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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

2009.08.28 23:4408.28

절망의 구

김이환, 예담, 2009년 8월



제1회 ‘2009 멀티 문학상’ 1억 원 수상작
절망의 구球



【책 소개】

◆ 국내 최초로 출판·영화·방송계가 공동 제정한 ‘2009년 멀티 문학상’수상작

제1회 ‘2009 멀티 문학상’ 수상작 김이환의 장편소설 《절망의 구》가 출간되었다. 올해 처음 거행된 ‘멀티 문학상’은 국내 최초로 이종 매체가 공동 협력 사업으로 제정한 문학상으로서 여타 문학상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크로스미디어 및 OSMU가 가능한 양질의 원천 콘텐츠를 발굴해 출판 및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자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영화투자배급사 쇼박스, 방송사 SBS 등이 만든 상이다. 특히 이종 매체간의 공동 협력 사업 개발을 통해서 크로스미디어 및 OSMU가 가능한 선진 사례를 구축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상호간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동시에 미디어 산업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문학상 중 역대 최다수 응모작인 총 448편이 응모되었으며 그중 총 21편이 본선에 올랐다. 수상작을 출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천 콘텐츠화하여 여러 장르로 개발한다는 애초의 문학상 취지에 걸맞은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절망의 구》가 최종 선정되었다.
《절망의 구》는 출판을 선두로 현재 영화화 검토 중이며, 본심사 진출작 중에는 출판은 물론이고 드라마화가 이미 추진 중인 작품도 있다. 수상작뿐만 아니라 예심, 본심사 진출작 그리고 응모작 중에서도 출판, 영화, 방송 각 장르별로 작품성 및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아이템들은 추후 지속적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 작가 특유의 기발한 발상, 무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걸작

《절망의 구》는 작가가 정체불명의 검은 구에게 쫓기는 꿈을 꾸고 난 후, ‘정체불명의 구에게 붙잡히면 죽는다!’는 것을 소재로 쓰게 된 작품이라고 한다.
《절망의 구》 작가 김이환은 그동안 판타지 및 SF 소설 등 장르소설을 주로 써왔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완전히 색다른 글을 써보겠다는, 쓸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도전과 믿음을 갖고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절망의 구》 역시 재난, 공포, 스릴러, 호러적 요소가 곳곳에 녹아 있고, 여타 장르소설처럼 순간순간의 강렬한 드라마를 위주로 짜여 있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결말이 장르적으로 만나지 않고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르적이지 않은 글이기도 하다. 즉 얼개는 장르소설에서 가져오더라도 그 속에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녹아낸 장르적이면서 장르적이지 않은 글이라 할 수 있다.
《절망의 구》는 과감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공감하는 보편적인 감정, 즉 공포와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의 인류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불안과 공포 속에서 시련을 겪고 있다. 사회, 정치, 경제, 심리적으로 상당한 불안감 속에서 살고 있으며 이는 어느 한 곳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치고 있다. 세계적 몰락을 가져온 대경제공황, 끊임없이 벌어지는 국제적 전쟁, 시시각각 생명을 위협하는 천재지변과 전쟁보다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신종 전염병의 발생 등등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르는 공포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그 누구도 이 불안과 혼돈에서 벗어나거나 자유로울 수 없다.
집필 당시 이런 공포와 불안으로 점철된 사회를 바라보면서 작가는 다들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으나 그 불안과 공포를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한 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과연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 정체모를 불안과 공포에 흔들리는 인간들의 모습을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긴장감 있게 표현해낸 기묘한 작품


《절망의 구》는 어느 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검은 구’가 지구에 나타나 사람들을 빨아들이면서 시작된다. 이 소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어느 평범한 남자가 겪게 되는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사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구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나타났는지, 왜 사람을 빨아들이는지 모른 채 오로지 구를 피해 쫓기게 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막연한 공포, 불안, 절망감에 휩싸인 사람들은 점점 의식을 상실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혼란이 벌어지고, 이 혼란을 틈타 무차별한 강도, 폭도들까지 등장한다. 이렇듯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시각각 위협해오는 불안, 가늠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공포는 평범했던 일상을 순식간에 뒤흔들며 산산 조각낸다.
상상과 현실, 쫓고 쫓김, 느림과 빠름, 개인과 집단, 공유와 단절, 집중과 분산 등 상반된 요소들이 자유자재로 뒤섞여 흘러가되 전혀 막힘이 없다. 그것은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상상인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읽는 이마저 혼돈에 빠지게 만든다.


