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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에 올라온 글에서 눈에 띄는 점은 문장 수준은 평균 이상이나 글을 쓰는 이가 글을 읽는 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글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글을 쓰는 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혹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는 이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좀 더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rav. 님의 “통증”은 처음에 [대화] 라든가 [답] 이라는 식으로 몇 단어에 강점이 보여서 소통에 관한 이야기거나 이 주인공이 자폐아인 건 아닌가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주위 상황이 너무 세밀하거나 너무 뭉뚱그려져 있었습니다.
몸의 통증과 가슴의 고통이 연결되는 심상은 좀 진부해습니다.
화자가 채 열 살이 안되었다고 나온 것에 비해 말투나 서술이 계속 20대를 유지하는 점도 걸렸습니다.
심리적인 문제에 천착하기엔 등장인물이라든가 겉 배경 인물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만 명확했더라도 훨씬 좋은 글이 되었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rubycrow님의 “햄릿”은 원작 햄릿을 다른 각도에서 읽어 새로운 햄릿의 진실을 보여주려고 한 글입니다. 다만 너무 많은 걸 햄릿의 마지막 장면에 말로 다 설명했습니다.
호레이쇼가 끌려 가면서 하는 말이 이 작품의 의의라는 건 알겠는데 그 한 장면이 있기까지 햄릿이란 걸 글을 쓰는 이가 온전히 재구성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몇 가지 말장난 같은 대화를 줄이고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서술을 해 주거나 하는 식으로 또 하나의 햄릿 이야기를 만들어 냈어야 한다고 보입니다.
글을 쓴 이가 쓰고 싶었던 부분만 쓰고, 나머지는 다들 햄릿 이야기 알잖아, 하며 대충 넘어가버린 느낌인데요. 한 단어를 바꾸기 위해서도 때로는 전체 글을 다 손봐야 할 때가 있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결말을 위해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무거운 죄, 무시무시한 죄에 허덕이는 사람을 그리고 싶었던 걸로 보입니다만...
사건이 그렇게 휘리릭 넘어가서야 아무 것도 와닿지 않습니다.
주제를 감당할 만큼 본문이 있어야 합니다.

“도시의 용”은 “햄릿”과 같으면서도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설정을 글 안에서 다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물의 고민이 와 닿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말입니다만 너무 많은 설정을 글 안에 우겨 넣느라 인물에 생명을 불어넣지 못해서 고민이 와 닿지 않았습니다.
이 글의 경우 주제가 상당히 자조적이고 계몽적인 편입니다.
그런 주제를 잘 전달하려면 상당히 섬세한 필력 내지는 독특한 소재가 필요한데 어느 쪽도 부족했습니다.

amusa님의 “옛 하늘”은 초반 전쟁과 사람 묘사는 좋습니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묘사만 든 글을 본 느낌입니다.
하늘을 훔쳤다거나 능림과 자화국의 전쟁이라거나 알아야 할 배경이 많은데 아무 배려 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장편의 외전이 아니라면 독립된 단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불꽃놀이”는 엽편치고는 사족 혹은 미사여구가 많았습니다.
일단 엽편의 경우 반전이나 산뜻한 맛으로 읽는 것이기에 주제를 공들여서 '보여 주는' 다른 문학 방식하고는 조금 달라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나친 멋을 부린 건 아닌가 싶습니다. 특별한 반전을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미소짓는독사님의 “작은 문학도의 이야기-철듦”은 주제를 너무 쉽게 다뤘습니다.
철이 든다는 건 거의 모든 문학의 주제이리만큼 심오한 주제입니다.
고민하는 청소년의 그 고민도 그다지 많이 보여 주지 않아 설득력이 없고
그 어려운 청소년 달래기를 단 몇 줄의 말로 달래 놨다고 생각하기에도 그 말도 설득력이 그다지 없습니다.
젊은이는 언제나 다루기 어렵고, 철이 든다는 건 만만한 주제가 아닙니다. 좀 더 고민해주셨으면 합니다.

다담님의 “괴물의 꿈”은  입장 바꾸기 글로 보입니다.
좀 더 배경 설정을 알 수 있게 썼더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괴물 입장에서 모험자 파티와 자기를 만든 신에 대한 원망을 토로했다...는 것 외에는 알아보기가 힘든 면이 있습니다.
괴물의 입장에서 썼으면 결말에도 괴물 이야기가 나와야지, 끝에 그 역사책 같은 삽입구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아나마나님의 “그림자가 하얘진 이야기”는 그림자의 존재와 해결법 등 아이디어가 재밌었습니다. 다만 그 아이다이를 재미있게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서론 들어가기까지도 길고, 그림자와 여자애의 대화도 좀 더 톡톡 튀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현실에 실재 존재하는 걸 환상적으로 비틀었기 때문에, 좀 더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진행해나갔더라면 더 재밌는 글이 되었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꼬마양님의 “거울 너머로”는 여러 모로 많이 아까운 글이었습니다.
초반에서 중반까지 어린 시절 이야기는 생생하게 살아있었고 문장도 좋았으며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변해 버린 오빠의 모습에 독창성이 부족했습니다.
제목이 '거울 너머로'라고 되어 있는 것에 비해서 거울에 대한 오빠의 집착의 원인이나, 자기가 진짜로 오빠가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유 등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차라리 오빠를 제목 전면에 부각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스티븐 킹의 [사다리의 마지막 단]이라는 단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선정작이 나오지 못해 아쉽습니다. 다음 달 많은 분들의 건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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