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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SF 제2호

2008.01.25 17:0801.25



지은이 | 행복한책읽기 편집부 
펴낸곳 | 행복한책읽기 
펴낸날 | 2006년 11월 
실린글 | 김보영(ida), {진화신화} / 김주영(赤魚), {지구멀미} / 배명훈, {스윙 바이} / 정소연(이수완), {앨리스와의 티타임} 

맛보기 | 배명훈, {스윙 바이}
마침내 탐사선이 여신의 중력에 이끌려 가속을 시작하자 여신의 내면은 터질 것만 같았다. 두터운 대기만이, 흉하게 남아 있던 소행성 충돌의 상처마저 모두 다 침식시켜버리고 지표면을 백자처럼 아름다운 피부로 가꾸어 온 여신의 손길만이 타오르는 열정을 가리는 얇은 장막이 되었을 뿐이었다. 탐사선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여신에게 서서히, 그러나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접근해 갔다. 드디어 탐사선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곳까지 다가왔을 때 여신은 하마터면 고개를 들어 낯선 자의 시선을 마주볼 뻔했다. 여신은 가까스로 도도한 자태를 잃지 않고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러나 탐사선이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을 살짝 스치고 한 바퀴 빙 돌아서 다시 머나먼 우주의 저편으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여신은 분명히 토라지고 말았다. 이제 또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잠깐의 만남이 먼지처럼 사라진 지금 우주는 다시 암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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