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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편의점

김청귤

그 날 눈 뜨자마자 알았어요. 네? 아니 처음부터 자세히 이야기하라면서요. 말하지 마요? 잘 듣기나 하세요.

그 날 눈 뜨자마자 알았어요. 아, 좆같은 생리가 시작됐구나. 욕하지 말라고요? 좆같은 걸 좆같다고 하지 그럼 뭐라 해요? 아저씨가 생리의 좆같음을 알아요? 예? 그날이나 마법이라고 말하라고요? 아저씨 그날 우리 뭐했냐, 이렇게 말할 때나 그날이라고 하는 거고, 마법은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환상적인 걸 마법이라고 하는 거죠. 생리라고 말하면 어디 덧나요? 아저씨 혹시 생리할 때 나오는 게 파란색이라고 아는 건 아니죠? 요즘에는 TV 광고만 보고 생리가 파란 피를 흘리는 건 줄 아는 남자애들이 많대요. 여자가 외계인인 줄 아나. 광고를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애들이 바보멍청이가 되잖아요. 할 거면 빨간 액체로 생리대 광고를 해야지. 그렇게 말 좀 하지 말라고요? 생리생리생리! 생리가 생리지 뭐예요? 그러니까 여자 경찰 불러달라고 했잖아요. 생리가 얼마나 좆같은지 알아야 내가 왜 이랬는지 이해할 거라 했잖아요! 그럼 지금이라도 데려와요. 네? 없다고요? 허 참, 여성상위시대니 뭐니 하더니 여자 경찰도 없고 뭐 하는 거래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계속 이야기나 하라고요? 네네, 알겠습니다.

어디까지 이야기했죠? 아 좆같은 생리. 이야기 시작도 안 한 거네요. 제발 다른 단어 쓸 수 없냐고요? 생리, 생-리, 생! 리! 진짜 생리가 뭐라고 그렇게 민망해해요? 생리 가지고 계속 말씨름할 거예요? 그렇죠. 생리는 생리죠. 이제 생리, 좆같다, 이런 거로 트집 잡지 마세요. 알았으니까 빨리 말하라고요? 아저씨가 말만 안 끊으면 되거든요. 제가 자고 일어난 게 무슨 상관이냐고요? 기승전결 다 말하라면서요. 그래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잖아요. 성질 급하시네. 아저씨 어제 몽정했어요? 주먹 내려놓으세요! 폭력 쓰면 신고할 거예요! 그동안 범죄자 인권은 잘도 보호해주더니, 저한테는 왜 이래요? 말할 테니까 잘 듣기나 하세요.

자다가 갑자기 눈을 떴어요. 아랫배가 싸하게 아프고 무언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까 3시 35분이었어요. 새벽 3시 35분. 내가 어제 몇 시에 잤더라? 어제도 아니지. 제가 1시 넘어서 잠이 든 것 같아요. 근데 눈 뜨니까 3시 35분이라니. 너무 어이없어서 핸드폰을 보는데 35분에서 36분으로 넘어가더라고요. 너무 피곤하니까 잠이나 더 자자, 몇 시간 더 잘 수 있어, 이렇게 생각했는데 배가 점점 아파왔어요. 아주 좆같이. 주말이라서 늦잠 자려고 했는데 다 망했죠. 내 꿀 같은 잠! 다 좆같은 생리가 망친 거예요. 그냥 배탈인가, 다 내 착각인가 하기에는 배가 기분 나쁘게 아팠어요. 아저씨는 기분 나쁘게 아픈 게 뭔지 모르죠? 배탈이나 체한 것과는 달라요. 아주, 아주 기분이 더럽게 아파요. 다리도 퉁퉁 부어서 아프고, 손가락도 부어서 주먹도 잘 쥘 수 없었어요. 시발, 시발, 속으로 욕 엄청 했죠. 그냥 더 자려고 했는데 속옷이랑 잠옷, 이불까지 피가 묻으면 뒤처리하기 더 힘드니까 일어났어요. 황금 같은 주말에, 해도 안 뜬 새벽에 일어나는 게 진짜, 너-무 억울했는데 그거 빠는 것도 내가 해야 하니까 어쩌겠어요. 네?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데 내가 왜 억울해하냐고요? ……아저씨 부인 엄청 불쌍하다. 혹시 부인분께도 그렇게 말해요?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하는데 뭐가 힘드냐, 이런 말? 허, 진짜 그런 말 하는 사람이 내 눈앞에 있다니. 완전 나쁜 사람이네. 그렇게 쉬운 거면 아저씨가 하던가! 집에 가서 손 하나 까딱도 안 하죠? 진짜 편하게 사네, 편하게. 이래서 남자들이란 쯧. 아저씨 정신 차려요. 그렇게 살다가 나중에 버림받지 말고. 진짜 이혼당한다니까? 지금이라도 잘해요. 우리 엄마랑 아빠는 이혼했어요. 엄마는 친구분들이랑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운동도 하고 점점 얼굴이 환해지는데, 아빠는 맨날 라면 끓여서 소주 마시고, 컵라면에 소주 마시고, 옷은 후줄그레해서 쉰내나지. 우리 아빠도 아저씨처럼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밥은 밥솥이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한다고 말했는데 왜 그모양으로 사는지 모르겠어요. 아저씨, 이건 진짜 진심으로 하는 소리니까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잘하세요. 딴소리하지 말고 이야기나 계속하라고요? 아저씨가 그런 개 같은 소리만 안 해도, 아 진짜, 그렇게 손 올릴래요? 허이고, 집에서도 폭력 쓰는 건 아니죠? 그럼 진짜 개쓰레기고.

한숨 쉬면 복 나간대요. 아무튼, 너무 짜증나고 억울해서 조금 더 누워있다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어요. 3시 48분. 50분까지만 더 누워있자, 했는데 배가 더럽게 아파서 결국 일어났죠. 물 한 잔 마시고 화장실로 갔어요. 변기에 앉아 속옷을 확인하는데 하 시발, 진짜 생리더라구요. 약속 없는 주말에 첫날 둘째 날을 보내게 돼서 다행인지, 피 같은 주말에 진짜 피 보게 생겨서 욕해야 하는지 헷갈리더라고요. 한숨을 푹 쉬고 볼일 보고 나왔죠.

방으로 돌아가 생리대를 찾아 서랍을 열었어요. 근데 시발, 팬티라이너 밖에 없더라구요. 그것도 달랑 하나! ……네? 뭔지 몰라요? 팬티라이너라고 엄청 작은 거 있어요. 생리할 때 그거 하면 다 흘러넘쳐서 옷 다 피로 젖을걸요. 아니 근데 부인도 있다는 사람이 팬티라이너도 몰라요? 생리대 종류는요? 소형 중형 대형 오버나이트, 몰라요? 생리대 심부름도 안 해봤어요? 예? 몸 크기대로 소중대 하는 거 아니냐고요? 이 아저씨 농담도 잘하시네.

