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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

정지원 외, 시작, 2008년 8월



지하에서 꿈틀대던 한국 환상문학
그 봉인이 풀린다!

1990년대 PC통신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국내 환상문학은 [퇴마록] [드래곤 라자] [룬의 아이들]과 같은 걸출한 베스트셀러를 여럿 내놓으면서 한국 장르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모든 글을 지면을 통해 발표했던 기성 문단과는 분명 달랐던 이들 판타지 작가들은, 한국 문단에서 전자 활자를 이용한 첫 세대이기도 하다.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하이텔과 나우누리 등에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쓰고 읽던 그들은 독자이며 동시에 작가였고, 동호회의 일원이었다. 그렇게 그 안에서 일어난 수많은 실험들은 한국형 판타지들을 만들어냈고, 경이로운 조회수를 기록한 작품들은 책이라는 물리적 형태를 갖추면서 90년대 이 땅의 독서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중 어떤 작품은 영화의 시나리오로 재탄생하기도, 또 어떤 작품은 온라인 게임의 시나리오가 되기도 하였다.  
이제 PC통신보다 더 거대하며 편리한 인터넷이란 신대륙에 정착한 이들은 소재와 스타일 면에서도 다양한 실험을 펼치며 다시 한번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그 새로운 도약의 중심에 있는 9명의 작가가 펼치는 놀라운 상상력을 시작詩作의 국내 장르문학 시리즈 ‘미러클Miracle’의 두 번째 책 [한국환상문학단편선]에 실었다. 이는 그동안 출판 시스템이라는 봉인에 묶여 잠들어 있던, 한국 환상문학이라는 거대한 용을 다시 깨우기 위한 시도이며 그동안의 성과물이다.


“드디어 그들이 왔다! 무한상상의 백일몽을 즐겨라!“

도시 판타지, 대체역사, 영웅전설, 환상동화, 다크 판타지…….
저마다의 필살기로 색다르고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는
국내 환상문학 고수들의 단편 모음!


[한국환상문학단편선]에 참여한 9명의 젊은 작가들은 인터넷을 통해 저마다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이상민을 제외한 8명은 현재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작가와 팬을 거느리고 있는 환상문학웹진 ‘거울’과 판타지 소설 창작 작가 집단 ‘커그(CUG)’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판타지’라는 영역에 고착된 ‘수준 낮은 영웅전설’이라는 대중들의 선입견을 일거에 날려버릴 이들의 작품은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로 동과 서, 과거와 미래,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환상’을 통해 현실의 문제, 인간의 문제를 진지하게 파고든다. 그동안 주로 인터넷을 통해 발전해온 한국 환상문학의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환상문학단편선]의 가장 큰 의의라고 할 수 있다.
[한국환상문학단편선]에 실린 9편의 작품들은 모두 현실이 아닌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용이나 비행석(飛行石)이 존재하는 이계의 신화가 있는가 하면, 마법사와 마법의 논리가 통용되는 세계의 이야기도 있고, 흡혈귀나 요괴가 존재하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과학이 만들어낸 몽상도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그 무엇이다. 사랑에 대한 물음, 인간성에 대한 회의,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물음은 환상문학만이 아닌 모든 예술과 문학에서 항상 되풀이된 질문이다. 여기에 실린 9편의 작품은 그 익숙한 질문들에 대해, 낯선 세계와 사건들을 통해 나름의 답을 찾아가며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 그 틈을 비집고 다가온다.