◆ “도망친다”로 시작하여 “도망친다”로 끝나는 더 없이 인상적인 결말
    결말을 향해 읽는 이로 하여금 달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아주 특별한 소설


더 없이 인상적인 결말은 우리에게 수많은 의문을 던진다. “그는 도망친다.”로 시작하여 “남자는 도망친다.”로 끝나는 이 소설은 끝나지 않는, 끝내 밝혀지지 않는 정체모를 불안과 공포를 통해 과연 우리 마음 속 불안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저자는 주인공에게 어떤 희망도 부여하지 않은 채 끝을 맺는다. 즉 마지막까지 계속되는 절망이 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지독히도 절망적인 결말에 독자는 또다시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저자가 의도한 바라면 저자의 바람은 백퍼센트 들어맞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를 긴장시키고 놀라게 할 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과 내면에 대해 다시 생각게 하는 작품으로서 한번 잡으면 쉽게 놓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심사평】

뛰어난 이야기꾼의 탄생 예감

“《절망의 구》는 예심에서부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무게감이 과연 다른 응모작과는 확연히 달랐다. 한 심사위원이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소감을 피력했을 만큼, 가장 좋은 작품 하나를 서둘러 발견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선자들을 자유롭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은 기묘하다. 상상과 현실, 느림과 빠름, 섞임과 흩어짐 등의 반대요소들이 자유자재로 섞여서 흘러간다. 그동안 주인공을 위협하는 ‘공’은 아주 급박하게 그러나 동시에 아주 천천히 읽는 이를 압박해온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숨을 쉴 수가 없다. 지구에 대위기 상황이 닥쳤는데 결국 오롯이 남는 것은 고독하고 나약한 한 명의 개인이라는 결론이 가슴을 친다. 그렇다면 소설에서 가정해놓은 지구적 위기상황은 하나의 거대한 은유인지도 모른다. 모처럼 만나는 역작이다.“ - 심사평 중에서
심사위원장_ 소설가 이외수
심사위원_ 소설가 정이현, 드라마PD 고흥식, 영화감독 김대우


【줄거리】

어느 날 지름 2미터에 검은색을 띤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구가 나타난다. 김정수는 집으로 가는 골목에서 구가 표면에 닿는 사람을 흡수하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공포에 질린 채 구를 피해 도망친다.
정체불명의 구가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흡수하는 통에 사람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구는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며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해 이동하고 표면에 닿은 사람은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그대로 안으로 흡수된다. 구를 없애기 위해 총이나 포탄을 사용해보지만 구는 어떤 무기로도 파괴되지 않는다.
남자는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부모와 같이 대피하기로 마음먹고 부모의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도시는 거주민이 모두 대피해 텅 비어 있었고 그의 부모 역시 어디로 떠났는지 연락이 되지 않는다. 남자는 그곳에서 또 다른 구와 마주치고, 아슬아슬하게 구를 피한다. 남자는 부모가 구에게 흡수된 것이라 생각하고 절망한다.
구가 엄청난 숫자로 늘어나고 살아남은 사람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면서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구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나타났는지, 왜 사람을 빨아들이는지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은 채 구는 점점 자신의 숫자를 늘려가며 전 인류를 흡수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검은색 구에게 ‘절망의 구’라는 이름을 붙인다.
다른 사람을 찾아 떠돌다가 이웃 도시에 도착한 남자는 마트에서 한 청년과 마주친다. 두 사람은 수없이 많은 구에 포위되는데, 청년과 남자는 놀랍게도 구에게 흡수되지 않는다. 둘의 신체가 접촉해 있는 동안에는 구에 흡수되지 않음을 우연히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살아남는다.
남자와 청년은 서로의 신체를 접촉하면서 협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나, 서로에 대한 의심과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그들이 구에 흡수되지 않는 이유가 상대방이 원래 구에 흡수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인지, 상대방이 검은 구와 어떤 관련이 있는 사람은 아닌지 의심을 지우지 못한다. 두 사람은 마트 안에 고립된 채 고독한 생활을 해나간다.
서로에 대한 의심과 공포, 외로움과 절망이 두 사람 사이에서 극대화될 때쯤, 그만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청년과 남자의 접촉이 끊어지면서 청년이 구에 흡수된다. 그러나 남자는 구에 흡수되지 않는다. 결국 남자는 그 자신이 구에 흡수되지 않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남자는 홀로 남는다. 그는 자신이 구와 최초로 마주친 사람이며, 유일하게 구에 흡수되지 않는 사람이고, 최후로 남은 사람이 된 이유를 끝없이 생각한다. 물론 대답은 어디에도 없다. 그가 홀로 남은 고독감과 절망으로 천천히 미쳐가며 자살을 생각할 무렵, 문득 검은 구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마트를 포위하고 있던 구의 숫자가 줄어들고, 세상의 모든 구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다. 남자는 사라지는 구를 따라 이동하다가 그가 구를 처음 목격했던 곳, 그가 살던 집 골목에 다다르게 되는데…….







【작가 소개】

김이환

1978년생.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로저 젤라즈니, 아서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 엘리너 파전, 레이몬드 카버, 조앤 롤링, 얀 마텔을 좋아한다. 본명만큼이나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닉네임 ‘콜린’은 영화배우 콜린 파렐에서 빌려 온 것이다. 2004년 첫 장편소설 《에비터젠의 유령》을 발표한 이후, 2007년 《양말 줍는 소년》, 2008년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 등의 장편소설을 출간했으며, 2008년 공동단편집 《한국 환상문학단편선》에 참가하기도 했다. 또한 독립영화를 좋아하여 계간지 《독립영화》에 평론을 발표해왔다. 판타지, SF, 동화 등 좋아하는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다. 2009년 현재 네 번째 장편소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세 편의 공동단편집을 준비 중이다.


