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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2009.03.27 11:3203.27


멸종

로버트 J. 소여, 김상훈 옮김, 오멜라스, 2009년 3월



 “한 시대가 사라질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멸종End of an Era

기발한 상상력, 흥미로운 이야기, 맛깔 나는 문체
공룡시간여행에 관한 가장 재미있는 SF!
_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멸종』은 내가 처음으로 읽은 과학소설이다.
공룡 멸종의 원인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나가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며
과학소설이라는 장르의 도전적인 생각창작의 자유성에 박수를 보낸다.”
_ 이융남 (공룡학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기 2013년 인류는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하고 65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두 명의 고생물학자를 백악기로 보낸다. 그들을 처음 맞이한 건 줄 맞춰 행진하는 티라노사우르스 렉스의 습격! 그날 밤 하늘에는 두 개의 달이 떠오르고, 공룡의 몸집이 그토록 거대해질 수 있었던 까닭이 현재의 절반밖에 안 되는 중력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낯선 생명체와 조우하게 된 두 사람은 충격적인 대멸종의 비밀을 깨닫고 감당하기 힘든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결단의 순간까지 남은 건 87시간, 한 시대의 운명을 건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 책 소개


 “영미권 엔터테인먼트 SF의 1인자”, “SF계의 양대 산맥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모두 수상한 몇 안 되는 작가”, “캐나다 최고의 SF 작가”, “SF만으로 먹고사는 유일한 캐나다 작가”, “캐나다의 아이작 아시모프”.
 이상의 화려한 수식어가 지목하는 단 한 사람, 21세기 SF를 대표하는 캐나다의 젊은 거장 로버트 J. 소여의 『멸종End of an Era』은, 한자리에 어울리기엔 너무나도 부적절해 보이는 공룡과 시간여행이라는 두 소재를 날줄과 씨줄로 삼고 그 위에 양자역학과 휴머니즘의 패턴을 입혀, 장인의 절묘한 솜씨로 짜낸 걸작이다.

 서기 2013년, 중국계 캐나다인 물리학자 칭-메이 황의 주도로 인류는 시간여행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두 명의 고생물학자 브랜디와 클릭스가 공룡이 멸종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햄버거 모양의 타임머신에 타고 65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 캐나다로 떠난다.
 타임머신이 황혼녘의 진흙 평원에 거대한 크레이터를 남기며 안착하고, 그들은 줄 맞춰 행진하는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르스 무리를 목격한다. 놀라움이 가시기도 전에 공룡들은 느닷없이 그들의 타임머신을 습격한다. 그날 밤 하늘에는 두 개의 달이 떠오르고, 공룡의 몸집이 그토록 거대해질 수 있었던 까닭이 현재의 절반밖에 안 되는 중력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낯선 생명체와 조우하게 된 두 사람은 태양계와 지구를 둘러싼 엄청난 진실을 깨닫게 되고, 인류와 공룡의 운명을 좌우하는 감당하기 힘든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결단의 순간까지 남은 건 87시간, 한 시대의 운명을 건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 출판사 서평

한 시대의 종말에서 새로운 시대의 탄생을 예고하는 과학적 상상력의 극한!

- 영미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SF -
- 지금까지 존재해온 공룡 멸종의 가설들을 완전히 전복시키는 논리의 마술 -