아무튼, 그것밖에 없어서 기억을 더듬거려봤죠. 제가 생리를 불규칙적으로 하거든요. 아마 마지막 생리가 두 달 전인가 세 달 전인가……아무튼 몇 달 전이거든요. 그때 다 쓰고 생리대 산다는 게 돈이 없어서 돈 들어오면 사야겠다 했거든요. 그러다가 깜박하고, 이렇게 좆같은 일이 생긴 거죠. 진짜 이래저래 좆같은 생리에요. 진짜 생리하는지 확인하고, 생리대 붙이고, 그러고 다시 자려고 했는데 다 망한 거죠. 그 때도 인터넷으로 사는 게 훨씬 싸니까 인터넷으로 사자, 근데 곧 엄마한테 갈 거니까 갔다 와서 사자, 이렇게 미루다가 이렇게 됐죠.

생리대는 없는데 생리는 이미 했고, 배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니까 진통제를 찾아 방안을 뒤졌어요. 책상 위, 가방, 서랍장, 싱크대 수납장, 욕실…….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거예요. 네, 강도 든 거 아니고 그거 제가 약 찾느라 그렇게 한 거예요. 평소에는 그렇게 안 살아요 진짜로. 어느 정도 정리하고 산다고요. 그렇게 뒤진 덕분에 핫팩 세 개 찾았죠. 그거 아니었으면 더 큰일 났을지도 몰라요. 외투 주머니에 있나 싶어 옷도 하나하나 뒤지다가 영수증만 발견하고. 마카롱, 커피, 케이크, 연어, 얼마나 처먹고 다닌 건지. 약은 안 보이고 돈 쓴 것만 나오니까 열 받고. 그러다가 진통제를 발견해서 다행이다 하는데! 세상에 약 다 처먹고 빈곽인 거 있죠. 가방 안에 왠 쓰레기가 그렇게 많은 건지. 약이 없다는 걸 확실하게 깨닫자마자 배가 좆같이 아팠어요. 갑자기 서러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더라구요. 진통제도 없고 생리대도 없다는 걸 알고 밖으로 나왔죠. 시간이요? 글쎄요, 뭐 4시는 넘었겠죠.

아무리 여름이라고 해도 새벽이라 그런지 춥더라고요. 제가 자고 일어나서 생리인 거 확인하고 방안 뒤지다 생리대고 진통제고 없으니까 너무 화나서 그냥 입던 채로 나왔거든요. 반팔이랑 반바지. 씩씩거리며 걷는데 추우니까 소름 돋고 배는 더 아프고 좆같았어요. 그나마 배에 핫팩 붙였으니까 편의점까지 걸어갔지, 아니면 기어갔을지도 몰라요. 과장이 심하다고요? 아저씨 부인분은 생리통 없어요? 없다고요? 복 받으셨네. 뭐, 그럴 수도 있죠. 생리통이 없는 사람도 있고, 너무 심해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람도 있고 다양해요. 그거 아세요? 생리통이 심장발작이랑 비슷한 고통이래요. 거짓말하지 말라고요? 인터넷으로 봤어요. 진짜. 진짜라니까. 생리통 무시하지 마세요. 저만 해도 좆같은 생리에 좆같은 생리통만 아니었어도 이러지 않았으니까.

후……. 그 시간에 어디를 가려고 나왔냐고요? 아까 말했잖아요. 생리대랑 진통제가 없었다니까! 슈퍼나 약국은 당연히 문 안 열었을 텐데 편의점에 가야죠. 우리나라는 24시간 편의점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편의점 없었으면 어쩔 뻔했는지. 새벽에 배고프거나, 술 마시고 싶거나, 생리대가 다 떨어져도 편의점만 가면 돼요! 네? 편의점에서 사람 죽여놓고 개소리하지 말라고요? 아저씨, 제가 죽인 거 아니라니까요? 그거 다 우연과 우연이 겹친 거예요. 실수라고요. 왜 그런지 제 말을 잘 들어보세요. 그 뭐야, 무죄추정의 원칙? 판결이 나기 전에는 무죄로 생각한다 그런 거 있잖아요. 경찰 아저씨가 그렇게 생각하면 어떻게 해요?

참, 아저씨 지금 몇 시예요? 10시? 저 화장실 갈래요. 제 생리대는 어디 있어요? 여기 잡혀올 때 생리대 들고 있었잖아요. 그리고 여기 도착하자마자 바로 하나 챙겨서 화장실 갔다가 여기로 왔는데. 그럼 남은 생리대는요? 안 챙겨줬어요? 하아……. 여기에 생리대 없어요? 생리대 좀 사다 주세요. 나트라케어 중형, 없으면 다른 지점에 가서 사다 주세요. 올리브영 가면 돼요. 올리브영이 몇 시에 문 열었지? 아저씨 검색 좀 해봐요. 문 열었네! 빨리 좀 사다 줘요. 내가 여기서 더 피를 묻혀야겠어요? 참 진통제도. 이지엔 식스 프로랑 타이레놀. 아저씨 메모 잘 해요. 나트라케어 중형, 중형이요, 중형. 왜 놀라요? 대형 사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대형 하고 몇 시간 동안 화장실 못 가게 하려고요? 중형으로 사다 주면 안 돼요? 왜 저를 훑어보세요? ……아 진짜, 소형 중형 대형이 사람 몸크기인 줄 알았어요? 나 같은 사람은 대형 써야 할 것 같은데 중형 사달라고 하니까 너무 놀랍죠? 그러니까 그 작디 작은 팬티라이너밖에 없었다고 했을 때 그런 표정 지으셨구나, 그랬구나. 아이고, 뭘 또 죄송할 것까지야. 몰라서 그런 건데, 그렇죠? 모르면 배워야 하는데, 아저씨가 알 바 아니라고 아직까지 모르고, 관심도 없었고. 오늘 새로운 지식 하나 알았네! 저한테 감사하세요. 그거 엄청 무식한 거예요. 기분 나쁘세요? 저도 기분 나쁘거든요?

예, 사과받을게요. 저도 죄송해요. 그러니까 올리브영에서 사 오면 돼요. 없으면 다른 지점에서라도 사다 주세요. 그냥 생리대 아무거나 사면 안 되냐고요? 생리대에서 발암물질 나왔다는 뉴스 본 적 없어요? 그게 아니더라도 전 다른 생리대 쓰면 더 아파서 안 써요. 지금 생리대도 편의점에서 급하게 산 거라 아프단 말이에요. 꼭 나트라케어로 사다 주세요. 진통제도 이지엔 이브 말고 프로로. 저 지금 엄청 눕고 싶은데 꾹 참고 있거든요? 진짜, 진짜 아파 뒤질 것 같으니까 잠시만 쉴게요. 5분만 엎드려 있어도 되죠? 안 되면 잠시 제가 묵비권 행사한다고 생각하시던가요. 생리대랑 약 올 때까지 엎드려 있을래요. 아, 초콜렛도. 시원한 과일주스도……. 그럼 초콜렛만이라도, 지금, 흑, 아파요, 아프다고요. 스트레스 받으니까 더 아파! 진통제, 엉엉, 지금 진통제 없어요? 타이레놀? 그거라도 주세요. 진짜 아프다고요…….