국내 환상문학 대표 작가 9인이 펼치는 상상의 향연

[월야환담] 시리즈로 두터운 독자층을 지닌 홍정훈의 수록작 {사육}은 뱀파이어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뱀파이어는 인간들에 의해 소외되고, 인간의 폭력으로 비참하게 최후를 맞는 ‘약자’로 그려진다. 인간이 약하다지만,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는 몽매한 군중 앞에서 육체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지닌 뱀파이어라 할지라도 소수자로서 쫓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뱀파이어도 맥을 못 추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시니컬한 독백으로 읊조리는 작품이다.
[Swallow Knights Tales]와 [드래곤 레이디]로 많은 팬을 거느린 김철곤의 수록작 {상아처녀}는 인간이 아닌 존재를 통해 인간을 이야기한다. 실험 중이던 유사인간과 사랑에 빠진 연구원을 통해 사랑에 대해 묻고 있는 작품으로 그리스 신화의 조각상을 사랑한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으며 사랑을 대담하게 ‘실험’한다.
환상문학의 중요한 소재인 살아 있는 죽음에 관한 작품, 정지원의 {카나리아}는 인간과 흡혈귀의 경계를 그리면서,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 대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영원한 삶을 얻은 흡혈귀이지만 인간일 때와 마찬가지로 살아가야 한다는 본질적인 삶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세 명의 흡혈귀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가느다란 선을 탐구하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전형적인 판타지라 할 수 있는 최지혜의 {용의 비늘}은 여왕의 사생아로 태어나 용을 찾아가는 험난한 여행을 해야 하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일종의 성장소설로도 읽히는 이 작품은 주인공 레첸이 어른이 되기 위해 겪는 가혹한 통과의례와 용의 비늘을 찾는 모험을 은밀하게 결합하여 탁월하게 풀어내었다.
대학 재학 중 쓴 첫 작품 [마왕의 육아일기]로 한국 판타지계에 돌풍을 일으킨 방지나의 수록작 {윈드 드리머} 역시 전혀 새로운 세계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체를 띄우는 힘을 가진 비행석이라는 돌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 일어나는 이곳에서 자유로움의 상징인 비행은 억압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주인공의 자유를 향한 새로운 도전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상쾌한 여운으로 남아 감동을 준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리를 탁월하게 그려내는 이성현의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은 마법에 의한 저주를 통해 인간의 심리를 실험한다. 둘 중 한 명은 행복을, 다른 한 명은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 저주에 빠진 절친한 두 친구의 심리가 낱낱이 드러나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이한다.
보통 판타지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서구의 신화에 기초한 기사와 용, 마법사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덜 익숙할 뿐이지 동양에서도 판타지의 전통은 확고하다. [서유기]나 [요재지이]와 같은 작품에서 우리는 동양적 환상문학의 보고를 볼 수 있다. 류형석 작가의 수록작 {목소리}는 동양적 설화의 형식을 이용해 완성도 높게 그려낸 수작이다. 가문의 저주로 뱀의 혀를 달고 태어난 한 남자의 원한을 그려낸 이 작품은 고서를 읽는 듯한 고풍스러운 단어와 말투로 마치 옛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안하면서도 깊숙이 빨려들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이상민의 {과거로부터의 편지} 역시 동양적 세계관을 기초로 삼고 있지만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무협지를 방불케 하는 요괴와 퇴마사의 박력 넘치는 싸움이 전개되며 기이한 상황에 맞닥뜨린 이들의 공포를 섬세하게 잡아낸다. 장르의 형식에 충실하여 쉽고도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다.
김재한의 {세계는 도둑맞았다}에도 마법사와 요괴가 등장한다. 현대로 마법사를 불러들이는 것을 넘어 평행우주와 시간여행이라는 요소까지 결합해 판타지와 SF를 혼용한 야심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마법과 과학이 격돌하는 미래전쟁이라는 소재가 무척 흥미로운 소설이다.

국내 환상문학 대표 작가 9인이 펼치는 놀라운 이야기는 한국적 상상력의 새로운 보고를 발견하는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현실이 험난할수록 사람들은 ‘공상’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는 몽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인간이 가진 최고의 능력인 상상력으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체되어 있는 한국 문학에 새로운 상상력의 보고를 소개하는 [한국환상문학단편선]은 새로운 출발과 가능성이라는 기회이자 선택이다.


수록작

상아처녀   김철곤
카나리아   정지원
용의 비늘   최지혜
윈드 드리머   방지나
사육   홍정훈
목소리   류형석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   이성현
세계는 도둑맞았다   김재한
과거로부터의 편지   이상민

해설 김봉석


저자 소개

김철곤
수년간 국내외 만화 스토리 작업과 PC 게임의 기획,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현재는 게임회사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Swallow Knights Tales] [드래곤 레이디] [백랑전설] 등이 있으며, [Swallow Knights Tales 외전]을 집필 중이다.

정지원
로맨스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글쓰기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작가로 활동 중이며, 작품으로는 [여름의 끝] [깊은 밤을 날아서] [푸른 바다의 노래] [봄바람] [인연] 등이 있다.