 1급 SF 작가의 자부심 - 과학적 치밀함과 도전적 상상력의 유쾌한 이인삼각

 『멸종』의 작가 로버트 J. 소여의 어린 시절 꿈은 고생물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백악기 말기의 공룡들에 대한 정감 어린 묘사에는 이러한 작가의 동경이 묻어난다. 이는 또한, 공룡 멸종을 둘러싼 여러 가설들에 대한 주인공들의 입장과 갈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에 등장한 거대 운석 충돌설은 간결한 설명과 알기 쉬운 이미지로 일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공룡들이 멸종해버린 백악기 말의 거대 운석 충돌 이전에도 이미 여러 차례 비슷한 규모의 운석이 충돌했다는 사실을 들어 운석 충돌설을 반박하고, 화산 활동을 공룡 멸종의 원인으로 간주하는 학자들도 아직 많은 것이 사실이다. 『멸종』의 주인공 브랜디는 ‘화산 폭발설’을, 클릭스는 반대로 ‘운석 충돌설’을 지지한다. 학회지나 매스미디어 등의 여러 경로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격론을 벌여온 두 사람은,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직접 멸종의 이유를 확인하기로 한다.
 그러나 백악기로 간 그들이 맞닥뜨린 공룡 멸종의 원인은 운석도 화산도 아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소여의 작가적 상상력은 빛이 난다. 그는 당시의 중력이 현재의 1/2이었다는 설정을 통해, 공룡의 몸집이 오늘날 가장 덩치 큰 육상생물인 코끼리의 몇십 배나 될 수 있었던 이유와 끝내는 왜 살아남지 못했는가를 지극히 소설적인 방식으로 드라마틱하게 풀어나간다.
 ‘화산 폭발설’ vs. ‘운석 충돌설’. 이 문제는 고생물학과 지질학의 교차점에서 요즘도 종종 쟁점으로 부각되곤 한다. 이론적 균형과 엄밀함을 중요시하는 하드 SF 작가답게 로버트 J. 소여는, 실재하는 학자들과 학설들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연구에 바탕해 이 소설을 썼으며, 한국어판이 텍스트로 삼은 2001년 개정판을 출간하면서는 고생물학 분야의 최신 성과를 상당 부분 반영하여 꼼꼼한 첨삭과 수정을 더했다.

자유의지, 그것이 곧 운명이다 - 시간여행 패러독스와 평행세계, 그리고 사악한 쌍둥이

 이 작품의 중요 축을 이루는 또 하나의 소재는 ‘시간여행’이다. 시간여행 테마 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바로 ‘시간여행 패러독스’인데, 간단히 말하면 이런 식이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 실수로 내 할아버지를 죽였다. 그러면 할아버지를 죽인 나는 누구인가?”
 『멸종』에서 소여는 양자역학에 기반한 평행세계 가설을 채택함으로써 이 딜레마를 현명하게 풀어나간다. 이 소설에서 고생물학자 브랜디와 지질학자 클릭스는 백악기로의 시간여행을 떠난다. 둘은 대학 시절부터 20년이 넘도록 친구로 지내왔지만, 얼마 전에 이혼한 브랜디의 아내(테스)가 클릭스와 사귀기 시작한 바람에 사이가 서먹해졌다. 그러나 시간여행을 앞둔 브랜디는 그런 사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공룡 멸종을 둘러싼 최대의 수수께끼, 즉 ‘왜 공룡은 멸종되었나?’에 관한 논란을 잠재우는 데 전념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둘은 공룡 멸종 문제를 둘러싸고도 서로 의견 충돌을 보인다. 삐걱거리는 두 사람 앞에 새로운 난제가 닥치고 그들은 티격태격하면서 하나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이상이 중심 스토리라인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표면에 불과할 따름이며, 이와는 별개로 뒷면의 이야기가 따로 착실히 전개된다. 또 다른 이야기의 배경은 이들이 백악기에 와 있는 ‘현재’로부터 얼마쯤 과거이다. 정확히 얼마나 오래 전인지는 알 수 없다. 한 일이 년쯤 전이라고 해두자. 등장인물은 똑같다. 그러나 브랜디는 아직 아내와 이혼하지 않았고, 시간여행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뉴스도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브랜디는 자신의 일기장에 모르는 내용이 몇십 쪽이나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그런 글을 쓴 적이 없으나 모든 증거는 그것을 쓴 사람이 다름 아닌 그임을 가리키고 있다. 그 일기를 쓴 자는 자신이 브랜디이며, 아내와는 이혼했고, 백악기로 시간여행을 왔다고 쓰고 있었다. 브랜디는 일기에 나오는 타임머신 개발자 칭-메이 황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기로 마음먹는다.
 이 두 개의 이야기는 서로 교차하며 독립적으로 진행된다. 이는 한 사물의 표면과 뒷면일 수도, 거울 안과 밖일 수도, 혹은 제각기 성립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다른 두 평행한 세계일 수도 있다. 작가에 따르면 아무래도 후자인 모양이다. 본인도 모르게 ‘모종의’ 미션을 띠고 온 브랜디와 클릭스는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리고, 이는 6500만 년 분의 역사를 다시 쓰는 결과를 낳는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또 하나의 시간선(평행세계)에 존재하는 자신들의 미래를 바꾼다.
 『멸종』의 주인공들이 몇 번이고 반복하는 대사가 있다. “행동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결단이다.” 지나칠 정도로 신중해서 우유부단해 보이기까지 하는 브랜디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공룡의 멸종을 눈앞에 둔 브랜디와 클릭스의 갈등을 잘 말해주는 표현이다. 결국 브랜디는 최종 순간 어떤 식으로든 선택을 하고야 말지만, 과연 그의 선택이 순전히 그 자신의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지가 남는다. 맨 처음 시간여행 기술이 개발되었던 것도, 브랜디와 클릭스가 백악기 탐사대의 멤버로 선발된 것도, 브랜디가 내리고 만 선택도, 어쩌면 그가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것 또한 사실은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고 되어야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작가는 묻는다. 운명은 자유의지의 대척점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자신의 의지로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마다 끼어들어 기어이 방해하고야 마는 이블 트윈(사악한 쌍둥이)인가? 그 둘은 하나의 직선의 양 끝점에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혹시 그 직선은 돌고 돌아 언젠가 한 점에서 다시 만나는 거대한 원의 일부인 것은 아닌지. 이는 우리가 자유의지라고 부르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곱씹어보라는, 작가로부터의 속 깊은 물음이자 이 작품의 가장 깊숙한 밑바닥에 자리한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읽어라! 그러면 즐길 것이다! - SF적 상상력으로 휘감은 종합선물세트