초콜렛이랑 수박주스 감사해요……. 제가 아까 울어서 당황하셨죠. 네, 저도 제가 그렇게 울지 몰랐어요. 죄송해요. 생리 때는 감정조절이 잘 안 돼서 갑자기 눈물도 나고 화도 나고 그래요. 어디까지 이야기했죠? 아, 편의점에 간 것. 네. 새벽 4시 넘어서 편의점에 갔어요. 팬티라이너 하니까 불안하고, 아프니까 얼굴 창백해지고. 누가 봐도 아픈 사람처럼 보였을 거예요. 언제 생리가 왈칵 쏟아져서 속옷이 다 젖을지도 몰라, 바지 밖으로 다 새어나가면 어쩌지? 엄청 초조했어요. 근데 아프니까 걸음은 느리지, 편의점은 멀게만 느껴지지. 속으로 시발시발 욕을 얼마나 했는지 몰라요. 그렇게 편의점에 도착했죠.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있더라고요. 아마 새벽이라 무슨 일 생길지도 모르니까 남자를 썼겠죠. 근데요, 그 남자 아르바이트생을 보니까 화가 나더라고요.

그거 아세요? 저 편의점 아르바이트 했었어요. 야간으로. 보통 야간은 남자애들 많이 쓰기는데, 제가 사는 동네는 앞으로는 아파트, 뒤로는 원룸촌이니까 유동인구도 많고 가로등도 많아요. 그래서 저도 야간 아르바이트 할 수 있었어요. 월요일 수요일 두 번, 토요일 한 번, 이렇게 일주일에 세 번 일했거든요. 근데요, 저 잘렸어요. 제가 실수한 게 있냐고요? 아뇨. 저는 지각도 한 적 없었고, 연장근무 해달라고 하면 해주고, 시재도 잘 맞추고, 청소, 정리정돈 다 잘했어요. 손님한테도 상냥하고 어서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인사도 잘했어요. 손님이 카드를 좆 같이 줘도 카드 받았습니다 웃으면서 말하고, 제가 손 내밀었는데 현금을 카운터 위에 내팽개치듯 줘도 웃으면서 줍고, 계산 다 했는데 통신사 할인 안 했다고 하면 웃으면서 계산 취소하고 다시 해줬어요. 비닐봉투 그냥 주면 안 되냐고 계속 조르면 한껏 죄송한 표정을 지으면서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법이 바뀌어서 봉투값 20원을 지불하셔야만 봉투에 담아드릴 수 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게 사과하고. 그깟 20원 때문에 봉투가 얼마나 한다고 안 주냐, 사장 불러 와라 진상짓 해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러고. 동전으로 맞아도 보고 쌍욕 먹고 그래도 화 한 번 안 냈어요. 시간이 시간이니까 술에 취한 사람들도 많았죠. 어떤 아저씨는 원 플러스 원 하는 상품 사서 저보고 고생 한다고, 하나 먹으라고 주고 가기도 하고, 어떤 아저씨는 매장에서 토하기도 하고, 어떤 여자는 테이블에 엎드려 자기도 하고 그랬어요. 물론 무서운 손님도 있었죠. 술 처먹고 화를 주체못해 들어올 때부터 시발년 개년 썅년 온갖 년을 부르는 손님, 눈은 다 풀리고 얼굴은 새빨개서 바로 카운터로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손님 등. 그래도 무슨 일 있으면 경찰 부르면 되니까 괜찮았어요. 파출소가 가까웠거든요. 경찰들도 오며가며 편의점에 들어오니까 얼굴도 익히고. 내가 여자니까 근처 순찰도 더 잘 돌아주고. 그러니까 괜찮았어요.

근데 근처 편의점에는 강도가 들고, 어떤 원룸에 사는 여대생은 뒤에서 남자가 쫓아오니까 도망가다가 차에 치여 죽었대요.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상관 있더라고요. 강도 든 편의점에서는 별다른 피해 없었대요. 반항 안 하고 돈 달라고 해서 돈 주니까 그냥 갔대요. 얼핏 듣기로는 몇십만 원이었다는데 사람 다치는 것보다는 낫다고, 사장님이 잘했다고, 제가 일할 때 혹시라도 강도가 들거든 돈 주라고, 괜찮다고 그러셨어요. 여자애 혼자 새벽에 일하기 불안하지 않냐, 불안하면 말하라고 어깨를, 등을, 허리를 다독이면서. 좆같았는데 웃으면서 네, 이랬죠. 말하면 뭐 어떻게 할 건데요? 잘리기밖에 더해요? 괜찮다고, 파출소도 가깝고, 쓸데없는 반항도 안 할 거니까 괜찮다고 했죠. 한 군데 더 털렸지만 강도는 잡았으니 다행이었죠. 다친 사람, 죽은 사람도 없고. 그렇게 괜찮을 줄 알았어요.

며칠 뒤에 여대생이 죽었대요. 걔…… 제 친구예요. 이름 아세요? 모르시죠? 하루에도 몇 명씩 죽어 나가니까. 강하나. 저랑 친한 친구였어요. 여기 원룸촌에 살아서 가끔 새벽에 제가 일하는 편의점까지 와서 수다 떨다 가요. 이 새벽에 피곤한데 잠이나 자라고 해도 저 심심할까 봐 자기 집 근처 편의점 안 가고 여기까지 온 거라고, 자기랑 놀아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좋은 애였어요. 근데 죽었대요. 저랑 수다 떨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개새끼가 칼 들고 쫓아오니까, 칼에 찔린 게 아니라요. ……막, 막 도망가다가, 그러다가 차에 치여서, 그렇게 갔어요.

그 개새끼는요, 정말, 정말 개새끼였어요. 이 좆같은 생리보다 더 좆같은 새끼였어요. 처음에는 매너 좋고, 친절하고, 그런 줄 알았어요. 하나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거절당하니까 포기하지 않고 쫓아다니고, 연락하고, 작은 꽃다발도 사서 주고. 하나는 계속 거절했어요. 마음은 고맙지만 괜찮다고. 부담스러우니까 이러지 말라고. 그 새끼가 자기 친구들한테 이랬대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시발, 이런 속담은 다 사라져야 해요! 사람은 나무가 아니고, 여자는 퀘스트 보상도 아니에요. 근데 그 새끼는 끈질기게, 시발, 나는 존나 하나한테 저렇게 노력하는데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 이딴 소리나 하고……. 진짜 너무 후회돼요. 진짜, 내가, 하나랑 제일 친한 친구인 내가, 그런 개소리만, 흑, 개소리만 안 했어도, 하나는 그 새끼 안 만났을 거예요. 한 번 만나보고, 만나봐도 아닌 건 아니니까 거절했는데, 그 개새끼는 간 본다고, 꽃뱀이라고 시발새끼, 누가 귀걸이니 반지니 사라고 했나? 받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사고 싶어서 사놓고 하나한테 물어내라고, 아니면 자기랑 만나자고 그렇게, 시발, 배아파…….

