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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나호라 한다

2008.01.25 14:5101.25



지은이 | 김주영(赤魚) 
펴낸곳 | 시공사 
펴낸날 | 2000년 11월 

맛보기 | 124~125쪽 
“의뢰를 하러 왔소.”
   동진은 도박을 하는 기분으로 말했다. 뭔가 이 사내가 노이즈라는, 이 비극을 멈춰줄 열쇠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도 이 사내이어야만 한다. 동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안경 너머로 사내를 쳐다보았다. 사내는 잠시 힐끔 그를 올려다보았을 뿐 다시 술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굳게 다문 그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전쟁을 멈춰주시오.”
   “흠.”
   동진의 말에 나호는 지그시 동진의 눈을 한 번 들여다 보았다. 마치 그의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살피려는 것 같아 보였지만, 동진은 그의 강한 시선에 압도당하기 전에 눈을 뗐다.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오. 당신, 이 세상이 가짜인 것은 알고 있을 것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계는 인간이 만들어 낸 가상세계고 당신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불쌍한 실험체들이죠. 나는 실험체의 관리와 안전을 위해 있는 가드라는 존재입니다.”
   “전 신이 아닙니다만.”
   동진은 깍듯하게 경어를 쓰고 있는 이 남자의 어투가 약간 거슬렸다.
   “잘난 체하지 마시오. 모른 척할 셈입니까? 당신은 이 가상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노이즈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이고, 그것을 이용해서 전쟁을 멈출 수 있어요. 이 전쟁은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잔인한 살인극에 지나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것을 용납할 수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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