【작가의 말】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불안이 극에 달하는 순간,
정녕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얼마 전부터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불안에 시달린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늘 무언가에 쫓기지만 그 공포의 정체는 찾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문제인가, 사회적 문제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그 시간을 보내며 해온 고민이 글에 담겨 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본문 중에서】

정체불명의 그것은 남자가 살아오면서 처음 보는 물체였다. 높이는 이 미터쯤 되고, 완전히 둥글고, 표면은 검은데 광택은 없어서, 꼭 둥그런 그림자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그것과 남자의 거리는 아주 가까워 단지 몇 발자국밖에 되지 않았다.
“저게 뭐야?”
-12p

마침내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남자는 산의 양쪽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그가 올라온 쪽에서는 많은 사람과 차가 도로를 막고 있어 일대가 매우 혼잡했고, 그가 내려가야 하는 쪽에는 어둡고 정적에 잠긴 도시가 있었다. 기묘한 대비였다. 남자는 막연한 공포를 느꼈다.
-83p

갑자기, 남자는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차갑고 오싹하고 괜히 기분이 나빴다. 등 뒤에서 누군가 노려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면 차가운 비나 바람이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한밤중 이상한 공포를 느끼고 눈을 떴을 때 목덜미로 올라오는 기분과도 비슷했다. 남자는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고, 자리에서 펄쩍 뛰고 말았다.
등 뒤에 검은 구가 있었다.

구가 거실을 가로질러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왔다. 머리는 없고 몸통만 있는 괴물처럼, 살아 움직이는 무생물처럼, 그를 집어삼킬 어둠처럼 생긴 것이 그에게 다가왔다.
-98p

눈을 뜨면 검은 구는 남자에게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가, 다음 순간 커다란 눈동자로 보였다가, 잠시 동안 끝없는 심연으로, 그러고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우물로 보였고, 사방이 막힌 동굴로도 보였다. 남자는 두려웠다. 어둠 속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마치 관에 갇힌 것 같았다. 돌 더미에 파묻히고 땅에 매몰된 것 같았다. 그런데도 그를 도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36p

시간이 흘렀다. 흐르고 또 흘렀다. 두 사람은 친했지만 친하지 않고, 늘 붙어 있었지만 서로를 잘 알지 못했고, 돕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면서도 상대방을 믿지 않는 관계가 되었다. 두 사람은 상당히 많은 대화를 했지만 결정적으로 자신의 속을 드러내는 대화는 하지 않았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남자는 청년에게 자신의 정확한 신상을, 어디에 살았는지, 어떤 일을 겪고 이곳까지 왔는지 말하지 않았고 그것은 청년도 마찬가지였다.
-271p

시선마다 검은 구가 앞을 틀어막고 있었다. 침대 주변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그것들은 그를 내려다보며 말을 걸 것만 같았다. 너는 언제 죽을 거야? 우리가 기다리고 있잖아, 죽으려면 빨리 죽어, 우리는 너를 흡수하고 싶어. 그러면 남자는 대답했다, 죽이고 싶으면 죽이든가.
-307p

남자는 가구 매장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 잠이 왔다. 그는 눈을 감았지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빨리 뛰었다. 끝도 없이 불안했다. 무서웠다. 잠도 달아났다. 그는 눈을 뜨고 중얼거렸다.
“다 죽어도 싸, 개새끼들.”
-311p

나는 길을 걸어가다가 구를 만났어. 뭐지? 하고 고개를 내밀었다가 얼굴부터 구에 닿아서 흡수됐어. 그리고 까만 암흑에 갇혔는데, 꼭 가위 눌린 것 같은 기분이었어, 몸이 없는데 생각은 있고, 죽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의식은 있는, 그런 상태였어. 아주 긴 시간 동안 그랬어. 그리고 다시 살아나더라. 깨어보니 길바닥이었어. 얼마나 불쾌한 기분이었는지 바닥에 누워서 엉엉 울었어.
-359p

사람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찾아내서 왜 구에 흡수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표면적으로 사람들은 ‘궁금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남자는 그 호기심 뒤에 있는 섬뜩한 집요함을 간파했다. 그들에게 붙잡혔다가는 죽는다. 남자는 확신했다. 그들은 남자를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분명 모든 증오를 남자에게 퍼부을 것이다.
-371p

그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그도 왜 구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는지 모른다. 그리고 왜 자신이 흡수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왜 구가 다시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왜 사람들이 다시 돌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는 해답을 모르는데 왜 사람들은 그를 쫓는단 말인가? 정말로 구가 처음 나타나자마자 남자가 구를 신고했다면 피해가 적었을까? 남자가 구에 흡수되지 않는 사람임을 빨리 알아내고 그와 접촉한 사람 역시 흡수되지 않는 걸 알았다면 피해가 적었을까? 그걸 몰랐던 게 남자의 잘못인가? 그는 끝없이 자신에게 되물었고 잘못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왜 아무 죄도 잘못도 없는 나를 끝없이 쫓아오는가?
“다 죽어도 싸, 개새끼들.”
-3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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