진통제 하나만 더 먹을게요. 초콜렛도. 아, 초콜렛은 다 먹었어요? ……죄송해요, 제가 사탕은 안 먹어서요. 아 초콜렛! 감사합니다.

그러더니 강의실 앞까지 찾아왔어요. 하루는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러면서 빌고. 하루는 강하나 네가 그렇게 잘났어?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 이러면서 화내고.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저 년은 꽃뱀이에요, 제 돈 쓰게 만들고 안 만나줘요! 소리치고. 그러다가 결국 교수님 귀에도 들어가서 엄청 혼나더니 학교에 안 나오더라구요. 다행이다 싶었죠. 근데 이제 집 앞에 찾아왔어요.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뒤쫓아왔대요. 신고했는데 무슨 피해가 있냐 그래서 계속 연락하고 집까지 쫓아온다 했죠. 도둑맞은 거 있냐, 아니요, 어디 다쳤냐, 아니요. 무슨 관계냐, 제 애인이에요! 아니에요! 허허허, 둘이 싸웠어? 이런 거로 신고하지 말고 좋게좋게 해결해. 그러고 갔어요. 하나요, 좋은 친구라서 새벽 아르바이트하는 저한테 온 것도 있지만요, 무서워서 그런 것도 있어요. 원룸에 혼자 있는 게 너무 무서워서. 하루는 다른 친구 집에 가서 자고, 하루는 잠 못 자니까 저한테 와서 같이 수다 떨고, 해 뜨고 사람들 돌아다니면 가고. 그냥 그 날은 하나가 조금 더 일찍 간 날이었어요. 그 전날에 사장님이 씨씨티비 확인하고 너무 친구랑 노는 거 아니냐, 넌지시 말해서 하나가 일찍 간 날. 근데 죽었어요. 알았어요 아저씨? 댁들이 애초부터 잘 처리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거예요.

그렇게 친구가 죽으니까, 사장놈이 저보고 일 그만두래요.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세상이 너무 흉흉해서 여자애는 야간으로 안 되겠대요. 그 시발놈이 개새끼 짓을 한 건데, 제 친구는 죽고, 저는 아르바이트에서 잘렸어요. 저 완전 일 잘했는데, 친구가 죽었어도 아르바이트는 했는데. ……산 사람은 살아야 하잖아요. 그 일이 제 생계수단이었는 걸요. 낮에는 수업 듣고,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밤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하고, 비어 있는 시간이면 쪽잠 자고, 그렇게 살아야 버티는 걸요.

그 개새끼요? 칼 들고 쫓아왔지만 실제로 찌른 건 아니잖아요. 개새끼가 칼을 휘둘러서 다친 사람? 없어요. 그냥 내 친구 혼자서 도망가다가 차에 치여 죽은 거지. 과실치사랬나 뭐랬나.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살인죄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형량도 엄청 가볍게 나오겠죠? 아마 우울증인가 뭔가라고 주장하고 있다던데. 개소리죠 개소리. 왈왈, 개소리.

아무튼 저는 그렇게 잘렸어요. 친구 장례식장 자리도 다 못 지키고, 사장님한테 사정을 설명해도 대타할 사람 없으니까 나와야 한다 해서 아르바이트 했는데, 어느새 새 아르바이트생 구하더니 저를 자르더라고요. 여자인 저를 걱정해서, 세상이 너무 흉흉하니까 아무래도 안 되겠다면서 한껏 미안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참 감사하게도 잘렸네요. 그리고 사장새끼가 뭐라한 줄 아세요? 돈 필요하면 다른 일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구요. 용돈 챙겨줄 테니까, 자기랑 만나보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고 웃으면서 물어보더라구요. 너도 어디 가서 다른 사람 만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차라리 마음 편하게 경제적 여유 있는 자신이랑 만나자고 하대요. 사장새끼 나이요? 40대였나, 50대였나? 머리카락도 얼마 없는데 양심도 없는 새끼였어요. 딸 같은 애한테 개소리하고.

솔직히 저요, 그때 좀 혹했어요. 월세도 내야 하고 생활비도 써야 하는데 여기서 그만두면 어떻게 하지. 모아둔 비상금이 얼마 있더라. 머릿속에서 휙휙 계산 중인데, 한 번 만날 때마다 용돈 주겠대요. 편의점 시급 엄청 짠 거 아시죠? 네? 최저임금이요? 에이, 편의점에서 누가 최저임금으로 챙겨줘요. 그렇죠, 알바몬이니 알바천국 같은 곳에는 최저임금 준다고 하죠. 그리고 연락 주고받고 면접 보러 가면 그제야 최저임금은 이렇지만, 어떻게 그렇게 다 챙겨주겠냐, 그러면 우리 망한다, 어느 편의점을 가도 다 못 챙겨줄 거다. 잘 생각해봐라. 그래요. 별 수 있어요? 그거라도 받고 일해야죠. 매번 돈에 쪼들리는데 사장놈 말 듣고 어떻게 안 혹해요? 물론 그 후에 바로 정신 차려라, 아무리 힘들어도 이러지 말자, 그러고 사장놈 얼굴 보고 닥치라고 하고 나왔죠. 그랬더니 사장이 이렇게 말했어요. 그 얼굴, 그 몸뚱이로 감지덕지 해야지 어디 버르장머리 없이 바락바락 대드냐고. 개소리, 왈왈!

참 이거 신고 돼요? 받은 게 없으니까 안 되나? 근데 그 사장놈 이게 처음이 아닌 것 같단 말이에요. 아르바이트생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는데 혹시 모르니까 나중에 조사 좀 해주세요.

아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서 생리를 건너뛴 건가? 아 맞다. 편의점에 가는 길에 어떤 아저씨를 봤어요. 네, 머리 깨진 아저씨요. 가로등 아래에서 노상방뇨 하는 거 있죠. 아니 시발, 술 처먹으면 곱게 집에 가지 왜 길거리에서 오줌을 싸요? 싸려면 어두운 곳에서, 사람들 잘 안 다니는 데서 싸던가. 직진하면 금방인데 다른 길로 돌아가기에는 뭔가 억울한 거예요. 그래서 빨리 지나가려고 하는데 그 아저씨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어요. 눈이 마주치는데, 히죽 웃더라구요. 눈을 반짝이면서 히죽거렸어요. 그러면서 나를 똑바로 보고 말했어요. 정말로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아, 가, 씨, 이, 런, 거, 관, 심, 있, 어, ?

