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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B딱하게 B평하기

2011.12.31 00:5012.31



장소
홍대 커핀 그루나루

참가자



르혼
<아빠의 우주여행―기술보다 사람이 먼저죠>


아프락사스
<문학의 주인은 누구인가?―최제훈의 [퀴르발 남작의 성]을 읽는 두 개의 시선 1>
<한국 장르문학을 둘러싼 정황>

진아
기획

한별
기록

현서
<하나의 환상, 두 개의 시선―정도경, 정세랑 작가론>
<문학적 취재원으로서의 포스트모던―최제훈의 [퀴르발 남작의 성]을 읽는 두 개의 시선 2>
<거울이라는 마을―외부에서 본 거울 1>

pena
기획보조, 교정ㆍ교열



 始. 우물 파는 사람들

 거울에서 비평집이 나온다는 말에 귀를 쫑긋한 사람이 제법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기대든 호기심이든 아무튼 관심을 끌 만한 사건임은 분명하니까. 일견 ‘거울’과 ‘비평’은 썩 안 어울리는 조합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비평이라는 말에 지레 손사래를 치고 신경을 끊는 사람도, 비평 그까짓 거 해서 뭐 하냐고 시큰둥하게 코웃음을 치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비평에는 원래 뿌리 깊은 냉소가 따라붙기 쉬우니까. 게다가 제목부터 [B평]이니 수상해 보일만도 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B평]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기다려온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것 같으니까 한 줄로 정리해보자.

 거울은, 비평집이 필요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는 하지만 이 우물 하나 파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누적된 갈증을 채울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는 오래 걸렸다. [B평]은 우물에서 갓 길어 올린, 마시기 망설여질 정도로 탁한 흙탕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 파놓은 우물은 쉽게 마르지 않는다. 흙탕물은 잠깐이고 앞으로는 두고두고 시원한 물이 바닥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거울에서 비평집이 차지하는 위치는 우물이라고 생각한다. 산소처럼 없으면 죽는 것도 아니고 밥처럼 없으면 굶주려 쓰러지는 것도 아니지만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너무 당연해서 쉽게 잊어버리는 생명수를 퍼 올리는 통로 말이다. 평 없는 글은 성장할 수 없다. 평이 없는 글은 죽은 글이나 마찬가지다.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이라 그러지 않던가.


 그래서 용감무쌍하게 우물을 파낸 사람들을 만났다.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데, 고백하건데 정리하기 쉽지 않았다. 우물 판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하면 더 깨끗한 물을 더 잘 퍼낼 수 있을까? 하며 열의를 불태우는 사람들을 보자니 기가 죽을 만도 하지.


 1. [B평]이 비평(批評)이기 위해서

 진아 지금까지 책이 나온 뒤에 편집진 모임이라고 할 만한 걸 별로 해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한 번 되짚어 보고 싶어요. 일단 간단하게 시작해볼까요?

 한별 장르문학계에서 책으로 나온 비평집은 [B평]이 처음인가요?

 현서 2002년에 나온 <환상수첩>이라는 비평집이 있어요. 한 명의 비평가가 문단작가 중 장르소설이나 SF적인 작품을 쓴 작가들에 대해 쓴 두 권짜리 책인데, 거의 주목을 못 받았고 장르문학계에는 알려지지 않았어요. [B평]이 사실상 처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진아 장르문학에 발을 디딘 사람들이 만드는 비평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서 비평집이 너무 늦게 나온 것 같아요. 제가 기억하기로 PC통신에서 글을 쓰던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책을 내기 시작한 게 1995~96년 정도인데, 그럼 벌써 15년이 지났어요. 대학생 때 PC통신을 바탕으로 한 작가군이 어떤 영향을 끼쳤고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지에 대해 논문을 쓰려고 자료를 뒤졌는데, PC통신에 대한 논문이 하나도 없었어요. 깜짝 놀랐어요. PC통신 작가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고 어떤 모임이 있었고 문단에선 어떻게 평가 받았단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어요.

 르혼 문단에서 평가를 안 받았으니까 없죠.

