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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2011 거울 4대 키워드

2011.12.31 00:4812.31



pena12@naver.com


해마다 연말에 한 해를 결산하고 상을 주고 잔치를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해가 지난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도 아니고, 해가 넘어가는 순간이 다른 때와 달라서 시간이 흐르지 않는 때가 잠시 도래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새해맞이란 건 사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했던 것도 아니었어요. 달력이 달라지면 새해 첫날이 언제인지도 달라지니까요. 좋은 예로 우리는 새해라 하지만 설은 음력으로 다시 쇠지요. 그런데도 이러한 마감에 뜻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언제든 때를 정해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장기적으로 계획한 일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예상을 벗어난 일은 얼마나 일어났는지 돌아보아야 다음의 계획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어느 만큼이라도 성과가 있었던 일은 축하와 치하를 해야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 되지 않은 일은 반성하고 원인을 분석해야 지금과 다른 내일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2011년 거울에 일어났던 일을 4대 키워드로 종합해서, 올해보다 나은 내년, 지금보다 나은 거울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1. 100호

무엇보다 큰 소식은 거울이 100번의 업데이트를 지나왔다는 사실입니다. 9월 30일에 올라온 100호는 축전과 특집 기사, 새로운 단편소설들로 풍성했습니다. 100호 동안 버티고 확장해온 거울을 필진들이 자축하고, 이웃들이 축하해주었고, 앞으로의 100호, 그리고 1000호까지 나아갈 것을 다짐하는 자리였습니다.


2. 비평


장르문학계에서, 그리고 거울 내에서도 오랫동안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던 숙원사업 비평선이 거울 종이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거울의 첫 비평선 [B평]은 초대 편집장이며 현 기획 고문인 진아 님의 기획, 부편집장 pena 님의 보조 기획, 편집장 유서하 님의 디자인으로 제작되었으며, 거울 기사 필진과 객원 필진들의 글을 모아 출간되었습니다. 첫 시도이니만큼 미흡하고 힘든 과정이 많았지만, 그 필요성과 의의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뜻이었습니다. 이제 책을 쓰고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비평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시대가 되었으며, 장르문학에서는 그 바탕이 부족하므로 처음부터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자세한 것은 이번 호에 실린 [비평 필진 대담 - B딱하게 B평하기] 기사를 참조해주세요.
비평선은 앞으로도 거울 종이책 브랜드의 하나로 출간될 예정이며, 비평을 활성화할 방안에 대해 고민과 논의가 이어질 것입니다.


3. 매체



2011년에 거울과 거울 필진들은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며 영역을 넓혔습니다.
2월 15일에는 MBC 문화사색에 거울 합평회와 거울 필진 인터뷰가 방영되며 거울 필진들의 얼굴이 HD 화면을 수놓았습니다.
2010년에 이어 2011년에 콜린 님이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하고 배명훈 님은 새로운 콘셉트의 동화를 내는 등 거울 필진들의 성과물이 매체의 주목을 받은 것은 물론이요, 오프라인 잡지에서도 거울 필진들이 진출한 것이 눈에 띕니다. 패션지 에스콰이어에서는 16주년 기념호 부록으로 거울 작가들이 주축을 이룬 SF 단편선 멀티버스가 출간되었고, 퍼블릭 아트에도 거울 작가 여러 분이 글을 실었습니다. 과학동아와 엘르 걸에도 짧은 글이 실리는 등 거울 작가들의 활동영역이 많이 넓어졌음이 보입니다.
온라인에서 작품 게재와 집필 활동도 활발했습니다. 김창규 님, 진아 님의 글이 네이버에, 정도경 님과 정소연 님의 글이 크로스로드에, 정세랑 님의 글이 문장에 게재되었으며, 정소연 님은 프레시안 북스에서 정기적으로 서평을 기고하고 계십니다.


4. 장편

이제까지 장편을 지속적으로 출간해온 콜린 님과 赤漁 님, sandmeer 님, 신작을 냈던 정도경 님 외에 거울은 대체로 단편 위주로 활동한 작가들이 많았습니다. 올해는 더 많은 필진들이 장편을 출간했는데, 이제까지 단편 위주로 활동해 온 작가들도 많아서 앞으로 거울 필진들의 작품활동 중심이 바뀔 수도 있음을 예견케했습니다.


첫 문을 연 것은 꾸준히 장편을 내며 자신만의 개성과 발전을 동시에 이룬 콜린 님의 [귀여우니까 괜찮아]였습니다. 그 다음은 동화이자 SF 소설인 [끼익끼익의 아주 중대한 임무]를 낸 배명훈 님으로, 배명훈 님은 하반기에 오랫동안 준비해 온 역작 [신의 궤도]를 출간하며 콜린 님과 더불어 두드러진 활동량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진아 님도 [지우전]으로 장편 출간 신고식을 치렀으며, 콜린 님의 [동네 전쟁]과 임태운 님의 [이터널 마일], 정세랑 님의 [덧니가 보고 싶어]까지 연이은 출간 소식으로 하반기가 풍성했습니다. [귀여우니까 괜찮아]는 요즘 세태를 귀엽고 유머러스하게 비꼰 풍자와 작가의 자체 패러디로, [끼익끼익의 아주 중대한 임무]는 그 신선한 발상과 포근한 삽화로, [신의 궤도]는 배명훈 님의 작품 세계가 집약된 스케일과 주제의식으로, [지우전]은 날카롭게 간 문장과 예리한 통찰력이 담긴 도사물로, [동네전쟁]은 창작집단 식스센스와의 협동작업과 우리나라를 무대로 한 외계침공물이라는 점으로, [이터널 마일]은 대한민국 디지털 문학상 수상작이며 타고난 이야기꾼의 첫 장편 출간작으로, [덧니가 보고 싶어]는 발랄한 문체와 삶을 녹여낸 솜씨의 조화로 각각 주목받으며, 제각기 다른 작품과 비교할 필요 없는 오롯한 매력을 뽐냈습니다. 여담이지만 올해의 책 선정에 있어 가장 고뇌에 찬 선택이 이어지거나 치열하게 고민하다 못해 포기한 사람까지 속출한 것이 바로 국내 소설 부문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거울의 먼 여정에 연재된 장편들 중에는 1월 5일에 양원영 님의 [소금 민들레]가, 1월 14일에 아이 님의 [갇힌 자들]이, 2월 10일에 赤漁 님의 [이카, 루즈]가 여정을 마치고 도착하였습니다. 그 외의 장편들은 연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2012년에는 출간작 못지않게 활발한 먼 여정이 되길 바라며, 이를 위한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키워드로 뽑은 4가지 외에도 주목할 만한 소식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시간의 잔상에 새로운 필진으로 독자우수단편 여왕 앤윈 님이, 새로운 기사 필진으로 텍스툰 편집장이기도 한 한별 님이, 번역 필진으로 독자단편 란에서 꾸준히 번역을 올리시던 이형진 님이 거울에 합류하셨습니다.

* 해마다 내는 성실과 결산의 아이콘, 환상문학웹진 거울 연간 중단편선이 올해도 출간되었습니다. 올해의 표제작은 amrita님의 {그림자 용}이었습니다. 편집장 유서하 님이 기획 및 진행, 디자인을 도맡아했습니다.


거울과 함께 한 해를 정리하며 기운을 얻고, 새로 시작할 힘을 얻는 연말연시되시기 바랍니다.


덧.
2011년의 거울을 한눈에 보시고 싶은 분을 위해 기사 필진 한별 님이 만든 연감의 링크를 첨부합니다. pdf 파일로, 읽고 싶은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거울로 연결됩니다. 수고하신 한별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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