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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작 안내 10월 심사평

2020.11.15 17:5711.15

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이번 달은 유난히 작품이 많았고, 그 중에서 공포물이 많았네요.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20년 10월 1일부터 2020년 10월 31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 심사 기준을 만족한 작품을 추려 심사, 후보작을 추천하였습니다.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으로는 히로 님의 「복잡한 열의」와 미음 님의 「피는 물보다 진하다」가 선정되었습니다.

 

계수 「머리 달린 여자」
디씨인사이드로 추정되는 게시판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공포소설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리가 보이지 않게 된 이유가, 사이버 성폭력으로까지 나아가는 과정이 숨막히고 치밀합니다. 뇌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긴장하면서 읽었는데, ‘귀신의 조화’였다는 걸 알게 될 때는 짜릿한 기분마저 듭니다. ‘며느리 데리고 올게’, ‘여자친구 소개 시켜 줄게’ 등,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든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다 마지막에 터뜨리는 과정도 치밀하고 매력적입니다.

붉은파랑 「이제 미래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상상해 본 적 있을 법한 전염병 공포물입니다. 전신이 마비되는 전염병을 소재로, 오랫동안 괴담 등에서 활용되어 온 공포 심리를 강렬하게 자극합니다. ‘내 의식이 멀쩡히 남아 있는데, 몸을 움직일 수 없다면?’ 마비가 오기 직전에 느끼던 감각이 계속 환각으로 남는다는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관계를 굳이 만들어주고,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게 한 점이 의아하네요.

키미기미 「아빠의 고향」
현실은 언제나 불만족스럽기에 전근대는 아름답게 추억되기 쉽지만, 막상 실제 전근대를 열어보면 충격받을만한 일이 너무 많게 마련이죠. 그림동화 공포물이나 동요 공포물 같은 게 계속 사랑받는 이유기도 하고요. 친근한 존재인 아버지를 전근대적 괴물로 형상화하면서 민담의 이야기를 공포물로 변주했습니다. 이야기의 얼개는 마지막에 충격을 강하게 주어야 하는데, 핵심이 되어야 할 무서운 부분이 등장하지 않아 충격파가 거의 없네요. 아버지의 캐릭터를 좀 더 잘 구성하거나, 섬뜩한 부분을 삽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두영 「무쇠인형의 복수 - 강철협객전」
이야기를 어색하지 않게 잘 쌓아나가면서도 마지막에 가서 생각지 못한 반전의 조선조 스팀펑크가 되어버렸습니다. 시종일관 진지하고 묵직한 동양풍입니다만, 쥘부채가 발사될 때는 마징가Z 같은 걸 떠올리게 하는 코믹한 요소도 있네요.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목인장에서 철인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좀 더 세밀하다면 아주 멋질 것 같아요.

이사구 「벽간소음상호결별부」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이가 부적을 써서 붙일 때까지는 코믹물인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공포물로 이전해가는 솜씨가 훌륭합니다. 실제로 공포물과 코믹물은 한 장 차이기도 하고요. 그 한 장 차이의 매력을 풍부하게 살린 소설이네요.

히로 「복잡한 열의」
기억하고 싶은 누군가의 인형을 주문하는 서비스를 신청했다가, 결국 그 누군가의 삶을 계속 지켜보며 살아갈 수 있게 된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삶의 대부분에서 모든 사물들을 의인화한다고 하지요. 무언가와 닮은 사물에 마음을 내맡긴다면, 그 사물에도 영혼이 생길 수 있을까요. 소위 커뮤나 롤플레잉과도 비슷하게 이 소설 속에서 섬세한 서사를 만들어준다면 인형들은 더 오래, 생생하게 움직입니다. 이런 설정이 주는 정서적 파장이 굉장히 강렬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이 존재를 탄생시키는 피그말리온적인 이야기는 아름다운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섬뜩하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생생한 꿈속을 부디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미음 「피는 물보다 진하다」
두 여성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소위 ‘필멸자’와 ‘불멸자’의 이야기기도 하네요. 이야기가 무리없이 풀려나오면서, 폭이 넓은 이야기를 짧은 시간 안에 꼼꼼하게 챙겨담은 솜씨가 뛰어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제목이 두꺼운 겹으로 뒤집히는 모습도 아주 매력적입니다. 향후 주인공들이 꿋꿋하게 살아나갈 다정한 세계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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