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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 앤윈, pena입니다. 

이번 달에는 독특한 소재와 통찰, 상징성을 보여준 작품들을 읽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다만 좋은 소재를 충실하게 살리는 데까지는 반복적인 수련과 퇴고가 필요합니다. 나무조각 안에서 부처의 모습을 본 후 조각한다는 불상조각사처럼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온전하게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고심하고 연습하시길 바랍니다. 반복적이고 고단한 일이지만 문운이 따르길 기원합니다. 



6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올라온 작품 12편 중 화룡 님의 {그의 세 번째 손}을 우수작으로, Lowin님의 {퍼퓸 스캔들}과 토니오몬티 님의 {그에게는 아직 팔 한 자루가 남아 있다}를 가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허물 벗는 여자 - 장피엘

A: 허물을 벗는다는 아내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애를 쓰는 사내가 주인공입니다. 처음에는 이토준지의 단편만화 ‘탈피’ 같은 상황을 상정하고 읽어내려 갔습니다만, 읽다보면 작중 ‘사내’가 믿을 수 없는 화자라는 증거가 여러 방면에서 나타납니다. 믿을 수 없는 주인공을 따라서 괴기스러운 상황에 계속 직면해야 하는 독자는 장르의 문법에 따라 이 소설이 일종의 공포소설로 읽히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공포를 느끼기에는 이 소설은 지나치게 불친절합니다. 공포소설이 아니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자의 ‘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고, 이웃 여자에 대한 망상 역시 어떤 망상인지 불분명합니다. 남자가 벤 나무는 또 무엇일까요. 물론 공포는 어느 정도 무지에서 출발하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너무 아무 것도 알 수 없으면 독자는 정서를 느끼기보다는 그저 황망할 뿐입니다.

B: 과거가 있는 데다 비현실적으로 허물을 벗기까지 하는 아내를 둔 남자의 기묘한 며칠입니다. 전개방식이나 문장은 투박하지만 워낙 소재가 특별하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면이 있는 데다, 아내의 존재와 행방만이 아니라 윗집 일 등 미스터리가 늘어나면서 점점 뒤가 궁금해집니다. 그렇지만 해결되는 것 없이 끝나는군요. 독자로서는 미스터리를 제시하고 이제 전개되거나 해결이 시작될 것 같다고 느낀 순간 갑자기 끊긴 느낌입니다. 함축적으로 모든 비밀이 이미 쓰인 분량 안에서 풀려져 있을지 몰라도 독자는 아주 부족한 단서를 가지고 추측만 할 뿐, 확인을 받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뒤를 더 풀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노인과 청년 - 목이긴기린그림

A: 광속으로 이동할 때와 정지하고 있을 때 시간 흐름의 차이를 상대성이론에 근거해서 쓴 SF 작품들은 상당히 많지만, 볼 때마다 매력적인 개념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컴퓨터로 인간의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설정이 추가되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압도적인 시간을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부터, 현실이 가혹할 때 이 가혹한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하는 심리까지, 다양한 통찰이 녹아 있는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인류가 과연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해나갔을지, 그럴 수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을 던지는 결말도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매우 뚜렷한 소설입니다. 전개가 매우 급박해서 상황들에 대한 묘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작중인물들의 심리도 상황에 기대면서 작중인물들의 입을 빌려서 말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문장 요소도 중간 중간 빠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조금 더 느린 속도로 차분하게 서술해주고 작중인물의 심리들을 ‘보여주면’ 매우 훌륭한 소설이 될 것 같네요.

B: 빛과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거리를 우주선으로 항해하다 보면 시간의 흐름이 차이가 나면서 우주비행사가 립 밴 윙클이 되어버립니다. 또는 예상치 못한 다른 문제에 부딪쳐서 항해 도중 큰 사고를 치거나 우주의 미아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을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항해 동안 이상하게 자연사해버리고 우주선은 표류하는 상황을 다뤘습니다. 상황 자체를 요약하면 참신하고 좋지만 작품 전체가 설명과 대화, 중요한 부분은 건너뛰기 등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점이 아쉽습니다. 또한 이러한 장기항해와 표류, 원인불명의 죽음 등은 사람을 극한상황으로 몰고 가는데 너무 얌전하게 끝난 것 같은 점도 그렇습니다. 이 작품의 특이한 설정인 '시간을 외부와 똑같이 흐르게 하는' 법에 대해 마지막에 말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점, 우주 전쟁과 관련한 서술을 교차로 보여준 점 등 의문점은 끊이지 않습니다. 아이디어가 좋은 것은 시작이고, 그 아이디어를 모자라지 않게 나타낼 수 있도록 서술력을 더 키우면 좋겠습니다. 