그 순간 주위를 둘러봤는데 사람이 없었어요. 불 켜진 집도 없고, 해는 아직 안 떴고 겁이 났어요.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나도, 나도 하나처럼 죽나? 그때 밀려온 공포는 말도 못해요.

시발시발 하며 후다닥 달려 제일 가까운 편의점으로 뛰어갔죠. 왜 편의점이냐고요? 그 시간에 24시간 문 열고 있는 곳이 편의점밖에 더 있어요? 그렇게 열심히 뛴 건 올해 들어 처음이었어요. 그 뒤로 쏴아아 하는 오줌 싸는 소리랑 웃음소리가 들렸어요.

그, 러, 게, 이, 밤, 에, 왜, 싸, 돌, 아, 다, 녀, !

저는 뛰어서, 정신없이 뛰어서 편의점에 갈 수밖에 없었어요. 제일 가까운 편의점. 네, 사고가 일어난 편의점이요. 제가 일하다가 잘린 편의점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잘리고 한 번도 안 갔는데 별수 있나요. 뒤에서 혹시라도 아저씨가 쫓아올까 봐 무서워 죽을 것 같았는데.

아무튼, 편의점에 도착했는데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인사도 안 하고 핸드폰만 보고 있는 거예요. 난 손님이 오면, 그 손님이 고등학생이건, 취객이건 관계없이 웃으면서 밝은 목소리로 어서오세요~ 인사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사장님이 제가 참 친절하게 응대해서 좋다고, 손님들이 내 칭찬 많이 한다고 했었거든요. 근데 그 새끼는 손님이 왔는데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얼굴도 안 보일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하고 있었죠. 그 모습을 보고 다른 편의점으로 갈까 했는데 피가 흐르는 느낌이 드니까 그냥 들어갔어요.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아니까 바로 생리대 코너로 가려 했어요. 그런데 진열이 이상한 거예요. 누가 한껏 헤집어 놨는데, 그게 그대로 있더라구요. 이 과자가 저 과자 앞에 끼어 있고, 봉지라면도 있고. 난장판이었죠. 사장놈이 어찌나 깔끔하게 해라, 정리정돈 잘해라 잔소리를 했는데요. 그래서 전 손님이 왔다가 가면 바로 나와서 매장 안을 둘러봐야만 했어요. 맨날 씨씨티비만 들여다보는지 뭐가 마음에 안 들거나 그러면 바로 연락하고 그랬어요. 연락 오는 게 짜증 나니까 애초부터 잘하자 하고 진짜 박박 닦고 정리하고 그랬는데……그 새끼는 손님이 왔는데 인사도 안 하더라구요.

엉망진창인 거 보고 짜증 나서 정리해줄까 하다가 말았죠. 뭐가 예쁘다고 정리를 해줘요. 생리대 앞에 서서 뭐가 좋을까, 싼 거 살까, 투 플러스 원을 살까, 돈이 얼마 있더라, 나중에 인터넷으로 살 거니까 하나만 살까, 뭐 이런 고민을 하면서 서 있었어요.

딸랑 종소리가 들리더니 어떤 아저씨가 들어오더라고요. 새벽 내내 술을 마신 건지, 엄청 취해서 몸도 제대로 못 가눴어요. 숙취해소음료를 사러 왔나, 냉장고 쪽으로 비틀거리면서 걸어왔죠. 그러다가 저를 발견하고 한 마디, 아니 두 마디 했죠.

어, 아가씨 생리해? 그러다 바닥에 피 흘리겠어!

순간 시발, 좆같다, 시발, 시발시발, 쌍욕을 했어요. 샜구나. 얼마나 샌 거지. 머리가 하얗게 되고 돌아버릴 것 같았어요. 진짜, 진짜 너무너무 창피해서 정신이 나갔다니까요. 아무튼 그 아저씨가 그 소리 하니까 아르바이트생이 녜?! 하고 엄청 놀랐어요. 카운터를 허둥지둥 나오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몸을 진열대에 붙이고 손으로 엉덩이를 가렸어요. 저쪽에는 아저씨가, 이쪽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있는데 죽고 싶었어요.

아가씨 도와줘? 옷 벗어줄까?

다시 한번 들으니까 목소리가 그 아저씨였어요. 오줌 싸던 아저씨. 한껏 다정하고 친절하게, 생리혈을 철철 흘리는 불쌍한 아가씨를 돕고 싶어하는 마음을 담아 말하더라고요. 정말로 양복 자켓을 벗으면서요. 으, 시발, 오줌 싸고 안 닦은 손이잖아요. 더러워. 아저씨는 오줌 싸고 손 닦죠? 왜 대답이 없어요? 안 닦아요? 아니 시발, 왜 오줌을 싸고 손을 안 닦아? 아저씨 고추는 살균소독한 고추에요? 왜 남자들은 오줌 싸고 손을 안 닦지? 그리고 그 손으로 이것저것 만지고. ……설마 오줌 싸고 안 만진 손으로 아까 그 초콜렛 만졌어요? 그걸 저한테 준 거예요?! 우웩, 웩, 진짜 속 안 좋, 우웩…….


아저씨, 배고파요. 아저씨는 아침 드셨어요? 생각해보니까 새벽에 깨서 아무것도 안 먹고 지금까지 있었네요. 뭐 좀 먹으면 안 돼요? 한국인은 밥심이잖아요. 게다가 저 생리중이라 기운없어요. 어지럽기도 하고요. 그럼 저 국밥이요. 뜨끈뜨끈한 순대국밥. 순대만, 내장은 간만. 다대기 많이. 국물 많이 달라고 해주세요! 먹는 게 남는 거고,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고 하잖아요. 감사합니다.