 현서 2006년쯤에 문단작가들 사이에서 장르문학에 대한 논문이나 비평, 단평 등이 많이 나왔고 대산 재단에서 지원한 결과물이 나오기도 했는데, 본격적인 건 [B평]이 처음인 것 같아요. 그것만 해도 상당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 회의했을 때 비평집의 목적을 무엇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고 했는데, 그게 가장 정확한 것 같아요.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진아 몇 가지 안건이 있었죠. 한 권의 책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장르문학이라면 범위를 어디까지 다룰 것인가. 온갖 이야기가 나왔는데, 현서님이 거울은 한 사이트 안에 굉장히 다양한 작가군이 있으니까 거울만 다루는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이 될 거라고 이야기하셨어요.

 pena 거울의 이야기만 해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진아 거울의 기사 필진과 시간의 잔상 필진, 객원 필진까지 총동원해서 책을 만든 느낌이에요. 정도경님이나 아밀님처럼 전공이 문학 계열인 필진들은 비평도 썼죠.

 르혼 그렇죠. 오죽하면 저한테까지 차례가 왔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솔직히 제가 쓰는 리뷰는 비평보다는 감상에 많이 치우쳤다고 보거든요. 과연 비평집에 들어갈 수 있을까, 웹진에 올리는 것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결국 이것 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이건 ‘B’가 아니고 C나 D인데. (웃음)

 한별 [B평]이 ‘작가’, ‘책’, ‘일반’ 세 개 파트로 나눠져 있는데, ‘책’ 부분이 단편집을 소개하면서 일종의 가이드를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는 감상적인 성격의 글도 섞여 있는 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B평]을 통해서 또 다른 책으로 뻗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비평과 맥이 통하는 부분도 있고.

 pena ‘책’ 부분이 덜 이론적인 것 같긴 해요. ‘작가’ 부분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꿰뚫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고, ‘일반’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책’ 부분은 한 권의 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다보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책을 한 권 두고 비평을 하려면 이미 분류되어 있는 체계 안에서 이 책이 어디에 속하고, 이런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만한 지평이 아직 없으니까요.

 현서 편집자는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상정해야 하는 것이 있어요. 이 비평은 책을 읽은 사람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책을 읽게 유도하기 위한 것이냐, 이걸 명확하게 잡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이미 책을 읽은 사람에게 책을 한 번 더 읽게 권유하는 글도 만들 수 있죠. 사실 <퀴르발 남작의 성>에 대한 제 비평은 <퀴르발 남작의 성> 말미에 수록된 문학비평가의 해설을 비판하면서 쓴 글이에요. 문학비평가의 해설도 하나의 관점이고 제 비평도 하나의 관점이기 때문에 제 비평을 본 사람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책을 한 번 더 볼 수도 있죠.  



 현서 그리고 진아님과 pena님 두 분께서 그렇게 힘들게 하셨던 작가 서지(書誌)가 굉장히 좋은 자료가 될 거예요. 연보를 정리하셨잖아요. 제 친구가 대학원에서 논문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연보가 필요하다고 책을 빌려갔어요. 작가들의 연보를 정리한 책은 우리나라에서 [B평]이 최초에요.

 진아 잠본이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웃음)

 르혼 장편은 몰라도 단편집은 총평하기가 어려워요. 우리나라 장르시장 전체를 이야기해야 해서 장르시장과 대비될 수 있는 순문학 같은 분야를 섭렵하면서도 그 둘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진아 장르별로 나누기도 애매한 게 거울에는 순문학에 가까운 글도 있고 SF에 가까운 글도 있고, 섞여있어요.

 pena 사람을 여러 명 동원하는 것보다 단편집을 총평할 수 있는 사람 한 명을 동원하는 게 쉬울 것 같긴 해요.

 르혼 제가 아까 B가 아니라 C, D라고 했던 게, 저는 단편집을 평하면서 ‘대비될 수 있는 것들’과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왔던 SF단편집끼리만 비교했지 그 이상 폭넓은 시야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거든요.

 pena [B평]은 마지막에 실린 아프락사스님의 글이 총평과 같은 역할을 해줘서 전체적으로는 균형이 잡혀 있다고 생각해요.

 아프락사스 거울 필진 중에는 비평이 아니라 감상 전달을 목적으로 글을 쓰시는 분이 많죠.