괴우주야사 외전 : 이자토디를 꼬셔보다 - 니그라토

A: 설정이 상당히 복잡하고 촘촘한 것 같은데, 그에 비해 설정에 대한 설명은 너무 없습니다. ‘외전’이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소설이라면 그 소설 내부에서 서사를 충분히 살려줄 수 있어야 하고 소설 내부에서 설정들이 설명되어야 한다는 식의 평을 이전에도 니그라토 님께 했던 것 같습니다만……. 여전히 외전이라는 변명을 하기에는 너무 불친절한 소설들이 올라오네요. 화자는 무엇 때문에 ‘인신족’의 삶을 그에게 설명한 것입니까? 이 소설에서 니알라토텝이나 크툴루 같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속 요소는 왜 차용된 것입니까? 그래서 결론적으로 저 사람이 얻은 것은 뭐고 잃은 것은 뭐죠? 아무 것도 모르겠습니다.

B: 작가는 지구의 온갖 신화를, 창작 신화까지 포함해서 모두 우주와 외계의 개념으로 재정립하는 세계를 만들고 있는 듯합니다. 이 야사의 외전은 그중 설정을 조금 나타내는 일화집을 보는 느낌이고요. 하지만 소설이 그저 설정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라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수단의 하나인 만큼 이러한 종류의 단절적인 외전은 굳이 독자가 알 필요가 없는 느낌입니다. 



경국지색 : 달기 - 니그라토

A: 유명한 중국의 고사 은주왕과 달기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소재로 하고 있다기에는 좀 민망한 것이, 그냥 그 이야기입니다. 대체 은주왕의 고사와 이 이야기의 변별점이 무엇입니까? ‘야금술’이라는 것의 존재가 차이라면 차이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대체 야금술과 불로불사는 무슨 관계입니까? 설정 설명이 안 되어 있는데다가 소재로 삼은 고사에서 크게 변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다시 서술하였습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는 데에는 창작의 의미가 매우 적다고 생각합니다.

B: 니그라토님은 자신이 생각한 인류의 발전상이나 타락상에 모든 이야기를 끼워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작품 또한 그것의 일환으로 느껴집니다. 본래의 고사에 비해 덧붙인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사고 실험이 될 수 있지만 사고실험만 있는 글은 소설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극복 - 타작

A: 장인·장모가 될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 불안한 화자가 자신이 두려우면서도 회피하지 않는 개를 보면서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입니다. 소품입니다만 소품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미덕인 짧고 강렬한 후려침이 없습니다. 화자가 깨달음까지 가는 서사는 아주 단선적이고 과정이랄 것도 거의 없네요. 허무합니다.

B: 애인의 집에 간 남자는 자신을 무서워하면서도 계속 다가오고 경계하는 개를 보고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남자의 긴 연애사나 인생에서 이 순간은 꽤 중요한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는 알 수 없습니다. 앞뒤 없이 이 깨달음의 순간만 보았기 때문이죠. 인물에게 정이 쌓이거나 동일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독자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없는 가벼운 깨달음 자체만 있고 변화 양상도 그 뒤 이야기도 알 수 없어서 이야기로서 많이 모자란 느낌입니다. 