 이 소설의 초반부에서는 ‘21세기 초 캐나다의 두 고생물학자가 6500만 년 전 백악기 말기에 일어난 공룡 멸종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서 햄버거형 저예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라는, SF 팬이라면 슬며시 웃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B급 영화 같은 상황이 전개된다. 그러나 두 주인공이 일단 백악기에 무사히 도착한 뒤에는 자연재해에 의한 대규모 멸종이라는 국지적 사건을 뛰어넘는, 말 그대로 경천동지할 비밀이 밝혀지며, 인간과 생명의 양태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태양계 외행성과 양자 이론을 넘나드는 지적, 육체적 모험이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그 끝에서 독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SF 평론가이자 이 작품의 옮긴이 김상훈의 말마따나 “SF사에서도 길이 남을 만한 스펙터클”이다.
 공룡 멸종 가설들, 양자역학, 평행우주론, 카오스 이론 등, 일반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울지도 모르는 최신 과학의 온갖 성과들을 망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멸종』은 쉽다. 드물게 보는 페이지터너다. 마치 한 편의 웰메이드 상업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SF 액션 블록버스터, 버디무비, 성장영화, 멜로드라마……장르 구분은 엿장수 마음, 읽는 사람 마음이다. 엔터테인먼트 SF의 1인자임을 자부하는 소여는, 평소 고(故) 마이클 크라이튼에 비견될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러나 SF의 거죽을 쓰고 SF적인 소도구를 다용하면서도 SF 특유의 ‘세계를 뒤집는 경이감sense of wonder’이 결여되어 있다는 이유로 팬덤의 외면을 받곤 하는 크라이튼과는 달리 소여는 SF 팬에게도 일반 대중에게도 사랑받는 베스트셀러를 써왔다.
 『멸종』은 비단 과학소설 독자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읽을거리에 목말랐던 독자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여기에는 과학소설 독자들이 꿈꿔온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관심 갖고 이름을 외웠을 공룡들이 떼 지어 나오고, 타임머신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태양계와 우주여행, 급기야는 외계인(!)까지도 등장한다. 이쯤 되면 그 상상력이 자유분방하다 못해 황당무계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소여의 작품은 엄밀한 과학적 밑바탕에 기반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중심에 두고, 인간과 우주에 대한 치열한 반성적 인식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 류의 공상소설과는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소여의 제반 장편들 중에서도 시간여행과 평행우주적 세계관을 다룬 『멸종』이야말로 이 인식과 깊이를 가장 첨예하게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 읽기의 가장 원초적인 효용인 쾌(快)와 락(樂)에 대해서야 두말해 무엇 하랴. 읽어라. 그리고 즐겨라.

