤으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구조에 대한 희망을 모두 버린 채 이 섬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한 여자를 두고 투쟁을 했다면 좀 더 설득력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동기가 설득력이 부족했기에 글 전체의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외딴 섬에 떨어진 인간의 상황에 대해서 피상적이고 작위적이고 사치스럽기 그지없는 감정 다툼으로만 한정시켜버렸습니다.
인물들이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라 만들어진 종이 인형처럼 보였는데 잘 모르는 인물, 그 나이대의 인간에 대한 이해를 포함해서 심리 상태를 전반적으로 그럴 거라는 추측으로 썼기 때문에 그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소짓는독사님의 “작은 문학도의 이야기-편입생”은 전작들보다 산만함이 많이 줄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편견에서 오는 시각의 전복을 꾀한 글이었는데요. 하프엘프라는 것을 독자가 의심할 만한 장치가 부족했고, 하프엘프가 받는 편견에 대해 독자가 공감할 만한 사건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반전에 별 감흥이 오지 않았습니다.
엘렌이 이리를 좋아했다는 것이 밝혀진 후 너무 호들갑을 떤 느낌도 있습니다. 하프엘프를 입양한 행복한 우란 가족을 과하게 보여줘 역효과가 났습니다.
정리하자면 ‘전복’이 포인트라고 할 때 편견 자체의 형성 실패로 인해서 포인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포인트가 확 드러나는 지점에서 글을 끊지 못함으로써 포인트를 스스로 흐지부지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따뜻한 글이라는 점을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교적으로 뛰어난 글은 많지만 진짜 사람 냄새가 나는 글은 많지 않습니다. 미소짓는독사님의 글에서는 진실성이 느껴집니다. 건필하세요. :)


댓글 4
  • No Profile
    개인적으로 '이게 뭡니까 옛날로 돌아간 듯한 글이잖아요'라는 평가를 기대(?)하고있었는데...좋은 평가 감사드립니다(__)넙죽~

    ps우란 가족은 마지막에 느닷없이 튀어나와서 너무 덜 보여준 거 아닌가...하고 걱정했는데 거꾸로였군요;;
  • No Profile
    뱀발좀 붙이자면 하고싶은 말은 대충 해서 후딱 사형선고 내려버린 아쉬운 글이었습니다(물론 제 한계때문입니다. 적절한 단어가 안 떠오르더군요OTL). 제 단편 중 안 그런게 어디있겠냐마는, 나중에 꼭 개작하고 싶은 글입니다.
  • No Profile
    배명훈 06.07.29 09:03 댓글 수정 삭제
    옛날로 쉽게 돌아가지는 않을 거예요. 매너리즘에 빠져서 자기가 만든 걸 자기가 울궈먹는 단계까지 가기 전에는.. 그래서 말인데요, 개인적으로 개작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다음 글을 하나 더 써 내는 걸 권합니다.
  • No Profile
    뭐 말만 그래놓고 여태껏 개작한 건 하나도 없으니까요:) 후에 만약 제 단편집을 낼 때가 오면(올까?)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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