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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필진 배명훈 작가님의 단편 「조개를 읽어요」가 『숨쉬는 소설』에 수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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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이 함께 숨 쉬는 더 나은 지구를 상상하는 당신에게
최진영, 김기창, 김중혁, 김애란, 임솔아, 이상욱, 조시현, 배명훈이 선사하는 이야기

친환경 가치에 익숙한 Z세대를 위해 지구와 생명을 테마로 한 단편 소설 8편을 엮은 『숨 쉬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우리 시대의 작가 최진영, 김기창, 김중혁, 김애란, 임솔아, 이상욱, 조시현, 배명훈은 각자의 시선으로 지구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 낸다. 소설은 독성 화학 물질, 기후 위기, 플라스틱 문제, 다른 생명과의 교감, 신체 가치에 대한 고민, 육식 문화, 인간을 거부하는 지구, 광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각각 다룬다.
연일 ‘이상한 지구’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 요즘이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상 고온 현상이 관찰되고, 우리나라 역시 일찍 시작된 무더위로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었다. 같은 시기 남반구 일부 지역에서는 이상 한파가 지속되며 희귀하게도 폭설이 내렸다. 녹아내리는 빙하와 사라지는 생물 종은 더 이상 신선한 소식이 되지 못한다.
『숨 쉬는 소설』은 최진영, 김기창, 김중혁, 김애란, 임솔아, 이상욱, 조시현, 배명훈의 시선을 통해 이와 같은 ‘이상한 지구’와 그 지구에 사는 ‘더 이상한 인간’을 그린다. 당연하게 자꾸만 바라는 우리들과 이제는 한계라는 듯한 지구의 목소리를 담은 『숨 쉬는 소설』은 지구의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소년과 2030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선사할 것이다.
이 책은 창비교육에서 출간하고 있는 테마 소설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노동을 주제로 한 『땀 흘리는 소설』, 사랑을 주제로 한 『가슴 뛰는 소설』, 재난을 주제로 한 『기억하는 소설』의 후속이다.

변하는 지구 위 기로에 선 존재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 시시각각 이상 현상을 보이는 지구를 보며 우리는 걱정과 긴장을 동시에 느낀다. 『숨 쉬는 소설』 속 존재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구에 사는 인간으로서, 동물로서 저마다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최진영의 「돌담」은 평범한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고민을 그려 낸다. 장난감에 아무렇지 않게 금지된 화학 물질을 첨가하는 회사의 비밀을 알게 된 ‘나’는 오히려 자신이 무언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 고민한다. “다들 알고도 쓰는 건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건가? 당장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말인가? 독성 물질인데?”(26쪽) 용기 내 상사에게 문제 제기를 한 ‘나’에게 돌아온 것은 너만 그렇게 똑똑하냐는 비난뿐이다. “우리가 고무로 고기 만드는 회사도 아니고, 제품에 청산가리 바르는 것도 아니고, 아니잖아? 겨우 장난감이잖아. 그 정도로 나쁜 거는 세상에 널렸다 이거야.”(34쪽) 부끄러움에서 도망치고 싶어 고민하는 ‘나’는 결국 회사를 신고한다. 드라마틱한 결말은 없다. 하지만 변화의 시작이 될 첫발은 내디뎠다. “공장은 계속 돌아간다. 언젠가는 단속에 걸리고 수거 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 나의 신고와 그 ‘언젠가’는 상관있는가? 모르겠다. 돌 하나를 쌓았을 뿐이다.”(44쪽)
김기창의 「약속의 땅」은 녹아내리는 북극을 북극곰 ‘아푸트’의 눈으로 담아낸다. “북극은 아푸트가 알고 있는 것과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의 범위 밖에서 녹아내리고 있었다.”(50쪽) 문제는 아푸트가 발 딛고 선 빙하만 녹아내리는 것만이 아니다. “사냥터는 점점 쪼그라들었고, 사냥감을 향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62쪽) 누구도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가르쳐 주지 않은 혼란 속에서 아푸트는 새끼들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매일 고군분투한다.
김중혁의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는 플라스틱 섬에서 표류하다 살아 돌아온 이를 다룬다. “뉴스에서 쓰레기가 지구를 삼켜 버릴 것처럼 매일 떠들”(92쪽)던 시기였지만 역설적으로 ‘조이’는 그 쓰레기 덕분에 목숨을 구한다. 경비행기가 추락해 바다 한가운데에서 죽을 뻔하지만 플라스틱 섬에 떨어진 덕에 살 수 있었다. 이야기를 전해 듣던 ‘나’는 “조이가 값진 경험을 했다는 생각”(91쪽)을 한다. 그러나 ‘조이’는 “바다에 무언가 던진 적이 있다. …… 지구의 내장 속에 플라스틱이 있다.”(101쪽)라는 의미심장한 고민을 남기고 죽음을 택한다. 지구에 쌓인 플라스틱 덕분에 목숨을 구한 것은 ‘조이’에게는 행운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지구에게도 행운일까?

