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그림이 있는 벽 나달의 가을

2011.05.28 04:4105.28

arisnan@gmail.com

    시장이 눈길을 돌리며 말끝을 흐렸다. 그가 차분히 시장의 말을 받아 맺었다.
    
    “그렇지만, 수진아, 나달에 찾아온 가을도 너무나 아름다웠어.”
    
    내 이름을 들은 윤별이 주춤 물러서며 숨을 들이켰다. 나는 정수리를 찌르는 윤별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물었다.
    
    “그동안 무엇을 했어?”
    
    “어머니가 되었어.”
    
    “어머니가 되었구나.”
    
    나는 마치 엄마의 말을 흉내 내는 아기처럼 그의 말을 천천히 따라 읊었다.
    
    “다른 사람을 만났어. 아이를 낳았지. 어머니가 되었어. 또 아이를 낳았어. 아이가 아이를 낳았어. 그리고…….”
    
    그가 내 너머로 활짝 열린 큰 창문을 향해 눈을 돌렸다. 부드럽지만 기억하는 것보다는 조금 축축하고 서늘한 바람이 내 목덜미를 간질였다.
    
    “이것이 책에서만 보았던 가을이구나, 하고 생각했어.”


――― 이수완, {가을바람}, 환상문학웹진 거울 95호



댓글 2
분류 제목 날짜
그림이 있는 벽 시월 사일, 육교 위로 2013.11.30
기획 3. 글뼈대 다섯 단계만 밟으면 단편소설이 완성된다.2 2013.11.30
그림이 있는 벽 무섭지?!2 2013.10.31
대담 해망재 인터뷰 2013.10.31
기획 러시아 민담 모음1 2013.10.27
기획 [특집4] Redfish Chronicles 2013.09.30
대담 미로냥 인터뷰 2013.09.30
대담 [특집6] 김주영 인터뷰 2013.09.29
그림이 있는 벽 [특집7] 천사가 거기에 있다1 2013.09.28
기획 [특집5] 우주의 방정식 : 해(解) 2013.09.28
대담 계림 인터뷰 2013.08.31
그림이 있는 벽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연인들1 2013.08.31
기획 아름다운 헬레나 2013.08.31
그림이 있는 벽 이러시면 곤란합니다2 2013.07.31
대담 앤윈 인터뷰 2013.07.31
기획 2. 소설을 쓸 때는 어떤 문장을 써야 하는가?6 2013.07.31
대담 정도경 인터뷰 2013.06.30
거울 거울 10주년 축하 인사 모음 2013.06.30
그림이 있는 벽 열 번 째의 봄에서, 활짝!4 2013.05.31
기획 당신도 '일단은' 소설을 쓸 수 있다21 2013.05.31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25 Next