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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표백] 비판 - MK II

 


핫한 작가이고 스스로 SF 팬을 자처하는 장강명의 글 중 내가 읽은 건 [표백] 뿐이다.

[표백]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최종 사상이라 하면서 그것이 구성하는 체제를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라고까지 명명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절망에 젊은이들이 자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가 보기에 [표백]에서 다룬 문제는 새로운 사상을 만들지 못 하기 때문이 아니다. [표백]에선 재벌도 자살시키지만 내가 볼 때 이는 완전히 잘 못 되었다.

[표백]에서 다룬 문제는 새로운 사상을 못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사상이 완성되어 주어져 있어도 해결할 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예컨데 자유민주주의를 최종 사상이라 선언한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트랜스 휴머니즘이 평등주의를 해칠 수도 있다면서 경계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그러면 트랜스 휴머니즘이 만들어낼 지평이란 자동차, 세탁기, 보일러, 핸드폰, 컴퓨터, 우주선, 의학 등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랑 사실상 별반 다를 것도 없다는 걸 알 수가 있다. 그저 개개인의 통제력이 올라가는 정도다. 잘 통제하면 사회가 용납하지 못 할 것도 없다. 인간이란 무한하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는 여전히 최종 사상이고,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 원리가 진리라면 영원히 최종 사상일 것이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와 결합된 신자유주의의 통찰은 인간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상황을 전적으로 통제할 수 없고 고로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유로운 개인이다. 그야말로 [역사의 종말]이다.

사정이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라는 사상이 체제로 투사되기 위해선 막대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하고 거기서 얼마든지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표백]의 주인공이 가난에 찌들어 살듯이, 내가 보기에 [표백]에서 나와야 할 해결책은 자살이 아니라 경제력이다. 경제력을 올리기 위한 기작들이 자유민주주의 속에서 행해짐으로서 인간을 풍요롭게 할 때 문제는 해결된다.

따라서 난 내 SF [지구적 양식업자], [사이킥 갤럭시]를 [표백] 보다 훨씬 윗줄로 치는 바이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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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립 16.04.11 01:12 댓글

    ....니그라토님 존함과 명성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문갤과 판갤에서 니그라토님께 남의 조언, 충고 좀 '제발' 들으라는 요청을 하는 걸 봤습니다.

    피드백을 받지 않으면 작가로써 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밖에 나가서 사람 좀 만나고 다니시길 적극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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