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장강명의 '표백'
장강명은 요즘 핫한 작가고 SF의 팬이고 거울에도 들르는 사람이다.
난 장강명의 소설 중 '표백' 밖에 보지 못 했다. 그럼 시작한다.
표백은 소설의 구성이나 서사를 보면 그냥 무난한 한국 요즘 소설이다.
내가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사상이다.
표백은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라는 표현을 쓰면서 현 사상이 완전하기에 젊은이들이 절망한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성취감을 어떤 수단으로도 얻을 수 없는 젊은이들이 자살까지 하게 된다는 줄거리를 표백은 담고 있다.
이는 내가 보기에 매우 어이없는 주장이다.
장강명은 현 체제인 자유민주주의가 완성된 사상이라는 프란시스 후쿠야마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도 이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사상이 완성되었다고 해서 체제가 완성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도 법질서엔 구멍이 많고 사람들이 다 계몽된 것도 아니고 경제가 가능한 최고의 상태에 도달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현 체제엔 가꾸고 고치며 지탱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또한 인생을 걸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런데 왜 장강명은 등장인물들을 자살까지 시키는가?
심지어 현 사상조차 완성형이 아닐 수도 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도 언급했고 SF 팬들에겐 익숙한 주제인 트렌스 휴머니즘이 평등주의를 크게 해칠 수도 있는 바 이에 대한 대응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를 개척해야 하는 미래 세대에게 자살이라는 공허한 방책을 제시하는 장강명은 대체 무슨 속셈인가.
이과인 장강명이 왜 이런 논조로 책을 썼는지 난 알 수가 없다. 난 문과인데도 SF 작가랍시고 애쓰고 있는데 장강명은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긍정적인 글을 써야 할 것이 아닌가. 뭐 짐작가는 이유가 있지만 이 글에서 밝히지는 않겠다.
마무리로 내 글 하나 링크한다. 장강명 논리에 대한 반대명제로서 작동할 법한 글이다.
http://mirror.pe.kr/index.php?mid=novel6&page=2&document_srl=109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