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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필진 구한나리(「백 명의 공범과 함께」), 정소연(「교실 맨 앞줄」) 작가님이 참여하신 단편집 『교실 맨 앞줄』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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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맨앞줄.jpg

[목차]
도서실의 귀신(김성일)
교실 맨 앞줄(정소연)
백 명의 공범과 함께(구한나리)
해골성 가상 캠프(박하익)
공녀님은 기사가 되고 싶어서(이지연)
아발론(듀나)
과학상자 사건의 진상(이산화)
거리두기 2063(송경아)

[책소개]

누군가에게는 악당이 기다리는 소굴
누군가에게는 친구가 기다리는 모임터
벗어나고도, 숨어들고도 싶은 우리들의 이상한 학교

돌베개 청소년문학 시리즈 ‘꿈꾸는돌’ 29번 『교실 맨 앞줄』은 십대와 가장 밀접한 공간인 ‘학교’를 기담, SF,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 문법으로 변주한 단편집이다. 1990년대 PC통신 시절부터 장르문학에 몸담아 온 베테랑 작가 송경아가 기획을 맡았으며, 그를 비롯해 김성일, 구한나리, 듀나, 박하익, 이산화, 이지연, 정소연 등 오랫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장르문학을 이끌고 있는 주요 작가들이 단조로워 보이는 학교생활 곳곳에 숨은 두려움과 설렘, 잔혹과 다정, 기쁨과 슬픔을 저마다 기발하고 개성 넘치는 이야기로 녹여 냈다.

“얼굴들이 다르고 이름들이 다를 뿐, 학교는 어딜 가나 다 비슷”(「도서실의 귀신」)하다. 건물이나 교실의 생김새도 시간을 쪼개어 수업하는 방식도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상상하는 범위 내에 있다. 그러나 뻔하고 단순한 외양을 벗겨 냈을 때 물밑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치열하며, 그로 인해 학교에 대한 감정적 거리도 천차만별이다. 때로는 감옥, 때로는 전장, 때로는 마음 나눌 친구가 기다리는 아지트. “숫기 없는 인간은 금방 잊히고 고립”(「해골성 가상 캠프」)되는 곳인가 하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비밀을 지켜”(「백 명의 공범과 함께」) 주는 이들과 함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날마다 학교 가는 게 내심 즐거운 이도 있을 테고 그럭저럭 다닐 만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아무도 없는 밤에 학교 건물이 무너진다거나, 교문부터 중앙 현관, 교실 문과 창문까지 학교에 달린 문이란 문은 모조리 벽으로 변해 버린다거나, 뭔가, 사람은 안 다쳤지만 당장 학교는 가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건”(「교실 맨 앞줄」)이 벌어지기만 날마다 기도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물고기가 어항에 갇히면 그래도 숨을 쉬면서 살 수는 있는데, 쥐가 어항에 갇히면 그냥 빠져 죽어야 하잖아. 어떤 애들은 그래. 어떤 애들은 그걸 못 버텨.”(「과학상자 사건의 진상」) 그래서 차라리 자신이 다른 세계로 건너가 버릴 방법을 찾기도 한다.
그렇게 매일, 매 순간 요동치는 수만 가지 감정들이 모여드는 학교는 마치 피부밑에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거대한 괴생물체 같다. 책 권해 주는 도서실 귀신, 엄청난 비밀을 품은 과학상자 공작품, 인공지능이 지휘하는 가상 캠프, 기사를 꿈꾸는 중세의 공녀부터 경계 너머 아이들에 관한 소설을 쓰는 23세기 과학 교사까지, 작가들이 놀라운 상상력을 휘둘러 꺼내 놓은 이야기들은 성적, 진로, 교우관계 등 지금 여기의 학교가 여전히 안고 있는 해묵은 문제들과 학교에 발 딛고 있는 개개인의 갈등과 욕망을 투영한다.

『교실 맨 앞줄』은 코로나 이후 달라진 학교 현실과도 닿아 있다. 교과 수업은 물론 인간관계도 반절 이상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흡사 SF소설 같은 현실에서 학교에 속한 이들에게 과연 학교와 학교생활, 그 안에서 맺는 관계들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끔 한다. 팬데믹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근미래에 학교를 통한 친구 맺기는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한 「거리두기 2063」을 비롯해 코로나로 인해 조금 더 이르게 현실로 다가온 온라인 수업, 가상현실 수련회, 더 나아가 팬데믹 상황을 야기한 현 문명의 종말 이후 갈라진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될 교사 연대의 가능성을 생각한 「아발론」 같은 작품도 있다. 표제작 「교실 맨 앞줄」에는 폭력에 더 큰 폭력으로 대응할 힘을 얻고도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현명하게 자신을 지키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발산하지 못한 감정들이 뒤엉켜 폭주하는 학교 공간에서의 적절한 ‘거리두기’가 의외로운 숨구멍을 만들어 주는 상황도 그려 볼 수 있는 것이다.
엮은이의 말대로 “사전에 약속한 게 아닌데도 이 단편집은 전반적으로 학교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담고 있다.” 틀에 박힌 규율과 반복적인 일과 때문에 오랫동안 갑갑하고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던 학교가 갑작스럽게 잃어버린 장소, 그리운 어떤 것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작가들은 교실의 일상이 썩둑 잘려 나간 자리에 다정하고 희망 어린 상상력을 불어 넣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오히려 숨통을 조여 올 때 친구와 교사가, 학교가 힘을 합해 탈출을 돕는 모습을 그린 「백 명의 공범과 함께」가 대표적이다. 또, 사람은 아니지만 함께 책을 읽으며 마음을 나눈 유일한 친구가 기다리는 학교(「도서실의 귀신」), 학기 내내 손 편지로만 마음을 주고받았지만 누구보다 간절히 나를 기다리는 친구가 있는 학교(「거리두기 2063」)가 나온다. 「과학상자 사건의 진상」에서는 주인공이 스스로 학교에 남아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고 기억하는 존재’가 되기를 선택한다. 그저 벗어나고 싶은 곳이던 때에는 발견하고 상상하기 어려웠던 학교의 다른 얼굴, 다른 가능성이 여러 작품에서 저마다 흥미롭게 펼쳐진다. 형태가 어떻게 달라지든 궁극적으로 학교가 그곳에 속한 이들에게 어떤 곳이어야 할지 이 책과 함께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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