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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최근 산 책 이야기

2013.11.25 17:1911.25

에다가 약을 좀 타서 소개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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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브크래프트 전집
20대 초반의 나이에 100번을 차인 연애 '이론' 박사의 연애 에세이 모음집. 20세기 초반에 나온 최초의 근대적인 '실용서'입니다. 역사적인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젊은 나이에 썼음에도 불구하고 21세기 현대에도 연애의 정곡을 찌르는 주옥 같은 구절들이 많다고 합니다. '서로 사랑하라. 결혼이란 정치적 거래이며 사회적 야합에 불과한 것, 진정으로 자유로이, 서로의 영혼으로 사랑하라.'라는 문장은 21세기인 지금도 시사하는 부분이 많다... 고 예끼24 소개글에 나와 있군요.

 

엄격하고 전통 있는 가문 출신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이 연애 이야기 따위나 쓴다고 가문에서 쫓아내 버렸지만 이 에세이를 완성하겠다는 일념으로 성까지 '사랑의 기술(Lovecraft)'로 바꿔 버렸다고 합니다. 본인은 이걸 내고 난 뒤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반려를 만났지만 결혼하기 불과 몇 주 전에 1차 세계대전에 징집당해서 전사했다는 일화로 더욱 유명합니다.

 

2. 큰 늑대 파랑

미국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팩션입니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빠른 공업화에 힘입어 노예 노동력에 대한 필요가 적어진 미국 북부에 의해 노예제 폐지 움직임이 일어나는 가운데 대규모 농장을 비롯한 노동 집약적 산업 구조를 유지하던 남부의 11개 주가 이에 반발해 미연방을 탈퇴하려고 합니다. 링컨은 '둘로 갈라진 집은 서 있을 수 없다'는 유명한 연설을 하고, 남부와 북부 사이에는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남부의 유명한 대지주 가문의 외아들인 주인공 '제레미'는 흑인 노예들에 대한 동정심 때문에 전형적인 남부 출신 백인 농장주인 어머니(<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모델이라고 하더군요)와 다투고 가출했다가, 아프리카에서도 흑인 부족들끼리 편갈라 싸우고 패배한 부족을 백인들에게 노예로 판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은 채 이제 막 집으로 돌아온 참입니다.

 

어머니는 성대하게 제레미를 환영해주지만 제레미는 넋나간 부랑자가 되어 술과 여자에 빠져 매일을 보내다가 외삼촌의 소개로 불법 투견장에 찾아갔다가, 새끼 시절 덫에 걸려서는 투견으로 자라 온 늑대 '파랑'을 만나게 됩니다. 파랑을 사서는 집으로 돌아온 제레미, 파랑과 함께 생활하면서 점차 활력을 되찾아 가지만 농장의 경영권을 가로채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외삼촌은, 제레미가 건강과 자신감을 찾으면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여 파랑을 제거하려고 하는데.... 읽고난 뒤 제 개인적인 감상은, "작은... ...아니 큰 늑대 파랑을 건드리면 아주 ㅈ 되는 거에요..."

 

3. 선천적 얼간이들

네이버의 간판 호러 웹툰입니다(성인 작품이라 로그인해야 합니다). 다들 익히 아시다시피 네이버 웹툰은 다음 웹툰이나 예전의 야후 웹툰에 비해 대중친화적(?)이랄까 상업적이랄까... 만화 잡지로 치자면 소년 점프 스타일이랄까 그런 면이 강해서 자극적이거나 지나치게 어두운 작품은 별점도 낮고 편집진의 푸쉬도 상대적으로 약한 편입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이 작품만은 유일하게 빛납니다. 어느 날 갑자기 거북이, 닭, 개로 변해 버린 세 주인공들이 자신을 동물로 바꾼 정체 불명의 거대한 음모를 파헤친다는 기본 설정 하에 갑작스레 동물로 변해 버린 주인공들이 느끼는 정체성 혼란이나 주변 사람들의 부조리한 반응 묘사는 붓펜을 주로 사용한 강렬한 터치와 인상적인 연출과 어우러져서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들을 연상케 하는 지옥도로 변합니다. 베스트 댓글을 보면 카프카의 <변신> 같다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매 에피소드 소제목을 대신하는- 인간성의 본질, 자아와 이성의 의미를 고찰한 유명한 금언이나 명언들이 마음에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호러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라 왠만한 공포 연출이나 고어 씬은 웃으면서 볼 수 있는데 이건 진짜 무서웠습니다. 유령이나 괴물 같은 거 없이, 상황 자체의 불가해성이나 연출만으로 이 정도의 공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놀라움. 

 

4. 아직은 신이 아니야

듀나의 신작 옴니버스 단편선. 다들 아시다시피 듀나의 작풍은 상당히 드라이하다 못해 인간 혐오 느낌마저 살짝 드는 편인데... 동시에 듀나의 영화와 대중 문화에 대한 애정 역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단편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블 코믹스의 X-MEN이나, <아키라>, <사이보그 009> <절대가련 칠드런> 같은 사이보그&초능력 배틀물의 오마쥬와 패러디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전 다른 작가도 아니라 무려 듀나 소설에서 열혈 소년 만화돋는 노력+근성+우정으로 악당을 쓰러뜨리는 전개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해당 장르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있다면+듀나의 기존 작품들에 익숙해져 있다면 읽으면서 웃다가 죽을 지도 모릅니다. 다들 주의.

 

PS=믿는 사람은 그레이트 올드 원.

댓글 2
  • No Profile
    양원영 13.11.27 12:44 댓글

    약냄새가 진동하지만 저는 그레이트 올드 원이 되고 싶으니 들이키겠습니다. 벌컥벌컥!

  • 양원영님께
    No Profile
    글쓴이 세뇰 13.11.27 21:34 댓글

    그럼 전 쇼거스. 테켈리- 리!

     

    ...전에 재미삼아 만든 엘더 갓(Elder god)의 표식 가운데 눈알 모양이 절 노려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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