 르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비평을 하려면 학문적으로 접근해야 하잖아요. 다른 책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이야기해요.

 pena 현서님이 비평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다른 것과 비교해서 문학 내에서 자리를 잡아주는 것도 비평의 역할이지만 한 번 읽었을 때 읽어낼 수 없는 다른 의미를 읽어내게 해주는 것도 비평이라고 생각해요.

 르혼 개별 작품에 대해서라면 그런 것도 괜찮지만 그건 책에 대한 비평으로는 적절치 않죠. 동인지라면 괜찮아요. 문학 안에 여러 동인이 있고, 그 중 한 동인의 특색이 뭐다 이야기하는 건.

 진아 그러니까요. <리딩 판타지>도 계속 나왔어야 했고, <드림워커> <테일즈> 같은 다른 동호회들이 계속 책을 내줬어야 했는데 책이 많이 안 나와서…. (한숨)


 2. 비평이 나오기까지, 그 쉽지 않은 길

 현서 소설과 관련된 커뮤니티가 앤솔러지나 동인지를 내다가 닫는 이유는 두 가지에요. 일단 꾸준히 책을 낼 수 있는 기획자가 거의 없고요, 두 번째로 필진이 부족해요. 소설을 쓰려고 하는 사람은 많은데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거울은 독자우수단편을 뽑는 사람이 정해져 있고 그분들이 독자단편을 심사하잖아요. 다른 커뮤니티에는 심사를 할 사람이 없어요. 유명하거나 이름이 알려진 작가는 자기 창작활동을 해야 하니까 그 사이트에서 활동 안 하잖아요. 그러면 책을 많이 읽고 쓰는 것보다는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심사를 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어요.

 진아 심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일단 작가로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사람이어야 해요. 안 그러면 제가 초기에 했던 고민처럼 내가 심사할 자격이 있나, 고민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장르문학계에는 그렇게 안정적인 위치까지 올라간 작가가 많지 않아요. 장편소설을 몇 권 낸 작가도 자기 지위에 자신감이 없고. 경쟁은 고사하고 생존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현실 속에서 후배를 키울 여력이 있는 사람이 없어요. 문단에서 심사위원 하는 분들은 이삼십 년 작가 경력이 있는 분들이잖아요.

 pena 비평하는 사람에게 가장 하기 쉬운 말이 ‘넌 그렇게 쓸 수 있냐?’인데, 작가한테 그런 말을 하면 작가는 진짜로 세상사 던져버리고 싶어지죠.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내 글 안 쓰고… 이런 느낌이 가끔 들어요.

 진아 독자우수단편 심사 1기로 몇 년 활동했는데, 읽고 평한다는 게 참 보통 일이 아니에요.

 르혼 심사하는 사람이 작가가 아니면 차라리 편해요,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관대하게 넘길 수 있거든요. 작가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상당히 타격이 클 것 같긴 해요. 그래서 비평가가 따로 필요해요.

 pena 비평을 냉정하게 쓰고 나면 작가로서의 자신이 깎여요.

 르혼 작가나 비평가나 둘 다 표현하는 수단이 글이라서 헷갈리는데, 따지고 보면 그렇잖아요. 야구 해설자한테 너도 공 한 번 던져봐라, 이런 말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야구선수와 해설자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요. 그런데 비평에 대해서 그런 말이 꼭 나오는 건 표현하는 수단이 똑같이 글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pena 비평이 곧 ‘꼰대질’이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아프락사스 비평을 하다 보면 꼰대의 자세를 취하게 되기 쉬워요. 대상의 본질을 캐내는 게 비평의 근본적인 역할이잖아요. 헌데 그건 비평가 자신이 대상의 본질을 어느 정도는 캐낼 수 있다는 자의식이 없으면 못하는 작업이고… 그러다보니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죠.

 르혼 저는 꼰대질을 하지 않으면 비평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는 못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상대방 사정 봐주면서 비평을 하면 나중에 작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해요.