“재독 삼독에 기획에 번역까지 해도
십여 년 전 처음으로 이 소설을 읽었을 때의 흥분과 즐거움은
여전히 빛이 바래지 않았다.”
_김상훈 (SF 평론가,『멸종』옮긴이)


⎆ 저자 소개

캐나다의 ‘아이작 아시모프’, 영미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SF 작가
로버트 J. 소여 Robert J. Sawyer [1960~ ]

1960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태어나, 토론토 라이어슨 대학에서 방송예술학을 전공했다. 현재 캐나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과학소설 작가이며, 휴고상과 네뷸러상 장편 부분을 모두 수상한 몇 안 되는 영미권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스스로는‘하드 SF 작가’라고 말하지만, 과학기술적 디테일뿐만 아니라 캐릭터나 인간 심리를 다루는 솜씨 또한 뛰어나다. 로버트 제임스 소여는 총 36개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의 작품은 캐나다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포진해 있고 전 세계 14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소여는 창작뿐만 아니라 각종 미디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활발한 사회 활동으로도 유명하며, 현재도 방대한 작가 사이트(www.sfwriter.com)를 통해 적극적으로 독자 및 동료 작가들과 교류하고 있다.(『멸종』의 한국어판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웹사이트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린 사람 또한 소여 자신이었다!)
네뷸러상 수상작인『The Termainal Experiment』는 하드 SF와 메디컬스릴러의 틀 안에서 죽음과 영혼의 문제를 다룬 역작이며, 제1작이 휴고상을 수상한‘네안데르탈 패럴랙스’3부작은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은 평행세계를 무대로 한 대체역사 SF이다. 2005년에 출간된 캠벨 기념상 수상작『Mindscan』에서는 현대 SF의 주요 화두인 인간 정신의 디지털화를 정면에서 다뤘다. 지금은 온타리오 주 미시사가에 거주하면서 차기작인‘WWW’3부작의 출간을 준비 중이다.


⎆ 역자 소개

김상훈

필명 강수백. SF 및 판타지 평론가이자 번역가, 기획자. 시공사의 ‘그리폰북스’와 열린책들의 ‘경계 소설’을 기획했다. 번역한 책으로는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와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별을 쫓는 자』, 로버트 홀드스톡의 『미사고의 숲』, 그렉 이건의 『쿼런틴』,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마일즈의 전쟁』, 『보르 게임』,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분기
카운트다운 : 19
카운트다운 : 18
카운트다운 : 17
경계층
카운트다운 : 16
경계층
카운트다운 : 15
카운트다운 : 14
카운트다운 : 13
카운트다운 : 12
카운트다운 : 11
카운트다운 : 10
카운트다운 : 9
경계층
카운트다운 : 8
카운트다운 : 7
카운트다운 : 6
경계층
카운트다운 : 5
카운트다운 : 4
카운트다운 : 3
카운트다운 : 2
경계층
카운트다운 : 1
카운트다운 : 0
에필로그 : 수렴

옮긴이의 말 : 공룡과 춤을 - 김상훈

⎆ 책 속에서

시간 여행.
이 두 단어를 타이프하니 멍청이가 된 듯한 느낌이다. 물론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이 신문 기사나 TV에서 방영한 준비 작업의 영상 따위를 통해 이번 실험에 관해 알고 있다. 그렇다. 시간 여행은 실제로 가능하다. 칭-메이 황이 이미 여러 번 시연해 보였듯이 말이다. 그녀는 2005년에 시간 여행의 기본 원리를 발견했고, 그로부터 불과 8년 뒤인 2013년에 실제로 작동하는 타임머신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는 믿기 힘든, 정말로 믿기 힘든 위업을 이룩했다. 어떻게 그토록 빨리 그럴 수 있었느냐고 내게 묻지는 말아달라. 전혀 모르니까. 사실 칭-메이 자신도 이 현상에 관해 잘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조차 있다. 그러나 타임머신은 실제로 작동한다. -p19

나는 고생물학자다. 공룡 연구가다. 브랜든 새커리, 마흔네 살. 조금 배가 나왔고, 머리가 허옇게 샜고, 빌어먹을 공무원 자격으로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사실 시간을 뛰어넘는 이런 임무에 나 같은 과학자가 투입되는 것은 이치에 맞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모험가가 아니다. 나는 보통 사내이고, 굳이 이런 일에 지원하지 않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잔뜩 안고 있다. 병든 아버지에, 이혼에, 다음 지질시대가 시작될 즈음에는 어쩌면 전액 상환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주택 융자금에, 꽃가루 알레르기 같은 것들 말이다. 실로 일상적이지 않은가. -p20

