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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정세랑 님이 장편 〈피프티 피플〉을 창비 블로그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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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며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낮고 넓은 테이블에, 조각 수가 많은 퍼즐을 쏟아두고 오래오래 맞추고 싶습니다. 겨울은 그러기에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맞추다보면 거의 백색에 가까운 하늘색 조각들만 끝에 남을 때가 잦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들어 있거나, 물체의 명확한 윤곽선이 보이거나, 강렬한 색상이 있는 조각은 제자리를 찾기 쉬운데 희미한 하늘색 조각들은 어렵습니다.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오십명쯤 되는 소설, 한사람 한사람은 미색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

백명이면 더 좋겠지만 일단은 오십명, 해보기로 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들을 만들면서 종종 불편한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어요. 실재하는 다섯명, 여섯명, 열명의 이야기를 오려내서 한명으로 꿰매면, 그렇게 만들어진 인물들은 늘 빛나고 매력적이고 입체적으로 변하게 마련이지요. 가끔은 지나칠 정도로요. 압축의 과정을 아예 피할 수는 없어도, 되도록 생긴 대로 성긴 대로 두는 방식으로 한번쯤은 써보고 싶었습니다. 모두 매일매일 주인공의 기분으로 살아가고 계신가요, 물어보는 소설을요.

이 이야기는 전혀 추리소설이 아니지만 추리소설처럼 읽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누구의 조각이 누구의 조각 곁에 놓이는지, 조금만 들여다보면 분명 알아채실 수 있을 거예요.

수수께끼를 만드는 사람의 속마음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2015년 12월

세랑 드림

— [출처]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 - 연재를 시작하며|작성자 changbi_book


아울러 2016년 1월 4일까지 연재 기념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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