 진아 저는 그게 비평가들의 오만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요. 뭘 ‘까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러지 않으면 저 사람이 못 갈 거라고 생각하는 것. 사실 가고 못 가고는 가는 사람의 몫이고. 누가 옆에서 비평을 독하게 해준다고 반드시 잘 성장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르혼 그 말씀도 맞는데, 저는 다르게 보고 싶어요. 누가 까든 말든 잘 쓰게 되는 단계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누군가가 자기 글을 까는 것도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pena 교육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애들한테 자신감을 키워줘야지’하는 것과 ‘애들은 야단을 쳐야 제대로 된 인간이 되지’하는, 그런.

 현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한테 해야 할 말과 창작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해야 할 말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글 쓰는 친구들이 작품을 가져오면 일단 장점을 찾아서 말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글의 매력이 있거든요. 그런데 매력이 어떤 부분 때문에 빛을 못 발하고 그건 버려야 되는 부분이라고 설득력 있게 말해줘야 해요. 그런 비평과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해야 될 비평은 초점이다를 수밖에 없죠. 그런 차이까지 구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요. 거울의 독자우수단편은 자유롭게 글 쓰는 사람들이 투고한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일단 여기서 어느 정도 투고자의 외형이 잡혀요.

 pena 지속적으로 지속적인 평을 해주는 거죠. 저번보다 느셨네요, 퇴보하셨네요, 이런 소리를 하죠. (웃음)

 현서 그것도 좋은 말이 되거든요. 전보다 좋아졌는지 아닌지 습작하는 사람들은 모른단 말이에요.

 르혼 거울에서 책에 작품을 싣는 사람들이 과연 비평에 크게 상처 받으면서 붓을 꺾을만한 사람들이냐? 저는 그 사람들은 병아리 단계를 벗어난 사람들이라고 보거든요. 최소한 몇 년의 습작 기간을 거쳐서 자기 길을 찾은 사람들인데 계속 보호만 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얼토당토않은 악평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아프락사스 마찬가지의 기준이 비평가에게도 적용이 되요. 비평가도 자기 글에 대한 반응을 먹고 자라요. 작가들은 자기 글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라도 품을 수 있는데, 비평가의 글은 당시의 독자가 읽어주지 않으면 그대로 끝나거든요. 십 년 전에 나온 책은 읽어도 십 년 전에 나온 서평을 누가 읽겠어요.

 현서 그래서 보통 단편집 뒤에 비평을 같이 싣는 거예요. 그러면 단편집을 사서 읽는 독자들은 비평도 같이 읽게 되거든요. 시대가 지나도 통용될 만큼 훌륭한 이론을 개발해내지 않은 이상.

 진아 기사 필진들이 웹진 이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어떤 방법들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기사 필진들은 성장을 판가름할 기준점이 없는 것 같아요.

 아프락사스 소설 필진들은 2004년 거울 출범 당시부터 단편선이 계속 나오면서 자기 글이 책에 실리는 경험을 꾸준히 했잖아요. 저도 이번에 책에 글을 실어보고 알았는데, 그게 정말 의미가 크더라고요. 책에 실린다는 것만으로도 글을 쓸 때 느낌이 확 달라져요. 그런 경험을 꾸준히 해온 소설 필진과 그러지 못했던 기사 필진은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한별 기사 필진은 오프라인 활동에 참가할 수 있는 영역이 한정되다보니까… 소설 필진은 계속 결과물이 나와서 탄력을 받는데, 기사 필진은 딱히 나오는 결과물이 없잖아요. 웹진에 글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업데이트가 되면 글이 밀려버리니까. 가시물이 없어요.

 pena [B평]에는 그런 의도도 있었어요. 이제는 작가만 키운다고 되는 세상이 아니에요. 비평가도 키워야 하는데, 비평가도 자기 책을 출판하는 행위를 통해 자란다는 거죠.

 진아 굳이 변명을 하자면… 아까 르혼님도 말씀하듯이 비평을 하려면 비교대상이 있어야 하잖아요? 비교할 창작물이 없었어요. 이제야 비평집을 낼 수 있을 만한 상황이 된 거죠. 그래서 어떻게든 일을 잘 분배하면 기사 필진을 위해 조금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비평을 특화할 필요도 있고.