아 배부르다. 양치질 하고 싶은데……. 에이, 알았어요. 어디까지 말했죠? 아, 오줌싸개 아저씨. 그 아저씨도 웃긴 아저씨죠.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는 밤늦게 걸어가는 여자한테 공포감을 주더니, 환한 편의점에서는 아까 공포감을 줬던 여자를 걱정해줘요. 무슨 차이일까요? 빛의 밝기 차이? 땡.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있어서 그래요. 허옇고 삐쩍 마른 멸치 새끼인데도, 남자니까. 전 그 아저씨가 저한테 친절하게 말을 걸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요, 내가 만약 여기서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면? 저렇게 고주망태로 취한 아저씨와 나. 단 둘뿐이었다면?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일 잘려서 너무 다행이다. 엉덩이를 가리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예, 맞아요. 이게 그 아저씨 옷이에요. 그럼 어떻게 해요. 바지 앞뒤로 다 샜는데. 옷도 못 갈아입게 하면서 뭐라 하지 마세요. 저도 찝찝하거든요? 지금이라도 옷 갈아입게 해주던가요. 거봐, 말이라도 하지 말던가. 아무튼, 그 아저씨의 자켓을 받고 허리에 감았어요. 되게 웃긴 게 뭔지 알아요? 앞을 가려야 해, 뒤를 가려야 해? 엄청 고민했다는 거예요. 내 꼴은 잘 모르겠는데 저 아저씨가 내 엉덩이를 보고 알았을까 내 앞을 보고 알았을까. 고민하다가 엉덩이를 가렸어요. 앞은 소매로 어찌어찌 가리고. 옷을 받긴 받았는데 이대로 집까지 갈 수도 없고, 가져가고 싶지도 않아서 뭘 사야 하나, 어떤 거로 아래를 가릴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생리대 나트라케어만 주문했었잖아요. 그런데 편의점에는 나트라케어를 안 팔아요. 그래서 제일 싼 거 하나만 살지, 투 플러스 원을 살지 머리 터지게 고민했는데, 피가 샜다니까 아무거나 골라서 계산하려고 했어요. 생리대를 하나 들고, 남는 상자 있으면 달라고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그 새끼더라고요. 그 개새끼요, 하나를 쫓아다녔던 새끼, 결국 죽게 만든 개새끼. 알고 보니까 겉으로는 착한 척 다해놓고 같은 과 여자애들 품평하고 성희롱하고 그랬대요. 하나 일도 있고 단톡방 일도 있는데 어쩜 그렇게 뻔뻔하게 거기서 일할 수 있는 거죠? 단톡방 일은 아직도 해결 안 된 것 같아요. 전부다 퇴학당할 줄 알았는데 학교 잘 다니고 있대요. 타과 사람들도 모두 모여서 시위할 거라는 말은 있더라고요. 자세히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잘 모르겠어요. 다 이상해요. 잘못한 새끼들은 멀쩡히 잘 다녀요. 아르바이트도 잘 하고 있잖아요? 아무 잘못 없는 나는 잘렸는데, 성희롱한 개새끼 친구는 내가 했던 아르바이트 이어서 하고 있었어요. 내가, 하던, 그 일을.

화가 치밀어올랐는데, 피가 다 새서 허리에는 모르는 아저씨, 아까 오줌싼 아저씨 옷을 두르고 있고, 한 손은 앞을 가리고 있고, 다른 손은 생리대를 들고 있는 나를 생각하니까 돌아버리겠더라고요. 이런 꼴을 보이다니, 너무 수치스럽고 부끄럽고……. 죽어버리고 싶었어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고, 지나가는 차가 있으면 뛰어들고 싶었어요. 접싯물에 코 박고 싶었고 다리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었고 칼이 있으면 찔러버리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깨달았죠. 내가 아니라 저 새끼를 찌르면 되잖아? 정말, 어떤 계시라도 내린 것처럼 하얗던 머릿속이 깨끗해졌어요.

저는 침착하게 양복 자켓이 흘러내리지 않게 단단히 묶었어요. 그 새끼가 허옇고 삐쩍 마른 멸치 새끼라고 했었죠? 맞아요. 저처럼 생리대 대형 쓸 것 같은 여자한테는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새끼였어요. 어떻게 했냐고요? 그냥 지나가다가 부딪쳤어요. 내 몸으로 그냥 가볍게 툭. 정말 툭, 밀었어요. 길거리 지나가다가 어깨빵 하는 것처럼 그렇게 툭이요. 그런데 누가 그렇게 힘없이 뒤로 밀려날 줄 알았어요? 제가 비록 그 새끼를 칼로 찔러 죽이고 싶었어도 저에겐 칼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그냥 카운터 가는 길을 막고 있으니까 지나가려고 했죠. 제 몸이 커서 부딪친 것뿐이에요. 정말이에요. 근데 누가 그렇게 밀릴 줄 알았나. 그 새끼는 힘없이 밀리더니 넘어졌어요. 진열대가 휘청거리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진열대를, 아니 그 새끼를, 진열대를? 흠, 뭔가 잡으려고 했는데 제 몸도 휘청거렸어요. 순간 현기증이 일어났나봐요. 현기증이요 현기증. 제가 몸무게는 꽤 나가도 엄청 건강한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생리 중이라 피가 빠져나가는 중이잖아요. 그래서 현기증이 나서 어지러웠어요. 저도 넘어졌거든요. 근데 운 나쁘게 제 밑에 그 새끼가 있던 거죠. 더 운이 나쁜 건 그 진열대에는 술도 있었고, 그 술은 유리병에 담겨 있다는 거겠죠? 정말정말 운이 나쁘게 술병이 깨지고, 그 새끼가 그 위로 살짝 넘어지고, 저도 넘어진 거죠. 진짜예요. 다 조사해보면 알 걸, 아니 씨씨티비만 봐도 알 수 있는 건데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예? 씨씨티비 고장났다고요? 이상하다? 누가 그래요? 사장이 그랬다고요? 언제부터요? ……몇 달 됐다고요? 그럼 사장 새끼는 어떻게 알……하 시발, 시발시발!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 했어. 카운터 아래쪽에 웬 텀블러가 있나 했지. 시발 새끼, 도촬한 거야? 어? 와, 화장실 구멍을 막고 막아도 새로운 구멍 생기고, 가운데가 반짝이는 나사를 뾰족한 걸로 찍고 실리콘을 쐈는데도 뭔가 이상하더니, 개새끼, 시발 새끼! 좆같아 시발. 이거 신고 돼요? 사장 새끼가 아무래도 편의점이랑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한 것 같아요. 이거 불법이잖아요. 맞죠? 불법촬영하면 벌금 물거나 잡혀간다면서요. 사장 새끼 신고할게요. 아 시발놈. 개좆같은 새끼. 진짜 꼭 수사해주세요. 이건 저만 아니라 그 상가 1층에 있는 모든 사람이 피해자라고요. 여자 남자 전부다!

편의점은 상가 공용 화장실을 써요. 그것도 남녀공용이에요. 번호키는 있죠. 개나소나 다 열고 들어와서 그렇지. 시발, 화장실에 불 켜져 있는 거 보면 노크할 생각이 안 들어요? 아저씨는 어때요? 아저씨도 노크 안 해요? 아, 여긴 남자들밖에 없어서 상관없다고요. 남자들은 서로 고추 보면서 오줌 싸지 참. 남자들끼리는 그렇다고 치고, 아니 안에 있는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르면서 불쑥불쑥 왜 들어와요? 화장실은 더럽고, 어떤 새끼가 갑자기 들어올지 모르고. 진짜 화장실 가고 싶어도 꾹 참았어요. 목 말라도 물 안 마시고, 피곤해도 커피 안 마시고. 그냥 악으로 버티고. 그래도 가고 싶으면, 혹은 배탈이 나면 시발시발 욕하면서 가고 그랬죠. 아저씨는 이런 거 모르죠? 생각도 안 해봤잖아요.

