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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필진 김지현(아밀) 작가님의 번역 소설  『그날 저녁의 불편함』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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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저녁.jpg

[책소개]

2020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 ★ 최연소 수상작가

한발 물러나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니다.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 생생히 겪게 하는 소설이다.
_부커상 심사평

2020년 8월 26일,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으로 치러진 부커 인터내셔널 시상식. 다니엘 켈먼, 오가와 요코, 사만타 슈웨블린 등 쟁쟁한 작가를 제치고 낯선 얼굴이 화면에 잡혔다. 바로 스물아홉 살 네덜란드 작가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다. 2016년 이 상을 수상한 한국의 한강 작가, 2017년 수상자인 이스라엘 문학의 거장 데이비드 그로스먼, 노벨문학상까지 휩쓴 2018년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주로 자국에서 탄탄한 기반을 가진 작가에게 수여되었다. 그러나 《그날 저녁의 불편함》은 작가의 첫 소설이었고, 수상 이력도 많지 않았다. 역대 최연소 수상자를 낸 네덜란드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고 언론은 ‘깜짝 수상’이라며 취재에 열을 올렸다.

“나는 열 살입니다.
그날 이후 나는 코트를 벗지 못해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겨울날, 네덜란드의 농촌 마을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열 살 난 농장 아이 ‘야스’는 두꺼비를 관찰하고 젖소들을 돌보며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낸다. 그날 아침, 큰오빠 ‘맛히스’는 간척지 스케이트 대회에 나갔다.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올게!” 오빠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것이 마지막 인사였다. 날이 따뜻해진 탓에 얼음이 얇아졌고 선두로 나간 맛히스가 빠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반짝반짝 빛을 내던 크리스마스트리가 집 밖으로 치워졌고, 야스의 삶은 어두워졌다. 부모님은 자신들의 상실을 감당하기에도 벅차 아이들을 보듬지 못하고,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야스는 그날 입고 있던 빨간 코트를 한여름이 되어도 벗지 못한다. 심지어는 대변마저 참는다. 얼마 후 마을 전체에 구제역이 돌면서 백 마리가 넘는 소들이 살처분된다. 야스는 어떻게 해서든 이해하고 싶다. 여전히 선명하기만 한 슬픔과 가끔 맹렬히 솟는 폭력성, 뱃속을 간질이는 성적 욕구, 그날 맛히스 오빠가 느꼈을 극한의 추위와 고통을.

슬픔은 사람의 척추에까지 올라온다. 엄마의 등은 점점 더 굽어간다.
_80페이지

아빠에게서 흘러나오는 슬픔은 죽은 소들에게서 나오는 묽은 똥과 피와 닮았다.
_236페이지

고통을 이해함으로써 고통에 맞설 수 있을까.
죽음이 삶보다 안전해 보이려면 얼마나 큰 슬픔이 필요할까.

오빠의 죽음으로 인해 평범했던 날들이 산산조각 나는 1부, 구제역이 마을을 덮친 뒤 살처분과 죽음이 난무하는 2부, 이 모든 것이 한데 휩쓸려 휘몰아치는 3부. 열 살 소녀 야스의 시선은 부커상 심사평이 말하듯 ‘갓 태어난 자가 처음 보기라도 한 듯’ 모든 것을 낯설게 바라본다. 그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폐허다. 죽음을 이해하기에 아이들은 너무 어리고, 야스의 부모는 자기 자신조차 보살피지 못한다. 자식의 죽음을 견딜 수 있는 부모는 없을 테지만 특히 성경 말씀을 지키며 철저히 금욕적인 생활을 이어온 부모는 큰아들의 죽음을 일종의 형벌이나 저주로 여긴다. 애지중지 키운 소들이 죄다 살처분되는 현장에서도 부모는 아이들의 눈을 가려주지 않는다. 어른들의 보살핌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낳을 결과를 알지도 못한 채 작은 동물을 해치고 친구와 동생을 성적으로 괴롭히며 끝내 자신의 신체에 위해를 가한다. ‘그날 저녁의 불편함’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소설은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독자를 폐허 한복판으로 인도한다.

상흔을 바라보지 않고 상처 안으로 파고드는 소설
문학의 미래를 제시하는 새롭고 분명한 목소리

《그날 저녁의 불편함》은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가 스물일곱 살에 발표한 첫 소설이다. 이 작품으로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지만, 그의 가족은 아직 이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레이네펠트는 “(내가 부커상 후보에 오르고) 온 동네 사람들이 내 책을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나의 가족은 너무나 두려워 내 책을 읽지 못했다”며, “작가가 태어나는 것은 사실 집안의 불행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설 속 야스의 가족처럼 작가의 가족도 농사를 짓고 목축을 했으며 성경 말씀을 철저히 지켰다. 그리고 작가 역시 세 살 때 오빠를 잃었다. 그 상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려 6년에 걸쳐 집필한 소설이 바로 《그날 저녁의 불편함》이다. 가족이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그의 소설만은 아니었다. 레이네펠트는 젠더퀴어로서 자신을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에서 벗어난 ‘넌바이너리’로 선언했다. 중간이름 ‘뤼카스’ 역시 스스로 붙인 것이다. 이 또한 가족에게 수용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글을 쓰면서 시작된 변화는 작가를 성장시키고 단련시켰다.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갖고 노는 일이다. 랩톱 컴퓨터 앞에 있을 때 나는 비로소 강해진다.”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목소리는 이렇게 탄생했다.

주요 수상
인터내셔널 부커상
ANV 신인상
C. Buddingh'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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