 한별 인력만 된다면 연감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B평]에 작가 서지가 실린 것처럼, 일 년 동안 거울의 어떤 게시판에 어떤 글이 올라왔는지 목록을 정리해놓으면 누군가 쓰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3. 생존자 거울

 진아 그 이야기 해볼까요? 원고 쓰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

 아프락사스 제 글의 목적은 문단의 상황과 ‘이쪽 업계’ 상황을 비교하면서 오늘날의 한국 SF․판타지 작가들이 놓인 상황을 이야기하려는 거였죠. 그걸 이야기하려면 기본적으로 문단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쪽 업계는 또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제시해야 하잖아요? 문단 쪽은 쉬워요. 논문 검색하면 다 나오니까. 장르 쪽은 검색하려고 보니까, 자료가 없어요. 단행본으로 나온 것도 없고. 기껏해야 인터넷 게시판에서 누가 이야기한 것을 토대로 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추적이 잘 되어있지 않아서 어떤 게 주된 의견이고 어떤 게 변두리 의견인지 구분이 안 돼요. 쓰다보니까 헛다리짚은 부분도 없잖아 있고. 실제로 그런 지적을 좀 받았었어요.

 진아 전 좋은 지점을 많이 지적해주셨다고 생각해요.

 르혼 어떻게 보면 어떤 게 주된 의견인지 직접 만들고 계신 거예요. 지금이 1세대고, 자료가 없다고 개탄할 게 아니라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세대인 거죠.

 진아 근거가 없고 출처도 불명확한 자료들이라는 게….

 pena 출처의 권위도 없죠.

 르혼 출처의 권위를 스스로 세우는 수밖에 없어요.

 아프락사스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제 글을 본 독자들이 제 글을 보고 체계적인 비판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거에요. 가령 제가 쓴 글 중에서 문단의 상황을 짚은 부분에 대해서는 자료를 잘못 인용한 것 같다, 적절치 못한 자료를 가지고 온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쪽 업계 이야기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어요. 출처가 없으니까. 제가 어디서 그걸 봤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야 논쟁은 어렵고 그냥 서로 싸움처럼 번지기가 쉬운 거죠.

 르혼 모든 학문의 시초는 거의 그래요. 원전이 없죠. 좋게 말하면 선구자고, 나쁘게 말하자면 삽질이고. (웃음)

 현서 비평가 입장에서 1990년대를 정리하려면 PC통신 시절의 자료를 찾아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PC통신 동호회에서 어떤 작가가 뭘 썼고 어떤 일이 있었고, 이게 유일한 근거에요. 1990년대 당시에 그게 이슈가 되지도 않았고, 2000년대 초반에 이 주제를 연구한 사람도 없었어요.

 아프락사스 예전에 제가 <미래경> 서평을 썼었죠. <미래경>에서 이뤄진 문학사 쓰기에 대한 평가 작업을 했었는데… 결국엔 [B평]에 쓴 글이 그 때 쓴 글에 대한 비평가로서의 답이 되는 거죠. 결국엔 이 글이 제 나름의 문학사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예전에 <미래경> 기사들을 평가하며 제가 썼던 논리들이 다 걸리는 거예요. 내가 이런 지점에서 이걸 비판을 했는데, 난 이런 잘못을 범하면 안 되지 않을까? 그런. (웃음)

 진아 아프락사스님, 다음에는 ‘왜 우리나라 출판사들은 국내 작가 브랜드를 만들지 않는가’에 대해서 쓰시는 거예요. (웃음)

 pena 아까 이야기 나온 거 있잖아요, 수많은 웹진이나 동인은 어디로 갔는가?

 진아 그것도 재미있는 주제인 것 같아요. 왜 거울은 살아남았는가?

 르혼 추진력의 문제죠. 진아님이 만날 힘들다고 그러셨잖아요. 그 힘든 걸 계속 짊어지고 갈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아프락사스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가가 문제죠.

 한별 중단편선이 일 년 활동을 정산하는 식으로 매년 나오잖아요. 그런 가장 기본적인 자료가 꾸준히 나오고, 현서님 말씀하신 것처럼 거울에 글을 쓰면 피드백이 돌아오고. 하나하나는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잖아요. 그런 것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서 거울의 생존가능성을 높인 게 아닐까 생각해요.

 르혼 거울은 필진들을 계속 섭외하잖아요. 그게 안 되는 순간 고인물이 되고, 그 다음에는 떨어져나가죠.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려는 노력이 끝나는 순간 끝이 나요.

