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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작 안내 1월 심사평

2021.02.15 00:0002.15

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이달의 후보작을 선정합니다.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21년 1월 1일부터 2021년 1월 31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 심사 기준을 만족한 작품을 추려 심사, 후보작을 추천하였습니다.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으로는 강엄고아 님의 「배터리를 교체해 주세요.」가 선정되었습니다. 

구루자(Kuruja) 님의 「도시 물고기의 고발」은 공업도시의 하천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사건을 추적하는 박사과정 대학원생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사건의 배후에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궁금증을 증폭시켜가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다만 서술이 점점 갈등을 고조해 나가는 도중에 나타나는 인물들 사이의 대화가 매끄럽지 못하고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결국 이야기의 전체를 다 풀어내지 않는 결말은 다소 급해 보입니다. 보다많은 분량으로 뒷부분이 보강되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장마 님의 「삼색고양이」는 세상 모든 일에 의욕이 없는 소설가의 삶을 그려냅니다. 어쩌다 보니 지금의 일을 하고 있고 지금의 일을 잘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정체감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주인공이 만나는 이들이 다소 평면적인 것이 아쉽습니다만 이토록 의욕이 없는 인물의 눈으로 바라보면 누구든 그렇게 단순한 모습으로 그려질지도 모르겠네요. 

여름 님의 「면도」는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유예 기간이 지난 후에 가상공간으로 업로드하는 세계에서 남겨진 사람들에게 주어진 열흘 간의 유예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지음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인공지능으로 복원된 인격은 본인과의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둥글고 매끄러운 너만이 아닌 거칠고 되바라진 너’를, ‘예측불허의 너’를 알고 싶은 주인공의 마음을 보면서 우리는 업로드된 인격이 진짜인지 아닌지 판단할 정도로 누군가를 잘 알고 있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ㄱㅎㅇ 님의 「백비탕」은 어머니를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모습에 반해 결혼한 뒤 나에게도 똑같이 헌신적인 아내가 끓여주는 백비탕에 대한 의혹으로 출발합니다. 사건의 진상을 모호하게 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힘이 상당합니다. 마지막의 결말이 섬뜩한 여운을 남깁니다. 잔인한 장면을 그리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공포를 자아내는 것은 이런 것이겠지요. 

김청귤 님의 「해저도시 타코야키」은 해저도시 ‘태양’을 배경으로 계층화된 사회를 그려냅니다. 청소를 하기 위해서 태어나 수명이 다하면 다시 재생되는 기계보다 값싼 인공의 배양인간. 고립된 돔 안의 돔으로 형상화된 낙원. 루나가 준 타코야키처럼 한 사람의 무엇이 세상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건 참 달콤한 일이겠지요. 영화 ‘승리호’를 포함해서 많은 SF에서 최악의 환경에서 계층화가 극도로 심해진 암울한 미래를 그려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개인이 싸워서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꾸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은것들의미밍즈쿠 님의 「1월에는 금방 녹는 눈이 내린다」는 10대들이 꿈꾸는 환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전작과 이어지는 면이 있네요. 다른 세상에서 태어나는 것은 행복일까요. 세계가 불행해도 개인은 행복할 수 있을까요. 요정과 환생의 믿음이 살아있는 동화같은 세계에서 ‘다시 태어날 때 행복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눈을 맞으며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다면 그것도 참 행복한 순간일 것 같습니다.

붉은파랑 님의 「어제로 향하는 습관」은 과거로의 이동이 자유롭던 세계에서 갑자기 시간이동이 금지되었을 때의 혼란을 그려냅니다. 시간이동으로 만난 이들이 아무리 소중했더라도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단절은 한나 렌의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사고실험같은 세계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우울감이 생생하게 그려졌습니다. 

원더 님의 「러브홀릭(Love-holic)」은 인간과 인공지능 ‘더미’ 사이의 애정으로 일어난 변화와 기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공지능을 어느 정도로 인간과 같은 존재로 볼 것인가, 둘 사이의 애정이 가능할까와 같이 인공지능에 대해 많은 담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에는 이 이야기에서만 나타나는 이들만의 고유성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둘 사이의 성별 문제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강엄고아 님의 「배터리를 교체해 주세요.」는 인체개조, 모든 장기의 교체가 가능하며 100세 이상의 삶이 어색하지 않은 시기를 배경으로 사람이 변화하는 시대에 스스로를 맞춰 갈 수 없는, ‘구식’이 되어버린 사람을 화자로 삼았습니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여전히 외모가 보여주는 조상의 인종 때문에 차별받는 사람이 있고 노인혐오가 있다는 것은 슬프네요. 인공뇌 이식을 해도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점이 신선합니다. 중요한 것은 육체적인 젊음이 아니라 사고의 젊음이라고 한다면, 사고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배터리를 교체해야 할까요. 

김성호 님의 「상희와 산희」는 어릴 때부터 우선적으로 사랑을 받는 장남과, 철저하게 소외되어 돌림자조차 받지 못한 동생의 이야기입니다. 두 형제는 같은 꿈을 꾸었지만 성공한 소설가가 된 동생은 가족들에 대한 원망을 오롯이 형에게 쏟아냅니다. 동생의 날선 말들에 한마디 반박도 하지 못하는 것은 형 스스로가 가해자임을 알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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