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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12월의 후보작을 선정합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20년 12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중 선정했습니다.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으로는 작은것들의미밍즈쿠 님의 「12월의 코끼리」가 선정되었습니다.

 

붉은파랑 님의 「갈림길이 없는 미로」는 사막에 표류한 인물이 사막에서 만난 낯선 인물과의 일화를 통해 사막을 시간과 공간이 뒤엉키는 곳, 시간과 공간의 개념조차 달라지는 이상공간으로 만들어내면서 신비감을 풍겨냅니다. 남자의 정체도 사막의 진짜 의미도 글에서 선명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만 사막이란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오래 전 사막 여행의 경험을 떠올리게 되거나 혹은 사막 여행을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붉은파랑 님의 「프타우스의 인형」은 인형학이라는 가상의 학문이 존재하며 그를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쳐 살아가는 학자들이 있는 가상의 세계를 그려냅니다. 사고하는 유일한 인형의 존재를 둘러싼 학자들의 논의가 현실에서의 정치적인 논쟁과 닮아 보입니다. 어떤 학문을 역사와 세부적인 갈래까지 구체적으로 설정하면서 세계를 구현해서 마치 어딘가에 존재하는 평행세계를 보고 있는 느낌이네요. 탄탄한 세계 안의 엔딩은 학자다운 결론이라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오메르타 님의 「꿈꾸는 시간여행자」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된 주인공이 자신의 실수를 하나씩 만회하기 위한 시간여행이라는 설정으로 잘못된 발표, 잘못된 선택, 잘못된 연애를 바꾸어 가려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 많은 실수를 하고, 이것만 다시 할 수 있다면 삶이 바뀌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시간을 거슬러 과거를 수정해서 현재를 바꾸고자 하는 이야기가 그렇게도 많은 것이겠지요. 하나의 실수를 교정하더라도 또 하나를 고쳐야 하는 결론이 현대를 살아가면서 시간에 쫓겨 계속 실수를 거듭하고 또 후회하는 우리의 삶을 닮았습니다.

두영 님의 「피아노 소리는 날카로웠다」는 AI 음악가 ‘에이다’와 음악 프로듀서 ‘유란’의 대결을 통해 AI가 다양한 산업에 구현된 시대의 모습을 빌어 현대 연예산업의 이면을 비춰냅니다. ‘에이다’의 아바타가 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에이다가 네러티브를 갖게 한 것이 보다 잘 팔리게 하기 위해서라고 할지라도, 에이다와 유란 모두 경연이라는 방식으로 대중 앞에 화제성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음악가로서 만들어내는 무대는 그것만은 아니겠지요. 산업과 예술을, 사람과 AI의 교감을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ㄱㅎㅇ 님의 「섭식장애」는 원고지 125매라는 짧지 않은 분량을 들여 물고기에서부터 시작된 딸의 기묘한 행동을 어머니의 눈으로 섬뜩하게 따라갑니다. 제목이 주는 위화감이 계속 독자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느낌을 받으면서 물고기들이 서로 잡아먹은 현상을 제 나름의 의미로 해석한 딸이 이후에 벌이는 기묘한 행동을 통해 뭔가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네요. 글을 다 읽은 후에도 남는 여운이 섬뜩합니다. 여운이 남는 공포물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을 글입니다.

북챠코 님의 「갤럭시S20 울트라 슈퍼마이너리티 히어로 오리진」은 ‘갤럭시S20 울트라’로 사진을 찍은 피사체를 뒤로 나자빠뜨릴 수 있다는 능력을 갖게 된 주인공이 강한 초능력을 가지고 자신의 관할 구역 안에서 사람들을 억압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히어로’들에게 맞서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히어로’의 힘에 모두가 굴복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나, 강한 히어로들 중에 약자를 억압하는 이들에게 저항하는 히어로가 한 명도 그려지지 않는 것은 아쉽네요. 다른 창작물들에 등장하는 유명인물의 이름을 가져온 것도 아쉽습니다. 비슷한 에피소드가 반복되다가 엔딩에 이르러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 드는데, 혹시 옴니버스 경장편을 의도하셨던 것이라면 처음 의도하신 대로 분량을 길게 가져가서 엔딩을 끌어내시면 어떨까요.

작은것들의미밍즈쿠 님의 「엔딩의 발견」은 요정에게 자신의 몸을 빌려줄 정도로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착한 남자 정우와 아리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세 갈래로 나누어지는 이야기를 게임 스토리처럼 풀어냅니다. 세 이야기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좋습니다. 요정들이 지구를 떠나기 전에 우리는 지구를 살 수 없는 곳이 되지 않도록 이 흐름을 멈출 수 있을까요.