 진아 거울 초기에 많이 나왔던 말이 ‘1인 편집장 체계가 문제다,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워서 힘든 거다’였어요. 그런데 굉장히 어려운 장르문학계의 현시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열정을 가진 개인들이에요. <텍스툰>이나 <녹스앤룩스>, <페가나 북스> 등등, 몇몇 개인이 자기 열정을 불태우지 않으면 해쳐나갈 수가 없어요. 기본적인 등단 체제도 없고, 조직도 있다가 사라지고, 공모전도 삼 회를 못 넘기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진짜 열정 있는 개인들이 덤비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거울은 어쨌든 최소한의 시스템은 가지고 있고 그 최소한의 시스템에 기대서 가고 있어요.

 르혼 시스템이 발전하려면 사실 돈이 중요하죠. 다른 나라에서도 그랬는데, 예를 들면 동인지를 하나 내면 돈이 되요. 돈이 되니까 사람들이 동인지에 열정을 더 쏟아 부을 수 있고, 열정이 없어져도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시스템은 유지돼요. 새 사람도 영입해올 수 있어요. 수십 년 이상 가는 판타지 잡지 같은 것들은 그런 식이에요. 열정만으로 돌아갈 수는 없거든요. 저는 게임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데, 게임은 어떻게든 돌아가요. 돈이 되니까.

 진아 우리가 스스로의 권위를 세울 필요를 느껴요. 남들이 안 봐주네, 그런 이야기는 좀 지겹고. (웃음) 다른 곳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권위를 만들고 우리 가치를 높여 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껴요. 문학성이나 작품성이 없거나 못 쓴 글들은 아니니까. 그럴 만한 평가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들이잖아요.

 르혼 좋은 말씀이고, 실제로 지금도 계속 권위가 높아지고 있어요.

 진아 그런데 그 권위가 높아진다는 게 공짜는 아니죠. 눈에 안 보여서 그렇지, 누가 그냥 죽자고 뭘 하고 있는 거예요. 유명한 이야기 있잖아요. 수많은 국산 애니메이션들이 몸으로 만든 다리를 건너서 강을 건넌 게 <뽀로로>라는 이야기. 누군가가 계속 뭔가 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거지 공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의 일환으로, 비평가들도 자신의 비평에 책임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작가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글을 발표할 때 받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가 있단 말이죠. 시간의 잔상에 글을 한 번 올릴 때마다 굉장한 각오를 해요. 비평가들도 자기 이름을 걸고 기사를 쓴다는 점에 대해서 조금 더 무게감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느낌도 있죠.

 르혼 시간의 잔상에 글을 올릴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는데, 시간의 잔상에 글을 올리는 것과 <조아라>같은 곳에 글을 올리는 것은 스트레스의 정도가 다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말하자면 권위에요. 거울의 위상이 장르문학 계열에서는 독보적이거든요. 거울의 작가라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권위를 가지게 되는 상황이 되었어요.

 현서 다른 면에서도 이유가 있어요. 디씨인사이드의 <판타지 갤러리>나 <조아라>에 가는 사람들과 거울에 오는 사람들 사이에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어요. 거울에 오는 사람들은 장르소설이라는 편견을 안 가져요. 거울에 글을 쓰는 분들이나 글을 쓰고 싶어 하시는 분들 중에 국문과나 문창과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제법 많은데, 이 말은 그분들이 ‘나는 판타지를 쓰겠다’는 인식을 가지고 작품을 쓰는 게 아니라 ‘나는 이야기를 쓰겠다’라고 인식하고 작품을 쓴다는 뜻이에요. 전제가 바뀌는 거죠. 다른 장르문학 커뮤니티는 ‘나는 판타지 작가가 될 거다’라는 인식이 선행해요. 이 차이가 의미하는 게 뭐냐면, 거울은 장르적 인식보다 먼저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거죠.


 4. [B평]이 본 주변

 르혼 장르문학계도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같은 것을 생각해 봐야죠. 게임은 범세계화 되어서 세계시장으로 안 가면 망해요. 문학도 결국 세계 시장에서 싸워야지 국내 시장만 가지고는 안 되거든요. 저도 리뷰 할 때마다 영상을 들먹이는데, 그런 쪽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결국 힘든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 거라고 봐요.

