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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이달의 후보작을 선정합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19년 3월 1일부터 2019년 3월 31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여 후보작을 추천하였으며,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으로는 후안 님의 「트리거」를 선정했습니다.

· yohjison / 백일몽 (1~20)

꿈의 묘사라는 방편을 빌려 파편적이고 정서적인 틀로 서사를 이어가는 작품입니다.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을 좀 더 정직하게 정면에서 써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노말시티 / 네 이름을 말하라

마녀사냥 이야기입니다. 마녀로 몰아 한 여자를 태운 남자는 집으로 돌아가 자신이 태운 그 여자를 만납니다. 의심이나 불안이나 다른 어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더 강조하거나 아니면 장편의 도입부여야 어울릴듯 합니다. 현재로서는 분량 배분상 운수좋은 날의 서두같은 초반부를 지나 중반부의 불안과 아이러니한 서사 없이 곧바로 끝장면이 와 버리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초반의 불안하고 불온한 분위기를 살려서 더 이야기를 전개해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후안 / 치킨게임

슈퍼 닭과 외계인. 우주선 사고. 흥미로운 소재로 구성된 단편입니다. 환상특급 류의 이미지인데 성식과 닭의 두뇌 겨루기가 좀 더 아슬아슬하면 좋겠습니다. 성식이 닭의 제안을 거부하는 이유가 단순한데, 물론 납득할 만한 이유지만 그 부분도 더 잘 드러났다면 어땠을까 해요. 매우 이성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성식이 결국 감정적 이유로 제안을 거부하는데 그런 대비가 너무 약하게 드러난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외계인들도 오징어형이었는데 그들과는 교류를 하면서 닭은 무조건 거부하는게 자연스럽지가 않은 듯 하거든요. 아예 그러한 편견의 공고함에 더욱 집중하거나 독자를 포함한 모두의 편견을 이용하거나 혹은 두뇌게임에 집중하다가 딱 하나의 편견과 고집 때문에 무너졌다면, 더 이야기가 강조되지 않았을까요?

· 윤상민 / 그렇게나 큰 여자

갑자기 몸이 점점 자라기 시작합니다. 이변을 느낀 여자는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잊히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낸 삶이 자신을 떠나고 자신은 몸이 그렇게나 커져 버린 여자가 세상을 떠돈다는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만 몸이 커진 것이 끼치거나 불러오는 상황이 의외로 별로 풀리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몸이 커진것과 잊히는 것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거나, 아니면 잊힌 것 만큼이나 몸이 커진 것이 그녀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감정을 불러왔는지 보였다면 더 풍부한 이야기가 되었을 듯 합니다.

· 바젤 / 상인의 딸나홀로

두 이야기 모두 짧은 극시(?) 느낌의 단편입니다. 사운드호라이즌의 극시나 아니면 보컬로이드로 한창 유행했던 시리즈들처럼 서정적인 이미지나 음악적 요소를 더 가미해서 완성도를 높여 보시면 어떨까요. 아니면 길이감을 지금대로 두더라도 이야기들을 한 세계관 안에 넣는 등 시도를 다양하게 해 보셨으면 합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글을 기반으로 한 의견이므로 유튜브를 통한 복합예술에 초점이 있으시다면 그에 걸맞은 다른 평가처를 거치시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 김성호/ 시간을 접으며

지나갔지만 고여있는, 접힌 책끝부분같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해하의 전투보다 한국전쟁이 가깝듯 우주선 사고나 세계멸망보다 몇 해 전의 사고는 우리에게 너무나 가까운 일이라 거리를 두기도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어지간한 묘사나 설명으로는 살갗에 닿는 듯한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가깝고,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소재를 선택한 만큼, 그저 교통사고나 그저 정부의 다른 창작된 일을 하다가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꼭 그 사건이었어야할 이유가 있었다면 더 울림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 후안 / 트리거

흥미로운 소재와 속도감 있는 전개가 뒷내용을 궁금하게 하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좀비로 뒤덮인 세상에서 사냥꾼과 정부가 좀비를 놓고 벌이는 게임이라니 소재도 흥미롭고 누가 적인지 누가 어떤 식으로 기발한 배신을 할지 기대하며 읽는 재미가 충분합니다.
다만 이야기의 결말부 앞부터 시작한 흥미로운 도입부가 정작 결말에 이르러 어떤 반전이나 페이소스를 주지 못하고 끝나서 아쉽습니다. 더 호기심이 생길 법한 장면에서 시작해 돌아가거나 혹은 마지막에 앞부분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을 만한 이야기가 있었다면 더 인상적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장편으로 확장해 보아도 액션과 드라마가 넘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 차원의소녀 / 목숨줄 좀 주시겠어요

따돌림 당했던 소녀가 자신이 괴롭힘을 받아 기어이 몸을 던져야 했던 밤과, 벚꽃이 흐드러지는 현재를 교차하며 치유되지 못한 기억을 이야기합니다. 글은 타인에게는 아무 것도 아닐 때에도 쓰는 사람만은 세상에 붙잡아 주곤 합니다. 주인공이 어떤 글을 쓰고 있었는지, 그 글이 그녀의 현재와 어떻게 연결점을 지니고 있는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 소재인데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 주셨어도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 조성제 / 스타

여성이 겪는 삶의 사건들과 섹슈얼리티의 편견과 대비적인 요소로서의 스포츠는 이미 색다른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여전히 효과적이고 감명 깊은 소재이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은 분명한 장점이며 현장감과 역동성을 살리고자 하는 시도도 재미있었습니다.