최지혜
만화가를 꿈꾸며 서양사와 영문학을 전공하던 중 종교학, 신화학, 인류학에 심취하게 되었다. 유니텔 판타지 동호회에서 습작을 시작했고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와 웹진 워터가이드, 이매진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을 통해 {누메논} {적백화면} {붉은 심판} 등을 발표하였다.

방지나
대학 재학 중 쓴 첫 작품 [마왕의 육아일기]로 한국 판타지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 ‘바스티안’의 원작 소설 [그림자의 왕]을 동생 방지연 작가와 공동 집필하였으며, 자신의 작품에 직접 삽화를 그릴 정도로 그림 솜씨가 뛰어나다. 그 밖의 작품으로 [파라다이스 로스트] [밀레니엄 제로] [천사는 죽었다] 등이 있다.

홍정훈
판타지 소설 창작 작가 집단 CUG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출판사 넥스비전 미디어웍스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영화 [괴물]의 시나리오를 소설화하였으며 대표작으로는 [월야환담] 시리즈 [비상하는 매] [더 로그] [13번째 현자] [창세종결자 발틴 사가] 등이 있다.

류형석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와 판타지 웹진 워터가이드를 거쳐 현재는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작가로 활동 중이다. 게임 개발자로 일하는 동안 틈틈이 쓴 단편 {글잔디} {어느 미운 오리새끼의 죽음} {유전자가 이상하다}를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을 통해 발표하였다.

이성현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리를 그려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현재 창작 작가 집단 CUG에서 활동 중이며, 대표작으로는 [뉴트럴 블레이드] [빛의 검] [약탈자의 밤] 등이 있다.

김재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며 창작 작가 집단 CUG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소드 시커] [섀도우 비스트]가 있으며, 현재 [마법사들의 사회]를 집필 중이다.

이상민
만화스토리 작가, 카피라이터 등을 거쳐 전업 작가 및 출판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제1회 싸이더스 HQ 공모전에서 최우수상, 2006년 알바트로스 환상문학상에서 동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창작그룹 익스트림 클럽을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령] [소울가디언] 등이 있다.

해설 |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시네필] [씨네21] [한겨레] 기자로 활동하였으며, [ME]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씨네21] 외부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월간 [판타스틱] [팝툰]의 편집 위원이다. 지은 책으로 [클릭! 일본문화](공저) [18금의 세계](공저) 등이 있다.


시작의 장르문학 클럽
cafe.naver.com/mnmsclub

웅진씽크빅 단행본그룹의 문학 브랜드 시작 詩作에서는 “문학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는 비전 아래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를 추구하는 영미·유럽권의 장르문학 시리즈 ‘메두사 컬렉션’, 독특한 주제와 다양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일본 문학 시리즈 ‘미도리의 책장’, 한국적 상상력과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국내 장르문학 시리즈 ‘미러클’을 마련하였다. 철저한 재미 위주로 기획된 이들 시리즈는 스릴러,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일단 손에 들면 몰입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는 프리미엄급 작품들만을 엄선하여 선별한다. 문학 또한 영화, 음악,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는 그날을 목표로, 시작의 장르문학 클럽은 숨어 있는 작가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발굴하여 세계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발판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흥미만점, 스릴만점, 쾌감만점의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시작의 영미ㆍ유럽 장르문학 레이블. 뜨거운 관심 속에 새롭게 떠오르는 신인 작가의 스타일리시한 소설부터 그 이름만으로 전 세계 장르문학 독자들이 흥분하는 초호화 작가들의 신작, 그리고 보석처럼 숨겨진 그들의 국내 미출간작들을 메두사 컬렉션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일상의 다양한 변주와 독특한 주제로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일본소설 시리즈. 국내에서도 이미 독립적인 영역을 다지며 쏟아지듯 출간되는 일본소설, 그만큼 고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시작의 일본문학 시리즈 미도리의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주목하세요. 일본문학을 접하는 당신만의 새로운 선택입니다.

국내 장르문학 레이블 ‘미러클 Miracle’은 소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외국소설에서 맛볼 수 없는, 국내 작가들만의 독특하고 참신한 실험이 이곳에서 펼쳐집니다. 스릴러, 판타지, 무협, 밀리터리, 미스터리, 호러, 오컬트 등 아직 척박하기만 한 국내 장르문학에 미러클은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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