아아, 정말로 흥분된다. 과거. 우리는 과거로 와 있는 것이다. 머리가 어지럽고 현기증을 느낄 지경이다.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망이질 치는 심장 고동이 워밍업을 시작한 드러머의 원투 리듬처럼 점점 빨라졌다. -p33

그렇다. 저건 누가 뭐래도 공룡이다! 두 다리로 서서 걷고 있다. 혹시 오리주둥이 공룡일까?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생물이다. 도쿄를 짓밟은 고질라처럼 뒷다리로 걸어 다니는 육식 수각아목.
“티라노사우루스야.”
나는 클릭스 쪽을 보며 경건한 어조로 말했다. 그가 대꾸했다.
“정말 추하고 볼품없구먼. 안 그래?”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름답잖아.”
사실이었다. 어둠침침한 탓인지 암적색으로 보인다. 마치 피부를 벗겨낸, 피에 젖은 근육 표본을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이다. 두꺼운 목 위에는 혹투성이의 거대한 머리가 얹혀 있었다. 통 모양을 한 동체에, 조그맣고 거의 섬세한 느낌마저 주는 앞다리가 달려 있다. 영원히 이어지는 듯한 두터운 꼬리, 근육이 불거진 튼튼한 두 다리, 그리고 새처럼 발톱 세 개가 달린 발이 보인다. 완벽하게 설계된 살육기계다. -p.36

천천히, 조용히, 아무렇지도 않게, 두 번째 달이 첫 번째 달 뒤를 이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더 작았다. 시각적으로는 첫 번째 달 직경의 3분의 1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구체였고, 첫 번째 달과 마찬가지로 역시 철월凸月이었다. 마치 흰 젤리빈 과자 같다. -p46

내 몸은 위로, 위로, 난생 처음일 정도로 높이 올라갔고, 그런 다음에는 일찍이 경험한 적 없도록 천천히, 느리게 지면으로 내려와서 둔탁한 소리를 내며 착지했다.
“아니 도대체 이건`─`?”
“중력이야! 여기서는 중력이 약해`─`훨씬 약하다고.”
그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내가 보기에 내 체중은 원래의 반밖에는 안 되는 것 같아.”
“난 여기 도착한 이래 머리가 붕 뜨고 어지러운 느낌이었는데`─`”
“나도 그랬어.”
“하지만 단지 과거로 되돌아와서 흥분한 탓이라고`─`”
“단지 그뿐이 아니었던 거야, 친구. 중력이 약해. 빌어먹을 중력 자체가 약했던 거야. 맙소사, 마치 슈퍼맨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로구먼!”
그는 또다시 껑충 도약했다. 아까보다 더 높이. -p68

트로오돈은 여전히 내 좌우 손목을 움켜잡은 자세로 낮게 몸을 웅크리며 강력한 뒷다리를 구부렸고, 비옥한 땅을 박차며 도약했다. 나는 그 힘에 못 이겨 뒤로 넘어졌다. 돌이 등을 파고든다. 흥분한 파충류는 쓰러진 내 몸을 찍어 누르고 활처럼 고개를 젖히더니 입술이 없는 입을 한껏 벌리고 노란 칼날 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꽝!
엘리펀트건을 되찾은 클릭스가 방아쇠를 당겼다. -p74

불가능하다. 우연이다. 틀림없이 내가 잘못 들은 거다. 틀림없이.
“쫌 기다려. 멈춰. 멈춰. 쫌 기다려.”
아, 염병할…….
클릭스는 나보다 빨리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뭐라고?”
그는 경악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애. 멈춰. 가지 마. 쫌 기다려. 멈춰. 그래. 멈춰.”
공룡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마침내 나는 입을 뗐다.
“어떻게 공룡이 말을 할 수 있지?”-p87

“너희 때 지구는 많이 바뀌었어?”
트로오돈이 물었다.
“많이 바뀌었지. 파충류가 아니라 포유류가 지배하고 있어. 기온은 더 낮고, 대륙들도 많이 분산되었고, 땅은 건조하고, 사계절 차이는 훨씬 더 뚜렷해.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점은 중력이 지금 여기의 두 배쯤 된다는 사실이야.”
트로오돈은 기묘한 동작으로 목을 홱 돌렸다.
“방금 뭐라고 했어?”
“믿기 힘들지. 안 그래?”
내가 말했다.
“지구의 중력은 향후 6500만 년 동안 두 배로 늘어나게 돼.”-p120