 진아 외국에 팔고 어쩌고 하기 전에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서를 출판하려는 출판사나 편집자가 없다는 거예요.

 현서 삼십대 중에 일인출판을 기획하시는 분이 제법 있어요. 그런 사람 백 명이 시도하면 그 중 한 명은 성공하겠죠. 성공률을 보통 3%정도로 잡거든요. 중요한 건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한 명이라도 성공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진아 아흔아홉 명의 시체를 밟고 일어나는구나. (한숨)

 현서 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 일인출판사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성공하는 분들이 있어요. <블링크(BLINK)>라는 잡지 아세요? 김아람 씨가 혼자 만드는 사진잡지인데, 이제 일 년이 다 되었어요. 그 잡지는 사진 쪽에서 영향력이 생겼어요. 지금 선례가 생기고 있어요. 버텨야 해요.

 한별 일인출판사나 소규모 출판사에서 나오는 이런저런 독립출판물들을 자주 보는데, 인쇄환경이 좋아져서 잡지를 만들 때의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독립출판에 대한 관심도 많아요. 작년에 홍대 상상마당에서 독립출판물전을 했는데 그곳에서 십 년 넘게 나오고 있는 독립잡지를 봤어요. 그런 식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는 독립출판물이 꽤 있어요. 홍대 인근에는 독립출판물 전문서점도 있고. 일인출판사를 꾸릴 만큼 환경이 좋아졌어요.

 현서 잡지가 해야 할 역할이 있어요. 제가 만들고 있는 잡지의 기본 목표는 아주 간단해요. 지금 우리나라의 장르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을 뒤지는 것 밖에 없어요. 뉴스에 나오지 않으니까요. 지금 우리나라의 장르작가, 장르독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예를 들면, 거울에 한별님이 새로운 기사 필진으로 들어왔어요. 거울에서는 이 소식이 단신으로 나가잖아요? 제가 만들고 있는 잡지에서는 단신뿐만 아니라 한별님이 앞으로 어떤 기사를 어떤 방식으로 쓸 지까지 알려주는 거예요.

 pena 이 사람이 들어옴으로서 거울에 어떤 색이 덧붙여지고, 그런 거요?

 현서 네. 그 외에도 디스코그래피가 굉장히 방대한 작가나 작품들이 있잖아요. <스타워즈>라든지. 십대들은 <스타워즈> 원작을 거의 못 봤을 거예요. 내년에 <스타워즈 3D>가 개봉하는데, 스타워즈를 보는 사람이든 관심이 있는 사람이든 처음 보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요. 그럼 스타워즈를 처음 보려면 뭐부터 봐야 하냐? 이걸 알려주는 곳이 없단 말이에요. 이런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르혼 저는 작가들이 다른 분야로도 진출하면 좋겠어요. 영화나 게임은 상당히 돈이 많이 도는 시장이거든요. 저는 소설의 파급력과 영상의 파급력이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만든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널리 보여주고 싶으면 오히려 영상 쪽이 좋지 않나 싶어요. 2차 창작 쪽에서는 갑갑해요. 소설을 2차 창작 쪽으로 가져오면 굉장히 좋은 재료가 된단 말이에요.
 현서 그걸 해줄 에이전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르혼 2차 창작을 하려고 기획을 가져가면 작가들이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서 영 이상한 결과물이 나와요. 영화나 게임의 특징들을 못 살리고.

 pena 매체의 특성이 있으니까요.

 르혼 우리 회사에도 라이트노벨 같은 기획이 몇 개 와요. 그런데 게임화 하겠다고 책만 딸랑 보내면 이걸로 무슨 수로 게임을… 우리가 기획해서 가져가면 출판사하고 작가들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해요. 그 짓을 하느니 그냥 자체 시나리오를 쓰고 말죠.

 진아 그런 분야를 전문으로 할 수 있는 에이전시와 작가가 이차저작권 계약을 맺을 수도 있어야 해요.

 르혼 솔직히 그 정도 기획을 가지고 게임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창작 시나리오를 얼마든지 쓸 수 있거든요.