생리를 하면 화장실에 꼭 가야 해요. 아저씨, 모르면 가만히 있어요. 이상한 추임새 넣지 말고! 아휴 진짜 화장실을 왜 가냐니, 생리대 갈러 가죠! 생리할 때는 두세 시간마다 화장실에 가야 해요. 되도록 3시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계속 핸드폰으로 시간 체크 해요. 혹시 새지는 않았을까 냉장 매대 옆쪽에 한 뼘 정도 크기의 거울로 뒤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그랬어요. 생리대를 갈러 가야 하는데 손님이 들어오면 속으로 손님이 빨리 가면 좋겠다고 얼마나 바랐는지 몰라요. 평소에는 손님이 얼마나 오래 있든 상관 안 했어요. 저는 상냥하고 친절하니까요. 그런데 그때만 되면 빨리 고르고 꺼지라고 빌고, 도시락이나 컵라면 같은 거 고르면 여기서 먹지 말고 집에 가서 처먹으라고 빌고, 이 밤중에 왜 처기어나오냐고 꺼지라고 빌고. 그러다가 울고. 정말 내가 미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돌아버려요.

그렇게 돌아버린 상태에서 생리대를 교체하러 화장실에 가요. 그러면서 몰카가 있으면 어쩌지, 이미 다 찍혔을 거야, 찍어라 시발, 뭐 어쩌라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벽을 둘러보고 휴지통 변기통도 들여다봐요. 생리대를 버릴 때도 누가 주워가면 어쩌지? 설마, 아니야, 혹시, 에이, 하면서 꽁꽁 싸매요. 근데 시발, 진짜 생리대를 주워가진 않았겠죠? 혹시 이럴 때 처벌할 수 있어요? 아 예, 예, 그렇지요. 제가 피해 본 건 없죠. 네, 제가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태어나 배때지가 불렀네요. 근데 진짜 정신적 피해보상도 안 돼요? 아, 예…….

그 다음에 어떻게 된 거냐고요? 병이 깨지고 그 새끼가 넘어지고 나도 넘어지고. 제가 어지러워서 그 새끼 위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일어났거든요. 근데 보니까 하얀색 바닥에 빨간 액체가 흐르는 거예요. 저는 나한테 저만큼의 피가 흘러나온 건가 싶었어요. 헛소리 말라고요? 진짜예요. 아니 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데 헛소리는 무슨 헛소리에요. 저 입 다물어요? 초콜렛……. 아저씨 손 닦았죠? 진짜죠? 네, 잘, 잘 먹을게요. 웩. 아니, 그냥 속이 안 좋아져서. 에이 먹을 거예요. 초콜렛은 죄가 없잖아요.

맛있다. 한 개 더 주세요. 감사합니다.

음, 빨간색이 점점 커져서 내 피는 아니구나, 그럼 이게 뭐지? 와인인가? 했어요. 술병이 깨졌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와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해서 와인도 아닌데, 이게 뭐지, 하고 만져보니까 이상한 거예요. 그제야 피인 걸 알았죠. 옆을 보니까 아저씨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뜬 채로 나를 보고, 그 새끼를 보고, 나를 보고, 그 새끼를 보고, 나를 보다가 으헙! 하고 이상한 소리를 냈어요. 아저씨한테 도움을 청하려고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더니 아저씨는 나보다 더 비틀거리던데요?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걸 보고도 술이 안 깬 거 보면 술을 얼마나 마신 건지, 쯧쯧.

아무튼 아저씨가 비틀거렸어요. 비틀비틀 뒷걸음질 쳤죠. 아저씨도 넘어질까봐 내가 서둘러 달려갔어요. 달려갔다고 해봤자 몇 발자국이지만. 아저씨한테 달려갔죠. 그런데 아저씨는 내가 그 새끼를 죽인 것마냥 소리를 꽥! 지르더니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뒤로 넘어지려고 했어요. 그런데 나도 아직 현기증이 사라지지 않아서 어지럽지 뭐예요.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아저씨한테 몸이 기울어졌어요. 아저씨는 냉장고로 넘어졌어요. 캔음료나 맥주를 진열한 냉장고요. 그 아저씨 머리가 그렇게 말랑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유리문에 빡 부딪치더니 팍 머리통이 깨질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아저씨 두 눈은 뒤로 돌아갔어요. 그러고는 슬로우 모션처럼 몸이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오면서 유리문에 묻은 핏자국도 점점 내려오더라고요. 마치 아저씨 머리통이 붓이 되어서 빨간 물감을 칠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너무 놀라고 너무 당황스러워서 아저씨한테 일어나보라고, 괜찮냐고 뺨을 때리고, 혹시라도 인공호흡이 필요한가 싶어 숨도 불어넣고 가슴 압박도 하고, 그러다가 개새끼도 피 흘린 거 생각나서 그 새끼 뺨도 때리고, 가슴 압박하고 그랬어요. 네? 뺨에 멍이 들었다고요? 제가 너무 놀라서 힘조절을 못했나봐요. 아, 갈비뼈도 부러졌다고요? 세상에, 제가 그렇게 세게 눌렀나요? 무게를 실어서 하긴 했어요. 티비에서 의사나 안전요원이 사람 위에 올라타서 숨을 불어넣고 가슴을 굉장히 세게 누르잖아요. 그래서 갈비뼈가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본 적 있어요. 그걸 생각하니까 아, 생각보다 강하게 눌러야 하는구나, 하고 최선을 다해서 눌렀어요. 살리고 싶었거든요. 너무 무서웠어요. 이렇게 죽으면 어떻게 하지?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내 눈앞에서 두 명이나, 안 돼, 이럴 순 없어, 하나라면, 똑부러지는 하나라면 이럴 때 침착했을 텐데, 나는 돼지같이 살만 쪄서 친절하고 상냥하게 웃으며 손님 응대나 할 줄 알지, 둔하고 굼떠서 내 몸 하나 제대로 간수 못하고 이게 뭐야, 뭐야, 뭐야! 신이시여 제발 도와주세요. 하느님 하나님 부처님 알라여 조상님 산신령님 제발, 제발 누구든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렇게 빌고 또 빌면서 최선을 다했다고요.

왜 그렇게 간절히 빌었냐고요? 아저씨는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 손 놓고 있을 거예요? 경찰이면서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어요? 아니, 이건 경찰이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면 그런 말 하면 안 되죠. 눈앞에서 사람이 피 흘리면서 죽어가고 있잖아요. 뭐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네, 정말 저는 뭐든 하고 싶었어요. 찬물을 끼얹으면 정신을 차릴까 해서 물을 뿌려보기도 했어요. 아 물이 아니라 콜라라고요? 제가 정신이 없어서 뭐가 뭔지 모르고 잡히는 대로 뿌려서 그런가 봐요.