카오스 이론에 의하면 중국에서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는 행위가 나중에 뉴욕에서 비가 올지 안 올지를 실제로 결정해버린다고 한다. 그런 초기 조건의 민감한 여파를‘나비 효과’라는 이름으로 부르기까지 한다. 그러나 칭-메이에 따르면 우리는 그런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녀의 방정식에 의하면 우리가 여기서 무엇을 하든 간에 스턴버거는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칭-메이에게서 들은 양자물리학의 다세계多世界 해석에 입각한 설명을 나는 반밖에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우리의 미래가 안전하다고 보장했다. -p152

복잡한 내장을 잠깐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온혈동물이라는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일광욕으로 열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신진대사를 통해 스스로의 체온을 조절한다는 뜻이다. 총알이 박혀 있기는 했지만 심장은 정말 대단한 볼거리였다. 농구공만 한 심장은 포유류처럼 정밀한 4심방 구조를 갖추었고, 동맥과 정맥 또한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p156

그날 오후 늦게 우리는 스턴버거가 올라탄 크레이터의 밑동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몸에서 떼어낸 고급 스테이크 두 장을 구웠다.
클릭스는 구워진 고기를 잘라내더니 대뜸 입으로 가져갔다.
“어때?”
“특이하군.”
드럼헬러에 사는 자칭 미식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좋다. 맛이 지독할 경우에 대비해 입가심을 할 수 있도록 잔에 미리 물을 따라놓은 다음 조심스레 한입 베어 물었다. 지금까지 나는 파충류 고기조차도 먹어본 적이 없지만, 공룡 고기는 닭고기 맛과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 먹어보니 구운 아몬드 맛이 났다. 다시 먹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다`─`기분 좋게 씹어 먹기에는 너무 질겼지만. -p168

나는 눈을 가려 강렬한 빛을 막으며 서치라이트의 정체를 알아보려고 했다. 빛은 우리 머리 위에 조용히 떠 있는 직경 6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구체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것이 지면으로 하강할 때 갈라진 진흙땅이 서치라이트 빛을 반사한 덕택에 황갈색과 베이지색이 어지러이 섞인 표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지면에 접근하는 구체 바로 아래에서 발생한 작은 회오리바람에 휘말린 낙엽과 흙먼지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p172

“박사님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글이 있습니다. 실은`─`실은 제 일기예요. 문제는 제가 그걸 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게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컴퓨터에 들어 있더군요.”
나는 마른 침을 삼키고, 참고 있던 말을 한꺼번에 털어놓았다.
“그 일기는 중생대 말기로 가는 여행에 관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황 시간적 위상전이 거주 모듈’이라는 장치를 써서 말입니다.”
나는 그녀가 한순간 눈을 크게 뜨는 것을 보았다.
“그 장치를 만든 사람은 칭-메이 황이라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p190

“하지만 그 충돌은 지구의 생물권에 정말로 큰 영향을 끼쳤을 게 틀림없어.”
“그렇지도 않았어. 저 크레이터 자리에 살고 있던 식물과 동물은 물론 모두 파괴되었지만, 그것이 행성 전체에 끼친 영향은 미미했어.”
녀석은 잠시 침묵했다가 말을 이었다.
“너희나 우리나 다 같은 너저분한 태양계의 주민이야. 설마 운석 충돌이 왕왕 일어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생명은 멸망하지 않고 계속되는 법이야.” -p203

하느님의 아들을 자처하는 예수가 태어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적어도 6500만 년 뒤의 일이다. 신은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황 효과는 그의 전지함마저도 능가하는 것일까? 사랑하는 아들 예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얘기해줘야 할까? 아니면 이미 알고 있을까? 인간들이 신의 아들을 거부하는 것은 필연일까? 나는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p222

그리고 계곡에는 공룡이 잔뜩 있었다.
그것은 고생물학자의 꿈이었으며, 그 밖의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악몽이었을 것이다. 두 마리`─`아니 세 마리의 트리케라톱스가 보인다. 작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역시 세 마리 있고, 어제 오후에 클릭스와 함께 목격했던 괴물보다 한층 더 덩치가 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한 마리 있다. 타조를 닮은 오르니토미무스의 무리에, 오리를 닮은 주둥이를 가진 하드로사우루스가 네 마리. -p224