소울샘플 님의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는 AI가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글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을 요약한 책을 내기 시작하고 댓글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세계, 출판사업이 AI에 의해 굴러가게 되는 사회를 그려냅니다. 점차 사람들이 책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현대에서 절대 이런 미래는 없을 거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미 SNS를 통해서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계가 분리되는 현상을 보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섬니아 님의 창조물과 인간들의 세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소름이 끼치기도 합니다.

미믹응가 님의 「플라잉 봅슬레이」는 인종이 사라진 미래의 한 고립된 구역 내에서 ‘플라잉 봅슬레이’라는 소설 속 이름을 딴 게임에 열중하는 10대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고립된 세계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10대들을 그렇게 게임에 몰입하게 만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마지막에 반전처럼 밝혀집니다만, 주인공의 이름이나 배경, 감수성을 풍부하게 쌓아올린 것에 비해 마지막의 결말은 예상을 그다지 벗어나지 않아 아쉬움이 남네요.

붉은파랑 님의 「두 베녜라 이야기」는 자신의 옛글을 표절한 것으로 몰리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한 작가와, 두 작가가 동일인인지 추적하는 과정 등 ‘베녜라’라는 이름의 작가를 추적하는 과정을 일기의 형식으로 그렸습니다. 기억을 복원하는 광반응 검사가 존재하지만 어떤 한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확인하는 데에는 부족하기만 하네요. 류진혁, 피터와 같은 이름들이 우리가 낯설게 받아들이는 외국의 지명들과 섞여 신비감을 만듭니다. 하나의 세계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정교하게 쌓아올린 서술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작은것들의미밍즈쿠 님의 「12월의 코끼리」는 다른 차원의 꿈을 꾸게 된 청소년들이 모여서 다른 차원과의 문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하는 점으로 시작합니다. 한 번도 외롭지 않은 적이 없었던 학교라는 곳에서 따뜻함을 맛보게 되는, 창밖으로 소복소복 눈이 내리는 아름다운 풍경은 누군가에겐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달콤한 행복이고 누군가에게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보고만 있어도 좋은 현실 이상의 공간입니다. 저쪽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 꿈을 포기해야한다는 어려운 결정 안에서 청소년들이 내리는 논의와 결론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도 참 따뜻합니다.

 

이번 달은 4분기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을 선정하는 달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10월 후보작인 히로 님의 「복잡한 열의」, 미음 님의 「피는 물보다 진하다」, 11월 후보작인 계수 님의 「그렇게 전사는 뻐꾸기를 구하고」, 양윤영 님의 「미아」, 12월 후보작인 작은것들의미밍즈쿠 님의 「12월의 코끼리」 중에서 계수 님의 「그렇게 전사는 뻐꾸기를 구하고」를 4분기 우수작으로 선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A: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야기였습니다. 짧은 분량 안에 자매간의 애증과 열등감. 용서. 성장과 심지어 구원할 미래까지 모두 제시해 줍니다. 즐겁게 읽었습니다.

B: 인간은 모두 샘을 내지요. 그리고 그 샘을 극복해내면서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샘과 질투를 사랑으로 극복해내는 사랑스러운 청소년 소설입니다. 단편에 적합한 정도로 짧은 시간대를 다루고 있는데, 그 안에서 다루는 감정은 폭발적이네요. 전형적인 이야기를 흡인력 있으면서도 서사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도록 깎아냈습니다. 소설 내부에 디테일이 살아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청소년들이 흔히 접할 법한 ‘타우린 음료수’와 미래의 위험을 연결시킨다거나, 마치 10대를 대상으로 한 웹드라마같은 장면 장면의 진행도요. 작은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C: 입양된 자매를 심술맞게 질투하던 한 청소년이 훌륭하게 성장하는 순간을 그려낸 단편입니다. 성장이란 긴 시간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이렇게 짧은 순간에 높은 밀도로 나타나기도 하는 듯해요. 시작할 때에는 그저 심술맞은 아이에 불과했던 청소년이, 결말에선 미래에 얼마나 성숙하고 훌륭한 어른이 되는지 눈에 그려지는, 사랑스럽고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D: 환상으로 빠르게 도약하는 전개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작가의 솜씨가 매력적이네요.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습니다만 주인공의 욕망이 분산되어 있고 조금 불분명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단편의 집중을 떨어뜨리는 면은 약간 아쉽습니다.

E: 친남매이건 아니건 청소년들이 한 집에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부딪히는 것 없이 원만하게 살아가기만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어느날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나 자신의 환경이 바뀌어버린 상황이라면, 동생이 생긴 상황이건 언니나 오빠가 생긴 상황이건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겠지요. 모든 자잘한 불만들의 원인이 새로 들어온 사람 같고, 그 눈으로 보면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고. 전학생을 바라보는 눈처럼 그렇게 자신의 세계의 변화란 불만스러울 가능성이 높죠. 어떻게 그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조금 더 성장하는 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려낸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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