· 우르술라/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한계와 욕망, 자유의지를 인간과 그들의 창조물의 대비로 보여주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인간이 그들의 창조물을 통해 자기 자신과 창조자, 혹은 신적인 힘에 대해 고찰하고자 하는 욕망은 오래된 것이고 그만큼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겠죠. 다채로운 소재와 세계관이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 목이긴기린그림/ 사망보험금

타임머신으로 인한 타임패러독스 이야기입니다. 미래에 무슨 영문인지 동반자살을 하게 될 사람이 그것을 막거나 해명하고자 한다... 흥미진진한데다 묘하게 유머러스해서 뒷내용이 궁금했습니다. 다만 뒷부분을 몹시 궁금하게 만드는 전개에 비해 엔딩이 밸런스가 맞지 않는 듯 합니다. 수수께끼가 해명되지는 않더라도 달리 더 페이소스가 남을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요?


이번 달은 1분기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을 선정하는 달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1월 후보작이었던 김성호 님의 「이쪽이세요」와 2월 후보작이었던 김성호 님의 「C」와 돌로레스클레이븐 님의 「마지막 러다이트」, 3월 후보작이었던 후안 님의 「트리거」는 모두 흥미로운 단편이었고 각각 다른 강점과 매력과 단점을 가지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논의 끝에 돌로레스클레이븐 님의 「마지막 러다이트」를 1분기 우수작으로 선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돌로레스클레이븐 님, 축하드립니다.

A :서사를 몰고 가는 힘이 좋았고 섬세한 문장력이 믿음직스러웠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 기대합니다!

B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볼만한 극도로 발달된 사회에서의 아날로그주의자에 대한 이야기가 비문명화 쪽 인물의 시선으로 서술되면서 독특한 긴장감을 가져옵니다. 첨단 문명의 인간들이 주인공을 동물원에서 보호한다는 설정이 동물원에서 지내는 동물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현실비판적 시선도 매력적입니다. 초반부의 서술이 후반부에 비해 다소 늘어지는 면이 있으니 긴장감을 고조하기 위해 조금 더 손을 보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운이 남는 글이었습니다. 건필을 기대합니다.

C :제목이 오히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혹은 제목이 전개에 대한 은근한 기대를 돕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한 작품이었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에 해당하는, 고도 문명화된 세계와 뒤떨어져 보호 대상으로 전락한 인류의 대비보다도 초중반부의 판타지 성장물같은 서사가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야생화 된 사회에서 사냥에 나서는 주인공의 불안한 감정과 긴박감 넘치는 사냥 과정, 그리고 성장이 눈길을 끌어서 엔딩이 도리어 그러한 긴장감을 깨뜨려서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멋진 판타지 성장물을 열심히 읽었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지면 바깥의 신이 나타나 이건 전부 거짓말이라고 할 때의 그런 감각인데, 이것이 훌륭한 전복감이 되는가 아니면 허탈감이 되는가 하는 부분에서 인상이 갈릴 듯 합니다.

D :주인공이 처해있는 비일상적인 상황에 대한 정보를 차근차근히 드러내면서 선연한 마지막 장면까지 나아가는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상황에 대한 묘사를 촘촘하게 하면서도 적당히 복선을 곳곳에 뿌려놓는 솜씨가 훌륭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제목과 서사가 맞물리는 지점이 일종의 서사적 후련함을 느끼게 합니다. 주제라고까지 할 수 있을 마지막 장면이 역사적 맥락이 있기는 합니다만 조금 지루한 감이 있네요. 비유적 상황들(사슴, 늑대, 친구들, 전염병)과 주인공의 현실 사이에 연결고리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준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후련함 이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으리라고 여겨집니다.

E :원시 수렵 부족을 연상시키지만 정확한 시대와 공간이 모호한 배경 위에서 주인공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과정이 박진감 넘치면서도 서스펜스를 자아냅니다. 절정부에서 궁금증이 풀리는 부분이 짜릿하고, 맨 마지막에서 주인공이 먹이를 받아먹는 부분에 이르면 섬뜩한 여운을 남기는군요. 코스믹 호러와 사회풍자적 SF를 조합한 재미있는 단편이었습니다. 그러나 극의 전개 부분에서 주인공의 사회적, 심리적 갈등과 인간관계 등이 섬세하게 짜여져 있는데 반해, 이 요소들이 말미의 반전에서 그저 무화되어버릴 뿐 글의 구조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서술자가 내내 주인공의 시점에만 머물러서 독자에게 제한된 시야만을 보여주다가 결말에 이르러서는 갑자기 작가적 시점으로 비약하여 ‘은하계 공용어’를 읽어주는 것 또한 지나치게 단순한 해결법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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