“물리학자와 고생물학자. 어떤 의미에서는 양쪽 모두 시간 여행자라고 할 수 있어요. 둘 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모든 것의 기원을 찾아보려고 하니까. 물리학자인 나는 우주가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고 싶어요. 고생물학자인 당신은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하고.” -p243

우리는 30초쯤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포유류는 민첩한 검은 눈으로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내게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몇백만 세대 전의 조상님일지도 모르는 존재와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이 조그만 원시 원숭이 또한 같은 포유류인 나에게 특별한 유대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256

원래는 내 펜탁스 카메라를 가지고 오려 했지만, 보험회사 사람에게 6500만 년 전 과거로 개인 소지품을 가지고 갈 경우 보험이 적용되느냐고 묻자 담당자라는 위인은 즉각 이렇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새커리 씨. 그럴 경우 손실된 보험 대상물에 대한 보상은 계약 기간을 벗어난 것으로 간주됩니다.” -p300


 ⎆ 앞서 이 책을 읽은 분들이 보내온 추천의 글

기발한 상상력, 흥미로운 이야기, 맛깔 나는 문체
공룡과 시간여행에 관한 가장 재미있는 SF!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멸종』은 내가 처음으로 읽은 과학소설이다. 공룡의 멸종을 다루는 내용이었기에 관심을 끌었다. 등장하는 주인공 공룡학자를 비롯해 백악기말의 배경과 공룡에 대한 묘사, 그리고 현재까지 밝혀진 공룡에 대한 이론들이 잘 반영되어 흥미로운 스토리와 맞물려 전개된다.
공룡 멸종의 원인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나가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며, 과학소설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도전적인 생각과 창작의 자유성에 박수를 보낸다.
-이융남 (공룡학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공룡의 멸종에 대해 이 이상으로 완벽한 가설이 있을 수 있을까? -이가람

2009년을 책임질 재밌는 SF가 나왔다! 시간여행에 공룡을 버무린 수작 SF. -jjgkin

지구의 주인은 누구일까? 사람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걸까? 과연 멸망하지 않고 끝까지 지구상에 살아남는 것은 무엇이 될까? 사람이 끝까지 존재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이런 수많은 물음에 대한 답을 주었다. -김진녕

놀랍도록 충격적인 진실을 담고 있는 책. 학창시절의 정서로 돌아가게 해주는 타임머신 같은 소설. -원동일

이제껏 본적이 없는 최고의 하이브리드 SF , 상상한 것 그 이상을 보게 되는 작품!! -엽기부족

읽을수록 가속도가 붙는 느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내 몸속 어딘가에서 그들의 희미한 잔재가 느껴진다. -강인한

그들이 사라진 것은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은 아니었을까. 발전해가는 미래를 위해, 우리의 많은 과거들이 멸종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윤미

과거로 거슬러가 직접 만나본 공룡. 짜릿하다! -문은진

모든 짐작은 거둬라. 그러면 깨진다. -이승연

고전적인 소재로 엮어낸 인본주의적 결말. -이진성

시간여행, 살아있는 공룡의 시대, 화석으로 남지 않은 생명체, 평행우주로 포장한 작품 속을 조용히 흐르고 있는 것은, 우주를 가로질러 지금의 우리들에게 작가가 던지는 삶의 메시지. -전인수

공룡의 멸종,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미래까지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강설희

소설이든 사실이든 중요치 않다. 그저 같이 타임머신에 착석하기만 하면 된다!
점령하고 싶은 욕망. 그것은 멸종되지 않았다. -나은경

SF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상상력의 거대함. 『멸종』을 통해 cm단위의 상상력이 km단위로 커진 것 같다. -끄댕이

멸종은 중생대까지 존재했던 공룡들이 왜 사라졌는지에 대해서 SF적으로 접근한다. 종말을 새롭게 재해석한 책. 수많은 추정보다 더 그럴듯하다. -김도완

이제껏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공룡액션SF. 시간여행! 그것은 모든 과학소설 독자들의 꿈이며, 평행우주와 대체역사물의 모든 것이다. -SFace

매순간 무릎을 치게 만드는, 천재적 아이디어로 가득 찬 걸작. 공룡멸종의 미스터리를 완벽히 설명해낸 단 한권의 SF! -FieryAngel

만화적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이 만나 공룡 멸종에 대한 발칙한 가설을 세운다! -안성훈

멸종을 통해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한다. -kaonic
mi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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