이제 끝. 이런 게 된 거예요. 우연과 우연이 겹친 불행한 사고.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내가 새벽에 아파서 깼더라도 그냥 잤으면 이런 일은 없었겠죠? 생리대를 미리 사놨어도 그랬을 거예요. 아니면 생리대를 사러 나가더라도 거기가 아니라 다른 편의점에 갔더라면, 좀 더 건강하고 튼튼해서 내 몸에 밀리지 않는 아르바이트생이 있는 곳에 갔으면 좋았을걸. 오줌싸개 아저씨가 아무리 무서워도 다른 편의점으로 갈걸. 빨리 계산대로 가고 싶어도 비켜달라고 말할걸. 창피해서 죽고 싶어도 친절하고 상냥하게 부탁할걸. 친절하고, 상냥하게. 나에겐 그것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정말 제 잘못인 걸까요? 다 제 탓이에요? 그 새끼들에게도 잘못이 있지 않을까요?

그 아저씨는 술을 처마셨으면 곱게 집에 가야지 왜 길거리에서 오줌을 싸고 있었을까요? 애초에 술을 안 마시고 바로 집에 갔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잖아요. 아니면 거기에서 오줌을 싸는 게 아니라 집에 얼른 가거나, 놀이터에 있는 공중 화장실로 가면 됐어요. 그래요, 거기까지 못 갈 정도로 너무너무 급하다고 쳐요. 하다못해 새벽의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겁을 주면 안 됐어요. 공포심을 느낀 사람이 현기증을 느끼고 비틀거리다가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났잖아요.

개새끼도 거기서 일하지 말았어야죠. 여기가 같은 학교 학생들이 주로 사는 원룸촌인데 어쩜 그렇게 뻔뻔하게 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거죠? 그것도 하나 친구인 내가 일하는 이 편의점에? 하나가 자주 다녔던 편의점이니까, 구인공고가 났으니까, 얼씨구나 하고 지원한 걸까요? 그리고 삐쩍 마른 멸치라도 남자니까 제 자리를 차지한 걸까요? 너무, 너무 뻔뻔해요. 그러니까 자기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서 그딴 개소리를 한 거겠죠. 가슴이 어떻니, 의젖이니, 성괴니, 김치녀개념녀된장녀김여사골뱅이먹고버려자빠뜨려돼지뚱뚱이얼굴갈아버리고싶어너무말라서발로차면부러질것같아개년이번에몰래촬영했어너도볼래공유공유비밀이야이거범죄아냐괜찮아. 그럼 모든 남자가 잡혀가게? ㅋㅋㅋ

아저씨.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잡혀가지 않아서, 아무 문제 없이 잘 다니니까, 그런 말을 하고, 여자의 집까지 쫓아가고, 결국 죽이고, 그러나 잘못은 없고.

잘못이요? 맞아요. 개새끼는 잘못했어요. 아저씨가 듣기에도 그 밤중에 여자애 뒤를 칼들고 쫓아갔는데 잘못했다는 생각 들죠? 개새끼 시발 새끼 같죠? 근데요, 그 새끼가 뭐라고 했냐면요, 앞에 가던 하나가 자신을 보고 도망가니까 뒤따라간 거지 쫓아간 게 아니래요. 손에 칼이요? 너무, 너-무 우울하고 괴로워서 뭐든 잡히는 대로 잡았는데 그게 칼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대요. 하나를 직접 찌른 것도 아니고, 하나가 예민하게 반응해서 도망가다가 차에 치인 거니까 자기도 놀랐대요. 어이없죠? 저도 어이없어요. 아 생각났다. 과실치사였나.

그렇죠. 그거랑 이거랑은 관계없죠. 음……그 새끼는 왜 그렇게 몸이 연약해요? 너무 말랐어. 어떻게 그냥 툭 치고 지나가려는데 넘어지냐고요. 왜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 걸까요? 왜 저를 이렇게 고생시키냐고요. 사람이 지나가려고 발걸음을 옮겼으면 비켜야지, 왜 그 자리에 서 있냐고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자세가 안 된 거예요. 그런 새끼들은 편의점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더라도 금방 잘릴 거예요. 배려심도 없고 친절함도 없고. 사장님은 왜 그렇게 비리비리한 새끼를 쓰는 건지. 내가 여자라 걱정돼서 잘랐으면, 키도 크고 어깨도 넓은 건장한 남자가 일해야지 왜 멸치 새끼가 일해서 나를 곤란하게 하는 건지. 내가 더 튼튼한데. 그렇지 않아요?

참, 그……두 사람 정말 죽었어요?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저도 과실치사 아니에요? 고의도 아니었고, 그냥, 그냥 다 사고였잖아요. 사장 새끼, 아니 사장님한테는 죄송하네요. 이거 사고였으니까 다 보험처리 되겠죠? 제발,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하느님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 조상님 온갖 신이시여, 제발 전액보험처리 되게 해주세요. 저한테 피해온 거 없게 해주세요. 아 시발 배아파. 화장실 좀 갔다 와도 돼요? 시발, 맞다. 사장 새끼 도촬했다니까요? 이걸로 어떻게 안 돼요?

그런데 저 생리 중이에요. 호르몬 폭발. 왜 뉴스기사 보면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 술 마셔서 심신미약 되잖아요. 생리로 인한 심신미약은 인정 안 돼요? 왜요? 지금은 자살 충동 들어서 저를 칼로 찔러 죽이고 싶어요. 저는 죽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자꾸만 죽고 싶어져요. 이거 심신미약 아니에요? 아니면 과실치사? 저는, 저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댓글 3
  • 경희 19.12.18 20:53 댓글

    으아, 이거 웃으면 안되는데 왜 이렇게 웃기면서 화나는....? 단숨에 잘 읽었습니다.

  • No Profile
    홍청망청 20.01.10 10:07 댓글

    후루룩 읽게 만드는 흡입력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 No Profile
    까치 20.01.15 15:07 댓글

    웃프네요. 흡입력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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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작 안내 11월 심사평 2019.12.16
후보작 빛나는 세상 속에 — 윤도흔1 2019.11.15
선정작 안내 10월 심사평 2019.11.15
후보작 노인과 노봇 — 최의택 (본문 삭제) 2019.10.15
우수작 컴플레인 — 돌로레스클레이븐 (본문 삭제) 2019.10.15
선정작 안내 9월 심사평 및 3분기 우수작 안내 2019.10.15
우수작 레시 — 천선란 (본문 삭제) 2019.09.15
선정작 안내 8월 심사평 2019.09.15
후보작 어떤 만년필 매니아의 소망 — 이준혁1 201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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