기억의 잔상 - tokggi

A: 굉장히 흔하고 별다를 것이 없는 연애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주인공은 남들이 다 겪는 평범한 과정으로 한 남자를 만나서 연애를 하다가 헤어집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저는 이 소설이 매우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앞뒤로 배치되어 있는 편지조차 누가 누구에게 보내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편지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편지 중간에 서체는 왜 바뀌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애 이야기는 좋은 소재입니다. 인간의 삶에서 로맨스는 빠질 수 없는 요소고, 한 인간의 삶을 통째로 뒤바꿔놓을 수도 있는 충격적 해프닝이죠. 모든 이야기들은 내부의 진실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이 이야기만이 가질 수 있는 진실이 대체 뭘까요. 소설은 하소연의 줄글은 아닙니다. 만들고 싶은 서사를 독자에게 전달하면서, 그 서사만이 가지는 의미가 있어야만 합니다. 이런 연애이야기는 소설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말하기로 환원해서 라디오에 사연으로 보내도 뽑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서사를 만들 때는 그 서사만이 담지할 수 있는 진실이 뭐가 있을 지 생각해 주세요.

B: 연애를 시작했고 끝났습니다. 시작하는 부분은 풋풋하고 꽤 자세히 알 수 있지만, 어떻게 연애를 했고, 다른 커플과 무엇이 달랐고, 어쩌다 헤어졌는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독자로서는 왜 이것이 굳이 편지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해야 했는가를 알 수 없습니다. 다른 소재에 사랑이야기가 들어가는 것과 달리 그저 연애만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면 인물에게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독특한 성격을 부여해야 하고 이들이 겪는 설렘과 난관 또한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실제보다 재미있어야 합니다. 그저 풋풋함만으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것은 아주 친한 이 정도일 것 같네요. 이야기의 기승전결과 구조부터 다시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범죄진화론 - 그믐여울

A: 사이코패스 내지는 소시오패스라고 진단될 수 있는 성격의 수인이 주인공이군요. 그리고 이 세계에서 수인이라는 존재는 차별받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인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가볍고 산뜻하게, 약간은 건조한 듯이 쳐내는 글쓰기가 매력적이네요. 하지만 이 설정 말고는 아무 것도 모르겠습니다. 매우 거창하게 말하고는 있는데 학교의 일진그룹을 제압하려는 소시오패스 청소년의 허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여동생과 학교의 시스템, 주인공의 이름 등 풀어놓은 ‘떡밥’은 아주 많은데, 떡밥 회수가 거의 안 되었네요. 이런 정도의 설정을 풀어줬으니 독자들은 이 설정에 대해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대로 버려놓는 건 너무 무책임하죠. 사실 서사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떡밥을 회수하기도 어려웠겠지만요.

B: 살인과 폭력 충동을 숨기고 영악하게 자신을 숨겼다가 풀었다 하면서 조금씩 더 피와 범죄에 무감해져가는 수인 청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배경이 되는 세계를 잘 모르겠지만 수인인 것이 이 이야기에 어떤 보탬이 되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1인칭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이며 모든 이야기가 '삭'에게 집중되어 있는 만큼 독자들이 집중할 수 있는 전개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너무 자유롭게 과거와 현재와 배경을 오가고 있어 도대체 어떤 쪽으로 가는지 알 수 없고 산만합니다. 타겟을 하나 잡았을 때나 치욕과 고통을 주는 도구 이야기를 할 때에는 드디어 중심 일화가 나타나는가 했으나 그냥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집중이 안 되는 전개와 구조가 문제로 보이는데 그러려면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 가지 다 쳐버리고 집중할 이야기를 정하고, 그 이야기가 박진감 있고 흥미진진한지를 따져보아 결정해야 할 거라고 봅니다. 



사랑에 이유가 필요할까? - 미샤

A: 친구의 ‘애인’이 여자친구가 아니라 남자친구였다는 반전이 있는 소설입니다. 물론 이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이지만 그 반전까지 가는 과정이 썩 매끄럽지는 않네요. A라는 사람이 ‘여성이건 남성이건 상관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라고 말했다면 이것 자체가 하나의 매우 긴 보충설명이 필요한 문장입니다. 여성과 남성의 성별이 문제가 아니라 A는 기준을 사랑‘함’이 아니라 사랑‘받음’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성애라는 소스가 단순히 반전을 만들기 위해서 소모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네요. A는 왜 그렇게 똑똑하고 아는 게 많은 사람이어야 합니까? 그 설정이 이 서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죠? A는 왜 그렇게 사랑받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입니까? 그 내용이 갑자기 마지막에 나오는 줄글 설명 이외에 어디에 나와 있습니까? 떡밥은 회수되어야 하며 설정은 설명되어야 합니다.