결국 문제는 인간이야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선

『숨 쉬는 소설』은 독성 화학 물질, 기후 변화,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루며 지구·환경에 대한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그리고 이내 그 시선을 인간에게로 옮긴다. 결국 지구가 변하게 된 이유에는 인간이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김애란의 「노찬성과 에반」은 인간과 개의 교감과 엇갈림을 동시에 그린다. 어느 날 ‘찬성’은 “난생처음 느껴 보는 감각”(113쪽)에 버려진 개를 데려와 ‘에반’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이미 늙은 개였던 ‘에반’은 크게 아팠고, ‘찬성’은 돈을 모아 ‘에반’을 편하게 해 주고자 한다. 그러나 처음 큰돈을 손에 쥔 ‘찬성’은 돈을 조금씩 써 버리고 만다. 누구보다 아낀 상대였지만 약간의 이기심과 어리석음으로 ‘에반’이 비극적 죽음을 맞게 하고 좋았던 기억마저 흐려지게 만든 ‘찬성’은 “머릿속에 난데없이 ‘용서’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입 밖에 내지 않”(145쪽)는다.
임솔아의 「신체 적출물」은 시선을 인간의 신체로 좀 더 세밀하게 옮겨 온다. 여행 중 사고로 발가락 하나가 절단된 ‘은하’. 간호사는 그 발가락이 담긴 유리병을 돌려주며 이렇게 말한다. “신이 당신에게 준 몸이니까요. 여기서는 신체 적출물을 환자에게 돌려 드립니다.”(157쪽) 다친 동생 ‘은하’를 추슬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언니 ‘은지’는 발가락을 가지고 돌아가겠다는 동생을 이해할 수 없어 “네 눈에는 살덩이가 아닌 걸로 보여?”(163쪽)라고 묻는다. 결국 자매는 발가락을 들고 한국에 들어온다. 그러나 공항 직원은 자매와는 또 다른 시선으로 발가락을 본다. “감염성 폐기물로 등록되고, 전문 업체에서 소각 처리합니다.”(168쪽)
이상욱의 「어느 시인의 죽음」은 신체에 대한 시선을 확장시켜 고기가 된 인간을 상상한다. 인간의 포식자에게 “저희도 다른 종족을 같은 방식으로 식량화했습니다. 식욕을 죄라고 할 자격이 우리에겐 없습니다.”(176쪽)라고 당당히 말하는 인간은 자신이 그 식량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인류를 위해서”(183쪽) 고기가 되는 것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이다. 다른 생명을 착취하며 살아온 인류는 자신이 음식이 되어서도 다른 생명을 착취한다.
조시현의 「어스」는 신체에 대한 상상력을 발전시켜 인간의 사체가 오염 물질이 되어 지구로부터 거부당하는 미래를 그려 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의 사체를 예전처럼 땅에 묻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안나’는 “너에게 내가 쓰레기로 남는 건 싫어.”(225쪽)라며 자신의 연인 ‘여리’에게 매장을 부탁한다. 욕심일 수 있지만 결국 인간에게는 “찾아갈 곳, 돌아갈 곳”(233쪽)이 필요했을 것이다. “인간들은, 그저 지구가 조금 더 버텨 주길 바라며 하던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203쪽)라는 이야기 속 상황은 현재의 우리와 많이 닮아 있다.

우리가 아끼는 모든 것이 사라지지 않도록
이곳에서 다음, 그다음, 또 그다음 새싹을 틔울 수 있도록

인간의 잘못이 많다고 해서 지금 또는 미래의 지구에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배명훈의 「조개를 읽어요」는 광활하고 아득한 자연의 모습을 다정하게 그려 낸다. “태어나서 평생 죽을 때까지 딱 한마디만 하는”(248쪽) 조개들의 말을 연구하는 ‘나’는 자신의 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것 봐. 얼마나 멋지냐고. 아라비아해를 따라 넓게 펼쳐져 있는 이 모래밭이 내 일터라고. 여기 얼마나 좋아. 낙원이 따로 있나. 동네 어디를 가도 파도 소리가 들려.”(248쪽), “재밌어. 이 일이 좋아. 큰 욕심 같은 건 버리게 돼.”(250쪽), “이 일을 하다 보면 그런 큰 성공보다는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이 더 좋거든.”(252쪽) 아마 인류가 만나 본 적 없어도 본능적으로 그리워하는 장면과 분위기일 것이다. 우리가 아직 이 풍경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계속 존재할 수 있도록, 우리 다음 세대와 그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까지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오늘 우리는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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