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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

2009.01.30 23:1001.30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

김이환, 로크미디어, 2008년 12월



   # 무거운 현실과 가벼운 환상을 잇는 한없이 명랑한 상상력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상상력의 작가 김이환의 세 번째 이야기.
   [에비터젠의 유령]에서 신선한 가능성을 보여 주고 [양말 줍는 소년]에서 자기 색깔을 내비쳤다면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은 작가로서 김이환의 제 빛이 분명해진 작품이다.
   이제 김이환의 이야기에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없다.
   현실은 여전히 무겁고 심각하지만 더 이상 가상의 차원을 헤매지도 않고, 더 이상 환상의 세계로 숨어 버리지도 않는다. 단단한 현실을 지평으로 하고 마음껏 환상을 끌어들임으로써 환상적인 현실 혹은 현실적인 환상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낸다.
   차갑게 날을 세우고 들여다보면 요령부득의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으련만, 너무나 천연덕스러운 작가의 어조를 듣고 있노라면 발바닥 저 아래서부터 근질근질 솟아오르는 유쾌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무장해제되어 버리고 만다. 그렇게 만나는 이야기 속 인물들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소동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그저 웃어 버릴 수밖에 없고, 웃다가 가슴이 따뜻해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작가 김이환이 가진 한없이 밝고 명랑한 상상력의 힘이다.


   # 모라토리엄moratorium의 동화

   인간만큼 독립이 늦는 동물은 없다. 태어나자마자 달리고 헤엄치는 종류에 비할 바는 아니라 해도, 기본적인 생존이 가능해지는 데만 몇 년은 필요하고 거기에 사회화가 더해지려면 족히 십몇 년은 걸려야 하는 것이다.
   유사 이래로 인간이 홀로 서는 시점은 점점 늦추어져 왔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통과의례라 할 만한 새로운 시기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세상에 나가기 직전, 그 문턱에서 멈추어 버린 시기. 아이도 어른도 아닌, 아이이면서 어른인 시기. 몸도 마음도 어른이지만 세상에 나가고 싶지 않거나 혹은 세상에 나가고 싶지만 세상이 받아 주지 않는 시기. 이른바 모라토리엄이다.
   작가가 책 속에서 직설하고 있듯이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은 모라토리엄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걸 왜 모르는 걸까? 내가 모른다면 해답은 어디 있는가?
―――본문 중에서

   주인공이 처한 현실이 그렇고, 주인공의 마음 상태가 그렇다. 또한 ‘낯선 별에서 미아가 되어 울고 있는 외계인’을 은유로 읽을 수 있다면, 그가 잃어버린 선물들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은 건강한 환상을 통해 유예된 현실 속에서 똑바로 설 힘(일단 바로 선 다음에야 새로운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법이다)을 얻어내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은 모라토리엄의 동화다.


   # 낯선 별 외계인의 따뜻하고 평화로운 침략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

   이십 대의 초입, 세상에 나가기도 전에 사방의 문이 차례로 닫히는 상황에 처한 주인공은 몸도 마음도 정처가 없다. 당장의 끼닛거리를 걱정하며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다니던 어느 날, 동네 골목 어귀에서 마주친 이상한 광경. 생김새는 평범하지만 그 위에 올라가는 건 뭐든 속마음을 말하게 만드는 의자와 함께 찾아온 낯선 일상…….

   이 이야기를 읽는 당신은 이 신비한 의자를 시작으로 무슨 일인가 벌어지겠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당신의 예상이 대충 맞다. 그 후 스물네 시간 동안 나는 부자가 되고, 미국 정보기관에 취직하고, 외계인 친구가 생기게 된다. 의자는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본문 중에서



잃어버린 제 선물을 찾아 주세요!

함부로 앉으면 위험한 의자
그대로 비춰 주지 않는 거울
땅 위에서 달리기 아까운 자전거
바닥을 보면 깨닫게 되는 컵
맑은 날에 더 재밌는 우산
건망증에 좋은 펜
불면증에 잘 듣는 스탠드……

지구가 좋아 놀러 왔다가 미아가 된 낯선 별의 열일곱 번째 아이와
그가 잃어버린 열일곱 개의 선물

무거운 현실과 가벼운 환상을 잇는 한없이 명랑한 상상력
김이환이 그려 내는 따스하고 기분 좋은 꿈 같은 이야기


   #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상상력의 작가 김이환

   1978년.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글쓰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젤라즈니, 하인라인, 레이먼드 카버, 버지니아 울프와 백민석을 좋아하며, 본명보다 많이 사용하는 가상공간의 닉네임 ‘콜린’은 영국 영화배우 콜린 패럴에게서 빌려 온 것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글을 쓰며, 특히 동화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현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엮어 낸다. 2004년 [에비터젠의 유령], 2007년 [양말 줍는 소년]으로 필력을 인정받고 온라인상에서 특유의 문체로 널리 알려졌는가 하면, [계간 독립영화] 등 문화 저술 전반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내공을 지닌 작가로 분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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