 진아 드라마는 로맨스에서 많이 가져가잖아요? 그 사람들은 훈련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현서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들은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원래 소설을 쓰다가 드라마 시나리오로 옮겨가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소설을 드라마 시나리오로 바꾸는 게 굉장히 익숙한 분들이에요.

 진아 에이전시든 게임 회사든, 원작을 가져가려면 결국 중간에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상대방만 탓하고 있을 순 없어요. 소설가한테 왜 영화 시나리오를 이렇게 재미없게 쓰냐고 물을 순 없죠. 영화의 화법을 모르는데.

 현서 저도 출판편집자지만, 사실 그 중간 역할이 편집자가 해야 할 일이거든요.

 진아 게임 업계에서도 시나리오 작가에게 훈련을 시키는 게 필요해요.

 르혼 훈련을 시킬 사람이 있어야 훈련을 시키죠.

 진아 그건 출판사도 마찬가지죠. 게임 업계에 나가면 뭘 해야 하는지, 중간과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한별 ‘드래곤 라자’가 필요한 시점이네요.

 (웃음)

 진아 소설의 문법과 시나리오의 문법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뭐가 포인트고 뭐가 어떻게 다른지, 이런 과정은 훈련이 필요해요. 그 기술을 훈련시켜주기도 해야 해요. 원소스멀티유즈, 말은 쉽게들 하는데 사람이 옷 갈아입듯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중간에서 이야기를 전환해줄 수 있는 사람을 키워야 해요. 다들 우물가에서 숭늉 찾아. 단계별로 가야 하는데.

 현서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데… 소설가의 작품을 전환해줄 수 있는 시나리오 작가가 있고 그 소설가의 작품을 이 시나리오 작가가 전환하면 되겠다는 걸 볼 수 있는 편집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게임이나 소설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편집자라든지. 포괄적으로 제 입장을 정리하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비평을 할 수 있는 편집자에요. 원래 작가들이 글만 쓰게 돕는 게 편집자의 일이잖아요. 편집자는 기본적으로 비평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별 심미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진아 갈 길을 알았어요. 평론가를 키우는 게 중요한 거였구나. 내년 중단편선을 패쓰하고 대표 비평집을…. (웃음)

 르혼 지금까지 잘 하셨어요. 스스로 비평가 역할을 하신 거죠.

 진아 비평에 대해서도 더 노력을 했어야 했던 것 같아요. 비평도 창작의 영역인데.

 한별 직면할 필요성이 있어야 깨닫는 것도 있으니까요. 지금까지는 말씀하신대로 해온 게 잘 하신 거죠. 이제 필요성을 느꼈으니까 그렇게 하면 되지 않나 생각해요. 걱정할 건 아니죠.

 pena 처음에는 작가도 없었잖아요. (웃음)

 진아 맞는 말 같아요. 제가 늘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물이 넘치기 직전에 행해야 한다’는 거예요. 물이 넘칠 때가 되었을 때 행해야지, 아직 찰방찰방할 때 억지로 일을 하려고 하면 안 돼요. 그런데 지금이 딱 비평가가 필요해! 라고 악을 쓰게 되는 때인 것 같아요.


 終. 그리고 그 다음은…

 한별 [B평]은 무크지처럼 나왔으면 좋겠어요.

 진아 B 다음에는 飛로 가는 거죠.

 한별 B평이라는 어휘에 “거울이 일구어가는 장르문학에 바탕을 둔 비평을 뜻하는 말로 거울 비평선의 제목”라고 책머리에 못을 박아버려서. (웃음)

 pena 거울 비평선 창간호의 제목이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런데 지금 보니 다들 비평선이라고 안 하고 ‘삐평’이라고 하고 있네요. (웃음)


 현장에서는 비평에 관한 필진들의 다양한 비전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생략했다. 섣불리 초를 쳐서 흥을 깨는 것만큼이나 못 할 짓도 별로 없으니까. 대신 조금 더 진지하고 신중한 판단 끝에 완성된 모습으로 독자를 찾아갈 때까지 기다려주시길. [B평]은 끝났지만 비평(批評)은 이제 시작이다. 두고 볼 일이다. 진짜로 飛평하게 될지 누가 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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