B: 사랑으로 인해 변화된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궁금증을 키우다가 그 애인이 동성임을 알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제목과 전개 내에서 어느 정도 반전을 이미 예고하고 있는데, 그것이 전부인 이야기가 되어서 아쉽습니다. 최근 미국의 모든 주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는데, 그 시기에 맞춘 작품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동성애란 소재가 가볍게 '좋으면 됐지'하고 넘어가기에는 무거운 소재라는 점 또한 아쉬움을 더합니다. 이야기의 살을 붙이는 데에도, 주제 의식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사슴뿔 - 나비바람

A: 중편소설, 아니 어쩌면 단편소설의 서문 격인 짧은 이야기입니다. 연구를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사냥을 해야 하는 야성적인 사나이들의 이야기네요. 과거 군인이었다는 노인의 캐릭터가 특히 매력적입니다. ‘아무도 죽이지 않고 누굴 살린다는 것은 다 헛소리야.’ 라는 문장은 정말 멋집니다만, 너무 서문 격이라서 더 무슨 코멘트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끝은 아니죠?

B: 처음부터 끝까지 눈발 날리는 가운데 오두막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분위기를 참 잘 잡았습니다. 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게 치명적입니다. 연구나 교수라고는 하는데 그저 사냥이나 동물을 가지고 하는 실험 같지 않지만 더 이상의 정보도 없고, 주인공이 얼핏 비추기로 오두막이 자기 집이었고 사연이 있는데 그저 내일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맺습니다. 사슴의 화석 이야기는 나왔지만 제목이 사슴 뿔인 이유가 그것뿐인가 의심스럽습니다. 분위기를 자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니 이대로 더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퍼퓸스캔들 - Lowin

A: 매력적인 설정입니다. 인간이 ‘신’이라는 존재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은 많은 SF 작가들이 해 온 상상이며, 여전히 매력적인 주제죠. 그리고 그 신의 속성이 섹스돌이라는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가장 학대받는 존재처럼 느껴지지만 신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임하며 가장 천해지는 존재기도 하죠. ‘원래 신이 효용이 없으면 바닥으로 떨어지잖아요.’ 같은 통찰력 있는 문장들에는 약간 가슴이 찡해지기도 했습니다. 훌륭한 상징성과 주제의식을 가지고 풀어낸 소설이지만, 빈틈이 많은 게 아쉽네요. 서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많은 부분들이 설명으로 처리됩니다. 서사를 진행하거나 설명하기만 하기보다는 섬세하게 작중 공간과 분위기를 묘사해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작가분이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쓰다보니 마음이 급해지신 것 같아요. 큰 이야기를 쓸 때면 많이들 그렇죠. 시간을 오래 두고 분량이 늘어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고치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상징성에 어울리는 좋은 표현력을 기대합니다.

B: 신의 역할을 하는 인공체도, 섹스돌도 흔한 소재지만 두 소재가 합쳐지고 신의 개안이나 신의 존재와 같은 상징적이고 철학적인 주제가 들어가면서 흔치 않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조사를 하는 전개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대화와 설명으로 전개하는 것도 지루하지 않게 배치를 한다면 어느 정도 괜찮습니다. 다만 조사관이 혼자 모든 것을 그 자리에서 알아채고 시작과 끝이 운이라는 점에서 소재가 조금 아까운 느낌입니다. '신'과 비테라틱이라는 회사나 배경 등 많은 것이 장편이나 그 정도 스케일로 써도 괜찮을 법한 소재와 배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련된 인물에 대한 정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화자와 주인공, 사건을 조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보강하고 미스터리가 한 겹씩 벗겨지도록 조절하면 훨씬 매력적인 작품으로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8월 독자우수단편 가작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에게는 아직 팔 한 자루가 남아있다 - 토니오몬티

A: 토성의 한 위성에 선교를 하러 갔다가 시스템의 문제로 팔이 바뀌어버린 남자의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단숨에 읽어내려간 가독성도 좋고 신나며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서사의 전개가 빠르지만 그게 전혀 어색하지 않네요. 시스템에게 끝내 팔을 빼앗겨 버린 선교사의 이야기는 사회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들을 던져주네요. 다만 핵심적 이야기를 너무 쉽게 건너 뛴 부분이 있네요. ‘자살 바이러스’라는 소재를 꺼낼 생각이었다면, 이 바이러스에 대해 좀 더 섬세하게 설명해주었어야 합니다. 그냥 시스템에 대한 의문만 던져두고 회수를 하지 않는 건 무책임해요. 그리고 ‘리준명’이라는 이름이 눈에 ‘설었다’가 아니라 ‘익었다’ 아닌가요? 제가 잘못 읽은 건지 헷갈리네요.

B: 우연한 사고로 팔이 부러지고, 임시방편으로 다른 사람의 팔을 썼는데 그 사람이 자기 팔로 자살을 해버립니다. 팔은 갑자기 살인도구가 됩니다. 사실 팔 자체에 원래 주인의 의식이 남아 있는가 같은 문제가 명확히 해결되거나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팔의 원래 주인이 살인혐의로 몰리기까지 할 수 있는가 의심스럽긴 합니다. 또한 알 수 없는 미래의 세계상이 너무 툭툭 던져지는 와중으로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고 중간중간 건너뛰는 부분이 많습니다. 팔은 돌려받았지만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점도 아쉽습니다. 그래도 배경과 인물이 매력적인 편이라 같은 세계에서 다른 일들을 좀 더 풍부하게 그려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8월 독자우수단편 가작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의 세 번째 손 - 화룡

A: 세 개의 눈 혹은 세 개의 손을 가지고 태어나는 외계인들이 지구의 이종족으로 완전히 정착한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민자 문제를 비롯하여 인류는 역사적으로 코스모폴리탄이라는 말이 무색한 억압 관계를 형성하는 때가 많았죠. 심지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고요. 현실에 대한 은유로서도 훌륭하고, 이야기의 구조도 잘 짜여져 있습니다. 신체 특징이 다른 외계종족을 가지고 인간 일반에 대한 통찰로 멋지게 나아갔네요. 있을법한 여러 사회적 양상을 고려하며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하는가에 대한 경이감도 갖게 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 ‘홈비디오’를 이용한 연출이 매우 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깊이 감동했습니다.

B: 농구 이야기라서 현재의 이야기인가 생각했으나 외계인과 교류가 활발한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여러모로 내공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미래를 그림에 있어서 어설프게 모든 것이 바뀌었으나 깊은 성찰이 없어 어색한 작품도 많기 때문이죠. 또한 한 사건에 대해 취재하는 형식의 전개는 편한 부분만 보여주기 쉬운데 과하지 않게 독자가 알아야 할 법한 부분은 모두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래와 외계인을 그리지만 어떤 사회적 문제와 차별, 꿈 등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는 주제의식도 돋보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8월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거울 독자 우수단편에 선정되신 분들께는 책을 한 권씩 보내드립니다.
화룡 님, Lowin 님, 토니오몬티 님은 mirrorwebzine @ gmail.com 으로 우편물을 수령할 주소, 성함, 전화번호(택배 발송시 필요) 를 보내주세요.


댓글 2
  • 니그라토 15.08.01 02:01 댓글

    자세한 감평 감사합니다.

    잘 구상이 안 되고 있습니다.

  • No Profile
    토니오몬티 15.08.01 14:56 댓글

    자세한 감평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당시 분량 제한이 있었는데다가, 자기 검열도 없진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일에 대한 은유로 체운 글이었습니다. 당국의 처벌 논리가 형편 없다는 지적에 크게 공감합니다. 지난 해 일어난 많은 일들이 정말 그랬죠. 한숨 나오는 그 상황에서 생각난 것들을 성급하게 쓴 소설입니다. 

    부족함이 많은 데도, 가작으로 뽑아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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